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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앙카가 다시 날아오는 검을 피하자, 본·네거트는 미세하게 눈살을 찌푸렸다.
또 계획에 없던 일이었다. 통제력을 잃는 느낌이 다시 그를 덮쳤다.
본·네거트는 어떤 과거의 기록에서도 비앙카의 이런 기체를 본 적이 없었다.
비앙카가 대행자에게 숨 돌릴 기회조차 주지 않았고, 검을 채찍으로 변경한 뒤 공격을 계속했다. 채찍 끝이 날카로운 잔상을 남기며 본·네거트의 옆구리를 강타했다.
본·네거트는 정말 이 기체를 본 적이 없는 것일까?
아니면... "이중합 탑 소실"이 가져온 영향으로 사고에 간섭을 받았던 걸까?
본·네거트가 눈살을 찌푸리며 생각하는 사이, 비앙카의 채찍이 멀리서 날아왔다. 대행자는 미처 피하지 못해 얼굴 옆에 상처가 났다.
미세한 고통이 본·네거트의 의식을 현실로 되돌렸다. 이내 대행자는 잠시 고민하다가 역장 차단막을 유지하던 손을 놓았다.
비앙카는 추격하다가 즉시 몸을 돌려 지휘관에게 달려갔다. 지휘관과 신속히 합류한 그녀는 장검을 들고 다시 적조 저수지 위에 서 있는 본·네거트와 맞섰다.
너희가 그렇게 고집을 피우겠다면 어쩔 수 없군.
본·네거트가 어떤 스위치를 작동시키자 지면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저수지의 적조가 요동치며 그 속의 이합 생물이 쉰 울음소리와 함께 몸부림쳤다.
너희 모두를 여기 남겨두어도 난 상관없으니까.
지금 이 시기에 여기서 그들과 얽혀 있는 건 현명한 선택이 아니었다.
본·네거트는 "백업"을 남겨두었으니, 그레이 레이븐 지휘관이 이 해양관에서 죽든 말든 그의 계획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을 거라 생각했다.
이곳으로 오는 길은 대행자에 의해 완전히 파괴됐다. 그들이 그 지름길로 떠나려 한다면, 분명 그곳에서 완전히 부화된 센과 마주칠 것이다.
본·네거트는 통제를 벗어난 모든 씨앗을 곧 추락할 이 해양관에 함께 잠기기로 결정했다.
아깝군.
본·네거트의 말을 더 들을 생각이 없었던 비앙카의 긴 채찍이 공기를 갈랐다. 의식 연결된 비앙카의 행동은 더욱 민첩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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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그레이 레이븐 지휘관을 붙잡아 가는 일은 처음부터 임시 계획에 불과했다. 본·네거트에게는 아직 많은 예비 수단이 남아 있었다.
대행자는 기세등등하게 다가오는 비앙카를 보고, 회피하며 몸을 돌려 떠났다.
비앙카는 본·네거트가 다른 함정을 남기지 않았다는 걸 확인한 뒤에야 무기를 거뒀다.
지휘관님! 다친 데는 없으세요?
비앙카가 지휘관의 방호복 생명 수치를 급하게 확인했다.
방호복의 인터페이스를 누르자, 혈액에 주입된 차가운 혈청이 정신을 더욱 또렷하게 했다.
"휘명" 기체로 변경했고, 작동도 양호해요.
몇 번의 적응만으로 이런 효과를 낼 수 있다니... 역시 아시모프 님이네요.
네. 알고 있어요. 이 기체는 보조기의 외장 장비에 의존하며, 사용 시간도 제한적이죠.
지휘관님을 모시고 나가기엔 충분해요.
어려울 것 같아요. 제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바닷속이었거든요.
적조가 넘친 흔적을 따라, 해양관 지하 3층의 손상된 외벽을 통해 여기로 잠입했어요.
구조체는 적조가 섞인 바닷물에서 행동할 수 있지만...
길이 또 하나 있긴 합니다.
해양관을 정찰하면서 봤는데, 내부에 인근 "마을"로 이어지는 통로가 있었어요.
지하 통로가 무너졌다고 하지만, 그래도...
비앙카는 긴 채찍을 휘둘러 둘을 향해 떨어지던 금속 구조물을 쳐냈다.
다른 통로가 막힌 상태였기에 일단 시도해 볼 수밖에 없었다.
바로 앞쪽에 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