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안가 마을로 향하는 길
해안가 마을
해안가 마을
벽 한쪽에 박혀 있는 녹슨 안내판을 보니, 오랫동안 관리되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이 통로는 붕괴 사고를 겪은 것 같았다. 이에 따라 주변에는 많은 돌무더기와 건축 폐기물이 있었으며, 두 사람이 간신히 지나다닐 만한 좁은 길만이 청소되어 있었다.
그리고 좁은 길 속에서 희미한 적조가 번져 나오고 있었다.
비앙카는 장검을 잡고, 인간 지휘관은 권총을 든 채 앞길을 신중하게 수색했다.
단말기가 갑자기 울렸다.
지휘관님? 여기서 어떻게 신호가...
지휘관님?! 지휘관님 맞으세요!
위치를 특정할 수 없는 구역에 있어요. 이곳은 바닷물로 침수됐고, 이합 생물도 많아요.
지휘관님, 지금은 안전하세요?
조금 전에 일어났던 사건을 간단히 설명한 뒤 현재의 대략적인 위치를 루시아에게 공유했다.
바닷속 작은 섬...
알겠어요, 지휘관님. 여기 있는 이합 생물들을 처리한 뒤 섬으로 가서 합류할게요.
지휘관님도 조심하세요. 그리고 최대한 빨리 찾아갈게요.
루시아의 안전을 확인한 후, 둘은 통로 끝을 향해 계속 걸어갔다.
적조의 흔적이... 여기서부터는 더 뚜렷해지고 있어요.
네. 그럴 수도 있겠네요.
이제 곧 출구가 나올 거예요.
바위벽 너머의 물소리가 점점 더 선명해지는 걸 보니, 출구가 가까워지고 있는 듯했다.
이건...
보조기에 장착된 "역전" 장치가 부드럽고 희미한 빛을 발산하며 앞길을 비춰주었다.
길이 점점 좁아지고 석계가 미지의 구역으로 뻗어 있었다.
여기 안내판을 보면 그래요.
"해양관 지하층의 통로는 가장 가까운 마을로 이어져 있다."
"마을은 근처 섬에 만들어졌으며, 그 위로 제단이 설치되어 있다."
뒤쪽 내용은 명확하지 않아요, 지휘관님.
어쨌든 해양관은 더 이상 안전하지 않아. 그러니 먼저 여기서 벗어난 뒤 다시 계획을 세우자.
앞으로 나아갈수록, 길 양쪽의 풍경은 점점 기괴해졌다. 우뚝 솟은 돌기둥이 하늘을 찌르며 솟아올라 있었고, 오래 관리되지 않아서 생긴 녹과 적조의 흔적이 돌기둥 아래쪽에서 기어오르고 있었다.
지휘관님...
비앙카가 인간 지휘관을 몸 뒤로 보호하며 보조기를 이용해 앞 상황을 수색했다.
...
보조기의 시야가 서서히 넓어지면서 섬 중앙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돌기둥이 날카로운 생선 뼈처럼 저녁노을에 물든 창공을 찌르고 있었고, 주변의 폐허에서는 이곳의 옛 영광과 번화함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었다.
제단 중앙에 신체가 뒤틀린 "괴물" 하나가 곧게 서서 몸통을 늘어뜨린 채 있었다. 그러다 보조기의 움직임을 감지한 듯, "괴물"의 흐린 눈동자가 조금씩 초점을 맞추더니 비앙카의 신중한 시선과 마주쳤다.
그녀는... "괴물"은 남은 의식 조각은 여전히 이 시선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녀는 예전에 이 시선의 주인과 함께 수많은 임무를 수행하며 위험한 도전을 하나하나 극복해 왔다.
그녀는 예전에 이 시선의 주인이 온몸에 진흙을 뒤집어쓰고 죄악의 늪에 빠져들어 가도, 마음만은 여전히 희망을 잃지 않는 것을 보았다.
살육은 죄악을 동반해요. 그래서 이런 선택을 할 때마다 죄악의 칠흑에 물들게 되죠.
많은 이들이 이런 죄악을 외적 요인으로, 잘못된 세계로, 퍼니싱의 폭발로 귀결 짓죠.
비앙카, 하지만 당신만은...
"괴물"은 의식의 바닷속에서 갑자기 밀려드는 화면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본능인지, 아니면 남아있는 기억의 흔적인지 혼란스러웠다. 그래서 더욱 급하게 주위의 적조와 퍼니싱의 파생물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당신은 자신이 무고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책임을 퍼니싱에게 전가하지도 않고, 죄악을 이 잘못된 세계로 귀결 짓지도 않았어요.
손에 선혈과 티끌이 묻었지만, 영혼은 순결한 빛을 피워내고 있어요.
비앙카, 이것이 바로 당신이에요.
그녀가 미소를 지으며 일어섰다.
그러니...
마지막 계단을 밟자 진홍 제단이 평온한 해수면으로 조용히 변했다.
파란 머리 "괴물"이 제단과 해역의 적조를 흡수하자, 몸이 점점 커지면서 뒤틀리기 시작했다.
대장님, 오셨네요.
잠깐만요.
비앙카의 동공이 갑자기 수축했다. 그리고 괴물의 낮은 울음소리를 듣는 순간 예리하게 무언가를 감지했다.
의문이 괴물의 날카로운 기세에 의해 산산조각 났다. 그때 뒤틀린 긴 팔이 비앙카의 팔을 베기 위해 곧장 날아왔다.
살짝 웃음기가 섞인 중얼거림이 귀를 찢는 울음소리에 뒤섞였다.
제가 이번 임무를... 제대로 완료한 건가요?
비앙카는 신속히 상대의 공격을 피했다. 그 순간, 혼란스러운 상태의 그녀는 익숙한 누군가의 모습을 본 것만 같았다.
얼굴에 피를 뒤집어쓴 센이 비앙카 앞에 서서 의외로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웅장한 달빛이 제단에 펼쳐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