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메인 스토리 / 35 파도 저편의 소리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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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14 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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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홍 제단 속에 해골 같은 괴석들이 중앙에 있는 가지가 뒤틀린 "나무"를 둘러싸고 있었다.

곧 끝날 거야.

적조에 깊숙이 잠겨 있는 나무뿌리가 적조를 나무 중앙에 매달린 "괴물"에게 공급하고 있었다.

...

나무줄기를 타고 흐르는 적조가 "영양"을 공급하는 동안, 센의 악몽 속에는 수많은 진실의 "환각"이 떠올랐다.

네 총은?

여기 있어. 하지만 총알이 하나밖에 없네, 좀 더 줄래?

안 돼. 넌 총 쓰는 법을 배운 적도 없잖아.

...

유코!!

유코!!

그 자리에 멍하니 선 센은 어떻게 적조를 뚫고 여동생을 데려와야 할지 망설였다.

유코가 웃기 시작했다.

썩은 나무가 타게...

유코는 센이 준 그 권총을 들었다.

유코가 쓰러졌다.

유코...

떨리는 눈동자로 바라보는 동안 적조에서 뿜어져 나온 혼란스러운 장면들이 센의 의식의 바다로 격렬히 밀려들었다.

적조에 오염되어 "마녀"로 변한 비앙카.

황금시대 말기의 컨스텔레이션.

구조체가 되었음에도, 자신의 몸부림 때문에 또다시 더 많은 사람을 해치게 된 침식체 유코...

복잡하고 수많은 영상이 의심할 여지 없이 같은 "결말"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녀는 바다에 잠겨 있었다.

"이중합 조각"이라 불리는 결정이 그녀의 죽은 몸에서 떠올랐다.

결국 그렇게 되는 건가?

"괴물"이라 불리는 정화 부대의 부대장이 꿈속에서 자신에게 이렇게 물었다.

그런 것 같아.

허상으로 만들어진 센도 마찬가지로 조용히 답했다.

이런 삶, 이런 죽음은

과연 가치가 있는 걸까?

모르겠어.

바다가 그들 곁에서 무겁게 숨을 쉬며, 깊은 평온함에 잠겨 있었다.

설원에서 자살하는 것보다는 나아.

응.

침식체로 변한 동료를 죽이는 것이 옳은 것일까? 아마도 그럴 것이다.

침식체를 처리하여 더 많은 동료를 보호했다.

그녀처럼 죽는 게 옳은 것일까? 아마도 그럴 것이다.

이합 인간형과 하나가 된 그녀는 더 먼 경계에 닿아 "미래"의 정보를 "현재"로 전달했다.

인간의 문명은 이를 새로운 전환점으로 삼고, 그녀의 이름도 세계에 기억될 것이다.

센은 자신의 쓰라린 일생을 삼키며, 고요한 바다를 바라보았다.

방금 본 것들을 비앙카에게 전달할 기회가 있을까?

비앙카는 어떻게 해야 할지 알고 있을 거야. 그리고 오직 그녀만이 할 수 있어.

확실하지 않아. 파도가 해안을 덮칠 때, 그 소리가 육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몇 번이나 전해질지는 아무도 모르지.

하지만 카오스에게 대신 전달해 달라고 할 수 있을 거야. 그녀를 봤었어. 아직 여기 있을 거야.

카오스?

...

센의 질문은 답을 얻지 못했고, 둘은 해변에 조용히 앉아 있었다.

혼돈의 적조가 마지막 남은 외딴섬을 삼키려 했다.

중요하지 않아. 정보를 비앙카에게 전달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해.

파도가 센의 발목을 핥았다.

죽은 후에도 의식이 있을까?

모르겠어.

죽은 이들을 만날 수 있을까?

그럴 수도 있고, 그러지 못할 수도 있어.

나쁘지 않네.

센이 귓가에 흩어진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자, 적조가 이 외로운 섬을 삼켜버렸다.

그럼, 이렇게 하자.

안녕.

여성 구조체가 고개를 돌렸다.

아, 조금 전에 유코가 나한테 뭐라고 말했는지 들었어?

그... 그때.

파란 머리 소녀가 소리 없이 입 모양으로만 표현했다.

그녀가 말을 하는 것 같기도 하고, 그저 침묵을 지키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그래? 정말 유감이야.

살짝 미소 지은 센은 파도가 자신의 몸을 삼키도록 내버려뒀다.

바다 위는 잔잔했다.

...

나무줄기에 묶인 "괴물"이 두 눈을 떴다.

융합 완료.

데이터는 완벽해.

완벽해 보이는 데이터들을 보며 눈살을 찌푸린 혹사는 어딘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계속 들었다. 하지만...

실험의 성공이 혹사와 그의 선생님이 원했던 결과가 아니었던 것일까?

이리 와, 센.

혹사가 부드럽게 불렀다.

...

보라색 머리 승격자의 부름에 따라 센은 순순히 제단 앞쪽에 내려섰다.

이제는... 선생님께서 우리와 합류하기를 기다리면...

말이 끝나기도 전에 괴물의 날카로운 앞다리가 소리 없이 번뜩였다.

금속 처형 의자가 승격자를 완전히 감싸기도 전에, 칼날은 보라색 머리 승격자의 가슴을 꿰뚫어 버렸다.

혹사

...

혹사는 어떤 소리도 내지 못한 채 연약한 낙엽처럼 둘로 갈라져 버렸다.

"괴물"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듯 제단으로 돌아갔다.

이합 생물의 본능이거나 혹은 희미한 자의식의 발현으로, 센은 제단 가운데에 서서 자신을 적조 속에 깊이 묻었다. 그녀가 눈을 감자 제단 속 적조가 천천히 요동치기 시작했다.

적조를... 흡수한다고? 쓸데없는 짓을.

섬에 들어서면서 이 "참사"를 목격하게 된 본·네거트는 "괴물"의 행동을 눈치채고 고개를 저었다.

역시 실패했군.

괴물은 대행자의 조롱을 들을 수 없었다.

몸속에 숨겨져 있던 기괴한 신체가 갑자기 터져 나오며 괴물이 날카롭게 울부짖었다. 그러자 형체가 조금씩 왜곡되기 시작했지만, 주위의 적조는 여전히 끓는 것처럼 요동치고 있었다.

혹사는... 죽은 건가?

본·네거트는 한쪽에 있던 혹사를 보고는 눈살을 찌푸렸다.

확실히 "귀환 티켓"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이 정도로 불안하다니...

대행자는 깊은 사색에 잠겼다.

센의 상태는 그가 기대한 "귀환 티켓"의 효과를 보였다. 하지만 그녀의 의식은 안정적이지 못했다. 이건 그의 계획에서 가장 치명적인 고리였다.

본·네거트는 이중합 탑을 조종할 때, 정신이 분산돼서 이 불안정한 "귀환 티켓"을 통제할 수 없었다.

하지만 센을 "저장 장치"로 하여 크틸라를 계속 부화시킬 수 있다면...

...

아깝긴 하지만, 완전하지 않으니, 어쩔 수 없지.

본·네거트는 이 위험을 감수하고 싶지 않았다. 특히 이런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랬다.

혹사의 부서진 기체를 수거한 본·네거트는 단말기에 센의 현재 상태와 데이터를 기록했다.

그다음은 해저 요람 계획을 계속 추진해, 크틸라를 부화시키면 됐다. 그 전에...

우선 그 탑에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파악해야 한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