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폭우가 쏟아졌다.
기체 능력을 한계까지 발휘하는 비앙카 주변에 순백한 미광이 발산되자, 닿는 곳마다 적조가 점점 물러났다.
잘 가요. 센.
모든 작별 인사는 죽음에 가까워지는 종이었다.
역전 장치가 별처럼 빛을 확산시키고, 마지막 애곡이 지난 후 거대한 괴물은 폭우 속에서 죽었다.
센...
예전에도 당신은 항상 이렇게 하는 걸 좋아했죠.
겉으로는 귀찮아하면서, "정화 부대는 공중 정원의 칼에 불과합니다"라고 말하곤 했지만, 항상 저에게 충분한 조사 시간을 내주곤 했어요.
무관심한 듯 보이지만, 가장 위험한 임무는 언제나 당신이 맡았죠.
이번에도... 이렇게 하기로 선택하신 건가요?
비앙카가 거대한 괴물 옆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아직 감기지 않은 괴물의 눈꺼풀을 조용히 바라봤다.
마지막까지도 우리를 보호하려고 노력하고 있네요.
네. 그녀는 적조 속 퍼니싱과 해저에서 탄생한 이합 생물을 잠식하고 있어요.
그녀의 생명이 다할 때까지요.
아니요. 이건 그녀 자신의 선택이었어요.
가볍게 한숨을 내쉰 비앙카는 일어서서 "역전" 장치를 최대 출력으로 가동했다.
"역전" 장치의 작용으로 괴물의 거대한 몸이 수많은 퍼니싱으로 변해 공기 중으로 서서히 사라졌다.
잘 가요. 센.
센은 "생명"의 출처를 선택할 수는 없었지만 "죽음"의 귀로를 선택할 수 있었다.
퍼니싱이 조금씩 분해되면서 투명한 파편 하나가 센의 시체에서 천천히 떨어져 나왔다.
이건...
본·네거트의 말을 믿지 마시고, 센을 죽인 뒤, 이중합 조각을 가져가세요.
소녀의 얼굴이 점점 죽은 "괴물"과 하나가 되었다.
제가 누군지는 알 필요 없어요.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그녀가 떠날 때... 대체 무엇을 생각하고 있었을까?
폭우가 파도를 부수며 제단을 휩쓸었다.
이중합 조각이요?
비앙카는 그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녀가 제대로 반응하기도 전에, 퍼니싱으로 가득한 투명 파편은 보조기에 잠식됐다.
네.
여성 구조체가 고개를 돌리자, 순백의 머리띠에 탄 흔적이 남아 있는 게 보였다.
비앙카는 여전히 비앙카다. 하지만 원래의 "비앙카"가 아니었다.
비앙카는 외부에서 강요받은 모든 이름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기호로 융합되었다.
지휘관님, 가시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