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메인 스토리 / 36 꿈의 귀로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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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10 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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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을 둘러싼 적조가 조금씩 말라갔다.

넘쳐나던 침식체와 이합 생물의 광기 어린 파도가 잠시 멈추고, 하늘을 가린 먹구름 사이로 틈이 벌어졌다.

잠시나마 숨을 돌릴 수 있게 된 이들은 마침내 적조에 잠겨 있는 소녀에게 신경 쓸 여유가 생겼다.

루나...

셀레네가 이합 생물을 조종해 나타났을 때, 롤랑이 기적적으로... 아니. 그레이 레이븐 소대 넷을 "끌어" 왔다.

그레이 레이븐의 구조체들은 전투에 참여하지 않고, 루나와 마인드 연결한 지휘관 곁을 지켰을 뿐이었다. 하지만, [player name]이(가) 루나의 의식의 바다를 안정시켜 준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상황이 어때?

셀레네는 수많은 침식체와 이합 생물로 다른 이들의 발걸음을 막은 뒤, 자신은 루나가 잠겨 있는 "적조" 쪽으로 직행했다.

다른 전장에서 루나는 셀레네의 의식을 무너뜨리고 대행자 권한을 되찾았다. 하지만, 동시에 그녀의 의식도 퍼니싱에 의해 산산조각 났다.

다행히 지휘관이 계속 루나와 의식 연결을 유지하고 있었기에, 표식만 안정적이라면 그녀는 반드시 끝없는 미로에서 모든 의식의 파편을 찾아 빠져나갈 수 있을 것이었다.

인간 지휘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포악한 적조가 하늘을 향해 치솟으며 거대한 파도로 변했다.

지휘관님!

그레이 레이븐 셋이 중앙에 있는 인간 지휘관을 조심스럽게 보호했지만, 적조는 그들의 경계선을 넘지 않았다.

적조에 휩싸인 소녀는 두 눈을 굳게 감은 채 붉은 가시 한가운데서 떠다녔다.

혼탁한 달빛이 먹구름 틈새로 새어 나오면서 순식간에 산림 전체를 잠식했다.

루나가 승리했다.

얼마나 많이 추락했든 간에, 세계에는 단 하나의 달만 있을 뿐이다.

적조의 소리와 바스락거리는 숲이 동시에 조용해졌다. 그리고 루나가 천천히 눈을 떴다.

...

새롭게 태어난 루나는 하늘의 달빛을 바라보며 아직도 그 끝없는 지옥에 잠겨 있는 듯했다.

승격 네트워크의 의지는 죽은 자들의 정보이자, 비슷한 소망과 감정으로 형성된 집단이지. 그리고 승격 네트워크는 이런 정보들을 이용해 이러한 정보에 맞는 대행자를 선별해.

증오를 품고 태어난 루나는 "증오"를 대표하는 정보만을 다룰 수 있었어. 그래서 말인데...

루나는 조용히 하늘을 보며 달빛이 그녀의 눈동자에 머물게 했다. 그리고 한참이 지나서야 천천히 입을 열었다.

지금 난... 어떤 의지의 편에도 서 있지 않아. 내 신념과 감정은 온전히 내 것이야.

난 그냥 구체적인 미래를 기대하고 있을 뿐이야. 이런 "소망"으로 나를 따르고자 하는 목소리들을 모으고 있어.

대행자의 권한을 되찾은 루나는 무성하게 자란 퍼니싱 지오드를 쓰다듬었다.

어쨌든 이번엔 고마웠어. [player name].

그래. 서로 원하는 걸 얻은 거지.

롤랑이 그레이 레이븐 지휘관의 약속 조건을 전달했다. 중도 재난 지역의 퍼니싱 농도를 유지하고 적조의 범람을 막아달라는 것이었다.

공중 정원의 새로운 여과탑은 이미 안전 구역 수준의 환경을 만들 수 있긴 했다. 하지만, 적조가 대규모로 침입한다면 여전히 적지 않은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당연히 낯선 콜레도르와 비교한다면 루나와 협력하는 것이 더 편리한 방법이었다.

그리고 그 약속도 있잖아?

루나는 목에 손끝을 대며 살짝 미소 지었다.

계약은 지킬게.

짧은 만남은 공중 정원 수송기의 굉음으로 중단되었다.

보아하니 너희 "지원군"이 도착하려나 보군.

승격자들이 조용히 물러났다. 루나의 등에 달린 한쪽 날개가 천천히 펼쳐졌다.

이번 협력이 너에게 문제가 되지 않길 바라. 그리고 다음 만남을 기대하지.

갑작스러운 폭음과 함께 강풍이 불었다.

지휘관이 다시 눈을 떴을 때 시든 적조와 흙 속에 잠긴 달빛만이 남아 있었다.

메마른 황무지에 별빛이 내려앉았다.

공중에 떠 있는 루나는 의식의 바다를 주시하며 적조에서 얻은 힘을 정리하고 있었다.

적조 속 소리는 무질서했다. 루나는 타인의 인생을 읽는 것처럼 복잡하게 얽힌 화면들 속에서 과거를 살펴보았다.

어떤 화면은 너무나 완벽했고, 어떤 화면은 너무나 파편화되어 있었다.

그리고 어떤 화면은... 그녀가 경험해 보지 못한 "이야기"인 것 같았다.

한쪽 날개를 가진 소녀는 공중에 차분히 떠서 따스한 빛을 간직한 전화 부스를 내려다보았다.

또 다른 "그녀"가 그곳에서 아무도 받지 않을 그 번호를 누르고 있었다.

...

루나는 확신할 수 있었다. 이것은 자신이 한 적 없는 일이라는 것을.

지금의 그녀에겐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어떤 수단도, 경로도 없었다.

이 화면을 마음에 새긴 그녀는 다른 정보들을 살펴보았다.

보여서는 안 될 무언가를 건드린 듯, 하얀 안개가 의식의 바다 한구석을 감싼 채 어떤 화면들을 필사적으로 숨기고 있었다.

루나는 의식의 바닷속 찌르는 고통을 무시한 채 하얀 안개를 걷어냈다. 그러자 그 영역에서 흐릿한 화면이 갑자기 튀어나왔다.

이건...

하늘을 찌를 듯한 붉은색의 탑, 낯선 정보로 가득 찬 기이한 적조 그리고...

그들의 죽음이었다.

루나

...

의식의 바닷속 흔적을 지워낸 루나는 희미한 달빛 속에서 눈을 떴다.

괜찮아?

루나가 깨어나자, 알파가 물었다.

괜찮아. 정보 속 쓸데없는 부분은 이미 제거했어. 이제 이 적조의 힘을 정리할 수 있을 거야.

뭘 본 거야?

루나를 잘 아는 알파가 그녀의 표정이 평소와 다르다는 것을 눈치챘다.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모든 게 흐릿했어.

루나는 살짝 고개를 들어 멀리 내다보았다.

그곳에는 원래 하늘을 꿰뚫는 나선탑이 있어야 했다.

어쩌면 뭔가가 바뀌었을지도 모르지만...

상관없어.

그녀들의 대화 소리를 들은 롤랑과 라미아도 가까운 곳에서 다가왔다.

루나

모든 것을 바꿔야 한다 해도,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게 할 거야.

루나는 그것이 자신의 목숨을 대가로 치르더라도 일어나지 않게 하겠다고 생각했다.

금빛 광채가 고요한 황무지에 점점이 내려앉았다.

라미아

무, 무슨 일 있었어?

루나

아무것도 아니야. 이제 가자.

승격자들은 쏟아지는 달빛을 밟으며, 이 새로운 세계에서 그들만의 미래를 찾아 나섰다.

...

녹색 후드를 쓴 소녀가 깊은 숲속에서 멍하니 기다리고 있었다.

...

이합 생물 하나가 콜레도르의 발치를 빠르게 스쳐 지나가려 했다. 그러자 날카로운 눈을 가진 콜레도르가 이합 생물을 잡아채고는 품에 안은 뒤, 화풀이를 하듯 두어 번 쓰다듬었다.

이상해.

콜레도르는 적조 속의 힘을 누군가가 강제로 빼앗아 갔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누구일까?

하지만 콜레도르의 힘은 그 근원을 추적할 만큼 강하지 않았다.

왜 자꾸... 일이 이렇게 되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지?

눈썹을 찌푸린 콜레도르는 자신의 "생각"을 더듬어보았다.

누군가가 날 찾아올 것 같은데...

그런데 왜... 아무도 오지 않는 거지?

대체 왜...

대체 누가 내 "시나리오"를 훔쳐 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