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송기 엔진이 공중에서 귀를 찢을 듯한 굉음을 내고 있었다.
기본 정보는 파악했습니다.
금발의 구조체는 인간 지휘관이 공유한 임무 정보를 확인한 후, 단말기의 지도를 불러내 카퍼필드 해양 박물관의 위치를 표시했다.
이런 상황이라면, 이 구역에서 돌파하는 것이 더 적절할 것 같습니다. 지휘관님의 "기시감"이 진짜라면...
그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지휘관, 그 "환각"은 대체 뭐야? 괜찮은 거지! 아니면...
자리에서 뛰어오르려던 카무이가 카무에게 제지당해 한 손만 불쌍하게 내민 채 흔들고 있었다.
난 지휘관이 걱정돼서 그러는 거라고!
옆자리에 앉아 숙면을 취하고 있는 백발 구조체는 이 소란스러운 현장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은 모양이다.
Zzzzz...
그는 깊이 잠든 것 같았지만, 그냥 거기서 잠자고 있는 것만으로도 따뜻한 배려가 느껴졌다.
보아하니 하산 의장님과 니콜라 사령관님께서 지휘관이 "본" 정보를 검증한 뒤, 해양관의 위험도를 재평가한 게 틀림없었다.
실은 두 소대가 아닌, 세 소대가 투입됐습니다.
저희는 기타 임무에 투입됐다가, 도중에 긴급 통보로 합류하라는 지시를 받았습니다. 그 외에도...
이 임무를 접수할 때, 니콜라 사령관님께서 케르베로스의 순찰 임무가 종료되면 직접 해양 박물관으로 이동해 우리와 합류할 거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마침 그들은 해양관과 멀지 않은 보육 구역에 있어서, 배로 금방 이동할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사령관님 입장에선 승격자가 해양관에서 적조를 배양하고, 이합 인간형보다 더 위험한 "생물"을 부화시키고 있다는 확실한 증거가 필요합니다.
저희는 달표면에서 마지막 Ω 무기를 회수했고, 대부분 의원들은 영점 에너지를 가장 중요한 "자산"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확실한 증거가 없다면 무기 사용을 승낙하지 않을 겁니다.
"기시감"은 증거가 될 수 없었고, 정보의 진실성을 간접적으로 입증할 수 있다고 해도 더 설득력 있는 증거를 제시해야만 경종을 울릴 수 있었다.
안내 말씀 드립니다. 이제 곧 목표 지점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목표 구역에 적절한 착륙 지점이 없으니, 공중 강하를 준비해 주십시오.
수송기 외부 해상 상황을 보고합니다. 기압 고도 3,225미터, 풍속 23미터/초, 온도 -12°입니다. 동북쪽에 이안류가 존재하오니, 유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반복합니다. 공중 강하를 준비해 주십시오. 수송기 외부 해상 상황을 보고합니다.
지휘관님, 이제 곧 도착할 것 같네요.
근처에 착륙할 만한 적당한 지점이 없어, 여기서 지정 위치로 공중 강하해야 합니다.
아우 기체에는 단거리 활주 장치가 탑재되어 있으니, 안전하게 해양관 외곽에 모셔다드릴게요.
제가 당연히 해야할 일이잖아요, 지휘관님.
잠깐, 지휘관! 그런 몸 상태로 뛰어내려도 괜찮겠어?
혹시라도 착륙할 때... 퉤퉤퉤!
방호복을 점검하고 안전줄을 단단히 매자, 수송기의 문이 천천히 열렸다.
유압 시스템이 삐걱거리는 금속 마찰음을 냈고, 짠 내가 풍기는 기류를 느끼는 동시에 회색 하늘이 보였다.
윙윙거리는 익숙한 잡음이 다시 울리기 시작했다.
회색 구름 틈새에서 선홍빛 광채가 새어 나오자, 창백한 소녀가 조용히 시야 가장자리에 나타났다.
...
그녀는 조용히 손을 뻗어 한 방향을 가리켰다.
지휘관은 기나긴 악몽 속에서 발버둥 치며 입을 열려고 애를 썼다. 그는 혀끝으로 이를 세게 눌러 통증을 자극했고, 간신히 정신을 차린 뒤 질문을 던졌다.
...
소녀는 여전히 그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다.
창백한 소녀는 잠시 생각하더니 침묵을 지켰고, 바로 그때, 의식 속에서 이상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카오스...
머릿속에 왠지 모르게 익숙한 세 글자가 떠올랐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관련된 기억을 찾을 수 없었다.
카오스...
지휘관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보이자, 소녀는 고집스럽게 팔을 뻗어 지휘관의 시선을 특정 방향으로 유도했다.
하늘을 삼킬 듯한 적색 파도가 몰려오고 있었고, 거대하고 외로운 그림자가 바다 위에 서 있었다.
지휘관이 그림자의 얼굴을 제대로 보려고 하는 순간, 파도가 덮쳤고, 다시 눈을 떠보니, 바다 위에 서 있는 건...
바다 위에 자그마한 그림자가 보였다.
지휘관... 님.
비앙카의 목소리는 마치 폭풍우에 휩쓸려 날아오른 듯, 먼 하늘 끝에서 전해졌다.
해저... 승격자... 위험해요.
이합 생물... 적조가... 바다로... 확산되고 있어요.
적조는 구불구불한 모양으로 비앙카의 발밑에서 피어올랐고, 그녀의 표정은 슬프면서도 단호했다.
안녕히 계세요.
지휘관의 시야가 노이즈에 덮인 채, 다시 흐릿해지기 시작했다.
여성 구조체의 모습이 다시 바닷속으로 사라졌다.
...
카오스라고 자칭하는 창백한 소녀에게 다시 질문하려 했지만, 지휘관의 시야는 몰려오는 파도와 함께 위아래가 뒤바뀌었다.
지휘관님... 지휘관님!
지휘관님, 괜찮으세요?
강력한 바람이 입안으로 불어 들어오면서, 심각한 무중력감과 현기증 때문에 천지가 뒤흔들리는 것만 같았다.
조금 전에 의식을 잃으셨어요.
지면에 접근하자, 아우의 단거리 활공 장치가 작동하기 시작했다.
인간 지휘관은 착지하자마자 주저앉고 말았다.
출혈 상태라서... 우선 소독부터 해야겠네요.
루시아는 걱정하며 지휘관을 부축해 일으킨 뒤, 코를 눌러주었다. 그녀의 동작으로 인해, 코안이 비린 피로 가득 차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루시아가 의료 키트 가방에서 소독액을 꺼내 지휘관을 도와 비강을 소독해 줬다. 때마침 멀지 않은 곳에 차징 팔콘 소대가 착지했고, 두 소대가 합류하게 됐다.
충격으로 인한 모세혈관 파열일 가능성이 높아. 크게 걱정할 정도는 아니야.
지휘관님, 여기서 잠시 휴식을 취하시죠. 카무, 카무이, 너희 둘은 주위 퍼니싱 농도를 확인해, 이상 상황 발견 시 즉시 보고하고.
알았어!
카무이와 카무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흩어진 후, 잠깐 휴식을 취하니 환각으로 인한 현기증이 점차 사라졌다. 하지만 짙은 색 기체를 입고 바다 위에 서 있던 비앙카의 모습은 여전히 뇌리에 각인되어 잊히지 않았다.
루시아는 단말기를 열어 지휘관이 가리킨 방향에 따라 그 해역을 표시해 줬다.
위성 지도로 보면... 방금 착륙했던 해역 아래가 바로 카퍼필드 해양 박물관입니다.
이전의 "기시감" 때문에 구조 계획은 줄곧 해양관 내부만을 대상으로 삼고 있었다.
하지만 승격자가 바다에 인접한 해양관에 둥지를 마련한 이상, 목표가 단순히 "적조 축적 편의성"만을 고려하진 않았을 것이다. 경계해야 할 곳은 해양관 내부뿐만 아니라 해양관의 대형 배수구도 포함되어 있었다.
잠시 후, 붉은 머리 대장의 목소리가 단말기에서 들려왔다.
여긴 케르베로스 소대다, 무슨 일이지?
좋아. 내 목소리를 잊지는 않았네.
해양관 소재 구역까지는 대략... 20분 정도 남았어. 녹티스가 얌전히 배를 몬다면 말이지.
해양관 배수구?
...
그러니까 네 말은 우리더러... 겨우 한 자릿수의 초라한 Ω 무기를 가지고 해양관 배수구로 이동해서 사전에 방어선을 구축하라는 거야?
그나마 정신줄을 놓지는 않았네.
쳇.
네 정보에 따라, 해양관의 대형 배수구를 찾아서 해상 방어선을 미리 구축할게. 네 "추측"이 맞기를 바라, 그레이 레이븐 지휘관.
단말기 스크린이 베라의 비웃음 속에서 몇 번 깜빡이다가 꺼졌다.
카퍼필드 해양 박물관
카퍼필드 해양 박물관.
카퍼필드의 단독 출자로 건설된 이곳은 첨단 생체공학 기술을 통해 다양한 해양생물의 생태와 습성을 관찰할 수 있었다. 황금시대 당시, 카퍼필드 해양 박물관은 이러한 특징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과거의 영광은 거미줄로 가득하게 됐다. 입구 근처에는 드러난 철근위로 콘크리트 파편이 매달려 있었는데, 보아하니 전투로 인해 남겨진 흔적 같았고, 조금씩 솟아오르는 적조가 그 주변을 맴돌고 있었다.
두 소대는 간신히 길을 개척한 뒤, 조심스럽게 전투 흔적을 따라 앞으로 걸어갔다.
대형 생태 수조가 길 양쪽에 설치되어 있었고, 아무도 돌봐주지 않는 물고기 떼들이 유리 안에 모여 있었다.
일부 전투 흔적을 제외한다면, 이곳의 다른 시설들은 거의 완벽하게 보존된 채 가동되고 있었다.
퍼니싱이 폭발한 지 이미 수년이 지났기에, 해양관은 아무도 없이 텅 비어있어야 마땅했다...
승격자가 정말로 이곳에 자리 잡고 있다면, 그들은 대체 언제부터 이 "체스"를 준비해 왔던 것일까?
유리 벽 너머에 있는 생체공학 열대어의 눈동자에서 한 줄기 빛이 스쳐 지나갔고, 이 모든 상황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
수조 바깥의 로비에서 한 소대가 모퉁이를 돌아 나왔다.
...
여기는 센, 박물관 입구 및 주변 1킬로미터 내에 침식체 활동 징후는 없습니다. 지금부터 "적음신계" 조직에 대한 수색 작전을 개시하겠습니다.
센은 임무 기록용 단말기를 끈 뒤, 정화 부대를 이끌고 천천히 앞으로 수색해 나갔다.
부대장님, 앞쪽 통로에 대량의 침식체가 있어서 제거 작업에 시간이 필요합니다.
생명 탐지기로 위치 파악이 가능할까?
중복 신호 간섭이 발생하고 있어서, 현재로서는 정확한 위치를 파악할 수 없습니다.
방어를 우선으로 하고 전진한다.
후방의 정화 부대 대원들로부터는 아무런 응답이 없었고, 가벼운 무기 충돌음만 들려왔다.
해양관의 내부 길은 복잡하게 얽혀져 있었고, 끊임없이 공격해 오는 침식체들과 해킹이 안 되는 감시 장치들 때문에 센을 점점 더 초조해졌다.
전원 주의, 남은 물자 점검하고 제어실로 계속 이동한다.
센의 뒤에서는 여전히 아무런 응답이 없었고, 새로 배치된 신병들만 작은 소리로 수군거리고 있었다.
야, 전진한다는 명령 못 들었어? 멍하니 서 있지 마.
한 번만 더 시도해 볼게. "카퍼필드"의 암호화 방식은 다 비슷해. 혹시 해독할 수 있으면 더 편하잖아.
그 부자 영감이 당시 갑자기 기발한 생각을 했거나 아니면 승격자가 암호화 방식을 조작한 걸지도 몰라. 하하하...
여기서 승격자와 마주치고 싶지 않아서 그래.
소대만 잘 따라가면 괜찮을 거야. 부대장님도 여기 계시고... 아, 날 찾네. 먼저 앞에 가서 길을 뚫어 놓을게.
맞다! 나 이미 신청서를 냈어. 이번 임무 끝나면 네가 있는 소대로 배치받을 거야. 그 다음엔...
노리스는 재차 자신을 호출하는 소리 듣고, 급히 소대 앞쪽으로 뛰어갔다.
그런 전형적인 플래그를 세우지 말라고.
델라포어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다시 감시 장치 해킹을 시도했다. 의심할 여지 없이 연산 프로그램은 실패로 끝났고, 델라포어는 한숨을 쉬며 소대를 따라 천천히 전진했다.
길 양쪽으로 생체공학 열대어들이 탁한 수막 속에서 기계적으로 헤엄치고 있었다.
열대어...
열대어의 눈에 기이한 빛이 스쳐 지나가는 것 같았다.
잠깐, 저건...
생체공학 물고기? 생체공학 물고기가 왜 아직도 작동하고 있...
열대어들이 델라포어의 발걸음에 따라 천천히 유리 벽 앞에 모여들었다.
어떻게...
세이렌에 홀린 선원처럼, 델라포어의 발걸음은 조금씩 느려졌다. 아무도 그가 소대에서 이탈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그때, 유리 벽이 갑자기 깨지면서 적조가 격렬하게 쏟아져 나왔다.
방어 태세를 취하고, 빠르게 후퇴한다!
진형이 느슨했지만, 정화 부대 대원들은 대부분 백전노장이었기에 신속히 적조에 점령당한 구역에서 철수했다.
적조는 누군가에게 조종당하고 있는 것처럼, 다시 배수관으로 조용히 빠져나갔다.
수막 뒤의 열대어들이 이 모든 것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
로비 모퉁이에서 비앙카가 구조팀을 이끌고 조심스럽게 이 구역에 접근하고 있었다.
...
여기는 비앙카, 카퍼필드 해양 박물관에 진입했습니다. 지금부터 정화 부대 부대장 센과 "적음신계" 구성원의 수색 임무를 시작하겠습니다.
대장님, 퍼니싱 농도가 매우 높습니다.
계속 전진하죠.
바닥에는 전투 흔적이 얼룩덜룩하게 남아 있었고, 끈적한 적조가 배수구에서 천천히 넘쳐흐르고 있었다.
순환액 냄새입니다.
이곳에서 전투가 벌어졌나 봅니다. 흔적이 저쪽으로 이어져 있어요.
배수구와 이어진 거네요.
누군가 적조를 조종해, 배수구로부터 적조를 쏟아낸 뒤, 이전 구조 소대를 그 방향으로 몰아간 것 같아요.
하지만 왜...
그녀의 시각 모듈이 주위의 모든 광경을 포착하고 있었고, 정화 부대에서 길러진 예리한 직감 덕분에 비앙카는 슬슬 수막 너머의 열대어를 주목하게 됐다.
아무리 생체공학 열대어라고 해도... 이렇게 오랫동안 "생존"할 수 있을까?
열대어가...
비앙카가 천천히 다가갔다.
물그림자가 조금씩 흐려지면서, 생체공학 물고기가 천천히 몸을 돌렸다. 그러자 물고기 눈에서 한 점의 진홍빛이 깜빡였다.
그 물고기가 이쪽을 보고 있었고, 지휘관을 주시하고 있었다.
탕...
무의식적으로 물그림자 속 생체공학 물고기를 향해 총을 쏘자, 표적이 소리와 함께 산산조각 나며 바닥에 기이한 금속 부품들만 남겼다.
지휘관님, 이쪽이에요.
적조에 부식된 것 같아요. 적조가 누출됐기 때문에, 퍼니싱 농도도 아주 높죠.
방호복의 인터페이스를 조정해 정상 작동하는지 확인했다. 그리고 혈청을 주사한 후 다시 주위를 수색했다.
루시아는 엘리베이터 근처 지도 옆에서 해양관 내부 구조를 기록하고 있었다.
크롬이 조사한 전투 흔적에 따르면, 적조는 배수구를 통해 진입했을 가능성이 높아요.
해양관은 총 5층으로 구성됐고, 지하 3층은 대형 저수조로 과거 대형 생체공학 해양생물 공연에 사용되었고, 지상 2층은 해수로 가득 찬 생태 수조입니다. 참고로 저희는 지금 지하 1층에 있어요.
어쩌면 이곳의 모든 액체가 적조에 오염됐을 가능성이 있으니, 조심하셔야 합니다, 지휘관님.
크롬이 주위의 전투 흔적을 자세히 조사하고 있었다.
적조의 공격이 매우 갑작스러웠고, 그들은 준비도 없이 전투가 시작됐던 것으로 추측됩니다.
이 시점에서 사상자가 이미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크롬은 눈살을 찌푸리며 예상되는 사상자 데이터를 하나씩 단말기에 기록한 뒤, 공중 정원으로 전송할 준비를 했다.
반즈는 한쪽에 넘어진 책상과 의자를 자세히 살펴보고 있었다. 그곳의 붉은 결정 지오드는 이미 주위 벽을 타고 조금씩 올라가고 있었다.
퍼니싱 농도가 너무 높아. 적조도 이전에 봤던 것들과는 좀 다른 것 같고.
적조는 퍼지는 속도가 꽤 빠르거든.
정말 최악의 상황이지.
생태 수조 안에는 생체공학 열대어 몇 마리가 유유자적하게 헤엄치고 있었다.
그 주위는 전투 흔적으로 가득했고, 단순히 흔적만 보아도 어떤 전투가 벌어졌는지 충분히 상상할 수 있을 정도였다.
바로 그때, 멀지 않은 곳에서 미세한 마찰음이 전해왔다.
지휘관님, 수집한 정보를 일단 공중 정원 측에 동기화했습니다. 이제부터...
...
지휘관이 가리킨 방향에 있는 "지하 2층" 표지판 근처를 쳐다보니, 수막 너머의 통로가 어느새 열려 있었다.
바로 저 뒤에서 소리가 나고 있었던 것이다.
찍... 끼익... 끼익...
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