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극장
악보 너비: 5
우아한 무늬가 활활 타오르고, 화려했던 벽 등은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붉은 불꽃이 옅은 푸른 바다를 향해 쏟아지고, 이노이·후아가 간신히 유지하던 극장은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헉... 헉...
세레나는 간신히 자세를 잡으며 전장의 가장자리로 물러섰다.
추상적이고 허상 같은 선들이 세레나의 등 뒤에서 휘감겼다. 마치 광기에 사로잡힌 예술가가 그려낸 환상의 악보 같았다.
세레나는 지휘관의 연결을 빌어, 힘겹게 눈앞의 광경을 해석한 뒤 실현 가능한 길을 구체화했다.
세레나!
낮게 가라앉은 포효가 폐허를 뒤흔들더니, 날카로운 칼날이 되어 세레나의 정면을 향해 찔러 들어왔다.
으윽!
이 정도로 될 거라 생각했나?... 윽.
이노이·후아의 몸이 휘청거렸다. 뒤늦게 밀려든 고통과 함께, 작동하지 않는 부품들이 예상보다 훨씬 많다는 사실이 그녀를 덮쳤다.
하지만 후아는 곧 스스로 불필요한 것들을 분해하듯 떨쳐내고, 비틀거리며 곧장 세레나를 향해 달려왔다.
거기 서!
앞으로 뻗은 손이 닫혀가는 장벽에 부딪히면서, 희미한 빛 하나를 겨우 붙잡았다.
옅은 푸른빛이 마치 전류가 흐르듯 이노이·후아의 전신을 관통했다.
이노이·후아는 하늘 위의 형언할 수 없는 존재들과, 천장 아래의 군중을 보았다.
이게... 뭐지?
그녀는 혼란스러웠다. 그리고 곧, 지금 자신이 붙잡은 건 세레나의 잔여 정보가 아니라는 사실을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그녀는 보았다. "그들"의 무기가 행성 전체를 얇은 조각처럼 짓누르는 장면을.
그녀는 보았다. 행성이 기이한 붉은 안개에 휩싸여 어떠한 소리도 내지 않는 모습을.
그녀는 보았다. 낮과 밤이 "규칙"에 의해 뒤바뀌고, 생명이 깊은 바닷속에서 숨을 거두는 광경을.
그녀는 보았다. "태양" 같은 항성이 팽창하자, 뜨거운 에너지가 모든 영역을 삼켜버리는 순간을.
그것은 [player name]이라는 존재가 [시간]이라는 배경과 상호작용을 한 뒤 남긴 잔향이었다.
이 장면들은 미래나 현재의 것이 아니었다.
이노이·후아는 자신이 곧 장벽에 갇힌다는 사실도 잊은 채 전율을 만끽하고 있었다.
그녀는 몸과 시간 개념이 얽힌 장치를 가동해 온 힘을 다해 이 예상치 못한 정보를 해석하려 했다.
이노이·후아는 가지가 무성한 거대한 나무가 세월의 흐름 속에서 무게를 이기지 못해 줄기가 휘고 시들어 썩어가는 것을 보았다.
가지와 잎이 땅에 떨어지고, 오랜 시간이 흘러 거대한 나무가 다시 푸르게 자랐을 땐, 쓸데없는 가지가 하나도 없었다.
이노이·후아는 파도가 넘실대는 너른 강물이 세월의 흐름 속에서 사방으로 갈라지고, 흙과 뒤섞여 점차 탁해지는 것을 보았다.
이어서 누군가가 지나간 뒤, 말라버린 지류는 다시 본류로 돌아왔고, 오랜 시간이 흘러 다시 맑아진 강물이 힘차게 흐르는 걸 봤다.
...
이노이·후아의 초점 잃은 시선 속에서 시간의 장벽이 쿵 하고 닫혔다. 그것은 이제 넘을 수 없는 천연 요새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