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근은 죽어가는 넝쿨처럼 뒤틀렸고, 균열은 거미줄처럼 벽과 천장을 기어다녔다. 과거 화려했던 해양관은 폐허가 됐고, 내부 구조의 붕괴로 인해 완전히 파괴되었다.
예전과 같았으면, 잔해 속을 헤쳐나가면서 주위 환경을 보며 좌표를 확정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반복적인 조정과 대조가 필요했다.
적조가 여기까지 번졌어요.
네. 테디베어가 말한 좌표가 이 근처일 거예요.
둘러보니 이 구역은 예전에 공연에 사용했던 홀 같았고, 현재는 소량의 적조가 흐르고 있었다. 공연용 수막이 아직 파괴되지 않았고, 거대한 고래 조각상이 중앙에 매달려 있었다.
거대한 고래... 표본인가?
고래가 홀 중앙에 조용히 떠 있으면서 인간과 작은 구조체를 슬프게 바라보고 있었다.
주위의 수막 기관이 모두 정지되어 홀 전체가 공허하고 적막했다.
소량의 적조만이 바닷물이 저장되어야 할 수조에서 조용히 흘러가고 있었다.
지휘관님, 여기 너무 조용하네요.
메아리가 들릴 정도예요.
루시아가 눈썹을 찌푸리며 목소리를 낮췄다.
승격자가 여기에 뭔가 배치해 두지 않았을까요?
하지만 테디베어가 준 결과에 따르면, 이 구역은 그들이 비앙카의 기체를 안전하게 운송하기에 가장 적합한 곳이었다.
이상한 색이 스쳐 지나가는 걸 곁눈질로 본 지휘관이 갑자기 고개를 돌리니, 창백한 소녀가 조용히 시야 끝에 나타났다.
그녀가 고개를 들어 거대한 고래를 올려다보았다. 하지만 시선의 끝은 허무에 닿아 있었다.
...
소녀는 이쪽을 보고 있었고, 지휘관이 소녀와 시선이 마주친 순간 주변 광경이 유리처럼 조용히 부서지더니, 짙은 색 기체의 비앙카가 수막 반대편에 어렴풋이 나타났다.
크고 비틀린 괴물이 마른 손가락을 뻗어 비앙카의 뺨을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비앙카는 무언가를 말하려는 것 같았다. 하지만 "아아"라는 쉰 소리만 냈다.
제발... 절... 비웃어... 주세요.
인간의 것이 아닌 날카로운 손톱 끝이 비앙카의 뺨을 긁자, 순환액이 스며 나오며 선홍빛 호를 그렸다.
제발요.
지휘관의 시야가 갑자기 더 먼 방향으로 끌려갔다.
광풍과 폭우가 몰아치고, 수십 미터 높이의 진홍빛 거대한 파도가 해면에서 일어나자, 비린내가 코를 가득 채웠다.
격렬한 진동이 해안선에서 전해져 오자, 퍼니싱이 날카로운 결정체로 응결되면서 곧바로 해변의 공중 정원 병사들을 관통했다.
보라색 머리 승격자가 차가운 철 의자에 웅크리고 앉아 바다를 주시하고 있었다.
그러자 거대하면서 창백한 형체가 수평선에서 천천히 떠올랐다.
인간형 변종의 생명체 잔해가 창백한 인간형 위에 이어 붙어져 있었고, 어딘가 익숙한 머리 색깔을 보고 마침내 상대방의 "신분"을 희미하게 알아볼 수 있었다.
등 뒤에서 찬물 한 바가지를 부은 것처럼, 언제부터인지 방호복은 이미 식은땀에 젖어 있었다.
루시아는 순간적으로 옆에 있는 인간 지휘관의 이상 상태를 알아챘다.
지휘관님, 또 그런... 화면들을 보셨나요?
센?
...
하지만 센의 구체적인 위치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어요.
루시아의 목소리가 지휘관의 의식을 진짜 현실로 끌어당겼다.
이런 "정보"들은 정말 "시간의 우리"에서 나온 것일까?
그렇다면, "과거"가 바뀌었는데, "현재"는 "과거"의 사건 전개를 여전히 따르게 되는 것일까?
예전에 본 "그림자"에 따르면...
보라색 머리 승격자가 바다에서 적조를 배양했다.
바다에서 탄생한 센이 바닷물의 고농도 적조에 의해 부화했다.
비앙카가 적조 깊숙이 빠져들어, "마녀"로 변할 가능성도 있었다.
하지만...
공중 정원이 카오스의 "경고"에 따라 이런 "사건"들에 대한 대책을 사전에 세웠다.
의외의 상황이 없다면, 케르베로스는 최소한 바다에 유입되는 적조의 배출구를 막았을 것이고, 공중 정원도 집행 부대 지원을 일찍 파견했을 것이다.
물론 가장 큰 변수는...
홀의 온전한 긴 의자 위에 상처투성이인 비앙카가 여전히 의식을 잃고 누워 있었다.
지휘관이 본 "화면들"에서 비앙카는 "마녀"가 되어 심해에서 나오거나 해양관의 적조에 빠져들어 있었다. 비앙카가 새 기체로 변경하는 모습이나 지휘관이 비앙카와 합류하는 모습은 본 적이 없었다.
이런 "변동"하에서 이야기의 "결말"은... "그림자"에서 본 것과 여전히 같을까?
정말... 센을 구할 수 있을까?
지휘관의 마음속에 까닭 없는 불안이 감돌고 있었다. 지휘관은 수시로 테디베어가 정보를 보냈는지 확인하며 이 초조함을 완화하려 했다.
단말기가 울렸다. 테디베어가 보낸 메시지의 내용은 그녀들이 곧 이곳에 도착한다는 거였다.
지지직...
통로의 어느 모퉁이에서 갑자기 전류 소리가 명확하게 들리기 시작했다.
!
루시아가 무의식적으로 앞으로 나서며 지휘관을 가렸다.
쿨럭...
그레이 레이븐 지휘관 그리고 그레이 레이븐의 대장... 루시아.
전류 소리 후에 이어진 것은 낮은 남성 목소리였다. 상대방의 인사 의도가 명확해서 이곳을 관측할 수단이 있는 것 같았다.
지휘관은 목소리가 들리는 순간, 이 대행자를 자주 보지 못했음에도 머릿속에서는 아무 생각 없이 자동으로 그의 모습을 연상했다.
아직 날 기억하고 있다니... 기쁘군.
...
다시 한번 자기소개를 하지, 난 대행자, 본·네거트다.
예상치 못했던 상황이었다... 대행자가 해양 박물관에 나타난 거였다.
저수지로 날 찾으러 와, 그레이 레이븐 지휘관.
너에게서 확인해야 할 일들이 있다.
"탑"에 관해서, 그리고 퍼니싱에 관해서.
무의미한 간 보기는 서로의 시간만 낭비할 뿐이다.
안내 방송의 목소리에 담긴 조급함이 점점 짙어지다가 어느 순간 사라졌다. 그 후 희미한 심호흡 소리가 들리더니, 다시 차가운 통보 톤으로 바뀌었다.
등가교환을 해볼까 하는데. 넌 분명 "탑"을 철저하게 이해하지 못했을 거야, 정말 모든 걸 알고 있다면, 넌 여기에 나타나지도 않았을 거니까.
저수지로 와, 서로 질문하고 답을 교환하도록 하자.
그는 이 말을 남기고 안내 방송을 차단했다. 인간 지휘관이 반드시 올 것이라 확신하는 듯, 상대방의 태도는 확고했다.
뜬금없는 발언이 어느 순간 이전에 일어난 위화감과 하나로 연결되었다.
사고의 파편들이 조금씩 연결되면서, 흐릿한 그물이 애매하게 주위를 감싸는 것 같았다.
지휘관님?
루시아가 여전히 주변을 경계하고 있었지만, 지금 인간 지휘관은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현실인지 환각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조각난 실루엣과 광경이 지휘관의 머릿속을 떠돌았다.
센... 혹사... 비앙카... 해양 박물관...
과거에서 봤던 "그림자" 중...
본·네거트는 단 한 번도 나타나지 않은 것 같았다.
시간의 틈새에서 엿본 "그림자"가 뇌리에서 꿈틀거리며 더 깊고 먼 곳을 탐사하려 시도하면 항상 날카롭게 찌르는 고통이 응답으로 돌아왔다.
이 세계에서... 대체 무슨 일을 겪었던 것일까?
지휘관님, 적조가 위로 번지고 있어요!
그동안 배후에서 적조를 조종해 공중 정원 소대를 공격한 주모자는 본·네거트가 틀림없었다. 최소한 그중 한 명이었다.
본·네거트의 의도적인 조작으로, 적조가 아래서부터 위로 빠르게 번지면서 순간적으로 통로 사이의 틈새를 가득 메웠다.
루시아는 의식을 잃은 비앙카를 부축하며, 지휘관과 함께 측문을 통해 겨우 홀을 벗어났다.
...
왜 무의미한 발버둥을 치는 거지?
그가 스위치를 누르자, 수없이 많은 수막이 양쪽 복도에서 터져 나왔다.
이런... 그 생체공학 물고기예요!
지휘관님, 이쪽입니다!
적조가 바닷물의 파도에 편승해 빠르게 몰려오자, 둘은 비앙카를 데리고 높은 곳으로 이동했다.
바닷물은 여전히 상승하고 있었다.
안내 방송이 홀 전체의 음성 시스템에 연결되어 있었기에, 카레니나와 테디베어도 본·네거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대행자!
테디베어, 여기서 바로 내려갈 수 있어?
안 돼, 이 구역 근처는 전부 수족관의 유리 통로야. 출구가 아예 없어.
이 구역에서 떨어지면 물속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어.
잠깐... 루시아의 목소리가 들려! 근처로 이동하고 있어!
안 돼! 물속에 적조가 있단 말이야!
더 이상 시간이 없잖아, 어서 벗어나 그레이 레이븐과 합류해야 해!
야! 잠깐만!
쾅!!
중력파가 단단했던 금속 구조의 천장을 손쉽게 파괴해 버리자, 급물살이 통풍관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쿨럭... 참... 나...
방심하고 있다가 물을 마시게 된 테디베어는 눈을 뒤집고 체념하며, 비앙카의 새 기체 운반 캡슐을 끌고 카레니나를 따라 아래로 뛰어내렸다.
물속에도 적조가 있어. 조심해!
루시아!
카레니나가 급물살을 사이에 두고, 루시아의 흔적을 찾아냈다. 둘은 의식을 잃은 비앙카를 데리고 빠르게 이 구역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지휘관님, 카레니나와 테디베어를 찾았습니다!
젠장, 이 유리를 어떻게...
카레니나는 주먹을 유리에 갖다 대고 중력파를 거침없이 방출했다.
야, 잠깐, 내가 정방향 폭파 장비를 가져왔다고... 아아아아!
유리가 부서지는 순간, 물살이 빠르게 빠져나가면서 작은 소용돌이를 일으켰다.
...
안내 방송에서 대행자의 한숨 소리가 들려왔고, 그것은 마치 불청객에게 불만을 토하고 있는 것 같았다. 왜곡된 백색 소음과 함께 더 많은 물이 양쪽에서 격렬하게 뿜어져 나왔다.
꾸르르르르...
***...
순간적, 통로 전체가 물에 잠겼다.
[player name]... 받아...
카레니나가 급류를 이용해 기체 운반 캡슐의 안전 걸쇠를 열었다. 그러자 기체 운반 캡슐이 물살을 따라 급격히 떨어졌다.
물살이 너무 세서 지휘관이 운반 캡슐에 접근할 수 없었다.
의식을 잃은 구조체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그녀는 이미 외부 정보를 받을 수 없는 상태인 것 같았다.
심층 연결을 시작한 순간, 마인드 표식으로부터 극심한 고통이 느껴졌다.
퍼니싱에 심각하게 오염된 의식의 바다는 이미 상처투성이였고, 진홍색 파도가 정면으로 덮쳤다가 투명 보호막에 의해 단호하게 차단되었다.
저...
저는...
저...
끝내 말을 마치지 못했고, 날카로운 고통이 뇌로 파고들었다.
지휘관님!
알겠습니다!
루시아가 힘껏 기체 운반 캡슐을 지휘관 방향으로 밀자, 지휘관은 등반 로프를 간단히 올가미로 만들어 비앙카와 기체 운반 캡슐을 한곳에 단단히 고정했다.
...
대행자가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다른 장치를 작동시켰다.
무거운 폭발음과 함께 지하 3층의 외벽이 무너져 내렸고, 바닷물이 사방에서 거세게 쏟아져 들어왔다.
뭐야! 왜 또 있는 거야!!
꾸르르르르...
지휘관님! 조심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