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구역에서 멀리 떨어진 곳, 본·네거트가 부화한 카오스를 데리고 이중합 탑의 흔적을 찾고 있었다.
카오스가 태어난 후, 칠흑의 대행자는 농부가 놓친 감자를 흙 속에서 찾는 아이처럼, 지구 깊숙한 곳에 "숨겨진" 이중합 탑을 집착적으로 찾아 헤매고 있었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본·네거트는 찾아내지 못했다.
선생님, 말씀하신 곳은 전부 다 찾아봤습니다.
카퍼필드 해양 박물관 지하 3층은... 비앙카라는 구조체가 완전히 파괴해 버렸습니다.
해양관 근처 작은 섬의 퍼니싱은 비앙카와 그레이 레이븐 지휘관이 떠난 후 그 흔적이 거의 완전히 사라진 상태입니다. 그리고 선생님께서 센을 배양하기 위해 남겨준 적조도 모두 증발했습니다.
풀리아 삼림 공원 유적은 완전한 폐허가 된 상태로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선생님, 정말 아무것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겨울 요새에서도 퍼니싱이 모이는 징후는 전혀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본·네거트는 평온한 표정으로 먼 곳을 바라보았다.
적조 쪽은? 이합 생물 상황에 진전이 있나?
본·네거트는 이합 생물이 계속 "진화"할 수 있다면, "이중합 탑 소환"의 역할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없습니다. 선생님.
이합 생물의 진화가 일시적으로 멈췄습니다. 저보다 더 높은 존재가 그들의 성장을 통제하고 있습니다. "콜레도르"라는 소녀인 것 같습니다.
콜레도르라는 소녀는 본·네거트가 예전에 기록해 둔 상태와 달랐다. 외모에는 차이가 없었지만 힘은 기록보다 더 약해져 있었다.
세계의 변동이 점점 커지고 있는데, 이는 좋은 소식이라 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이중합 탑이 강림하지 않은 원인은 대체 어디에 있는 것일까?
카퍼필드 해양 박물관 사건 이후, 본·네거트는 "탑" 속 자신의 의식과 연결이 완전히 끊어졌다.
더 높은 시선이 이 세계를 주시하는 것을 피하고자, "탑" 속의 자신이 전달하는 정보는 항상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그로 인해 그는 이 세계에 대한 통제력을 완전히 잃게 되었다.
본·네거트는 불이 꺼진 방에서 전등 스위치를 찾는 것처럼, 이 세계를 방황하며 더듬고 있었다. 누가 "미래"를 바꾼 걸까?
본·네거트는 그레이 레이븐 지휘관을 시험해 보았으나, 그는 이 일에 대해 전혀 모르는 눈치였다.
본·네거트는 루나도 찾아보았으나, 그녀는 승격 네트워크의 결정체에 여전히 갇혀 있었다. 게다가 그녀는 인간 문명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지 않으리라 확신했다.
대체 누가 이 모든 것을 교묘하게 조종하고 있는 것일까?
대행자는 잠시 가능한 "답"을 유추해 보았다. 하지만 결국 실패했다.
콜레도르가 얼마 전에 중도 재난 지역으로 들어갔는데, 그 후의 동향은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신경 쓰지 마라.
지금의 콜레도르는 그저 적조에서 부화한 이합 생물일 뿐이다. 그러니 그녀의 존재는 고려할 대상이 아니다.
알겠습니다. 선생님.
혹사는 대행자의 뒤에서 발맞춰 걸으며, 아직 전하지 못한 정보를 계속 보고했다.
공중 정원 쪽은...
기억 속에서 이 단어를 어렵게 찾아낸 본·네거트가 발걸음을 멈췄다.
도미니카가 봉인했던 그 오염된 밈이군.
도미니카의 계획도 실패로 끝난 모양이군.
오염을 봉인하는 것도, 도망치는 것도 애초부터 오염에 맞서는 방법이 될 수 없었다.
긴 침묵이 흐른 뒤, 혹사가 고개를 들어 대행자를 바라보았다.
선생님?
여기를 떠나실 겁니까?
떠나긴 하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유일한 "귀환 티켓"은 아직 본·네거트의 손에 있었다.
창백한 작은 인형이 본·네거트의 품에 안겨 있었다.
먼 길을 다녀와야겠다.
본·네거트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신속히 결심했다.
반드시 이중합 탑을 찾아야만 했다. 그것만 찾으면 본·네거트는 귀환 티켓을 들고 탑 안으로 들어가 이 모든 것을 끝내려고 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이번의 "귀환 티켓"은 거의 완벽했다. 하지만, 이중합 탑이 없다면 모든 계획은 공상에 지나지 않았다.
본·네거트는 이 폐쇄 루프 속에서 너무 오랜 시간 홀로 걸어왔다. 이에 반드시 유일한 종착점을 찾아야만 했다.
넌 날 대신해 선물을 들고, 루나를 찾아가라. 그리고 그녀의 승격자가 돼라.
루나에게 의지해야만 승격자의 신분을 유지할 수 있고, 필요할 때 릴리스에게 개입할 수 있을 거다.
혹사, 루나에게 가라. 그리고 이게 네 마지막 임무다.
이 일이 끝나면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해도 된다. 네 방식대로 죽든... 살든.
로즈가 살아있을지 모른다는 소식을 들은 이상, 확인하기 전까진 당분간 살아있겠습니다.
본·네거트는 마지막 작별 인사로 혹사의 얇은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이번이 그들의 마지막 "작별"이 될지도 몰랐다.
중도 재난 지역의 가장자리 숲속에서 12월의 찬바람에 초목이 바스락거렸다.
손이 단말기 위를 움직이자, 암호화된 파일을 열었다. 파일에는 아시모프와 지휘관이 기록한 사건들이 여러 색깔의 선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초대장"은 "이중합 탑"을 열기 위한 것이고, 본·네거트는 "이중합 탑"을 찾고 있었다. 도미니카는 "이중합 탑"의 안개 지역에서 사라진 후...
모든 변화는 "이중합 탑"이 강림하지 않은 것에서 비롯되었다.
만약 정말로 누군가가... 그 사람이 자신인지 아닌지는 상관없다. 미래에서 "이중합 탑"이 강림하는 것을 바꾸었다면... 그럼, "이중합 탑"은 언제 강림할 것이며, 미래를 바꾼 그 사람의 목적은 무엇일까?
"미래"를 바꾼 후에... 지금은 또 무슨 일이 일어날까?
생각 속의 안개가 걷히듯 조금씩 선명해졌다. 하지만, 이 일을 완전히 이해하기도 전에...
마지막으로 만난 이후로 정말 오랜 시간이 흘렀네. 그레이 레이븐 지휘관.
달빛이 비처럼 쏟아져 내려서 다른 빛이 없어도 조금씩 가까워지는 승격자의 모습을 선명히 볼 수 있었다.
롤랑?
리는 경계하며 무기를 들었다. 그리고 조금씩 다가오는 승격자를 조준했다.
긴장하지 마. 싸우려고 온 거 아니야. 거래하려고 왔어.
양손을 들어 무기가 없음을 보여준 롤랑은 순순히 처분을 기다리는 듯했다.
그렇게 서두르지 마. 그레이 레이븐 지휘관.
롤랑은 친근한 미소를 지으며 어떤 시점을 언급했다.
그건 "게슈탈트에 흑성이 나타난" 때와 거의 일치했다.
이건 "승격 네트워크에 이상이 발생한" 시간이야. 우리가 같은 상황을 이야기하고 있다면 말이야.
어.
친절한 미소 아래 숨겨져 있던 조급함이 드러나고 말았다.
얼마 전에 승격 네트워크에 이상이 발생해서 루나 아가씨를 완전히 가두어 버렸어.
으윽...
수천 번의 찢김을 겪은 후, 루나에게 가해졌던 길고 긴 속박이 마침내 끝이 났다.
그리고 루나가 가지고 있던 대부분의 힘도 결정체로 만들어진 쇠사슬과 함께 사라져 버렸다.
루나?
승격 네트워크와 연결되어 있지 않았음에도 알파는 루나의 비정상적인 상태를 곧바로 감지해 냈다.
맞아... 셀레네야.
그녀는 한때 루나가 잘라낸, "루나"의 잡음이었다. 이 분리된 잡음이 점차 루나에게서 멀어진 이후로, 롤랑은 상대방을 "셀레네"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셀레네가 날 향해 오고 있어. 이미 아주 가까이에 있어.
승격 네트워크는 가장 강력한 대행자만을 지원할 뿐, 대행자가 루나인지 아닌지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승격 네트워크에 변동이 생기기 시작했을 때, 루나는 셀레네가 자신의 의식에서 떠난 것을 알아차렸다.
셀레네는 승격 네트워크에 충성하는 꼭두각시였다. 그리고 셀레네가 공중 정원의 "흑성"과 결합하게 되는 순간 승격 네트워크는 분명 루나를 버릴 것이었다.
내가 그녀를 막을게.
나... 나도...
겁 많은 인어도 덤불 뒤에 웅크린 채 손을 들었다.
부족해. 셀레네가 내 힘을 잠식해 버릴 거야.
안색이 창백해진 루나는 더 이상 공중에 떠 있을 수도 없었다.
셀레네와 "흑성"이 결합하는 찰나, 승격 네트워크는 루나의 대행자 권한을 회수하여 셀레네에게 부여했다.
그럼,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합니까?
적조.
달빛의 안내를 따라 몸을 숙인 루나는 웅덩이에 고인 적조를 퍼 올렸다.
퍼니싱에 구속되어 있을 때, 난 적조의 허상을 본 적이 있어.
그때야 알게 됐어. 적조의 진정한 용도는 승격 네트워크에 저장된 "정보"를 수용하는 거라는 걸 말이야.
이렇게 해야만 지구의 "정보"를 더 완전하게 퍼니싱에 채워 넣을 수 있어.
하지만 어떻게 해야 적조의 힘을 얻을 수 있지?
"알"이야.
루나는 적조 속 퍼니싱을 느끼며 눈을 감았다. 그 모습이 마치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있는 것 같았다.
하, 하지만 시간이 부족해, 셀레네가 곧 온다고 했잖아?
적조 속 정보는 혼란스럽지만 무질서한 건 아니야. 적조 의지의 지배자를 찾아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성공 확률이 더 높아질 거야. 하지만...
시간이 없어.
소녀의 금색 눈동자가 멀지 않은 곳을 바라봤다. 루나는 자신의 의식에서 떨어져 나간 "잡음"이 빠른 속도로,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세계에는 단 하나의 "달"만이 존재할 수 있었다.
짧은 시간 안에 충분한 힘을 얻기 위해선 이 방법밖엔 없어.
붉은 액체가 소녀의 창백한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리자, 루나는 갑자기 손을 꽉 쥐었다.
롤랑, 그레이 레이븐 소대를 찾아가.
그레이 레이븐 지휘관이요?
그래. 어떻게든 그레이 레이븐 지휘관을 이곳으로 데려와.
루나는 비틀거리며 자신을 가두었던 곳으로 돌아갔다.
퍼니싱 지오드로 적조에 접속할 거야. 그다음 적조의 힘을 흡수하고, 선별 과정을 거쳐 내 대행자 권능을 되찾을 거야.
하지만, 이 기간 그레이 레이븐 지휘관의 도움이 필요해. 내 의식의 바다를 안정시켜야 하니까.
알겠어요.
명확한 지시를 받은 롤랑은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돌아섰다.
언니, 라미아와 함께 적조를 이쪽으로 유도해 줘.
지상으로 가는 적조 지류를 퍼니싱 지오드로 유도하며, 루나는 붉은 늪으로 천천히 가라앉았다.
이곳에서... 적조로 들어가야 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