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트 밖에서 쏟아지는 빗줄기가 너무 거세서 이 산의 모든 식물을 뿌리째 뽑아 버리고 모든 흙을 씻겨 버릴 것만 같았다.
적음신계의 신도들이 텐트에 모여 쏟아지는 폭우를 불안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어떻게 비가 이렇게나 많이...
그레이스가 걱정스럽게 룬 문자가 가득한 마포 자루를 만지작거리며 "비가 언제 그치겠습니까?"라고 중얼거렸다. 한참을 고민하다가 자루에서 가장 먼저 손에 잡히는 룬 문자를 꺼냈다.
그것은 나무에 새겨진 룬이었고, 문자로 전환하면 H였다.
우박...
지연, 제한, 종결... 이것은 그렇게 이상적인 점술 결과가 아니었다.
바꿀 수 없는 일이라면 신앙에 기댈 수밖에 없었다. 원래 그레이스는 점술을 치는 데 서툴렀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녀도 점차 이 일에 능숙해졌다.
신이시여... 저희를 인도하여 주시옵소서.
저희 물자는 이미 부족한 상태로, 방금 심은 씨앗도 폭우에 떠내려가고 말았습니다. 신이시여, 저희를 인도해 주시고 저희에게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 주옵소서.
눈을 감은 그레이스가 조용히 기도를 마친 후 마포 자루를 집어 들었다. 자루를 가볍게 흔든 다음 탁자 위에 평평하게 펼쳐놓고 그 안에서 다른 룬을 꺼냈다.
이번에는 바위에 새겨진 룬이었다. 이런 척박한 세계에서 그레이스는 돌이나 나무로 만든 균일한 크기의 점술 도구 세트를 갖출 여력이 없었다.
문자로 전환하면 N이었다. 제한, 필요, 조난...
아...
그레이스가 눈살을 찌푸리며 룬 문자를 모두 치웠다.
신계자님... 신께서 새로운 지시를 내려주셨습니까?
그레이스가 룬을 치우는 것을 본 신도들이 줄줄이 그레이스를 둘러쌌다. 그들은 모두 그녀의 입에서 "비가 곧 그칠 것이고, 우리는 반드시 이 시련을 이겨낼 것입니다."라는 희망의 답을 듣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레이스는 누렇게 뜬 마른 얼굴들을 보며, 이를 악물고 다시 그 말을 꺼냈다.
신께서 말씀하시길, 참으라 하셨습니다. 현재 상황은 우리에 대한 시련이고, 그 후에 우리는 반드시 이 난관을 헤쳐나갈 수 있다고...
압축 식량 1봉지, 압축 식량 2봉지, 압축 식량 2.5봉지, 2.7봉지...
신께서 말씀하시길, 이 시간만 버티면...
통조림 4개, 통조림 4.5개, 통조림 4.8개...
늙은 애연가님!
아! 신계자님, 부르셨습니까?
중년 남성이 급하게 안으로 들어왔는데, 그가 걸친 조잡한 텐트 천은 이미 흠뻑 젖어 있었다.
꼭 이 시간에 통조림을 세어야 하나요? 그리고 통조림을 어떻게 4.8개로 셀 수 있나요!
아아아, 제가 훔쳐 먹은 게 아닙니다.
통조림 0.5개는 지난번에 오웬이 아파서 압축 식량에 섞어 통조림 죽 한 그릇을 끓여준 것이고, 또 통조림 0.3개는 그저께 조이가 퍼니싱에 가볍게 침식돼서 죽으려고 할 때...
늙은 애연가는 목이 메어서 코를 크게 풀었다.
죽어가는 데, 신계자님께서 편안히 가게 해주라고 하셔서 통조림 3분의 2를 먹게 해줬습니다.
우리에게 남은 물자는 이것뿐인가요?
네. 이 물자들은 지난달 지나가던 보육 구역 밖에서 저희가 줄을 서고 받은 구호품입니다.
하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언제 그 보육 구역들이 다시 보급을 나눠줄지 아무도 모릅니다. 아마 그들 역시 먹을 것이 부족할 것입니다.
휴...
그레이스가 오늘 몇 번째인지 모를 한숨을 내쉬었다.
언제쯤... 비가 그칠까요?
텐트 밖에서는 신도 몇 명이 함께 모여서 낡은 종이에 베껴 쓴 적음신계의 교리를 암송했다.
그들은 "재앙" 편에서 "저주" 장을 피하고, "회계", "기도", "구원"을 반복해서 중얼거렸다.
"저는 이미 의지할 곳도 호소할 곳도 없습니다. 구원만 받을 수 있다면..."
"신이시여, 당신의 존함을 찬송하며, 당신의 발 아래 엎드립니다."
"신께서 천국을 창조하셨으니, 신께서 사람으로 하여금 적조에서 영생을 얻게 하시리라."
천둥이 요란하게 쳤다.
천재지변이 이렇게 큰비를 몰고 오나?
긴 머리 구조체가 큰 소리로 투덜거리며, 두르고 있던 텐트 천을 아무렇게나 바닥에 던졌다.
텐트 안에서 교리를 암송하던 신도들은 작은 소리로 불평했다. 하지만 긴 머리 구조체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조심했다.
루루, 돌아왔군요. 수확은 어땠나요?
이런 것도 "수확"이라고 부른다면 말이지.
루루가 젖어버린 작은 꾸러미를 그레이스 곁에 던졌다.
꾸러미가 흩어지면서 안에 있던 붕대 두 묶음, 개봉하지 않은 과일 통조림 하나, 얼마나 되었는지 알 수 없는 식량 한 봉지, 그리고 씨앗용 벼 한 줌이 나왔다.
너의 그 "점술"의 결과에 따라서 말이야.
긴 머리 여성이 깊은숨을 들이쉬더니 터질 듯한 욕설을 참는 것 같았다. 그리고 잠시 감정을 가라앉힌 후 다시 입을 열었다.
네가 말한 그 방향으로 계속 걸어갔고, 앞에 있는 폐허 근처에 도착해서야 이미 적조에 잠겨버린 아주 작은 난민 구역을 발견했지.
침식체들과 성가신 이합 생물들이 있어서 겨우 이 정도만 챙겨올 수 있었어.
점술을 쳤을 때, 갑자기 이렇게 큰비가 올 거라고 말하지 않았잖아. 덕분에 내 총이 비에 젖어 쓸모없게 될 뻔했어.
루루가 투덜거리며 그레이스 쪽에 앉았다. 그리고 능숙하게 도구를 꺼내 "팔"로 사용하는 총기를 분해했다.
고생했어요. 루루. 최소한 오늘은 먹을 수 있겠네요.
하, 내가 고생한 걸 알면 됐어.
여성 구조체가 비웃으며 자기 "팔" 수리에 집중했다.
이내, 금속 냄비와 모닥불이 준비되었다.
오래된 식량을 끓인 냄새는 특별한 것이 없었지만, 통조림 0.3개가 들어갔다는 소식에 다들 오늘의 식사를 기대하는 눈치였다.
적조의 신이시여,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허락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늘 그랬듯이 신도들이 식사 전에 조용히 기도했다.
*, 뭘 적조에 감사해. 나한테 감사해야 하는 거 아냐?
저희를 인도하여 주시고 내일의 태양을 볼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하, 이 폭우로 내일 태양이 뜰지도 안 뜰지도 모르는데... 아, 왜 날 잡아당기는 거야?
소란을 피우며 기도를 방해한 이가 한쪽으로 끌려 나가자, 나머지 신도들은 계속해서 기도문을 암송했다.
쳇, 내가 거짓말이라도 했다는 거야?
그게 아니에요. 조금 전에 저에게 따로 이야기하고 싶은 게 있는 것 같던데요?
그레이스 곁에 앉은 루루가 망설이며 몇 번 말을 꺼내려 하자, 그레이스는 그녀의 몸짓을 읽어냈다.
사실 이 일을 말하는 게 좋을지 나쁠지 모르겠는데...
허리에 찬 방수 주머니에서 너덜너덜한 종이를 꺼낸 루루는 잠시 망설이다가 종이를 그레이스에게 건넸다.
이거, 너희 적조교의 다른 신도가 남긴 것 같아.
적음신계예요.
루루가 말한 이상한 호칭을 바로잡은 그레이스는 그 종이를 받았다.
이건... 초대장인가요?
적음신계 신도들을 "카퍼필드 해양 박물관"으로 초대... 시련만 통과하면 그 "바다에 가까운 곳"에 도착해 "적조에서 신생을 얻을" 수 있다.
뭔가 제대로 된 게 아닌 것 같아.
너희 사람이 남긴 거야?
확실하지 않아요. 다른 신계자들과 연락이 안 된 지 오래되었어요. 하지만, 이 표식은 확실히 제가 아는 신계자가 남긴 거예요.
초대장을 만지작거리는 그레이스의 마음속에 불안이 일었다.
그 난민 주둔지는 이 신계자가 예전에 주둔했던 구역일 텐데, 거기가 적조에 침식되었다면...
이 신계자는 과연 "왕생"에 들어갔을까? 아니면... "시련"을 경험하러 간 것일까?
이곳에 가봐야 할까요?
어? 나한테 묻는 거 아니지?
난 한번 가서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
이쪽은 물자가 너무 적고, 근처에 보육 구역도 없어. 공중 정원 그 무리... 그들에게서 먹을 것을 좀 뜯어내려고 해도 안 되잖아. 여기 있으면 언젠가는 굶어 죽을 거야.
게다가 이 근처는 내가 다 뒤져봤는데, 교체할 부품이 없어. 내가 폭우에 완전히 고장 나버리면 우리는 함께 손잡고 네가 말하는 "왕생"에 들어갈 수 있을 거야.
루루가 두 번 비웃었다.
넌 어떻게 생각해? 점술 잘하잖아? 점쳐봐?
저...
그레이스가 마포 자루를 비비며 이번 점술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망설였다. 최근의 점술에서는 좋은 결과가 하나도 나오지...
아, 맞다. 한 가지 더...
루루의 말이 채 끝나기 전에 "탁" 소리와 함께 텐트 안에 있는 희미한 전구가 꺼졌다. 그레이스는 깜짝 놀라 마포 자루를 바닥에 떨어뜨렸고, 룬 문자들이 사방에 흩어졌다.
하, 바로 이거야.
돌아오면서 봤는데, 근처에 멀쩡했던 발전기가 침식체 때문에 손상됐어. 시도해 봤는데 고치기 힘들 것 같아. 나사가 모두 녹슬어 있더라고.
이 주둔지도 이제 전기를 사용하지 못할 거야.
...
쪼그려 앉은 그레이스의 머릿속이 복잡했다.
바다로 가서 이번 시련을 받아야 하는 것일까?
이봐, 어두워졌다고 몰래 통조림 훔쳐 먹으려고 하지 마! 이 녀석들아!
늙은 애연가의 큰 목소리가 어둠 속에서 울리자, 쥐새끼들처럼 바스락거리던 작은 소리가 즉시 멈췄다.
물자 상자에서 떨어져! 가! 어서 가! 잘 들어! 훔쳐 먹는 놈은 적조에 들어가서 신생을 얻을 수 없어!
고기 통조림 안 되고, 과일 통조림은 더더욱 안돼!
작은 발소리가 들리더니 아이들이 서로 밀치며 물자 상자 주변에서 떠났다.
압축 식량 1봉지, 압축 식량 2봉지, 압축 식량 2.5봉지, 2.7봉지... 오늘은 압축 식량을 소모하지 않았네. 적조의 신님 감사드립니다.
젠장.
통조림 4개, 통조림 4.5개...
아, 끝없이 요구하는 메뚜기들에게 통조림 3분의 1을 먹였더니 통조림 4개만 남았어. 새로 심은 식량은 큰비에 쓸려갔고...
휴.
한숨을 내쉰 늙은 애연가가 물자 상자 뒤 그레이스와 루루를 발견하지 못한 채, 물자 점검을 마치고는 텐트를 떠났다.
바다로... 가야 할까? 어둠 속에서 그레이스가 바닥의 첫 번째 문자를 무의식중 더듬거렸다.
R. 마차, 여행... 모든 협상이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갈 것.
...
야, 갑자기 왜 깨달은 표정을 해?
아무것도 아니에요. 신께서 답을 내려주셨어요.
길게 한숨을 내쉰 그레이스는 루루가 어렵게 켠 횃불의 불빛으로 룬 문자를 모두 주웠다.
그래? 너 좋으면 됐어.
모닥불이 다시 피어올랐다. 신도들의 불안한 얼굴들을 마주하게 된 그레이스가 모닥불 곁에 서 있었다. 희미한 불빛이 그녀의 눈동자에서 춤추고 있었다.
신께서 미래의 길을 지시하셨습니다.
새로운 신의 계시를 봤습니다.
다행입니다. 신계자님.
신께서 우리에게 새로운 시련을 내리셨습니다.
불빛에 비치는 그 낡은 초대장 위에 "적음신계" 표식이 특히 눈에 띄었다.
그레이스가 초대장을 모닥불에 던지자, 텐트 밖의 바람이 들어와 사방으로 퍼졌다. 초대장이 불꽃에 타들어 가면서 붉은 금빛 기운이 불꽃의 족쇄를 벗어나 공중으로 갑자기 날아올랐다.
우리는 바다로 가서 이번... 신의 시련을 받을 것입니다.
이번 시련을 통과할 수 있다면 우리는... "신생"에 들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신이시여, 당신의 존함을 찬송하며, 당신의 발 아래 엎드립니다."
"신께서 천국을 창조하셨으니, 신께서 사람으로 하여금 적조에서 영생을 얻게 하시리라."
신도들이 땅에 엎드려서 적음신계의 교리를 중얼거리며 암송한 뒤, 얼마 안 되는 물자를 빠르게 점검하며 새로운 여정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레이스는 텐트 중앙에 서서 룬 문자가 든 마포 자루를 만지작거렸다. 그녀는 또 다른 나쁜 결과를 받을까 봐 다시 점술을 보기가 두려웠다.
그녀는 앞쪽에 희망을 걸 수밖에 없었다.
R. 마차, 여행... 모든 협상이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갈 것.
앞쪽에는 정말로 "새로운 희망"이 있을 것이다.
이런 환상을 품고 그레이스는 낡은 지도의 지시에 따라 적음신계 신도들을 이끌고 "카퍼필드 해양 박물관"으로 향할 준비를 했다.
"신생"을 얻을 수 있다는 그곳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