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메인 스토리 / 35 파도 저편의 소리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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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19 허황된 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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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 안.

야, 야야, 내 다리 끌지 마. 내 다리 부러져...

시체는 말을 하지 않아.

내 다리... 부러졌다고!

야, 괜찮아.

델라포어가 노리스의 다리를 대충 제자리에 붙여놓았다.

좋은 소식이야. 우리는 이제 설원을 벗어날 거야!

그런데... 넌 대체 어떻게 죽은 거야?

죽은 사람에게 이런 질문을 하는 거냐?

야... 나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아. 설원에서 너를 만난 것밖에...

설원과 숲의 교차점이 눈앞에 있었다.

배우는 과장되게 몸짓을 했고, 영화관은 조용했다.

우리가 만났던 그때를 기억하나요?

언제요?

설원에서 그때요.

그때, 제 목표는... 당신을 그 침식체 포위망으로 유인하려는 거였어요.

그러면 제가 정화 부대 대장이 될 수 있었거든요.

기억나지 않아요.

하지만... 우리 소대에서 그런 생각을 하는 이가 또 있었어요. 그는 어떤 수단을 써서 우리 소대를 미리 침식체 소굴로 데려갔죠.

결과는 당신이 본 대로예요. 그들은 모두 침식됐고, 제가 죽였죠.

왜 그러신 거죠?

권력을 위해 그랬거나, 이익을 위해서였겠죠. 이 시대가 우리에게 주는 건 서사가 그렇잖아요.

저도 예전에는 저항해 보려고 했어요. 하지만...

다행히 최저생활보장이 있어. 우리 할머니 세대였다면, 이런 상황에선 죽는 수밖에 없었을 거야.

적어도 너희에겐 영향이 없을 거야. 센, 유코... 너희는 학교 열심히 다녀야 한다. 나 때문에 발목 잡히지 말고.

어머니가 발목을 왜 잡아요? 그 사람이 사기꾼을 믿지만 않았어도...

그만하렴! 센... 그만하렴.

누구나 실수할 수 있어. 그날 밤 내가 좀 더 조심했더라면, 다시 시작할 기회라도 있었을 텐데...

네 아빠가 날 돌봐줄 거야. 그건 걱정하지 마.

그 사람이요? 그 사람이 엄마를 돌본다고요? 외할머니한테 말하세요. 엄마가 그 사람과 결혼한 걸 아무리 못마땅하셔도...

네 외할머니는 돌아가셨어.

미안해요. 이런 얘기를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네요.

센의 얼굴이 어둠에 가려졌지만, 목소리만은 평온했다.

외할머니의 죽음... 그게 끝일 줄 알았는데, 시작이었어요.

몰래 이런 걸 켜놓고 우리를 찍는다고? 좋아. 화병을 네가 깬 게 아니란 건 증명됐지만, 지난번 일은 기록에 없잖아! 우리 딸한테 뒤집어씌우지 마!

오늘 급여 정산해 줄 테니 당장 꺼져! 우리 집엔 너같이 다른 속셈이 있는 사람은 필요 없어!

급여 명세서는 단말기로 보냈어. 배상금 다 공제하니까 300 부족하네. 잊지 말고 다 내고 가.

전에 사고가 좀 있었는데... 음, 항문 조루술... 분변 주머니를 평생 차고 계셔야 할 거 같아요. 다행히 연세가 있으시니 그 고통도 오래가진 않겠죠.

그리고 아버님께서는 예민하신 편이셔서 조심스럽게 대해 주시면 좋겠어요. 예전 간병인도 이것 때문에 그만뒀어요.

야, 내가 이거 싫다고 했잖아! 내가 원하는 건... 뭐라고? 마셨던 술은 환불 안 된다고? 그런 법이 어디 있어!

잔이 또 없어졌다고? 이번 네 월급에서 공제할게.

손님한테 가서 되찾아 온다고? 무슨 소리야. 그런 식으로 했다간 다음에 누가 이 가게에 오겠어?

센은 이렇게 시대에 휩쓸려 인생의 전반부를 보냈다.

"계속 진급해서 대장이 되어 권력 중심에 들어갈 수 있다면 이런 삶을 끝낼 수 있을 거야."

그때는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제가 겪은 환경과 경험이 다른 선택을 허락하지 않았으니까요. 그게 아니면...

애초에 저한테 선택할 권리가 없었던 거겠죠.

마른 낙엽처럼 세계의 거대한 흐름에 휩쓸린 센은 끊임없이 경쟁하며 나아갈 수밖에 없었다.

그럼, 왜 마지막에 정화 부대 대장 자리를 포기한 거예요?

왜...

센이 한숨을 내쉬자, 그녀의 의식의 바다가 전례 없이 평온해졌다. 그리고 의자에 기대어 온몸을 늘어뜨렸다.

아무런 의미가 없어서요.

이 세계는... 원한과 비극, 이별과 살육, 그리고 배신으로 가득해요.

제가 누군가의 자리를 빼앗으면 당사자는 분노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발각되는 순간 저를 죽이려 하지 않을까요?

...

제가 아는 "상식"으로는 스토리가 이렇게 전개되는 게 당연하잖아요?

센이 몸을 바로 세우고 비앙카를 바라봤다.

하지만... 그녀는 그렇게 설원을 헤쳐 나왔어요. 제가 죽음이 다가오기를 기다리고 있을 때.

저는 제가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에요.

그건 당신이 해야 할 일이었어요. 하지만 제가 해야겠다고 생각해 본 적 없는 일이에요.

그 이후로... 갑자기 그녀의 결말이 궁금해졌어요.

그녀의... 결말이요?

네. 순진한 바보, 잘못된 세계에서 진리를 찾으려는 멍청이...

그런 그녀가 어떤 결말을 맞이할지를요.

현실에서 사방으로 부딪혀 머리가 깨지고 피투성이가 될까요? 아니면... 그녀만의 진리를 정말 실천할 수 있을까요?

...

영화에서는 버려진 궤도차를 찾은 델라포어가 철로가 뻗어 있는 미지의 방향으로 향했다.

델라포어는 노리스를 끌어서 낡은 궤도차 안으로 밀어 넣었다.

궤도차가 굉음을 내며 달리기 시작했다.

폐허에서 비앙카와 센이 격렬하게 다투고 있었다.

비앙카, 더 이상 그렇게 순진하게 굴지 마요. 정화 부대 대장이 된 지 이렇게 오래됐는데, 아직도 이 모든 걸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잖아요?

진실이 모호한 업무, 문서 아래 숨겨진 "임무", 온갖 "알 수 없는 경로"를 통해 하달되는 명단들...

그리고 집행 부대의 수군거림, 군부의 차별, 동료들이 뒤에서 찌르는 차가운 칼을 통해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시는 건가요?

그건 각자 따로 논할 문제입니다, 센.

병사의 배신 여부를 확인한 뒤, 사살할지 아니면 공중 정원으로 데려가 심판받게 할지를 결정하는 게 정화 부대가 하는 일이에요.

그러니 우리는 반드시 조사를 해야 합니다.

대체 뭘 조사할 필요가 있다는 거죠?

센이 눈살을 찌푸렸다.

정화 부대는 공중 정원의 칼일 뿐이에요. 임무를 받고 임무를 수행하는 게 우리가 하는 일이죠.

어쨌든 아직 상대를 따라잡지 못했으니, 조사할 시간이 좀 있어요.

...

센은 무겁게 한숨을 내쉰 뒤,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센은 비앙카를 막아야 할지, 그만 두어야 할지 망설이게 됐다.

그녀는 냉정한 방관자가 되어, 비앙카가 이 수렁에 빠져 세상의 혹독한 대가를 치르는 걸 지켜보기로 결심했었다.

설원에서 배신자를 추격하던 그녀들은 별빛과 달빛 아래 야숙하며 수색을 이어갔다.

이쪽을 잘 아시는 것 같네요.

이 설원은... 예전에 제 고향이었어요.

자애로운 신부님께서 절 입양해 주셔서 가까운 성당에서 살았어요.

그럼, 당신 가족들은요?

신부님이 바로 제 가족이죠.

그 후에는요?

제가... 그분을 죽였어요.

죄송해요.

센이 조용히 모닥불을 만지작거렸다.

그때 그분은 퍼니싱 침식된 상태였거든요.

하지만 그분은... 천국에 가셨을 거예요.

퍼니싱이 횡행하는 곳에... 아직 천국이 존재할까요?

아마도요. 하지만 있는 게 없는 것보단 낫겠죠?

모닥불이 타닥타닥 소리를 냈다. 둘은 말없이 흔들리는 불꽃을 바라보고 있었고, 주위에 쌓인 눈은 천천히 녹아내리고 있었다.

센이 "정보 교환"의 순서가 됐다고 생각했는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저도... 가족이 없어요.

마비된 어머니는 저에게 짐이 되지 않으려고 제 곁에서 자살하셨고, 제 여동생 유코는...

불빛이 그녀의 눈동자에서 일렁였다.

그 기억은 아주 흐릿해졌어요.

컨스텔레이션으로 임무를 수행하러 갔던 것만 기억나요. 당시 폭도들의 난동이 있었고, 그곳에서 유코를 만나게 됐죠.

긴 전투를 겪은 유코는 제가 건네준 권총의 마지막 총알로 자신을 죽였어요.

...

왜인지는 모르겠는데, 그 기억은 거의 다 잊었어요. 하지만 유코가 마지막에 제게 미소 지었던 것만큼은 기억나요. 마치 자기 죽음에 어떤 의미가 있다고 말하고 싶어 했던 것 같아요.

어떻게 "의미 있는" 죽음이 있을 수 있죠?

센이 깊은 한숨을 쉬었다.

그냥 썩은 나무가 찬란한 시대에 쓰러져 미래로 가는 길의 디딤돌이 된 것뿐이에요.

...

비앙카가 이런 침울한 분위기를 깨뜨릴 만한 말을 고민하던 차에 단말기가 울렸다.

조사 결과가 나왔어요.

침식된 델라포어가 의식의 바다에 편차가 발생해 노리스를 죽였답니다.

가시죠.

센이 일어나면서 몸의 눈을 털어냈다.

이게 정화 부대의 사명이에요.

옛 동료에게 무기를 겨누는 건...

아직 살아 있는 생명들을 보호하는 것이기도 하죠.

모닥불이 대설에 묻혀 꺼졌다.

출발할까요?

언제든지요.

그녀들은 폭설 속에서 전진하며 설원의 배신자를 추격했다.

저는 언제든 죽을 준비가 되어 있고... 동료의 죽음을 맞이할 준비도 되어있어요.

설원과 숲의 경계에서 그녀들은 그 혼란스러운 침식 구조체인 "배신자"를 찾아냈다.

뭐... 뭐라고요?

제가... 노리스를 죽였다고요? 말도 안 돼요. 노리스는 제 가장 친한 친구예요.

그냥 쿠키 하나 먹었을 뿐이에요. 그런데 어떻게...

제가 어떻게 노리스를 죽일 수 있겠어요?

대설이 조용히 내리고 있었다.

당신은 델라포어고, 구조체 노리스를 죽인 혐의가 있습니다.

하고 싶은 말이 더 있나요?

그냥 쿠키 하나 먹었을 뿐이에요. 노리스를 죽이지 않았어요.

퍼니싱에 침식돼서 의식의 바다에 편차가 발생했어요.

더 있나요?

또... 안 돼요.

네?

해양관에 가까이 가면 안 돼요. 열대어...

해양관에는 열대어가 없어요.

수송기가 굉음을 내며 착륙하면서 하늘을 뒤덮는 눈먼지를 일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