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메인 스토리 / 36 꿈의 귀로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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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4 신생의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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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모프가 여러 테스트 기준을 통해 검증한 결과, 리의 의식의 바다 과부하는 "우발적 이상"으로 확인됐고, "재현 불가능한 사건"으로 분류되었다.

여러 유형의 제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추가 설치한 후, "초각" 기체는 정상 가동이 가능해졌다.

어머! 이 시간에 왜 여기 왔나 했더니, 심사 절차가 엄청 복잡하네! 특화 기체의 대우는 이런 거구나?

지휘관은 보고서 옆에서 기웃거리는 아이라를 바라보았다. 평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라 낯설게 느껴졌다.

아~ "만화"를 말하는 거야? 맞아! 이건 내 새 기체야~

아이라는 제자리에서 두 팔을 활짝 벌린 채, 한 바퀴 돌며 새 기체를 자랑했다.

이 기체는 예술 협회 최고의 천재 디자이너들의 정성이 담겼거든, 게다가 전투 성능에 더 중점을 뒀지~

물론 특화 기체에 비하면 상대가 안 되겠지만, 그래도 나름 강력한 편이야!

당연하지! 세레나가 그렇게 대단한데, 나만 뒤처질 수는 없잖아.

게다가, 고고학 소대의 구조체가 전투력 없이 집행 부대의 보호만 받는다면, 세레나 같은 사고가 또 일어날 수밖에 없어.

친구와 헤어져 지낸 몇 년을 떠올리자, 아이라의 표정이 잠시 어두워졌지만, 곧 다시 활기를 되찾았다.

그래서 앨런 회장님께서는 오래전부터 지휘관이 있는 특별 소대를 만들려고 계속 시도해왔지. "위험" 등급으로 분류된 고고학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그런 소대 말이야.

군부에서는 이 제안을 승인하지 않았어. 하지만 얼마 전 "안전 구역"이 설립되면서 군부가 태도를 바꿨고, 예술 협회의 전투용 기체 개발을 허용해 줬어.

안전 구역의 범위가 확대되면서 예술 협회 고고학 소대가 탐사 범위를 넓혀 황금시대의 자료와 기술을 공중 정원으로 회수해야 하거든.

그래서 앨런 회장님께서 군부와 다시 협상하셨고, 까다로운 조건들과 맞바꾸고 나서야 소대를 설립할 수 있었어.

응, 나도 그렇게 생각해~

허가 통지가 내려오자마자, 즉시 기체 변경을 신청했어.

일채 기체도 아주 훌륭하지만, 전투 모듈을 코어로 디자인하지 않아서 지상 임무에서는 성능이 다소 부족하지.

응, 이 소대는 예술 협회의 협력으로 설립됐지만 명목상으로는 집행 부대 소속이거든. 적응 기간에는 지휘 센터에서 기초 임무들을 배정해 줄 거고.

아쉽게도 세레나는 당분간 예술 협회나 다른 고고학 소대에서 임무를 수행해야 해. 만약 그녀와 함께 현장에 내려갈 수 있다면, 정말 멋진 경험이 될 텐데~

아이라는 아쉬운 듯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언젠가 기회가 있겠지~

아이라는 고개를 숙여 단말기의 시간을 확인했다.

어라, 소대 집합 시간이 거의 다 됐네. [player name] 지휘관, 난 먼저 가볼게!

기회가 되면, "아이리스 월블러 소대" 대원들과 함께 그레이 레이븐 휴게실에 놀러 갈게! 그때 많이 가르쳐줘~

아이라는 지휘관에게 손을 흔들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복도 반대편을 향해 뛰어갔다.

아이라에게 흔들어 주려던 손이 허공에 멈춘 채, 그녀가 말한 단어를 마음속으로 되뇌었다.

이 아홉 글자를 들은 순간, 희미하게 드러나는 광경이 떠올랐다.

무거운 안개가 가득한 곳에 희미하게 건물들의 윤곽이 보였다.

지난번 붉은색 탑을 본 이후, "기시감"이 보여주는 장면은 점차 흐릿해지기 시작했다. 마치 기체가 자신의 버그를 발견하고, 조금씩 수정하는 것과도 같았다.

몇몇 조각들을 볼 수 있고, 모호한 중얼거림을 들을 수 있었지만 카퍼필드 해양 박물관처럼 선명한 "예고"는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이것은 무엇을 암시하는 걸까? 이건 또 어떤 장소일까?

"기시감"은 대체 무엇을 설명해 주는 걸까? 그것의 점진적인 소멸은 또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이런 생각에 잠기는 순간, 안개가 사라졌고, 조금 전의 모든 것이 환영처럼 느껴졌다. 다시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새 고요한 밤하늘이 내려앉았다.

여기다 놓으면 되겠죠?

쿵...

둔탁한 소리와 함께, 트로이는 절반만 남은 벽돌 더미에 기대며 등에 메고 있던 상자를 바닥에 내던졌다.

후...

앗! 살살해야지! 견고한 보호 외장이 있다곤 해도, 결국 안에는 취약한 코어들이 들어 있단 말이야!

힘들면 내가 메고 갈게.

아니요, 괜찮아요. 이 상자는 완충재로 가득하니까요.

게다가 방금까지도 당신이 계속 메고 있었잖아요...

파란 머리의 구조체가 아이라를 올려다보며 묘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 새 기체는 여유로운가 봐요, 저 같은 시체와는 완전히 다르네요~

트로이는 말하면서 주머니에서 단말기를 꺼냈고, 상자의 인터페이스에 연결한 뒤 목을 가다듬었다.

아이리스 월블러 소대 트로이, 20시 11분, 제3 진행 지점에서 정례 검사를 시작합니다.

여과탑 코어 장치 상태는 양호하고, 데이터엔 이상이 없습니다. 기록을 종료합니다.

단말기의 녹음 종료 알림음이 울리자마자, 트로이의 목소리는 다시 무기력해졌다.

그러니까 오래된 여과탑이 신규 코어에 적합한지 확인하는 이런 작업이 정말 의미가 있는 걸까요? 호환이 안 되면 중계 인터페이스 몇 개 더 만들면 되는 거잖아요?

그건 목적 중 하나일 뿐이에요.

트로이의 손에서 단말기를 받아 든 시카는 화면에 서명한 뒤, 옆에 있던 아이라에게 건넸다.

이 근처는 중도 재난 지역 외곽에 속하고, 퍼니싱이 완전히 폭발한 후로는 인적이 드물어서, 여과탑도 오랫동안 업데이트나 점검을 진행하지 않았어요.

군은 이 근처 상황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시야를 확보해 향후 작전을 준비하려는 것 같아요.

현재 군의 임무 배정이 이렇게 대충 진행되는 건가요?

멀지 않은 폐허 뒤에서 갑자기 여자 목소리가 들렸다. 트로이가 총구를 들어 올렸지만, 아이라가 재빨리 그것을 내리게 했다.

아군인 것 같은데...

아이라는 연보라색 단발 구조체의 신원을 확인했다.

넌... 무스 소대의 레나, 맞지?

네, 맞아요. 여러분의 관련 자료는 미리 확인했어요. 시카, 아이라 그리고... 트로이, 맞나요?

그래, 맞아! 환영해!

아이라가 웃으며 손을 내밀었고, 레나는 입술을 다문 채 형식적으로 잠깐 악수를 한 후 곧바로 손을 거뒀다.

인사는 끝났으니, 본론으로 들어가죠. 저는 여러분에게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왔습니다.

레나는 더 이상 담소를 나누지 않고, 폐허 속에 있던 나뭇가지를 주워 모래 위에 지형도를 그리기 시작했다.

이 지역 지형도입니다. 여러분이 찾아야 하는 여과탑 위치는 대충 여기쯤이에요.

고농도 퍼니싱이 많은 침식체와 이상한 생물들을 만들어냈어요. 여과탑 코어를 교체하기 전, 우선 이 두 구역의 위험 요소들을 제거해야 합니다.

□□... □□□...

윽...

레나?

괜찮아요. 퍼니싱 농도의 영향인 것 같아요.

가끔... 윽... 환각과 환청이 있어요.

공중 정원으로 돌아가서 점검을 받아야 할 것 같은데? 현장에 얼마나 오래 있었던 거야?

괜찮아요.

레나는 "공중 정원으로 돌아가자"라는 제안을 거부했고, 연신 고개를 저은 뒤, 나뭇가지를 움직였다.

계속하시죠. 방금 어디까지 말했었죠?

아... 방금은...

레나의 정보는 매우 정확했다. 아이리스 월블러 소대는 지형도에 표시된 두 구역의 위험 요소를 제거한 후, 도시 중앙에 있는 여과탑에 성공적으로 진입했다.

여과탑을 건설할 당시, 사람들은 "지구 탈환"에 대한 꿈을 간직하고 있었는지, 이 여과탑은 기능적 건축물이라기보다는 예술 작품 같은 모습으로 조각되어 있었다.

그래서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여과탑 내부는 어느 정도 사용 가능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계단 난간까지 이렇게 섬세한 무늬가 새겨져 있네. 이게 황금시대의 흔적일까?

하... 황금시대의 그림자에도 미치지 못하죠.

현장에서 유일하게 황금시대를 경험한 트로이는 건조하게 웃음을 흘렸다.

황금시대에 이런 탑은 한 구역의 랜드마크조차 되지 못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탑 꼭대기의 먼지에 기침하며 뒤로 물러선 트로이는 눈살을 찌푸린 채 여과탑 코어를 내려놓았다.

이걸로 정말 가동할 수 있을까요?

가... 가능하겠지.

아이라는 버려진 여과탑을 간단히 점검하고, 주위 먼지를 치웠다. 그리고 전원을 연결한 뒤 이것저것 만지작거리자, 기적처럼 중앙 제어 스크린이 켜졌다.

어머, 나름 능력자네요. 예술 협회에서 이런 것도 하는 건가요?

임무 전에 여과탑 자료를 찾아봤지. 게다가 예술 협회 소속이라, 대형 장치 예술품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고 있어야 하거든.

아이라는 여과탑 중앙 제어 시스템을 세심히 점검한 뒤, 원래 있던 코어를 제거했다.

과학 이사회가 제공한 설명서에 따르면, 구형 여과탑은 이 인터페이스로 코어를 연결해야 돼.

연결선은 이쪽에 있어요!

넷은 여과탑 코너 옆에 함께 앉아 기다렸다.

표시등이 하나씩 켜지면서, 그녀들이 연결한 여과탑 코어에서 낮게 윙윙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됐어! 대성공이야!

공기 중 퍼니싱 농도가 점점 내려가고 있어요! 정말 다행이에요!

시카는 퍼니싱 농도 검사기를 들고 여과탑 내부 곳곳을 측정했다.

이제 안정적으로 작동만 된다면...

잠깐만.

퍼니싱 농도가 빠르게 낮아지는 동안 무인기로 전방의 상황을 정찰하던 아이라의 동작이 갑자기 멈췄다. 그리고 믿기 힘들다는 듯 눈을 비볐다.

이게... 뭐지?

아이라의 시선을 따라 스크린을 본 세 소대원도 무의식적으로 숨을 죽였다.

무인기가 상승하면서 완전히 다른 시공간에서 잘라 붙인 것 같은 웅장한 도시의 실루엣이 천천히 시야 끝에 모습을 드러냈다.

황금시대의 도시였다.

미완성의 도시네요.

아이리스 월블러 소대가 보내온 정보를 토대로 우리는 이 도시의 위치를 찾아낼 수 있었어요.

그 도시의 이름은 컨스텔레이션이에요. 황금시대에는 설계와 계획만 완료되었고, 건설을 시작하려고 할 때 퍼니싱의 폭발로 인해 미완성된 채 버려졌어요.

하지만 지금의 모습을 보니...

절대 불가능하죠.

퍼니싱 폭발은 아주 오래 전의 일이었고, 중도 재난 지역에서 이런 건축물을 완성할 수 있는 인간 세력은 존재하지 않았다.

아이리스 월블러 소대가 보내온 영상을 보면, 이 도시에는 아마도...

영상이 재생되었다. 깨끗하고 정돈된 거리에서 작은 기계체들이 모여 잠깐 소통을 진행한 뒤, 각자의 길로 흩어졌다.

네. 기계체입니다.

세리카는 확신을 담아 말하며, 또 다른 영상을 보여주었다.

모든 영상을 확인한 결과, 이 도시에는 인간의 흔적이 없지만, 많은 기계체가 떠돌고 있어요.

특이한 행동 패턴을 가진 기계체가 도시를 지배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요. 이는 최근 바네사가 조사한 "쿠로노 보육원"과 유사한 상황으로 추측돼요.

황금시대 말기에 건설된, 인간 문명의 마지막 "결정체"라 불리는 이 도시는 의심할 여지 없이 엄청난 가치를 지니고 있었다.

네. 하지만 지금은 연락 두절 상태입니다. 근거리 레이더로 지휘관의 마인드 표식을 찾을 수는 있지만, 도시 내부의 강력한 신호 교란으로 인해 아이리스 월블러 소대와 연락이 되지 않아요.

보고서를 전송한 뒤 추가 탐색 명령을 받은 그들은 컨스텔레이션이라는 도시에 진입했어요.

안녕, 여기는 아이라야!

저기요... 임무 보고를 진행하는 건데, 진지하게 진행해 주세요!

상관없어요, 어차피 이걸 보는 이는 별로 없을걸요.

그래도 누군가는 봐주겠죠. 파오스 같은 경우엔, 임무 보고 기록이 엄청 많이 남겨져 있거든요.

어머, 벌써 녹화가 시작된 건가요?

녹화가 시작됐다는 걸 의식하자, 단말기 카메라 뒤의 잡음이 갑자기 사라졌다.

크흠.. 여기는 아이리스 월블러 소대 대장 아이라입니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누군가가 옷자락을 잡아당긴 것처럼 목을 가다듬고 다시 말을 이어갔다.

저희는 지금 도시 외곽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도시 내부에 외부 전자 신호를 차단하는 특별한 장치가 있는 것 같아 원거리 통신 장비를 사용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첫 번째로 기록한 자료를 도시 외곽에서 보내드립니다.

이후에는 도시 "탐색"을 최우선 목표로 삼아, "컨스텔레이션" 도시 조사 임무를 수행할 예정입니다.

이상입니다! 그 다음은...

홀로그램 영상이 갑자기 중단되었다.

이 임무 보고가 전송된 후 그들로부터 어떤 정보도 들어오지 않고 있어요. 벌써 3일이나 지났고요.

그동안은 그들의 정확한 정보와 위치를 파악하고 있어서 추가 소대를 파견할 필요가 없었어요. 하지만...

회의실 내 단말기의 빛이 불안정하게 깜빡였다.

신뢰할 만한 경로를 통해 입수한 정보가 있어요. 쿠로노에서 비밀 부대를 파견해 여과탑 코어를 교체한 뒤 컨스텔레이션에 잠입했다고 해요.

그게...

회의실 문이 급하게 열리더니, 니콜라가 세리카의 미처 끝내지 못한 말을 이었다.

겉으로 이 도시는 4대 경제 공동체인 구룡, 아딜레, 북극 항로 연합 및 대서양 경제 공동체가 공동 투자한 초대형 도시다. 하지만 실제로는...

쿠로노가 배후에서 컨스텔레이션의 건설을 주도했다.

방금 의장, 그리고 앨런과 함께 의논하다가 좀 늦었네.

니콜라는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앉았다.

아니. 지금의 쿠로노는 이런 규모의 도시를 관리할 능력이 없어.

내 정보원에 따르면, 쿠로노가 특정 실험 결과를 찾기 위해 컨스텔레이션에서 잠입했다고 하던데.

정확히 말하자면, 도망친 실험체를 찾으러 간 거지.

"의식의 바다 융합 및 분리형 모듈화 기술"의 실험 결과물인데, 정보원에 따르면 "구조체와 특수하게 연결될 수 있는" 어떤 "생물 무기"라고 하더군.

...

니콜라는 이 주제에 대해 더 토론하고 싶지 않은 모양이었다.

어쨌든, 내가 알아낸 정보는 이게 전부다.

세리카, 그레이 레이븐의 현재 인원 상황이 어떻게 되지?

리는 과학 이사회에서 초각 기체의 정기 점검을 받고 있고, 리브는 신형 기체 적응 훈련 중인데, 히포크라테스가 그녀의 의식의 바다를 확인하고 있어요.

현재 그레이 레이븐 소대에서 지상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인원은 루시아와 [player name] 지휘관뿐이에요.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백로 소대가 있긴 한데, 테슈의 배신으로 현재 임무 휴식기에 들어갔어요. 바네사가 라이어를 새로운 후보 대원으로 선택했지만, 아직 적응 훈련 중이에요.

그럼, 백로 소대와 그레이 레이븐을 함께 투입하는 걸로 하지. 임무 목표는 쿠로노를 저지하고 쿠로노보다 먼저 "실험체"를 회수하는 거다.

웅장한 도시가 투영에서 발밑의 큰길로 바뀌자, 묘하게 실제이면서도 비현실적인 느낌을 줬다.

시카와 연락이 닿은 바네사는 간단히 정보를 교환한 후, 짜증을 내며 통신을 끊었다.

귀찮아죽겠네, 이런 허접한 소대의 뒤처리까지 해야 한다니.

쿠로노를 막으면서, 실험체도 찾아야 하고, 게다가 은밀하게 파견된 정화 부대보다 먼저 실험체를 확보해야 한다고...

그 어떤 퍼니싱 위기에도 동요하지 않던 바네사였지만, 이번만큼은 불쾌하게 눈살을 찌푸렸다.

대체 언제까지 이런 수작을 부릴 거냐고.

흥.

바네사가 시큰둥하게 콧방귀를 뀌었다.

조금 전 통신에서 바네사가 보인 태도를 봤을 때, 그녀와 시카는 단순한 동료 관계가 아닌 것 같았다.

네가 보청기가 필요할 정도로 귀가 먹지 않았다면... 맞아. 방금 들은 대로야.

예전에 시카의 수습 지도관을 맡은 적이 있어. 내가 가르쳤던 첫 번째 "학생"이지.

불쾌한 기억이 떠오른 듯, 바네사가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반응이 느리고, 똑똑하지도 않아. 성실한 것 말고는 보잘것 없는 바보야.

뭐라도 배우지 않는다면, 분명 어느 전장에서 이유도 모른 채 죽게 될 거야.

날카로운 통증이 뇌리를 스치듯 지나갔다.

그 통증의 원인을 파악하기도 전에 바네사는 서둘러 대화를 끝냈다.

어서 출발하자, 이런 임무에 시간을 많이 낭비하고 싶지 않으니까.

컨스텔레이션에 들어간 후의 여정은 순탄하지 않았는데, 이전에 본 적 있는 "적들"이 연이어 나타났다.

기계체를 모방한 무의식의 존재들이었지만, 어쩔 수 없이 시간을 허비할 수밖에 없었다. 시카와 합류했을 때는 로비 전체가 엉망이 되어 있었다.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네 대원이 그 실험체와 합체했다고?

그러니까... 상황이... 그렇게 됐어요.

시카는 바네사의 위압에 목소리가 떨렸지만, 여전히 애를 써가며 그들이 겪었던 일을 빠짐없이 전달했다.

시카 일행이 기계체 세르반테스를 만나, 이 로비로 들어왔는데, 갑자기 그 갑옷이 레나를 "납치"했고, 로비에 있던 모두를 공격한 뒤 사라졌다고 했다.

멍청한 녀석이 수준에 걸맞은 짓을 당했네.

바네사가 드물게도 눈을 굴리며 우아하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정화 부대가 컨스텔레이션에 도착했어. 그러니 우리는 실험체를 최대한 빨리 회수해야 해. 그다음...

바네사 선배님, 제발 도와주세요!

시카는 용기를 내어 작은 목소리로 부탁했다.

백로 소대가 트로이를 안전한 곳으로 호위해 줄 수 있을까요? 저는 [player name] 선배와 함께 레나를 찾아올게요!

왜? 그건 너희 소대 짐 덩어리잖아.

레나는 아이리스 월블러 소대 대원입니다! 지휘관으로서 그들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합니다!

...

일 망치지 마라. 그렇지 않으면, 정화 부대가 도착하기 전에 내가 먼저 너희를 죽일 거니까.

바네사는 이 말을 남기고는 백로 소대의 나머지 두 대원과 함께 트로이를 데리고 떠났다.

뚫고 나가야 할 길을 확인한 그레이 레이븐과 아이리스 월블러는 메아리가 들리는 방향을 따라 나아갔다. 무의식적인 전투 로봇들이 사방에서 몰려와 그들의 앞길을 저지하려 했다.

이런, 뭐가 이렇게 많이...

시카는 힘겹게 총을 쏘아 기계체 한 기를 격파하며 이를 악물었다.

이대로는 안 되겠어요. 모두가 여기서 시간을 낭비해서는 안 돼요.

아이라의 기체는 아직 여유가 있어요.

두 팀으로 나눠서 나아갑시다. 한 팀은 여기 남아서 포위망을 뚫고, 다른 한 팀은 추격하는 걸로 하시죠.

그레이 레이븐 지휘관이 격려하듯 바라보자 시카의 말은 조금씩 더 유창해졌다.

저와 지휘관님이 길을 뚫을게요. 아이라, 여러분은 계속 추격하세요.

제 체력은 이제 한계에요. 그러니 [player name] 선배님을 돕기 위해 여기 남을게요. 아이라, 마지막으로... 부탁할게요.

알았어!

건랜스가 그려낸 찬란한 궤적과 함께, 분홍 머리의 구조체는 자신만의 전장을 향해 주저 없이 돌진했다.

2주 후, 컨스텔레이션, 햇살이 눈 부신 날이었다.

아이라가 풍차 탑 꼭대기에 서 있었고, 앞에는 이젤을 세워두고 있었다.

그다음에는 무슨 일이 있었나요?

그다음? 로비 뒤에서 세르반테스라는 구조체를 만났어.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곳에서 "널" 만날 수 있을 것 같았어.

음, 뭔가 번뜩이는 영감 같은 게 떠올랐나 봐. 네가 정말 그곳에 있었다면, 더 재미있는 이야기가 됐을 텐데.

그럴 수도 있었겠네요. 제가 거기에 있었다면 반드시 도와줬을 거예요.

당연하지. 우리는 가장 친한 친구잖아!

아이라는 붓으로 도화지에 색을 깔아내며 자신의 모험담을 계속 이어갔다.

세르반테스는 이 이야기에 끼어들고 싶어 했어. 내가 공감할 수 없는 어떤 관점을 입증하고, 그만의 "답"을 찾고 싶어 했지.

실패자는 언제나 실패자일 뿐이에요. 그가 "원래 달성해야 할 업적"을 기억해 줄 이는 없어요.

이걸 제 개인적인 바람이라고 해두죠. 제가 한 모든 일은... 선생님마저 "실패자"가 되는 걸 막고 싶었던 거였어요.

아이라, 제가 당신의 대척점에 서겠어요. 잠시 등장한 것뿐이지만, 이야기는 이미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어요.

당신이 제게 했던 그 말 때문에, 당신이 어떻게 자신의 신념을 증명할지... 또는 실패를 어떻게 마주할지 보고 싶어졌어요.

이 세계에서 우리는 언제나 오래되고 부식될 나사 조각일 뿐이에요. 승리의 결과를 남기지 못한다면, 우리의 기억마저 부끄러운 흔적으로 사라지고 말 거예요.

난 정말 그렇게 생각해. 온 힘을 다하지 않고서야 어떻게 진정한 결말이라 할 수 있겠어?

승리의 여부는 중요하지 않아. 실패가 예정되어 있더라도, 반드시 자신만의 흔적을 남길 수 있을 테니까.

세르반테스의 전투력은 그렇게 강하지 않았고, 그는 어떤 "결과"를 원한 것 같았어.

그다음은... 레나였어.

아이라는 붓으로 비 오는 날을 그렸다. 엷은 회색 구름, 축축한 풍차 탑 그리고 탑 안에 서 있는 "레나"를 그렸다.

전투가 끝나고 내가 깨어났을 때, 레나와 갑옷은 모두 사라지고 없었어.

난 포기하지 않을 거야. 반드시 레나를 찾을 거고, 아이리스 월블러 소대는 언젠가 다시 모이게 될 거야.

아이라는 그 페이지를 찢어내고는 붓을 휘둘러 다시 도화지에 맑고 푸른 하늘을 채웠다.

아이리스 월블러 소대는 지금 당분간 활동을 멈춘 상태지만, 다행히 난 또 다른 "목표"가 생겼어.

컨스텔레이션을 말하는 건가요?

맞아~ 세르반테스가 컨스텔레이션을 내게 맡겼어. 그래서 널 초대한 거야.

과학 이사회와 연합해서, 풍차 탑과 새로운 여과탑 코어를 결합해 최초의 완전한 "개량 여과탑"으로 개조할 계획이야.

그다음...

바탕색 위에 찬란한 무지개 색을 뿌리며, 아이라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

아이라

우리의 노력으로 반드시 "다음 시대"로 나아갈 수 있을 거라 믿어.

그리고 반드시 세르반테스에게 더 아름다운 답을 제시할 거야.

네. 꼭 그렇게 될 거예요.

풍차 탑 밖, 하늘은 맑게 개어 있었다.

...

본·네거트는 컨스텔레이션 멀리서 가동하기 시작한 풍차 탑을 무표정하게 지켜보았다.

컨스텔레이션에 대해... 니모 선생님과 새로운 계획을 세우셨나요?

그런 건 없어.

본·네거트는 컨스텔레이션에 어떤 문제가 있어서 이중합 탑이 만들어지지 않은 건지 생각해 보았다.

하지만 여기는 특별한 이상 현상이 발생한 것 같지는 않았다.

가자...

그 장소로 가자, 그리고 예비 계획을 추진해.

이제 적조를 한 단계 더 진전시킬 때야.

알겠습니다. 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