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메인 스토리 / 35 파도 저편의 소리 /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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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6 신생과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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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2층

카퍼필드 해양 박물관

카퍼필드 해양 박물관, 지하 2층

공기 중의 퍼니싱 농도가 점점 높아졌고, 이로 인해 공중 정원과의 통신이 자꾸 끊어지기 시작하면서 원활한 소통을 하기엔 어려웠다.

"지하 2층" 표지판 근처에서 마주했던 "이합 생물"과 흡사한 괴물 몇 마리를 처치하고 난 후, 차갑고 끈적한 금속 명패를 몇 개 더 입수하게 됐다.

델라포어... 노리스...

지휘관은 이 명패들을 주어서 잘 보관한 뒤, 계속해서 수색해 나갔다.

지하 2층의 길이 워낙 복잡해서, 현재 방식으로 수색을 진행하는 건 너무 비효율적이었다. 두 소대는 의논을 거쳐 반즈와 크롬이 한 팀이 되어 왼쪽을 수색하기로 했고, 루시아가 나머지 구조 소대와 오른쪽을 수색하기로 결정했다.

그레이 레이븐 소대의 호흡은 말할 필요가 없었다. 지휘관이 루시아와 눈을 맞추자, 루시아가 오른쪽 통로를 막고 있는 부서진 철근을 베어내며 그 뒤의 문을 열었다.

퍼니싱 농도가 여전히 올라가고 있어요. 지휘관님, 조심하세요.

시스템

"카퍼필드 해양 박물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갑자기 차가운 기계음이 울려 퍼졌다.

저쪽입니다!

뒤따르던 정화 부대 대원이 말이 끝나기도 전에 화살을 쏴 소리를 내는 장치를 떨어뜨렸다.

해양관의 안내 방송 로봇입니다.

누군가 해양관을 관리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이런 환경에서 대체 누가 시간을 들여 관리를 진행했을까요?

승격자일까요?

안내 방송 로봇을 자세히 검사해서 이상이 없음을 확인한 후 뒤따라온 집행 소대 구조체에게 맡겨 파괴했다. 그리고 앞으로 가려던 순간, 루시아가 모두를 불러 세웠다.

지휘관님, 이쪽 방향에... 흔적이 남겨진 것 같어요.

눈에 잘 띄지 않는 구역에 소량의 적조 점액이 순환액과 섞여 시멘트 파편 사이로 구불구불 이어져 있었다.

순환액이 마르지 않은 걸 보니 남겨진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았다.

순환액 냄새입니다. 저... 저쪽에 아직 살아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녀는 공기 중에 남은 냄새를 맡으며 상대방이 도주했을 거라 추정되는 방향을 가리켰다.

정화 부대 대원이 가리킨 방향을 따라 몇몇이 앞으로 계속 쫓아갔다.

끽...

저기 앞에 누가 있는 것 같은데요... 저건... 정화 부대 제복입니다!

집행 소대 구조체는 동료의 뒷모습을 보고 정체를 바로 확인할 수 없었으나, 상대방이 입고 있는 게 정화 부대 제복이라는 건 확신했다.

찍... 화... 환...

환영... 합니다.

해양관... 신입... 직원...

뒤로 물러나세요!

침식체는 끈적한 살덩어리에 강제로 연결된 채로, "그것"의 머리 위로는 지느러미 같은 모듈이 자라나 있었다. 그리고 팔은 비틀어진 채 천천히 꿈틀거리는 적조 결정을 기어 올라가고 있었다.

젠장, 괴물이잖아!

생물 연소 장치가 갑자기 발사되면서 완성되지 않은 "그것"이 숯덩어리로 변했다.

젠장...

정화 부대 소속의 구조 소대 대원이 눈살을 찌푸리며 면전의 침식체를 처치했다.

금속 명패가 숯덩어리 안에서 희미하게 반사되고 있었다. 의심할 것도 없이 이것도 예전에는 공중 정원의 구조체 병사였다.

...

루시아가 미간을 찌푸리며, 칼끝으로 숯덩어리 속에서 명패를 골라냈다.

이들도 원래는 구조체였네요.

나머지 구조 소대 대원들을 어서 찾아야 해요.

해양관 지도로 봤을 때, 추가 붕괴가 없다면 앞쪽 로비에서 곧 크롬, 반즈와 만날 수 있을 거였다.

지하 2층

해양관 로비

지하 2층, 해양관 로비.

지휘관은 크롬과 간략하게 정보 교환을 진행하며, 그에게 이합 생물이 구조체들을 변이 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전달했다.

말씀하신 정보는 기록해 두었어요. 신호를 포착하면, 제 단말기가 자동으로 임무 보고서를 공중 정원으로 동기화할 겁니다.

저희 쪽은...

크롬은 왼쪽 통로에서 겪었던 사태를 간략하게 보고했다.

기체가 다소 너덜너덜해진 구조체가 아무렇지 않게 지휘관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보육 구역의 병사들", 안녕.

그녀가 저쪽 통로의 이합 생물을 처치해 주었는데, 다른 정보는 일절 말해 주지 않고 있습니다.

지휘관이 자세히 질문하려고 할 때, 단말기가 갑자기 울렸다.

루시아의 전투 능력은 의심할 여지가 없어서 혼자서도 충분히 해낼 수 있었다.

합류 지점을 확인한 후, 지휘관은 크롬, 반즈와 함께 왼쪽 통로로 향했다.

여기 뭔가 이상한데.

지휘관님, 너무 조용한 것 같습니다.

해양관에 들어선 순간부터 침식체의 소리, 이합 생물의 바스락거림, 그리고 끈적하게 흘러가는 적조의 소음이 계속 그들을 따라다녔다.

하지만, 지금 이곳은... 너무 조용하다 못해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허리춤에 있는 권총을 꽉 잡은 지휘관은 언제든 승격자와 마주할 준비를 했고, 모두가 조심스럽게 전진하며 수색을 계속했다.

이건...

"눈"을 부릅뜬 채로 죽은 이합 생물의 사체가 보였는데, 그 부분을 정말 "눈"이라고 부르기엔 애매했다.

총알의 흔적이야.

공중 정원의 총알 규격이 아닙니다, 지휘관님, 또 다른 누군가가 해양관에 진입한 것 같습니다.

승격자였다면 이런 소박한 공격 방식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다. 승격자가 아니라면... 이런 시기에 해양관으로 잠입한 자는 누굴까?

어디에나 숨어있는 쿠로노일까? 하지만 이곳엔 훔칠 만한 기술이 없었다.

저 앞에서 소리가 나는 것 같은데.

전방에서 잠깐의 교전이 있었던 모양인데, 총성 한 발 이후 통로는 다시 조용해졌다.

젠장, 또 괴물이잖아.

여성의 가벼운 목소리가 들렸다.

명패? 재수 없어. 또 공중 정원 놈들이네.

여긴 대체 얼마나 큰 거야? 이렇게 계속 걷다 보면, 이 다리마저도 못 쓰게 될 것 같은데.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졌고, 상대방이 지휘관이 있는 쪽으로 다가오는 것 같았다.

앗! 귀신이다!

움직이지 마세요!

쳇... 깜짝이야. 귀신인 줄 알았네. 멀쩡하게 살아 있는 인간이 어쩌다가 이 귀신 들린 곳에 들어온 거지?

나? 굳이 너희한테 알려줄 필요가 있을까? 그런 너희는 누군데?

상대방이 눈을 가늘게 뜨며 지휘관을 주의 깊게 살폈다.

어머... 귀하신 "공중 정원"의 높은 분들이셨네! 어쩌다가 더러운 하수구에 왕림하셨지?

당신... 구조체인 거 같은데, 어디 소속이죠?

흥, 난 공중 정원의 개가 아니거든. 너희가 주는 밥을 먹지 않으니, 보고할 필요도 없지.

지휘관은 상대가 적인지 아군인지 모호한 상황에서 정체 확인에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쯧... 잠깐만.

지휘관 일행이 천천히 후퇴하는 걸 보자, 긴 머리의 구조체가 눈을 굴리며 다시 입을 열었다.

무슨 일로 이곳에 들어온 거지? 해양관에 또 어떤 "자료"가 있어서 출동한 걸까? 아니면 다른 뭔가를 찾으려는 걸까?

지휘관의 대답을 예상하기라도 한 듯, 긴 머리 구조체는 콧방귀를 뀌며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

보아하니... 이 통로에 있던 이합 생물도 그녀가 처치한 것 같습니다.

흔적을 대조해 봤는데, 아무래도 그런 것 같네, 다만... 우리한테 더 이상의 정보를 제공해 주지는 않을 것 같고.

계속해서 수색을 진행하다 보니, 그녀가 통로에 있었던 이합 생물들을 모두 처치했음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그녀는 의외로 도망가지 않았고,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지휘관 일행을 따라오고 있었다.

그녀를 쫓아낼까요?

승격자 소속이었던 배신자라면... 조금 전 이합 생물을 굳이 왜 처리했을까?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진짜 의도는 뭘까?

경계심을 늦추지 않은 대원들은 "루루"라고 자칭하는 구조체와 거리를 유지한 채, 앞쪽 로비로 향했다.

해양관 지도로 봤을 때, 추가 붕괴가 없다면 앞쪽 로비에서 루시아의 소대와 만날 수 있을 거였다.

지하 2층

해양관 로비

지하 2층, 해양관 로비.

오른쪽 통로를 수색하면서 이합 생물이 인간을 잠식하는 걸 목격했습니다.

루시아가 방금 겪었던 상황을 간략하게 설명해 주었다.

더 늦기 전에 센과 비앙카를 찾아야 했다.

적조가 이런 형태로 변이한다면, 공중 정원이 구조체 병사 한 명을 잃을 때마다 적군 한 명이 늘어난다는 걸 의미하기 때문이다.

지휘관님, 그쪽 상황은...

기체가 너덜너덜해진 구조체가 여전히 적당한 거리를 두고 뒤따라오고 있었다.

구조체 한 명을... 데려오신 건가요?

그녀가 저쪽 통로의 이합 생물을 처치했습니다만... 다른 정보는 일절 말해 주지 않고 있습니다.

그 외에는...

크롬이 계속 말을 이어가려던 참에 단말기가 갑작스레 울렸다.

의외로 이곳에서 미약한 신호가 감지되었다. 크롬은 즉시 단말기를 열어 지금까지의 임무 브리핑을 올렸다.

들리나?

...

신호가 조금은 안정된 것 같군. [player name], 긴급 사태를 공유할게. 비앙카의 현재 상황이 심각해.

베살리우스가... 그러니까, 쿠로노 측 기술 관리자가 방금 통신을 보내왔어.

쿠로노에서 직접 심흔 기체를 제작했기 때문에, 모든 기체 감시 장비를 보유하고 있는데. 현재 심흔 기체의 상태가 매우 나빠서, 퍼니싱에 심각하게 침식 당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정보를 공유해줬어.

비앙카에게 심각한 의식 편차 문제가 존재한다는 말이다.

비앙카의 새 기체 "휘명"과 보조기로 개조한 근원 추적 장치를 예비 지원 소대한테 부탁해 지상으로 운송할게.

아직은 아니야, 하산 의장과 니콜라가 대회의실에 들어가신 지 한참이 됐는데,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아.

하지만 크롬이 보낸 자료를 이미 받았고, 니콜라가 최대한 동원할 수 있는 집행 부대를 해양관 쪽으로 파견시키려고 해.

오래전부터 비밀리에 개발하고 있었는데, 여태 가동한 적은 없었지.

현재 심흔 기체의 상태가 낙관적이지 않아, 일단 "휘명" 기체를 가져갈 수밖에 없어.

다만... 이 기체의 전투 상태는 5시간 정도밖에 유지할 수 없어, 꼭 명심해. 5시간을 초과하면 에너지 부족으로 인해 기체가 자동 휴면 상태로 진입하게 될 거야.

오래전부터 비밀리에 개발하고 있었는데, 여태 가동한 적은 없었지.

현재 심흔 기체의 상태가 낙관적이지 않아, 일단 "휘명" 기체를 가져갈 수밖에 없어.

다만... 이 기체의 전투 상태는 5시간 정도밖에 유지할 수 없어, 꼭 명심해. 5시간을 초과하면 에너지 부족으로 인해 기체가 자동 휴면 상태로 진입하게 될 거야.

아직은 아니야, 하산 의장과 니콜라가 대회의실에 들어가신 지 한참이 됐는데,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아.

하지만 크롬이 보낸 자료를 이미 받았고, 니콜라가 최대한 동원할 수 있는 집행 부대를 해양관 쪽으로 파견시키려고 해.

비앙카의 새 기체를 가동할 때, 보조기도 꼭 함께 가동해야 한다는 걸 잊지 말고, 그래야 기체의 가동 시간을 연장할 수 있거든.

심흔, "근원 추적 장치"의 가동 상황은 어때?

가동 시간이 예상 수치보다 낮을 거라는 건 진작에 알고 있었어, 넌 1순위 적합자가 아니니까.

예상 밖이지만 흥미로운 상황이긴 하네. 다만 이런 증상은 네가 환각을 보기 전부터 의식의 바다에 편차가 생겼다는 걸 입증해 주고 있지.

너한테 그런 걸 알려준 적이 없는데

전에 나타났던 "환각" 때문에 알게 된 건가?

세레나와 함께 마인드 표식을 재검사하던 시기부터 지휘관은 아시모프와 이런 "환각"에 대해 논의해 왔다. 하지만 참고할 기존 사례가 없어, 아시모프도 구체적인 원인을 확인할 수 없었다.

쿠로노는 "특정 인물"을 기반으로 기술을 개발하지 않고, "특정 기능"을 목적으로 구조체를 개발하거든.

그들 대부분은 "기능"과 "기술"을 핵심으로 기체를 제작하고, 완성 후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일괄적으로 적합자를 선별하는데, 적합하다고 판단되면 누구든 사용할 수 있어.

아주 강압적인 개발 방식이지, 목적만 달성할 수 있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 하지만 이런 방식을 이용했기 때문에, 그들은 새 기체의 개발 주기를 최대한으로 단축시킬 수 있었던 거고.

그런 결과, 기체의 사용 기한은 그리 길지 않고, 쉽게 의식의 바다 편차를 일으키기도 해.

비앙카는 다이달로스에서 개조를 받았는데, 마침 진리 기체의 데이터도 쿠로노 데이터베이스에 있어서 적합 목록에 포함된 거야.

카퍼필드 해양 박물관 탐색 전, 쿠로노에서 "심흔" 기체의 사용을 허락하는 대신, 충분한 실험 데이터를 요구했고, 비앙카는 이에 동의했어.

아시모프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공중 정원은 특화 기체를 개발할 때 매우 신중하게 접근하는 편이었고, 백야의 특수 상황을 제외하고, 다른 기체들은 모두 반복적인 적응과 조정을 거쳐 안전을 기반으로 기술적 한계에 도전하려 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더욱 복잡한 연구 개발을 직면할 수밖에 없었고, 이는 결과적으로 더 긴 개발 주기로 이어졌다.

출발 전, 공중 정원에서 긴급히 심흔 기체를 위한 코팅을 제작해 외관을 가렸어. 하지만 기체에 완벽하게 적응하지 못하는 게 근본 원인이라, 의식의 바다 편차를 철저히 해결할 수는 없었어.

가능하지만, 가장 좋은 방법은 기체를 변경하는 거야.

비앙카의 휘명 기체를 운반 캡슐에 넣었고, 첫 번째 지상 지원 소대와 함께 출발할 거야. 그걸 비앙카에게 전달해 줘.

통신이 몇 번 깜빡이더니 아시모프가 연결을 끊었다.

좋은 소식은 아닌 것 같습니다.

계속 전진하시죠. 지상과 지하 1층에는 그들의 흔적이 없었으니, 우리가 2층에서 아직 수색하지 못한 부분이 있거나... 그게 아니라면, 그들은 지하 3층에 있을 거예요.

모두 함께 물자를 점검한 후 출발했다.

의외로, 루루라고 자칭하는 그 구조체는 여전히 적당한 거리를 두고 소대를 뒤따르고 있었다.

앞쪽 길은 평탄하지 않았고, 이합 생물과 침식체들이 종종 측면에서 적조와 함께 공격해 왔다.

어째서 이합 생물이 이렇게도 많은 거죠?

뒤를 조심하세요!

천장의 적조 속에 숨어있던 끈적한 생물이 갑자기 튀어나왔다.

칼의 빛이 닿기도 전에 총성이 먼저 울렸다.

연기가 걷히자, 긴 머리 구조체가 담담하게 왼팔에 달린 총을 거두었다.

경우가 어찌 됐든, 그녀가 공중 정원의 병사를 구해준 건 사실이었다.

서둘러 사과할 필요 없어, 다 조건이 있는 거니까.

장발의 구조체가 총구의 연기를 불어내며 눈을 굴렸다.

너희의 목적은 대충 알 것 같아, 너희도 누굴 구하러 온 거지?

마침 나도 누군가를 찾고 있어, 날 좀 도와주었으면 해.

그레이스.

흥, 그레이스를 찾으러 가는 게 아니었다면, 공중 정원과... 협력하지는 않았을 거라고.

지하 3층 깊은 곳은 침식체와 괴물들이 워낙 많아서 홀로 지나갈 수가 없어. 너희가 날 도와 그레이스를 찾아주면, 내가 가지고 있는 노선도를 너희에게 줄게.

내가 여기 있잖아. 내 전투력은 이미 봤을 거고, 여기 있는 어떤 구조체보다도 전투력이 훨씬 낮아. 노선도가 가짜라면 그냥 날 죽이면 되잖아.

이건 공중 정원의 높은 분들이 가장 잘하는 일 아닌가?

대답하지 않으면, 승낙한 걸로 알고 있을게.

장발의 구조체가 혼자서 중얼거리며 계속해서 걸어갔다.

훗, 추가 정보로 내 이름을 너그러이 알려주마.

조금 전까지만 해도 내 신분이 궁금했잖아?

야! 넌 호기심 좀 가져봐!

난 루루라고 해. 잘 기억해야 돼! 내 이름은 루루고, 적음신계의 초대 대수호자야!

적음신계는 인간을 구조체로 개조할 조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사실 정도는 알고 있었다.

너희가 그걸 어떻게 아는데? 혹시 모르지, 적음신계에 통증 없이 1초 만에 인간을 구조체로 개조할 수 있는, 대사제가 따로 있을지도 모르잖아?

됐다, 그만두자, 참 지루하네. 난 지상을 떠도는 구조체였는데, 그레이스가 날 거둬줘서 그들과 지내면서 겨우 먹고살고 있어.

그레이스는 워낙 신경질적이라서, 난 그녀의 생각을 알 수가 없었어. 출발 전, 늙고 약하고 병든 애들은 모두 밖에 남겨두고, 자기는 다른 신도들을 데리고 이곳에 들어와 "왕생을 찾겠다"라고 말했었지.

그레이스가 떠난 후, 왕생을 찾겠다느니, 적조에 뛰어들겠다느니, 떠드는 바보가 여러 명 있었거든, 그래서 난 어쩔 수 없이 직접 이곳에 들어온 거고.

그 바보들의 인생까지 책임지고 싶지는 않거든.

루루가 가볍게 눈을 굴렸다.

지휘관님?

루시아가 두 걸음 뒤로 물러서며 지휘관을 바라봤다.

루루를... 믿어도 될까요?

루루라는 구조체의 기체 상태가 좋지 않았고, 자주 정비하는 것 같지도 않았다. 그리고 그녀한테서 승격자와 흡사한 파동도 느낄 수는 없었다.

네, 유의하겠습니다.

해양관은 소꿉놀이하는 곳이 아니었고, 만약 그녀의 목적이 정말 그레이스 구출이라면, 그것 또한 공중 정원의 목표와 일치한 셈이다.

혹시라도 꼼수를 부리게 된다면... 지휘관 일행의 힘만으로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좋아. 보아하니... 합의 성공한 것 같네?

출발하자. 조심해야 돼, 날 제대로 따라오지 않아서 함정에 빠져도, 난 신경 쓰지 않을 거야.

지하 3층

카퍼필드 해양 박물관

카퍼필드 해양 박물관, 지하 3층.

지하 2층에서 먼저 지상으로 돌아갈 계획이었지만, 예상치 못하게 솟아오른 적조가 비앙카 일행의 발걸음을 방해했다.

적조는 굶주린 늑대처럼 남은 양들을 쫓았다. 비앙카와 실프가 간신히 버텨내며, 적음신계 생존자들을 데리고 지하 3층 근처에 숨었다.

지하 3층은 매우 큰 공간으로, 한쪽은 대형 해양생물 공연 구역으로 건설되었고, 다른 한쪽은 구불구불해서 의도적으로 개조된 미로 같았다.

또 오고 있어요.

실프는 귀를 기울여, 예민하게 적조가 밀려오는 소리를 포착했다.

쿨럭...

??

삼켜라... 구원... 마녀...

???

함께, 함께 이쪽으로 와.

??

카퍼필드 해양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왜... 우리와 함께하지 않는 거야? 마녀... 어울리잖아...

...

비앙카는 간신히 의식으로 버티며, 끊임없이 중얼거리는 그 목소리들을 떨쳐냈다.

실프, 저자들을 데리고 먼저 가세요.

안 됩니다, 더 이상 다른 길이 없습니다.

전방에는 오직 앞으로 가는 길만 남아 있었다. 마치 승격자가 의도적으로 이 "양 떼"를 지정된 방향으로 몰아가는 것만 같았다.

그럼... 앞으로 갈 수밖에 없겠네요.

신계자님... 정말 앞으로 가야 하는 겁니까?

그... 그럴 수밖에 없는 건가요?

네?

저희를 이끌고 "신생"과 "미래"를 찾아주신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신생"은... 바로 신계자님 뒤에 있는 게 아닙니까?

신도는 황홀한 표정으로 그레이스 뒤에서 천천히 솟아오르는 적조를 바라보았다.

그건 괴물이라고요...

아닙니다, 마빈이에요.

보세요, 우리한테 인사하고 있잖아요.

저기...

신계자님, 저희를 "신생"으로 이끌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 배고프지도 않습니다.

신도가 몸을 날려 적조로 뛰어들려고 했다.

잠... 잠깐만요!

신계자...님?

지... 지금은 안 돼요.

그레이스가 고통스럽게 눈을 감았다.

지금 이 시각에 "신생"으로 간다고 해도... 신께서 기뻐하지 않으실 거예요. 신께서는... 성급하게 당신들의 공양을 받는 걸 원하지 않으시니까요.

...

그... 그렇습니까?

그럼요. 조금 전에도 보셨죠? 저기... 저 괴물들은 모두 신께서 내린 징벌이에요.

때에 맞는 시간에만...

또 시작이네요.

저 신도들이 적조에 뛰어들어, 적군이 더 늘어나지만 않으면 돼요.

그녀는 아직도 쓸데없이 작은 돌멩이를 던지며, 표식을 남기고 있어요.

그냥 내버려둡시다.

정화 부대 쪽 상황은 어떻죠?

엉망입니다.

대원 셋이 부상을 당하면서 침식 증상이 나타나, 의식의 바다에 편차가 발생하기 시작했어요. 게다가 조금 전, 도망치던 도중 두 대원이 한발 느린 나머지 적조에 휩쓸려가고 말았어요.

잠시 휴식 취할까요?

그럴 수는 없습니다, 여긴 아직 위험합니다.

앞으로 계속...

그녀는 하던 말을 끊고, 이를 악물며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 실프의 배후에서 공격해 오는 이합 생물을 단칼에 베어버렸다.

뒤이어 적조가 배수구에서 비스듬히 흘러나오며 그들을 따라왔다.

실프! 모두를 데리고 앞으로 가세요! 뒤는 제가 맡을게요! 저 방으로 들어가 방의 갑문을 닫으세요!

...

실프는 말없이 다친 구조체 한 명을 업고, 침착하면서도 신속하게 적음신계 신도들을 지휘하며 철수했다.

비앙카는 정신력으로 버티며, 끊임없이 쫓아오는 이합 생물들을 물리쳤다.

??

역시... 마녀... 답네.

대장님... 저희와...

적조 속에서 무수한 허상이 읊조리는 듯한 소리를 내면서 굴러 나왔다.

????

저희와 함께... 여기... 남아서...

갑문이 천천히 내려오는 걸 곁눈질로 확인한 비앙카는 마지막 일격을 날린 뒤, 힘이 빠진 듯 눈을 감았다.

...

실프가 갑문 안쪽에서 번개처럼 뛰쳐나와, 몸을 굽혀 적조에 잠길 뻔한 비앙카를 붙잡았다. 그녀는 곧바로 등반 로프를 이용해 갑문이 내려오기 직전, 미끄러지며 방 안으로 들어갔다.

문이 닫혔고, 밖에선 적조가 세차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