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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2 잃어버린 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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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 정원

회의실

공중 정원, 회의실.

회의실 중앙에 선 바네사가 담담한 표정으로 "쿠로노 보육원"에 관한 임무 보고서를 전달하고 있었고, 회의실 내부엔 임무와 연관된 몇몇 지휘관이 속삭이며 한창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번 임무에서 밤비나타, 케르베로스의 베라 등 구조체와 함께 초기 역원 장치 연구에 관한 일부 실험 자료를 회수했습니다.

저 사람이 바네사야? 듣기론 자기 소대 소속 구조체에게 커스텀 코팅을 입히는 게 취미라던데...

쯧쯧쯧, 저 나이에 자원 배정권을 그런 데 쓰다니...

...

보육원의 "통제자"는 반각성 기계체입니다. 원래는 단순히 실험 데이터를 모니터링하는 가정 기계체였으나, 퍼니싱의 영향으로 "자의식"이 생겼습니다.

바네사가 언성을 높이자, 회의실의 잡음이 주춤했다가 곧 다시 살아났다.

그러니까 말이야. 게다가 그런 소문도 있더라, 같은 소대 소속인 구조체한테 다른 문제도 있대. 정보 저장 모듈에 문제가 생겨서, 한동안의 기억만 보존할 수 있다나 뭐라나...

나도 후방 지원팀에서 들었어. 그럼, 자원을 수리에 쓰지 않고 엉뚱한 데다 낭비했던 거였어? 참 대단...

흠...

잡담 중이던 남성 지휘관이 갑자기 입을 다물었다. 회의실은 어느새 적막이 감돌았고, 목소리를 낮춰 속삭여도 유난히 귀에 거슬렸다.

연단에 선 바네사는 무표정하게 둘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회의실에 있던 모두가 일제히 그들을 응시했다.

두 지휘관은 어색한 기침과 함께 웃어넘기려 했고, 곧 자세를 바로잡았다.

여러분, 타인을 존중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더라도, 최소한 상황에 맞게 행동하는 법은 배웠으면 합니다.

바네사는 말을 마치고 차가운 눈빛으로 자리한 청중들을 둘러보다 잠시 멈추었다.

흥...

바네사는 차갑게 냉소를 내뱉더니, 시선을 거두고 보고를 계속했다.

이번에 회수한 샘플 중 가장 가치 있는 것은 복제 불가능한 의식 데이터로서, 이를 통해 역원 장치의 성능 개선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어쩌면 역원 장치를 어느 정도 특화해서 퍼니싱을 "대사"해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퍼니싱 "대사"...

리는 눈앞 스크린에 떠 있는 문구를 무의식적으로 되뇌었다. 지시에 따라 기체 모듈을 차례대로 호출하며 적합성 훈련을 하던 중 잠시 멍해졌다.

이 특화 역원 장치로 정말 그게 가능할까요?

이론상으로는 가능해.

작동 시스템에서 아시모프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어서 데이터가 흘러가자, 리의 눈앞 스크린에 새로운 지시가 나타났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이론적으로 봤을 때, 네 기체는 최대 전력으로 작동시킬 경우, 시간과 차원을 넘어설 수도 있어.

그런 이론은... 오직 아시모프 님이 제안하셔야, 승인 심사를 통과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리의 기체 동작 범위가 점점 확장되었고, 모니터링 중인 각종 파라미터들의 수치가 급격히 상승했다.

그건 내가 고민할 부분이 아니잖아. 난 검증 후, 정확한 내용을 작성할 뿐이고, 신뢰 여부는 그들의 몫이지.

그보다, 불편한 점은 없나?

이 기체의 대부분 모듈은 이중합 조각의 분석 결과에 의존하고 있어, 문제가 있다면 즉시 중단해야 해.

알겠습니다. 현재까지 모든 것이 정상입니다.

좋아. 그럼, 다음 단계를 진행하지. 네 기체의 연산 능력을 해제했으니 한번 시도해 봐.

아시모프의 목소리가 사라지자마자, 리는 기체에 일어나는 변화를 또렷하게 감지할 수 있었다. 다수의 모듈 제한이 해제되고 금지되었던 기능이 다시 개방되었다.

크르릉...

희미한 포효가 점차 선명해지며 리의 주의를 끌었다. 시뮬레이션 몬스터들이 하나둘씩 생성되기 시작했다.

알겠습니다.

연결된 가상 스크린을 통해 초각 기체로 전환된 리를 볼 수 있었다. 그는 초차원 공간 기능을 이용해 냉정하게 생성된 시뮬레이션 몬스터들을 처치하고 있었다.

특화 기체 변경에 대한 정기 적응 프로세스일 뿐이야.

적응 프로세스를 너한테도 동기화해 주었을 텐데?

이건 위험한 부분이라 할 수 없지.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위험한 부분은 이미 끝났어.

리가 알려주지 않았나?

귀찮은 건 둘째 치고, 적응 프로세스 중에는 의식의 바다에 손상을 줄 수 있는 여러 단계가 있어. 지금 보니 넌 그걸 모르고 있는 것 같네.

그레이 레이븐 휴게실은 조명이 밝게 켜져 있었고, 리는 휴게실에 앉아 한 손으로 도구를 들고, 오른팔의 정밀 부품을 조정하고 있었다.

여기가 더 편합니다.

제가 혼자 해결할 수 있는 거라, 주변 사람을 귀찮게 할 필요 없습니다.

리는 항상 혼자서 문제를 해결하려 애쓴다. 그것은 주변 사람들을 걱정시키지 않기 위해서라는 걸, 어쩌면 그의 지인이라면 다 알고 있는 사실일지도 모른다. 때로는 일부 사실을 숨기기도 했다.

적합 실험 보고서는 매번 지휘관님의 단말기로 보내드렸습니다.

"돌발성 의식의 바다 과부하", "기체 적응 기간 중 환각 발생"... 그중 어느 것이든 "순조롭다"라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의식의 바다 과부하 문제는... 현재 원인이 명확하지 않지만, 기체 성능과 전투 수행 능력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게다가 새 기체의 모든 지표가 정상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대화가 조용하게 이어졌고, 점차 밤의 장막 속으로 숨어들었다.

기밀 조항과 구조체 의식의 바다 안정화 관련 공통 세칙이 있기 때문에, 난 프로세스의 구체적인 내용을 직접 알려줄 수는 없어.

그래도 신경 쓰인다면, 앞으로 그에게 "위험한 부분"이 뭘 의미하는지, 직접 물어보라고 조언하고 싶네.

현시점에서 말해줄 수 있는 게 있긴 하지. 그건 바로, 너의 "기시감" 덕분에 우리는 어떤 기술들을 역추적하고 재현하는 과정에서 많은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었다는 거야.

아시모프가 리의 기체 총괄 화면을 불러왔다. 폭포수처럼 흘러내리는 데이터들은 노란색과 초록색이 주를 이루었고, 경고를 의미하는 빨간색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화면이 축소되자, 스크린 속의 리가 날렵하게 몸을 돌려 마지막 침식체를 총으로 쏘아 처치했다. 아시모프는 잠시 깊은 생각에 잠겼다가 파일 하나를 꺼내 들었다.

평가 결과에 따르면, 몇 가지 프로세스를 더 거쳐야 하지만, 기체 상태가 양호하다는 건 확실해. 리의 초각 기체 변경을 위해, 이 파일에 서명해 줘.

앞으로는 외근 임무를 수행하면서 더 많은 조정 데이터를 수집할 계획이야.

아시모프의 말이 끝나자마자, 맑고 또렷한 여성 알림음이 울려 퍼졌다.

전자음

테스트를 완료하였습니다. 시뮬레이션 작전 시스템이 곧 종료됩니다.

실험 캡슐의 문이 서서히 열리자, 리가 깨어났다.

왜냐하면 보통 제가 그 각도에서 지휘관님을 바라봤거든요, 의료 캡슐에 누워계시거나, 생명의 별에 누워계셨으니까요.

눈을 뜬 리가 다소 무심한 표정을 지었다.

리는 잠시 망설이다가 지휘관의 손을 잡고 실험 캡슐에서 일어났다.

별다른 이상 없습니다. 기체 적응 상황도 매우 양호합니다.

현재 테스트 강도는 기체의 한계 수준에 많이 미치지 못합니다. 추후 지상 임무를 통해 다른 유형의 전투 방식을 시도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알았어. 우선 난수 기체로 변경해, 내가 초각 기체에 마지막 미세 조정을 할 거니까.

대략 1시간 정도 걸릴 것 같고, 1시간 후에 기체 변경 준비를 하도록 해.

네.

아시모프가 다시 조작 콘솔에 몰두하자 둘은 서로 눈빛을 마주치더니, 실험실을 나섰다.

마침 오후 시간이라 공중 정원엔 햇살이 가득했다.

지휘관님, 점심 드시러 가시죠. 점심 먹고 나면 시간이 딱 맞을 것 같습니다.

...

의식의 바다 과부하 같은 사소한 문제일 뿐입니다. 제가 알아서 해결하겠습니다...

지휘관님.

아우도 그렇고, 백야도 그랬다.

지휘관의 말투 변화를 감지한 리는 잠시 멈추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걱정 마세요. 이번 기체 변경에는 문제없을 겁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햇빛이 너무 눈부셨던 탓에, 지휘관은 리의 표정을 제대로 보지는 못했다.

먼저 식사부터 하시죠. 의식의 바다 과부하 문제에 대해선 기체 변경을 완료한 후에 자세히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시간은 눈 깜짝할 사이에 흘러갔다.

둘은 다시 과학 이사회 실험실로 돌아왔고, 리는 지휘관에게 안심시키는 미소를 보인 뒤, 그가 지켜보는 가운데 실험 캡슐에 누웠다.

그는 전과 마찬가지로 능숙능란하게 캡슐 내부의 연결 단자를 분리해 목덜미의 포트에 연결했다. 바로 그 순간...

"기시감"이 또 재현되었다. 이번엔 매우 가볍고 빠르게 스쳐 갔는데, 지휘관이 정신을 차렸을 땐, 말이 입 밖으로 나온 후였다.

지휘관님?

그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엔, 적절한 타이밍이 아닌 것 같았다.

긴장 푸세요.

리는 안심시키듯 살짝 고개를 끄덕인 후 실험 캡슐에 누웠다.

한동안 실험실에는 기계 설비의 미세한 동작음만이 흐르고 있었다.

>>>>기체 변경 인증을 시작합니다. 가동 파라미터를 입력해 주십시오.

아시모프는 한 단계씩 가동 파라미터를 단말기에 입력했다.

>>>>승인 확인을 완료했습니다. 의식 전이를 시작합니다.

>>>>의식 전이 진행 중입니다. 연결부에 손대지 마십시오.

>>>>의식 전이 진행 중입니다. 연결부에 손대지 마십시오.

>>>>의식 전이 진행 중입니다. 연결부에 손대지 마십시오.

단말기에서 의식 전이 안내가 세 번이나 반복되자, 지휘관은 의아한 표정으로 아시모프를 쳐다보았다.

나도 들었어. 지금 확인하는 중이야.

아시모프는 이런 안내가 익숙한 듯 태연하게 화면의 데이터를 확인했다.

음, 모든 게 정상이야, 아무 문제없어.

초각 기체는 눈을 뜨지 않은 채, 실험 캡슐 안에 조용히 누워 있었다.

>>>>의식 전이 진행 중, 연결부에 손대지 마십시오.

윽...

현란한 빛줄기들이 사방에서 깜박였고, 짙은 붉은색 안개가 시야를 가득 메웠다.

(설마... 전이가 실패된 걸까?)

>>>>의식 전이 진행 중, 연결부에 손대지 마십시오.

하지만 의식 전이 실패 알림은 없었고, 아시모프도 개입하지 않았다.

이 순간 시간은 정지한 듯했고, 더 이상 개념이 아니라 입체적인 4차원의 축이 되어 끝없는 안개 속에서 나선을 그리며 맴돌았다.

뭐...

여기는 어디일까? 지금의 그는 어디에 있는 걸까?

의식의 바다가 사방으로 퍼져 나갔고, 왜곡된 나선형 탑이 높은 거미줄에 매달려 있었으며, 눈부신 문이 조금씩 열리기 시작했다.

안개를 뚫고 하늘 너머에서 한 줄기 빛이 비쳐 들었다.

촘촘한 금빛 광채가 짙은 붉은색 안개를 흩뜨렸다.

>>>>의식 전이가 완료됐습니다.

쿨럭!

캡슐 문이 열리자 지휘관이 빠르게 달려갔다.

컥... 저는... 괜찮습니다.

리는 지휘관의 손을 잡고 실험 캡슐에서 일어섰다.

아시모프 님, 의식 전이에 시간이 얼마나 걸렸나요?

이전과 같아. 이론값과 비교했을 때 3초를 초과했지만, 이상이나 오류 같은 건 없었어.

이번에 뭘 발견한 거지?

...

짙은 붉은색 안개가 갑자기 나타났다가 사라진 것처럼, 리의 의식의 바다에는 아무런 흔적도 남지 않았다.

기억나지 않습니다.

그렇군.

아시모프는 데이터 기록을 스와이프하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아마도 의식의 바다 심층 전이를 진행할 때, 예상치를 벗어난 편차가 일어난 것 같아.

루시아와 리브의 특화 기체는 안정적으로 진행 중이고, 업데이트한 결과물을 적응할 때, 이런 상황은 없었어. 그러니 네 심층 의식의 바다에 무언가...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리가 아시모프의 말을 먼저 끊었다.

...

네. 제 심층 의식의 바다에 일부 혼란스러운 데이터가 존재해서, 의식 전이 시간이 길어졌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리의 말은 거짓이 아닌, 사실이었다.

물론 영향은 있겠지만, 이해하기 쉽게 말하자면, 큰 문제는 없어.

기체에 영향을 주는 요소는 많고 많지만, 이건 그 순위에 들지도 못하니까.

게다가 오늘은 처음도 아니야. 전에도 테스트 도중, 의식 전이 단계에서 평균값을 3초 초과했지만, 나머지는 모두 정상이었어.

지휘관님, 전 괜찮습니다.

초각 기체로 변경한 리가 실험 캡슐에서 일어섰다.

초각 기체로 변경된 후 이 데이터들을 하나씩 정리하겠습니다. 그리고 정기적으로 과학 이사회에 와서 검사받겠습니다.

미묘한 불안감이 마음속에 계속 맴돌았다.

리가 실험 캡슐에 들어갈 때, 지휘관이 본 그 "탑"...

붉은색 나선형 탑이 구름을 찌르고 있었다.

이 탑이 해양관에서 본·네거트가 언급한 그 탑과 관련이 있을까?

"탑"에 무슨 짓을 했지?

필멸자의 육신으로 탑에 올랐다고?

그럴 리는 없어.

이 탑이 정말 본·네거트가 언급한 그 탑이라면...

이 모든 것은 대체 어떤 연관이 있는 걸까?

의문점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고, 정신을 차렸을 때 지휘관과 리는 이미 과학 이사회를 나온 뒤였다.

지휘관님? 기체 변경 이후부터 계속 정신이 없으신 것 같습니다.

혹시 무언가를 보신 건가요? 전처럼... "기시감" 같은 거 말입니다.

탑이라면...

그 대답을 들은 순간, 리의 의식의 바다에 무언가 희미하게 스쳐 지나갔다. 아쉽게도 그는 그림자의 정체를 붙잡지 못했다.

또 다른 건 없었습니까?

다행입니다.

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무언가 말하려던 찰나, 단말기가 울렸다.

...

먼저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기체 성능 검증 임무가 배정되었습니다.

중도 재난 지역에서 이합 생물을 처치하는 임무인데, 임무 번호는 착륙 후 공개된다고 합니다.

네, 일부 항목은 단독 작전을 통해 검증해야 합니다.

걱정 마세요. 초각 기체의 강도는 높은 편이고, 저도 충분히 준비하겠습니다.

서로를 존중하는 마음으로 인간 지휘관과 리가 주먹 인사를 나눴다.

임무 잘 마치고, 복귀하면 뵙겠습니다.

물론이죠.

햇빛을 등진 리가 지휘관을 향해 말했다.

반드시 무사히 돌아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