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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12 끝없는 하얀 안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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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안개가 퍼졌다.

끝없는 하얀 안개가 루시아의 시야를 가득 채웠다.

지휘관님...?

중도 재난 지역에 들어선 후, 서염 기체가 퍼니싱을 대사할 수 있어서 루시아가 계속 선두에 섰고, 리와 리브는 뒤에서 지휘관을 보호했다.

어느 갈림길에서부터였는지, 이 떨쳐지지 않는 하얀 안개가 악몽처럼 루시아의 곁을 감싸고 있었다.

루시아... (지직)... 지금 위치가... 벗어났어요...

처음에는 리와 리브의 통신도 받을 수 있었고, 좌표 교정을 통해 돌아갈 길을 찾는 시도까지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지 이 모든 것이 작동되지 않기 시작했다.

(지직)... (지지직)...

루시아가 아무리 시도해도 통신에서는 잡음만 들려왔다.

리브? 리?

지휘관님?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루시아는 경계하며 칼을 뽑아 들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이 공간의 경계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칼이 뽑히는 소리가 하얀 안개로 뒤덮인 이곳에 울려 퍼졌고, 그 외에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계속 앞으로 나아가자, 시야 끝에서 이상한 건물이 뻗어 나왔다. 마치 땅에 엎드린 기괴한 거인 같았다.

...

이곳은 1호 영점 에너지 원자로가 아니었다. 루시아는 임무 정보에서 그 도시의 모습을 본 적이 있기 때문에 알 수 있었다.

이 도시는... 어디일까?

다시 한번 통신을 시도했지만, 여전히 응답이 없었다. 루시아는 단말기를 집어넣고 몰래 그 도시에서 멀어지기로 했다.

하지만 다음 순간...

루시아는 이미 도시의 거리를 밟고 있었다.

...!!

바로 뒤돌아보았지만, 왔던 길은 이미 짙은 하얀 안개에 잠겨 있었다.

도시가 움직이고 있는 건가? 아니면... 이곳이 현실이 아닌 건가?

루시아는 시험 삼아 칼을 휘둘러 하얀 안개를 가르려 했다.

챙...!

차가운 빛이 스치자 안개가 걷히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다시 모여들었다. 그녀는 이제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계속 앞으로 가보지, 뭐.

칼을 든 채 경계하는 루시아는 이 지나치게 화려한 도시 속으로 천천히 발을 내디뎠다.

첫 번째 거리,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

안개 자욱한 거리에 적조만이 구불구불 흘러가고 있었다.

두 번째 거리,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

붉은 나비 몇 마리가 살랑살랑 날아다녔다.

세 번째 거리...

거의 투명한 두 그림자 다급하게 무언가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반이중합 탑에 들어간 후 우리는 깊숙이 조사를 했어요.

그러다 조금씩 반이중합 탑이 "과거의 저"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특별한 기능이 있다는 걸 발견했어요. 그건 구조체인 제가 침식되었을 때만 "과거의 저"가 메시지를 받을 수 있었어요.

서염 기체 자체는 퍼니싱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이 있어서 예외였죠.

탑 안에서 찾은 정보로 지휘관님이 퍼니싱 자체가 4차원성을 보유하고 있다고 추측하셨어요. 반이중합 탑의 시간 관측과 개입 능력도 이런 특성을 기반으로 했을 거라고 하셨고요.

그래서 우리는 그걸 이용해 과거를 바꾸려고 했어요. 보육 구역을 일찍 이전하지 못한 일이라든지, 풀리아 삼림 공원의 참사도 막으려 했어요. 그리고 리브의 일도 막으려 했어요.

환영 같은 그 그림자가 순간 멈칫했다. 루시아가 경계하던 찰나, 흐릿했던 말소리가 다시 선명하게 들려왔다.

그리고 그보다 더 이전의 구룡 순환 도시 전투도요.

하지만 대부분 실패했어요. 효과가 미미하거나 오히려 더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죠. 구하려던 이들이 도중에 습격을 당했고, 불러온 구조대도 늘 지체되곤 했어요.

그러다 지휘관님이 갑자기 확신에 찬 모습으로 현재의 반이중합 탑이 정상이 아니라고 말씀하셨어요. 그래서 "열쇠"로 과거에 보낸 모든 메시지를 차단하고, 수정했던 일들을 원래대로 되돌리려 하셨어요.

...!!

흐릿한 하얀 안개 너머로, 루시아는 자신이 지휘관과 대화하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지휘관의 대답은 희미하게 들렸지만, 자신의 다급한 목소리는 매우 선명했다.

이건... 이 도시 속의 환각인가?

루시아는 두 "환영"에게 다가가 보려 했지만, 환영들은 그녀를 공격하지 않고 거리에서 조용히 사라졌다.

어떻게 된 거지...

루시아는 달리기 시작했다.

네 번째 거리.

어딘가 낯익은 창백한 소녀와 "콜레도르"라 불리는 소녀가 격렬하게 싸우고 있었다.

콜레도르?!

눈앞의 콜레도르는 더 이상 위협적이지 않다고 할 수 있는 그 이합 생물 소녀가 아니었다. 그녀는 적조를 능숙하게 다루며, 예리한 공격으로 창백한 소녀와 치열한 싸움을 벌였다.

드디어 잡았네요.

콜레도르가 창백한 소녀를 잡은 순간, 소녀 역시 동시에 콜레도르의 가슴을 찢었다.

이상한 "나무 열매" 하나가 그녀의 상처 속에 묻혀 있었다.

이걸 제 몸에 심어서 0호 대행자의 권한을 공유하시겠다는 건가요?

본·네거트가 그토록 시도했는데도 성공하지 못했죠. 이번엔 드디어 진전이 있네요. 축하해요. 하지만 너무 뻔했어요. 적어도 제가 이렇게 빨리 알아채지는 못하게 하셨어야죠.

콜레도르는 웃으면서 손톱으로 상처를 파내어, 아직 몸에 흡수되지 않은 "나무 열매"를 빼냈다.

잔여물이 살짝 남아 있어서 완전히 제거하긴 힘들겠지만, 당신을 상대하기엔 이 정도로도 충분해요.

다섯 번째 거리.

창백한 소녀는 투명한 작은 상자를 들어 지휘관에게 건네주었다. 그 안에는 사과 모양의 열매가 들어있었다.

루시아는 지휘관이 그 소녀를 "카오스"라고 부르는 것을 들었다.

이건... 이합 생물의 일부 의식이에요.

콜레도르가 당신의 기억을 원해요. 당신이... 이걸 먹으면, 콜레도르도 당신처럼 그것을 먹게 돼요.

모든 게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이 나무 열매로 콜레도르와 불가분의 관계가 될 거예요. 제가 이 열매를 이용해 그녀를 견제하면 더 이상 마음대로 적조를 제어하지 못하게 될 거예요.

이건 반이중합 탑과 연결되어 있어서 시간 역행을 해도 변하지 않아요. 좋든 나쁘든 그 영향은 남게 되죠. 그녀가 직접 지우기 전까지는 죽음조차도 되돌릴 수 없어요. 마치 데이터 복구처럼요.

하지만 이 나무 열매를 먹으면... 반드시 죽게 돼요. 이합 생물을 삼키는 결과를 견딜 수 있는 인간은 없으니까요.

지휘관님!

루시아가 급히 달려갔지만, 끝내 지휘관이 그 상자를 받아 드는 걸 막지 못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왜 그녀는 지휘관님 곁에 없었던 거지?!

환영이 순식간에 사라지자, 루시아는 빠르게 달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반드시 이 "이야기"의 결말을 확인해야만 했다.

여섯 번째 거리.

미안해요. 정말... 미안해요.!!

정체불명의 긴 바늘이 지휘관의 심장을 꿰뚫었다.

콜레도르... 이 정도면 됐잖아!

지휘관님...!!!

루시아는 이 모든 것이 환영이라는 사실조차 잊은 채, 장검을 뽑아 들고 앞으로 달려 나갔다.

하지만 지휘관이 그 나무 열매를 삼키고...

눈앞의 적조를 향해 뛰어내리는 모습만이 보였다.

루시아

지휘관님...

힘이 빠진 루시아는 그대로 주저앉아 버렸고, 의식의 바다는 하얗게 비워졌다.

그녀는 기체 변경할 때 느꼈던 슬픔과 고통의 근원을 알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이곳에서 수없이...

그녀의 지휘관을 잃었던 것이다.

깊은 슬픔이 가라앉은 후, 루시아는 장검에 의지해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이건... 전부 환영일 뿐이야.

루시아는 중얼거리며, 눈동자에 붉은 기운이 스며들었다.

일곱 번째 거리.

발끝을 살짝 들었다가 내리며 모퉁이를 돌자, 주변 풍경이 순식간에 변해버렸다.

붉은 나비가 우아하게 엘리베이터 사각지대에 내려앉았다.

물러나세요!

어둡고 낯선 층에 적조가 밀려들었고, 통로는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다.

엘리베이터 옆에 있던 구조체가 닫힘 버튼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적조가 밀려오기 직전 겨우 문이 닫혔다.

바로 다음 순간, 엘리베이터는 조수에 휩쓸려 흔들리기 시작했다.

곧 지상에 도착할 거예요. 우선 여기를 벗어나시죠. 암호도 얻었으니, 나머지는 안전한 곳에서 의논하시면 될 것 같아요.

엘리베이터 안의 "루시아"가 옆의 지휘관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쾅!

갑자기 엘리베이터 아래에서 거대한 충격음이 울려 퍼지더니, 문에서 날카로운 금속 찢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합 생물이에요. 놈들이 엘리베이터 아래에서 공격을 시작했어요.

지휘관님, 위로 가시죠.

안 돼, 가면 안 돼요...

그녀는 이미 적조 속의 밀려오는 악의를 보았다.

지휘관님, 먼저 올라가세요. 이 적들은 제가 막아낼게요.

올라가면 안 돼요...

이합 생물들이 수없이 나타났고, 엘리베이터의 적조는 이미 다리까지 차올랐다. 그 속에 잠긴 인간에게 다가올 운명은 오직 부패와 죽음뿐이었다.

지휘관님...

절망에 빠진 루시아는 앞으로 달려갔지만, 인간이 위로 올라가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안녕하세요. 그레이 레이븐의 지휘관님.

적조 안에 있었어요. 루시아가 어떻게 적조로 만들어진 저를 그 속에서 찾을 수 있겠어요?

...

극도의 분노 상태에서는 발성 모듈이 소리를 낼 수 없게 되었다.

루시아는 인간의 육체가 적조에 의해 해체되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곧 승리의 서광이 보이는 그 순간에...

콜레도르!!!

엘리베이터에서 싸우고 있던 그 "루시아"도 분노에 찬 외침을 들은 듯했다. 그녀는 서서히 동작을 멈추며 위에서 쏟아지는 붉은 기운을 바라보았다.

그것이 무엇인지 "그녀"는 알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엘리베이터 안의 거울 회랑처럼, 피로 물든 이 연옥을 비추고 있었다. "그녀"와 지휘관은 이런 죽음의 순환 속에서 얼마나 반복해 왔던 것일까?

그들은... 사별을 얼마나 반복해 왔던 것일까?

안 돼요! 포기하지 마세요!

루시아는 적조와 피로 가득한 엘리베이터 안으로 몸을 날렸다.

어떤 일이 있어도...

그녀는 마치 회랑 속에 서 있는 그 "루시아"의 모습과 하나가 된 것 같았다.

절대로...

루시아

포기하지 마세요!

빛 무늬 태도가 그어낸 예리한 칼 빛이 불꽃을 튀길 것만 같았다.

칼날을 비스듬히 치켜들자, 적조가 칼등을 따라 흘러내렸고, 하얀 안개가 점차 물러갔다. 주변의 모든 풍경이 그녀의 공격에 서서히 사라져갔다.

여덟 번째 거리.

하얀 안개가 조금 걷히자, 루시아는 칼을 역수로 잡고 앞으로 달려나갔다.

칼 빛이 공간을 찢고 하얀 안개를 갈랐다.

루시아는 더 이상 멈추지 않고 모든 환영을 베어냈다.

이중합 탑에 들어선 본·네거트를 베어내고, 적조 속에서 되살아난 콜레도르를 갈라냈다.

칼날이 이합 생물의 가슴을 꿰뚫자, 콜레도르의 계략이 들려왔다. 그리고 본·네거트의 목을 베어내는 순간, 대행자와 니모가 대화하는 장면이 눈앞에 펼쳐졌다.

안개가 모였다가 흩어지며, 루시아는 이 공간 속에서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갔다.

며칠이 지났는지... 몇 달... 또는 몇 년이 지났는지 알 수 없었다.

Ω 코어가 제공하는 동력은 여전히 루시아의 기체를 지탱하고 있었지만, 그녀의 의식의 바다는 이미 피로에 지쳐 하얗게 텅 비어 있었다.

지휘관님...

방금 공격으로 갈라진 하얀 안개 틈 사이로, 시야 끝에 낯익은 그림자가 희미하게 드러났다.

지휘관님?

그것은 그레이 레이븐 지휘관의 뒷모습이었다.

금빛이 안개 속에 흩뿌려지며, 마치 희망으로 이어지는 길을 만들어내는 듯했다.

루시아는 빛 무늬 태도를 움켜쥐고 빠르게 뒤쫓았다.

아홉 번째 거리.

야윈 달이 이 세계를 차갑게 내려다보고 있었다.

루시아는 조심스레 발을 내디디며, 익숙한 환상이 주는 어지러움을 기다렸다.

익숙한 그림자는 전보다 훨씬 수척해 보였고, 그녀는 한...

비석 앞에 서 있었다.

지휘관님!

루시아는 태도를 꽉 쥐고 앞으로 달려갔다.

하얀 안개가 연기처럼 사라졌다.

주변은 황량한 폐허였고, 그레이 레이븐 소대가 처치한 침식체들이 도로 건너편에 산처럼 쌓여있었다.

루시아가 수많은 공간을 거쳐 쫓아왔던 지휘관은 지금 그녀 곁에 멀쩡히 서 있었다. 그리고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지휘관님...

루시아는 무의식적으로 지휘관을 자기 쪽으로 끌어당겨, 지휘관의 방호복을 꼼꼼히 확인했다.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

그는 그레이 레이븐의 지휘관, 그녀의 지휘관이었다. 부상도 입지 않았고, 이합 생물의 "나무 열매"를 삼키지도 않았다. 또한, 콜레도르에게 살해당해 적조 속으로 녹아들지도 않았다.

지휘관이 안전하다는 것을 재차 확인한 뒤에야, 혼란스러웠던 루시아의 의식의 바다가 조금씩 진정되었다.

저...

루시아는 문득 "환상"으로 들어갔던 시간이 실상 단 한순간에 불과했다는 걸 깨달았다.

갈림길도, 하얀 안개도, 환상도 없었다. 단 한 걸음만 내디뎠을 뿐인데, 그녀는 마치 무한한 시간을 보낸 것처럼 느껴졌다.

입을 연 루시아는 질문에 답하려 했지만, 어디서부터 말을 시작해야 할지 몰라 결국 말을 잃고 말았다.

퍼니싱에서 읽어 들인 "환상" 속에서, 그녀는 휴면 상태의 "꿈"에서 나온 수많은 파편들을 보았다.

전투 중인 서염 기체, 붉은 나선탑, 하얀 안개로 가득한 공간...

조각난 악몽의 파편들이 점차 더 완전한 형태로 이어졌다. 그러나 이것을 입 밖으로 꺼내면, 정말로 현실이 될까 두려운 루시아는 끝내 말을 참았다.

죄송해요, 지휘관님. 그냥... 지휘관님과 함께 싸운 지 너무 오래돼서요.

이런 느낌이 너무 그리웠어요. 그래서 조금 긴장됐나 봐요.

그녀는 거짓말을 했다.

그녀는 지휘관이 자신과 함께 이 순환하는 죽음의 고통을 짊어지길 원하지 않았다.

만약 악몽이 정말 현실이 된다면, 그녀는 모든 재난을 혼자 감당하기를 바랐다.

루시아는 지휘관이 무사히 임무를 완료하고 공중 정원으로 돌아가기를, 더 나아가 무사히 <M>그</M><W>그녀</W>의 미래로 나아가기를 바랐다.

설령 그 미래에 자신이 존재하지 않더라도, 그건 그녀의 진심이었다.

루시아는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지휘관은 루시아가 긴장하고 있음을 바로 눈치챘다. 그녀는 일부러 화제를 돌려 지휘관이 괜찮다는 걸 거듭 확인한 다음, 리에게 간이 퍼니싱 필터를 설치해 준다는 핑계로 자리를 떠났다.

루시아는 무엇을 "읽었"을까?

과거에 경험했던 "기시감" 같은 장면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러나 그 어떤 장면도 지금의 상황과 정확히 맞아떨어지지 않았다.

1호 영점 에너지 원자로가 있는 도시에 들어설 때까지도 특별히 이상한 장면은 "보이지" 않았다.

루시아는 무엇을 보았을까...?

그렇게 생각에 잠겨 있을 때, 리브가 지휘관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지휘관님, 공중 정원이 남긴 설계도를 참고해 1호 영점 에너지 원자로의 위치를 찾아냈어요.

저쪽... 폐허가 된 "도서관" 아래에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