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메인 스토리 / 36 꿈의 귀로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

36-11 터무니없는 가설

>

광풍이 울부짖었다.

꿈속의 안개가 매서운 바람에 흩어지고, 붉은 나선탑이 시야 끝에서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그건... 뭐야?

의식의 바다 깊은 곳의 통증을 견디며, 루시아는 비틀거리면서 앞으로 걸어갔다.

시야 끝에 소란스러운 군중이 나타났다. 환호성과 웅성거림 속에서, 모두가 탑 안으로 들어서는 그 그림자를 지켜보고 있었다.

안 돼...

루시아의 동공이 순간 수축되었고, 정체 모를 공포가 그녀의 가슴을 서서히 조여왔다.

지휘관님... 들어가지 마세요... 위험해요!

떠들썩한 군중은 그들의 영웅이 다시 돌아오기를 고대하고 있었다.

뒤틀린 균열은 칠흑의 심연과도 같은 입을 벌려, 먹잇감을 기다리고 있었다.

안 돼, 안 돼!!

으아!!!

이마에 식은땀이 맺히며 루시아는 실험 캡슐에서 갑자기 일어났다.

붉은색... 탑을 봤어요.

루시아는 인간의 손을 꽉 잡았다.

그리고... 많은 장면들을 봤어요.

그것은 모두 그녀가 처음 보는 장면들이었다.

루시아는 붉은색 탑이나 보라색 구형의 숲을 본 적도 없었고, "정화 구역"이란 말도 처음 들어봤다.

꿈에서 본 광경들은 마치 부식된 암석층처럼 바람이 불자 바로 모래가 되어 흩어졌다.

나머지는... 기억나지 않네요.

또 "탑"이었다.

초각이든 서염이든, 모두 기체 적합 과정에서 "탑"을 마주했다.

만약 이 "탑"이 도미니카가 언급한 "이중합 탑"이라면, 왜 초각과 서염만이 적합 과정에서 그것을 보게 된 걸까?

마음속 의문을 잠시 접어둔 채, 뒤쪽 실험실로 향한 지휘관은 아시모프에게 서염 기체의 상태를 물었다.

응. 이번 기체 변경으로 인한 의식의 바다 파동도 정상 범위 내야.

뭐가 걱정되는 거야?

아시모프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만약 그 "터무니없는 가설"이 실제로 일어난 일이라면...

이 두 기체 모두 이중합 탑과 어느 정도 연관되어 있었을 가능성이 있어.

아시모프는 자신의 단말기를 열어, "이중합 탑"에 관한 암호화 파일을 불러왔다.

초각 기체의 특수성은 그의 극도로 높은 연산 능력에 있어. 최대 연산 상태에서 그 기체는 시간과 차원까지도 초월할 수 있지.

만약 "터무니없는 가설"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초각 기체가 최대 능력으로 연산 중 우연히 정보의 파편을 포착했을지도 몰라. 그 파편은 과거에서 온 것일 수도, 아니면 미래에서 온 것일 수도 있어.

우린 퍼니싱의 "능력"을 제대로 이해한 적도, 퍼니싱이 어떻게 정보를 보존하는지 알아본 적도 없으니...

맞아.

몸을 돌린 아시모프는 두 서염 기체의 데이터를 간단히 대조한 뒤 계속 말을 이었다.

"서염" 기체의 경우, 동력원은 개량된 "Ω 코어"이고,

저장 장치는 그 ""이야. 우린 이중합 조각의 기술과 개량된 Ω 무기를 이용해 이 코어를 만들어냈어.

이 코어 덕분에 서염 기체는 퍼니싱을 에너지원으로 삼아, 승격자처럼 휴면 없이 계속 작동할 수 있게 되었어.

그래서 이 기체는 퍼니싱 환경에서 테스트를 거쳤다고 볼 수 있지. 내가 봤을 때 이번에 정식으로 기체를 변경하면서...

응. 하지만 퍼니싱이 담고 있는 이 "정보"가 과거의 것인지 미래의 것인지는 시간이 지나 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네.

보고서 출력이 완료되자 아시모프가 종이 문서를 건넸다.

기능이 너무 많고 처음 사용하는 기초 기능도 많아서, 안정성 확보를 위해 3개월 이상의 안정화 기간을 신청했어.

일종의 보험이라고 할 수 있지.

안정화 기간에 조금이라도 이상 징후가 보이면 즉시 내게 연락해.

기체 보고서를 접어 넣고 실험실 문을 열자, 서염 기체로 변경을 마친 루시아가 이미 문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지휘관님...

루시아는 여전히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지휘관을 보자마자 그녀는 곧바로 지휘관의 팔을 꽉 붙잡았다.

네, 알아요. 전 그냥...

분명 안전한 공중 정원에 있는데도, 루시아는 어딘가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듯한 불안감에 휩싸이고 있다.

...

루시아는 아무 말 없이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녀의 손은 여전히 인간 지휘관의 팔을 단단히 붙들고 있었다.

그레이 레이븐 휴게실

그레이 레이븐 휴게실.

드물게 임무가 없는 날이라, 리와 리브 모두 휴게실에 있었다. 리브는 부유 캐논 정비 중이었고, 리는 지휘관의 권총을 닦고 있었다.

아, 지휘관님, 루시아. 돌아오셨네요...

루시아, 괜찮아요? 기체 변경 과정에 무슨 문제라도 있었나요?

루시아의 안색이 좋지 않은 것을 눈치챈 리브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다가왔다. 곧이어 상황을 파악한 리도 권총을 내려놓고 이쪽으로 향했다.

문을 닫고 리에게 손짓하자, 리는 곧바로 지휘관의 의도를 알아채고 방의 안정성과 정보 유출 가능성에 대해 점검하기 시작했다. 이상이 없음을 확인한 뒤, 넷은 진지한 표정으로 둘러앉았다.

...

지휘관이 아시모프의 추측을 전달하자 리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만약 아시모프 님의 추측이 맞다면...

리는 눈썹을 찌푸리며 무언가를 떠올리기 시작했다.

저도 기체를 변경한 뒤 지상 임무 중 기체를 최고속으로 가동하다가, 의식의 바다가 과부하되면서 그 "탑"을 봤어요.

그때... 다른 정보도 받아들인 것 같은데, 그 정보들은 의식의 바다 깊숙이 묻혔어요. 몇 번이나 찾아보려 했지만,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어요.

중도 재난 지역, 이 번호는... 이중합 탑은... 거기에 없어야 해.

죽음의 국면은 바뀌었어. 그러니 여기를 떠나.

그 후, 지휘관님과 연결했을 때 그 장면을 재현해 보려 했지만, 아마도 연산 능력 제한 때문인지 성공하지 못했어요.

그래서, 이 "탑"은 도대체 뭐죠?

이중합 탑, 초대장, 열쇠...

기이하고 난해한 단어가 셋의 의식의 바다를 스쳐 지나갔다.

아시모프 님의 추측이 맞을 것 같아요.

그 추측이 터무니없고 절망적으로 들리긴 하지만...

만약 정말로 누군가가 그런 일을 해낼 수 있다면, 지금까지 수많은 기적을 만들어내며 저 언덕에 도달한 이 인간밖에 없을 것이다.

비록 정말로 끝까지 나아간다면, 지휘관이 어떤 시련과 고통을 겪게 될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지만, 리는 그렇게 믿고 있었다.

...

루시아는 열 손가락을 맞잡았고, 너무나 세게 쥐어 인조 피부에 자국이 남을 정도였다.

짧은 기억은 기체가 변경되면서 사라졌지만, 그녀는 뼈에 새겨진 듯한 비통함만을 기억하고 있었다.

도대체 무엇이... 그녀를 그토록 슬프게 만든 것일까? 루시아는 깊이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카퍼필드 해양 박물관 이후로, 눈에 보였던 "기시감"은 그 흐릿한 시야 속에만 존재했다.

왜인지는 모르지만 카오스라는 소녀는 다시 나타나지 않았고, 그 희미하게 떠오르던 장면들도 더 이상 "검증"되지 않았다.

붉은 탑이든, 구형의 숲이든...

지휘관님...

리브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따뜻한 차를 건넸다.

네, 알고 있어요.

인조 피부에 미세한 상처가 남았지만, 루시아는 순환액을 닦아내며 인간이 이상함을 알아채지 못하게 했다.

반드시 그럴 거다.

어떤 일이 일어나든 그녀는 반드시 지휘관을 지켜낼 것이다.

1호 원자로

1호 원자로.

이곳은 원래 풍요로운 도시였다. "최초의 영점 에너지 원자로"의 명성 덕분에 과학 연구원들을 위한 각종 시설이 주변에 우후죽순 들어섰다.

2160년 12월 20일, 가동된 영점 에너지 원자로에서 퍼니싱이 분출되면서 이곳은 지상에서 퍼니싱 농도가 가장 높은 지역 중 하나가 되었다.

콜레도르가 이곳을 방문했었지만, 그녀가 기대했던 "이야기"는 찾지 못했다.

콜레도르가 떠난 이후, 이합 생물의 출현으로 잠시나마 생기를 되찾았던 도서관은 다시 황폐해지고 말았다.

부츠에 밟혀 부러진 풀줄기에서 비명과도 같은 소리가 들려왔고, 칠흑의 대행자가 그의 "귀환 티켓"을 들고 이곳에 나타났다.

그때... 도미니카가 바로 여기서 사라진 건가요?

의식의 바다 깊은 곳에서 울리는 목소리가 이렇게 물었다.

네. 1호 영점 에너지 원자로가 저 도서관 근처에 있어요.

퍼니싱이 폭발한 후, 도미니카는 1호 영점 에너지 원자로를 멈추기 위해 팀을 이끌고 나섰어요. 아무도 돌아오지 못했지만, 원자로는 분명 내부에서 멈춰졌어요.

대행자는 멀리 있는 황폐한 도서관을 무표정하게 바라보았다.

도서관이 이렇게 폐허가 됐는데... 1호 영점 에너지 원자로가 아직 작동될 수 있을까요?

문제 없을 거예요. 황금시대의 창조물인데, 몇십 년의 풍파에 무너질 리가 없죠.

그는 앞으로 걸음을 옮기며 도서관을 지나 대로와 골목을 통과했다.

대부분의 지상 건물이 파괴된 건 당시 퍼니싱에 침식된 기계체와 구조체 때문이에요. 영점 에너지 원자로는 보통 지하에 건설되어 있으니...

이곳에 아무도 오지 않았다면, 기본 설비는 분명 아직도 작동할 수 있을 거예요.

그는 병원과 다리, 그리고 이미 텅 비어버린 쓰레기통 몇 개를 지나쳤다.

바로 여기에요.

그는 노면의 낡은 안내판을 따라 중앙 전력 시설을 발견했다. 이곳을 떠난 사람은 분명 도시 전체의 전원을 차단하는 것을 잊지 않았던 모양이다.

됐어요.

본·네거트에게 있어 단말기를 해킹해서 도시의 전력 공급을 복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마지막 문자가 입력되자, 도시 전체가 갑자기 잠에서 깨어난 듯 환하게 빛났다.

곧이어 전원이 회복된 기계는 모두 순식간에 고농도 퍼니싱에 침식되고 말았다.

붉은 경고등을 깜빡이는 수많은 기계들이 거리에서 이리저리 배회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마치 심야 순찰을 도는 요괴처럼 차가운 폐허 속에서 소란을 일으켰다.

꽤 시끌벅적하군요.

침식체 무리와 자연스레 뒤섞인 대행자는 이번 여정의 최종 목적지를 향해 유유히 나아갔다.

이게 정말 가능할까요?

니모는 여전히 걱정스러워했다.

확신할 순 없지만, 지금 우리가 시도해 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에요.

우린 반드시 0호 대행자의 자리를 이어받을 존재를 찾아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0호 대행자가 아무도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지구에 강림한다면... 이 세계 역시 오염에 침식되고 말 거예요.

트라우트의 무거운 목소리에 니모는 입을 열지 못했다.

게다가... 탑은 반드시 강림할 거예요.

니모는 퍼니싱이 폭발할 때 컨스텔레이션의 이중합 탑 틈새를 통해 이곳에 온 것이었다. 만약 탑이 완전히 사라졌다면, 니모 역시 함께 사라졌을 것이다.

니모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건, 아마도...

당신이 이 세계에 온 것도 당시 1호 영점 에너지 원자로 점화로 발생한 퍼니싱 폭발이 계기였죠.

그럼, 1호 영점 에너지 원자로가 재가동되면, 탑이 다시 이곳에 강림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트라우트는 침착한 표정을 유지한 채, 비틀거리며 달려드는 침식체를 가볍게 막아냈다.

그럼, 탑이 강림하지 않은 이유는 아직 모르는 건가요?

그건 그레이 레이븐 지휘관 때문이에요.

확실한가요?

아니요. 하지만 분명 그녀 때문일 거예요.

여기 오기 전에 루나를 만났는데, 루나는 이 일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더라고요.

그리고 다른 대행자는 "지구를 구하는 것"에 관심이 없을 거예요. 그녀가 원하는 건 그게 아니니까요.

그녀는 "규칙"이 깨지는 것을 원했고, 정해진 방향으로 발전하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

이전에 전달된 정보를 보면, "콜레도르"가 매우 중요한 인물인 것 같았지만, 지금은...

적조의 의지를 담은 이합 생물에 불과해요.

대행자가 보기에 이런 콜레도르는 그가 당시 배양한 이합 인간형 쌍둥이와 다를 바가 없었다.

...

여러 정황으로 봤을 때, "용의자"는 분명 그들의 행동을 계속 방해하는 그레이 레이븐 지휘관밖에 없었다.

어찌 됐든, 탑을 남의 손에 넘겨서는 안 됩니다. 특히 인간의 손에는 절대로 안 돼요.

마치 니모와 대화하는 것 같으면서도 자신에게 다짐하는 듯한 대행자의 목소리는 매우 작았고, 그 자신만이 들을 수 있을 정도였다.

이렇게 해야만 이 길고 긴 여정을 끝낼 수 있어요.

이 혼란스러우면서도 긴 꿈속에서, 대행자는 너무나 오랫동안 반복해 왔다.

그는 하나의 혼란스러운 집합체가 되었고, 가면이 부여한 새로운 신분을 가지게 되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 신분들은 살과 피가 되어 그의 의식 깊숙이 스며들었다.

본·네거트.

혼란한 상황이 터진 후, 대행자는 다시 의식 속의 잡음을 제거하려 애썼지만, 그 과정에서 그의 의식의 바다마저 손상되고 말았다.

바로 그때, 그는 적조의 기원이 카오스 오염과 비슷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문득 발견했다.

아직 모든 게 끝나지 않았다. 이중합 탑을 완전히 장악해야만 그의 목적을 이룰 수 있었다.

공원을 지나 부서진 학교를 돌아가며 대행자는 천천히 자신의 계획을 되뇌었다.

퍼니싱은 당신 시간의 "카오스 오염"만큼 심각하진 않지만, 농도가 극한의 임계치에 도달하면, 오염된 밈, 즉 "0호 대행자"가 이끌려 올 가능성이 있어요.

대행자가 아직 "탑" 속의 자신과 연락이 닿았을 당시, 상대방이 이런 추측을 전달했었다.

계속 적조를 배양하면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지 않나요?

그렇긴 하죠. 하지만...

그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고 재미없지 않나요?

가면 아래 얼굴을 감춘 그는 킬고어 트라우트다운 미소를 지었다.

그레이 레이븐 소대 일행은 중도 재난 지역의 경계에 서 있었고, 그들은 배웅하러 나온 이는 아시모프뿐이었다.

이번 임무는 1호 영점 에너지 원자로 내부로 깊숙이 들어가 보는 것이었다.

중도 재난 지역에 잘못 들어간 집행 소대가 소식을 전해온 바 있다. 그들은 1호 영점 에너지 원자로 주변 도시의 전원 공급이 회복된 것을 목격했다고 한다.

1호 영점 에너지 원자로는 퍼니싱 농도가 가장 높은 구역 중 하나로, 현재로서는 그레이 레이븐 소대만이 이런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난 들어가기도 전에 공중 정원 사람들한테 과학 이사회로 끌려갈 거야.

아시모프는 옆에 있는 상자에서 단말기 크기의 케이스를 꺼냈다.

이걸 빼먹었어.

"열쇠"야.

루시아가 서염 기체로 변경되기 한참 전에, 지휘관은 리브와 함께 우주 도시에 가서 인간과 기계체 사이의 분쟁을 해결한 바가 있었다.

임무를 마치고 떠나려 할 때, "기계 교회"라 자칭하는 세르반테스가 이 케이스를 지휘관에게 건넸다.

"열쇠", "초대장"을 활성화할 새로운 "열쇠"입니다.

이것도 선현님께서 남기신 메시지입니다.

선현님께서는 이 "열쇠"가 어떤 이유로 만들어진 복제본일 뿐이라고 하셨습니다. 사용은 가능하지만, 여전히 일정한 제한이 있다고 하셨죠.

선현님께서 개조하실 때, 특별히 범용 단말기에 연결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를 추가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원 디자인을 더 선호하시는 것 같지만, 인간이 사용하기 편리하도록 네빌의 수정을 허락하셨습니다.

공중 정원으로 돌아온 후 지휘관은 이 "열쇠"를 아시모프에게 맡겼는데... 그것을...

챙겨가.

아시모프는 이의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 열쇠를 지휘관의 손에 쥐여주었다.

탑이 사라진 상황에서, "초대장"과 "열쇠"가 있다 한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쓸모가 있을지도 몰라.

난 아무것도 몰라.

...

내가 알고 있는 건... 본·네거트가 1호 원자로 근처에 있을 수 있다는 거밖에 없어.

아시모프는 이 말을 던지고는 작별 인사도 없이 수송기로 돌아갔다.

수송기가 흔들리며 이륙하자, 강한 바람이 온 땅에 모래를 휘날렸다.

아시모프에게 통신으로 더 묻는 것을 포기하고 돌아서자, 그레이 레이븐의 나머지 세 명은 전투 준비를 하고 있었다.

지휘관님, 중도 재난 지역은 매우 위험해요. 들어가시고 나서 반드시 제 곁에 붙어계셔야 해요.

루시아는 칼자루를 단단히 쥐고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정말 오랜만에 다 같이 임무 나오네요.

물자 점검을 마친 리브가 지휘관 쪽으로 다가왔다.

물자 점검 완료했습니다. 지휘관님.

근처에 다른 이상은 없으며, 안전 구역의 신형 여과탑도 정상 가동 중입니다. 위험은 대부분 중도 재난 지역 안에 집중되어 있을 겁니다.

중도 재난 지역에 들어가면 반드시 조심하셔야 해요.

주변 상황 점검을 마친 리는 저격총의 조준경을 거두었다.

황혼의 빛이 불꽃처럼 들판을 물들였고, 집결한 그레이 레이븐 소대는 중도 재난 지역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