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메인 스토리 / 35 파도 저편의 소리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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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20 비앙카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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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 안.

다들 내가 널 죽였다고 말하고 있어.

그럼, 아니야?

내가 어떻게 널 죽여? 우리는 가장 친한 친구 사이잖아!

델라포어가 노리스를 데리고 해양관의 유리 수조 앞에 서 있었다.

해양관에 토끼 한 무리가 모여 있었다. 그들은 깡충깡충 뛰어다니다가 유리 벽 너머의 열대어를 구경하고 있었다.

하지만 난 죽었어.

맞아. 넌 죽었어.

내... 내가 널 죽인 거였구나.

내가 널 죽여야 했을까? 아니면 네가 날 죽여야 했을까?

모르겠어. 난 그냥 시체일 뿐이야.

하지만...

스크린에서는 "델라포어"가 여전히 말하고 있었다. 센이 고개를 돌려 옆에 있는 비앙카를 바라봤다.

비앙카.

어떻게 늘 그렇게 평온하실 수 있나요?

센?

비앙카는 센의 질문이 너무나 갑작스러워서 한순간 어떻게 답해야 할지 몰랐다.

어떻게... 이런 정화 부대에서도 "인성"을 유지하면서 이 세계에 희망을 품을 수 있어요?

...

사랑을 받아본 적도 거의 없고, 한때 "마녀"로 모함까지 받았잖아요.

그런데 어떻게 이 세계에 그토록 너그러울 수 있죠?

...

미안해요. 이런 질문들에 정말 어떻게 답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비앙카가 눈꺼풀을 내렸다.

비앙카

예전에는 저도 고통스러웠어요. 그들이 저를 마녀라고 부르며 그들의 도시에서 나가라고 했었죠. 제가 가져온 불길함이 한밤중에 그들의 가족을 죽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비앙카

예전에는 저도 제 누명을 벗으려고 시도했었어요. 다이달로스에 가입해서 이 도시와 주민들을 지킨다고 생각했었죠.

비앙카

"마녀"라고 불릴 때는 성당과 도시를 열심히 보호했어요. 하지만, 다이달로스에 가입해서 당당하게 살 때는 무의식중에 더 많은 무고한 사람들을 해쳤죠.

처음에 비앙카도 운명에 휩쓸려 비틀거리며 앞으로 달려갔을 뿐이었다.

비앙카가 갑자기 뒤돌아보니, 오히려 다이달로스의 길을 걸으며 더 많은 실수를 저질렀다는 것을 깨달았다.

저도 많은 죄를 짊어지고 있지만... 더 간절히 응답하고 싶어요. 그리고 구원받고 싶어요. 그 앞이 심연이라고 해도요.

비앙카는 자기가 저지른 죗값을 갚기로 결심했다.

잘못된 세상에도 진리를 지키는 이가 있을 거고

심연 속에도 빛이 있을 거예요.

그래요.

당신도 "선택"할 권리를 가져본 적이 없었군요.

아니요. 있었어요.

저는 공중 정원에 들어가 정화 부대에서 복무하기로 선택했어요.

이게 제 인생에서 가장 올바른 "선택"이라고 생각해요.

...

영화 스크린 안에선, 머리 위에 "진리"라고 쓰인 저울이 심판하고 있었다.

델라포어는 죄인이고, 델라포어가 노리스를 죽였다.

해양관 열대어가 구경하는 가운데, 델라포어와 노리스가 퇴장했다.

비앙카, 이 결말이 마음에 들어요?

저...

금발 구조체가 무언가 말하려고 했지만, 조금씩 흐트러지는 인식 때문에 한순간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랐다.

마음에 들든 들지 않든 이 영화는 이미 결말을 향해 가고 있어요.

만약 당신이 쓴다면... 어떤 이야기로 설정할 건가요?

비극도 희극도 아닌, 당신만의... "비앙카"의 이야기 말이에요.

제 이야기요?

네. 센의 이야기는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지만, 비앙카의 이야기는 아직 계속되고 있어요.

센의 목소리가 가까워졌다 멀어졌다 하자, 비앙카는 센의 목소리를 열심히 포착하려 했다. 하지만 빗물이 땅에 떨어지는 소리에 조금씩 주의를 빼앗겼다.

영화관에 아무런 이유 없이 폭우가 쏟아졌다.

어떻게 비가...

영화관에 어떻게 비가 오는 것일까?

빗물이 떨어지면서 비앙카의 기체가 몇 번 변경됐다. "심흔"에서 "진리"로, "진리"에서 최종적으로 "영도"로 변경한 뒤 고정됐다.

순백의 구조체가 영화관 좌석에 혼란스러워하며 앉아 있었고, 영화관 안에는 폭우가 쏟아졌다.

만약... 만약에 말이에요. 우리가 스스로 인생의 모든 전환점을 "선택"할 수 있다면... 우리는 여전히 오늘 이런 모습일까요?

좋은 아침이야, 비앙카.

좋은 아침이야, 센.

어젯밤 숙제는 다 했어?

물론이지. 마지막 문제가 어려워서 시간이 좀 걸렸지만, 다 풀었어.

한참 기다렸는데... 왜 혼자 구조체 개조를 신청한 거예요?

그럼 당신은요? 이미 구조체가 됐잖아요?

당신은... 다른 길을 선택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이것도 제 선택이에요.

공중 정원의 궤도차가 소리 없이 플랫폼에 들어왔다.

예전에 생각해 본 적이 있어요. 이렇게 거짓된 기억을 완벽하게 엮어 당신을 적조 속에 편안히 잠들게 하는 것도 당신에게는 일종의 행복일지도 모른다고요.

공중 정원에서 화목한 가정을 가지고, 가족과 친구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당신이 천천히 성장해서 과학 이사회나 생명의 별에 들어가는...

하지만 당신은 그래도 구조체가 되는 걸 선택했어요.

당신을 유도하려고 했어요. 정화 부대에서 벗어나 정비 부대나 집행 부대에 들어가기를 바랐죠. 거기서 당신이 갈망하는 유대와 우정을 얻을 수 있을 테니까요.

하지만... 당신은 그래도 정화 부대를 선택했어요.

비앙카, 당신은 바로 그런 사람이에요.

우산 아래 숨은 센의 얼굴이 흐릿했다.

센, 당신인가요?

저예요.

센의 목소리가 담담하고 부드러웠다.

어떻게 여기에...

오로지 당신만의 이야기를 완성하는 걸 도우러 왔어요.

센이 미소 짓는 것 같았다.

저를 비웃어 주세요, 비앙카.

비웃다니요.

저는 당신이 세계의 수렁에 추락하는 걸 볼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제가... 여기 서 있네요.

제가 당신의 마지막 길을 배웅해 드릴게요.

우산 가장자리가 늘어지자, 열차가 소리를 내며 지나갔다.

시스템

카퍼필드 해양 박물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최근 플랫폼에 비가 내리고 있으니 안전에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역 안내 방송에서 또렷하고 원활하지만 다소 기이한 내용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밀폐된 실내에 이유 없이 비가 내리기 시작하면서 눈앞의 모든 것이 빗속에서 색이 바래갔다.

잿빛 빗물이 비앙카의 몸에 떨어져 가볍지만 따끔거리며 그녀의 피부 위를 스쳐 갔다.

...

미안해요. 비앙카.

갑자기 그림자 하나가 비앙카 옆에 나타나더니 비를 막아주기 위해 우산을 들어줬다.

센?

다소 힘겹게 고개를 든 비앙카는 그 그림자를 향해 천천히 이름을 불렀다.

이게 당신에게 드릴 수 있는 저의 마지막 선물이에요.

선물...

센의 말에 응답하듯, 각자의 주변에서 갑자기 바람이 일었다. 그러자 순간 비가 멈췄다.

열차 한 대가 플랫폼에 정차하자, 비앙카는 멍하니 그쪽을 바라봤다.

비앙카

저건... 뭐지?

가늘게 눈을 뜬 비앙카는 눈앞의 광경을 분별하려 했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플랫폼의 조명은 어느샌가 꺼져 있었고, 더 먼 곳은 한밤중처럼 칠흑처럼 어두웠다. 실내의 비바람은 더 심해져 열차 같은 강철 조형물마저 격렬하게 떨고 있었다.

당신이 선택할 수 있다면, 마녀가 되고 싶으세요? 아니면 성녀가 되고 싶으세요?

마녀... 아니면 성녀요?

혼란스러운 사고가 조금씩 명확해지고 있었지만, 모든 것을 정리하기에는 아직 멀게 느껴졌다. 그래서 비앙카는 무의식적으로 상대방의 말을 되풀이했다.

네. 만약 당신이 선택할 권리를 가질 수 있다면...

비앙카, 당신은 어떤 이가 되고 싶나요?

센은 우산 손잡이를 비앙카 손에 쥐여주고는 몸을 돌려 떠나려 했다.

센! 어디 가는 거예요?

저요? 전 여기 남을 거예요.

센이 고개를 돌리자, 비앙카는 그제야 분명히 볼 수 있었다. 그녀는 지금 플랫폼 한가운데 치우치지 않게 서 있고, 많은 빗물이 그녀의 발밑에 모여 눈부신 빨간색을 이루고 있었다.

여기가 바로 제 종착역이에요, 비앙카.

하지만 당신은 떠나야 해요. 여기를 떠나세요. 어떤 선택을 하든, 마녀든 성녀든 상관없어요.

우!

열차가 때마침 기적소리를 내기 시작하면서 빛이 차체에 넘쳐흐르더니 엔진이 굉음을 냈다.

안 돼요. 잠시만요. 센, 잠깐만요!

비앙카는 깨어난 것 같으면서도 혼돈 속에 여전히 빠져 있는 것 같았다.

비앙카는 입을 크게 벌리고 발걸음을 옮겨 센을 향해 달려가려 했다. 하지만 장대비가 내리는 곳으로 뛰어드는 순간 그 자리에서 경직되어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가세요. 비앙카.

한 줄기 빛이 하늘에서 깜박이자, 비앙카는 무의식적으로 눈을 감았다.

빗물이 갑자기 역류하며 플랫폼으로 쏟아져 들어와 역을 침수시켰다. 진홍의 결정체가 울부짖으며 장대비 뒤로 사라져 버렸다.

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