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우주의 소음이 머릿속에서 윙윙거렸다. 이상하게도 이 이름을 떠올릴 때마다, 수없이 많은 실루엣이 떠올랐다.
그러나 그 모습들을 제대로 확인하려 할 때마다, 머릿속은 하얗게 지워졌다.
<size=38>>></size>
<size=38>>>핵심 검색: <color=#ff4e4eff>예비용 기체-환주</color></size>
<size=38>>>상세 데이터: <color=#ff4e4eff>등록 정보 없음</color></size>
<size=38>>>현재 위치: <color=#ff4e4eff>221 보육 구역 창고</color></size>
<size=38>>>기체 등록 프로세스: <color=#ff4e4eff>폐기 예정(180:03:31)</color></size>
<size=38>>>프로세스 등록인: <color=#ff4e4eff>감사원-이스마엘</color></size>
문제의 핵심을 찾은 것 같아.
임시 통신 채널 구축이 완료됐어. 작전 임무는 과학 이사회 파견 형식으로 생성했고, 내가 원격으로 221 보육 구역 감시 카메라를 조작할게.
이스마엘이 너희보다 먼저 도착하지 못하게, 과학 이사회 명의로 하강 신청을 차단하려고. 그럼, 난 바로 이스마엘을 쫓으러 간다.
이 이름... 이 구조체는 대체 무엇을 알고 있는 걸까? 이 터무니없는 "여정"에서 어떤 역할을 했을까? 그리고 그녀는 알고 있을까?
어떻게 해야 그 시간대로 돌아갈 수 있는지?
이리스의 미소가 희미하게 눈앞에 떠올랐다.
여름의 하늘은 참 느리게 어두워져요. 새벽에 만날 수 없다면, 밤이 오기 전에 만나게 해주세요.
… 서둘러야 한다. 가능한 한 빨리….
서둘러 이륙한 수송기는 멀고도 가까운 그곳, 공중 정원을 향해 날아갔다.
공중 정원
감사원
이스마엘은 조용히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 손에는 데이터로 만들어졌다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정교한 아이리스 한 송이가 떠 있었다.
이 힘 일부가 너에게 분산됐구나.
나까지 영향을 받을 뻔했어… 정말 대단해.
천천히 회전하던 아이리스 꽃이 점처럼 흩어지더니, 이내 "이리스"와 인간 지휘관이 마주 보고 있는 장면을 그려냈다.
테디베어가 왜 환주 기체를 폐기하는지 의문을 제기했을 때, 이스마엘은 자신이 그 일을 잊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이곳에 속하지 않는 그 장치를 만지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것은 과학 이사회가 "백색 소음"이라고 명명한 장치였다.
비틀린 세계선에 묻혀 있던 기억이 의식의 바다 깊은 곳에서 깨어났다. 이스마엘이 눈을 가늘게 뜨자, 이질적인 색채가 그녀의 동공을 물들였다.
아... 너였구나.
감사원에는 드물게 방문자가 찾아왔다.
자비로운 자... 당신인 걸 알고 있었어요. 느껴졌거든요.
세레나는 눈앞에 선 분홍 머리의 여성을, 간절하면서도 슬픈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단도직입적이네... 그냥 이스마엘이라고 불러.
문이 조용히 닫히자, 보이지 않는 역장이 공간을 왜곡시키며 감시 카메라의 시야를 차단했다.
이스마엘... 님.
전... 당신의 도움이 필요해요.
새 기체를 받았다면서… "희성"이라고 했던가? 좋은 이름이네.
다시 구조체로 돌아가고 싶은 거라면... 미안하지만, 퍼니싱이 이미 네 의식의 바다에 침투했어. 그건 돌이킬 수 없는 과정이야. 나도 손 쓸 수 없어.
탁자 위에 커피 두 잔이 조용히 놓여지고, 방안에 진한 향이 퍼져 나갔다.
저를 기억하고 계시다니, 다행이네요.
긴 한숨을 내쉰 세레나는 불안한 듯 의자에 앉았다.
?
이스마엘은 적절하게 의아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도움 주신 건, 아직도 기억하고 있어요. 그런 부탁을 드리려 온 게 아니라... 묻고 싶은 게 있어서요.
이노이·후아라는 붉은 머리 침입자를 어떻게 막을 수 있는지 알고 싶어요.
그 "소리"... 들으셨죠?
이스마엘은 조용히 각설탕 네 개를 집어서 커피에 떨어뜨렸다. 잔잔하던 표면이 요동치며 물결을 일으켰다.
221 보육 구역
얼마 전
지휘관님... 이쪽이에요!
날카로운 총성이 고요한 숲을 가르자, 새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총탄이 붉은 머리 추적자에게 명중했지만, 그녀는 가벼운 상처쯤은 아랑곳하지 않고 총알에 맞은 부위를 버린 뒤, 두 사람의 흔적을 다시 쫓기 시작했다.
어떻게 이럴 수가...
관목 숲에 숨어서 방호복에 이상이 없는지 조심스럽게 확인한 지휘관은 숨을 죽이고 세레나와 함께 다른 방향으로 이동했다.
며칠 전, 지상에서 고고학 소대를 호위하던 중 하늘에서 내려온 붉은 머리 구조체—‘이노이·후아’는 아무 말도 없이 지휘관을 향해 무기를 꺼냈다.
세레나의 도움으로 이 "구조체"를 물리쳤지만, 공중 정원은 그녀에 대한 어떤 정보도 찾아낼 수 없었다.
이번 사건을 중요하게 생각한 공중 정원은 전력을 다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후아는 또다시 세레나 앞에 나타났다.
이노이·후아는 대체 어떻게 "부활"한 걸까? 그리고 어떻게 공중 정원의 감시망을 뚫고 보육 구역까지 도달할 수 있었을까?
더 생각할 겨를도 없이 후아의 발소리가 바로 앞에서 들렸다.
...
차가운 표정의 구조체가 무기를 들려는 순간, 세레나가 뒤에서 재빠르게 기습했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후아의 갑옷이 흩어지며 쉽게 파괴된 듯 보였다.
지휘자님... 괜찮으세요?
급히 달려온 세레나는 다급한 눈빛으로 지휘관의 상처를 살폈다.
피를 너무 많이 흘렸어요.
재빨리 붕대를 꺼내 감은 세레나는 하얀 거즈에 번져 나오는 핏자국을 보며 슬픈 눈을 했다.
이렇게 많은 피를 흘렸으면, 분명 아프실 텐데...
붕대를 꺼낸 세레나는 상처에 살며시 입김을 불면서 조심스럽게 약을 발랐다.
네. 전처럼 조각으로 흩어졌어요.
대체 뭘 하려는 걸까요?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었으나, 명백한 사실이었다.
군에 보고했지만, 해당 구조체에 대한 기록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아는 언제나 정확히 지휘관의 위치를 찾아냈다.
더 이상한 것도 있었다.
단말기 기록엔 언제부터인지 지상 임무를 수행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고, 임무 내용은 보육 구역 근처에 나타난 "미확인 승격자로 추정"되는 대상을 조사하는 것이었다.
저도 그래요.
세레나가 단말기를 꺼냈다. 그리고 거기엔 "미확인 승격자 조사"라는 똑같은 임무가 적혀 있었다.
커피에서 피어오르는 연한 김이 햇빛 속에서 조금씩 투명해졌다. 그리고 먼지는 음표처럼 창틀에 비친 그림자 속에서 춤추고 있었다.
이스마엘은 앞에 앉은 세레나가 불안한 목소리로 들려주는 그간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그 후로도... 같은 일이 계속 반복됐어요.
그리고 시간이 뒤섞이는 소리가 들렸는데, 후아가... "과거"의 시간을 이용해 뭔가를 한 것 같았어요.
"과거"의 시간?
네. 그날 지휘자님이 다치셔서, 제가 후아의 주의를 끌려고 반대 방향으로 유인했는데, 예상치 못하게...
예전에 적조를 읽었듯이, 퍼니싱을 이용해 과거의 음표를 포착했어요.
그리고 그 순간, 후아가 "과거"의 시간 속에 나타났어요.
이 힘 일부가 너에게 분산됐구나.
그래서 널 봤을 때 흐릿하게만 보여서, 누구인지 알아보지 못할 뻔했어.
실소를 내뱉은 이스마엘은 자신의 입맛에 딱 맞는 달콤한 커피를 한 모금 들이켰다.
이 세계의 흐름에 간섭한 탓에, "그들"의 눈을 피하려면 이스마엘도 대가를 치러야 했다.
하지만 자신이 주도적으로 분산시킨 힘 일부가 자신이 핵심을 재구성해 주었던 세레나에게 의도치 않게 흡수되는 것이 그 "대가"일 줄은 몰랐다.
재미있게 돌아가네…
절정으로 치닫는 이야기에 이스마엘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래서? 뭘 봤지?
후아도 "과거"의 시간에 나타났다는 걸 알았어요. 그리고 "과거"를 수정하려는 것 같았어요.
후아는 자신의 신분을 이용해 "미확인 승격자"로 위장한 뒤 보육 구역을 습격했어요. 수많은 전투를 반복하면서, 공중 정원의 대응 패턴을 파악해 냈죠.
"미확인 승격자"가 나타나면, 공중 정원은 근처에 있는 지휘관과 구조체를 바로 파견했거든요. 출현 위치만 잘 맞추면 지휘자를 쫓을 수 있었던 거죠.
세레나는 어쩔 수 없음에 손가락을 꽉 움켜쥐었다.
아무리 강한 적이라도 싸워서 이길 수 있다고 확신했다. 하지만 그 적이 무한히 존재하고, 심지어 수많은 시간대에 나타날 수 있다면?
제가 이곳에 온 건, 어떻게 해야 후아를 물리칠 수 있는지 여쭤보기 위해서예요.
이노이·후아는... 대체 누구인가요?
이노이·후아라...
이스마엘은 커피잔을 내려놓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꽃을 좋아한다고 들었는데, 큰 나무에 대해선 얼마나 알고 있지?
큰 나무요?
가지가 무성하고 수관이 거대한 나무는 큰 눈이 왔을 때 나무 전체가 쓰러질 수 있어.
불필요한 가지와 잎을 잘라내고 주요 부분만 남겨야 나무가 계속 위로 자랄 수 있지.
잘려 나간 그 "가지"가 시들어버릴 운명일지라도 말이야.
하지만 "가지"들은 그걸 몰라.
자기들이야말로 나무의 "중심"이라고 믿거든.
"가지"를 잘라낸다는 게... 지휘자님을 얘기하시는 건가요?
그레이 레이븐 소대 지휘관이 "전쟁 후유증"을 앓고 있다는 의혹은 이미 널리 퍼져 있었다.
이스마엘은 미소로 답을 대신했다.
제가 의식의 바다를 안정시키고 기억을 되찾을 수 있었던 것도 지휘자님 때문이었군요.
"적조"에 소음이 많이 섞이면, 올바른 정보를 찾을 수 없게 돼.
네가 이렇게 빠르게 회복할 수 있었던 건, 확실히 지휘관 덕분이야.
하지만... "미래"에서 온 킬러라...
이스마엘은 그 붉은 머리 구조체가 단순히 시간을 되돌리는 힘만 가졌을 거라 생각했기 크게 놀라진 않았다.
가지와 잎이 쓰러질 때, 그들은 필연적으로 시들 운명임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신들의 시간이 "잘못"됐다고 생각해 "고치려" 할 것이다.
그레이 레이븐이 이중합 탑의 정보를 흡수하기 전, 탑 내부의 분기점들은 이미 겹겹이 쌓여 위태로운 상태였다. 그 속에는 무수한 "분기점"이 만들어낸 수많은 "미래"가 배양되고 있었다.
모든 분기점은 소멸로 끝나게 되겠지만, 설령 지금의 공중 정원보다 발전된 과학 기술을 가진 "미래"가 몇 개쯤 나온다고 해도 놀랄 일은 아니었다.
이게 너희가 최종 세계에서 마주하게 될 첫 번째 난제인 건가?
이스마엘은 낮게 혼잣말을 내뱉었다.
이노이·후아의 "본체"는... 아마 훨씬 먼 "과거"에 숨어있을 거야.
현재에 나타난 그녀를 상대해 봤자 의미 없어. "과거"만이 "현재"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이노이·후아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뭐든지 알려 주세요.
그걸 위해서라면 어떤 대가라도 치를 거예요.
이스마엘이 미소를 지으며 "답"을 알려주었다.
이노이·후아가 나타나는 위치를 파악한 뒤, 그녀가 나타나기 전으로 돌아가. 그리고 그녀가 하려는 모든 걸 막아.
다만 그럴 경우, 너는 정상적인 시간의 흐름에서 이탈하게 돼. 네가 치러야 할 대가가 뭔지 알겠어?
모든 사람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게 될 거야.
제가 과거로 돌아간다면, "과거"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는 거 아닌가요?
"과거"에 영향을 미치면 "현재"가 바뀔 수 있다. 나비의 날갯짓이 시작되면, 어떤 폭풍이 몰려올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세레나는 자신이 잊히는 것 따윈 신경 쓰지 않았다. 유일하게 걱정되는 건, 지휘자님이 있는 세계에 영향을 주는지였다.
어쩌면 가볍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지휘자는 이미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대가를 치렀는지도 모른다.
그건 네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어.
네가 매번 이노이·후아보다 한발 앞서 그녀의 계획을 저지하고, 모든 걸 어둠 속으로 사라지게 만든다면...
"과거"는 더 이상 "현재"에 영향을 주지 않게 되겠지.
하지만... 실패할 경우,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나도 장담할 수 없어.
알겠어요.
네가 정말 그 힘의 일부를 얻은 거라면, 시간 절단 기술을 이용할 수 있을 거야.
이스마엘은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천천히 저었다.
하지만 그것도 최선의 해결책은 아니야. 후아의 본체를 찾아야만, 시간의 고리를 만들어 그녀를 거기에 가둘 수 있어.
문제는... 그 본체를 어떻게 찾느냐는 거지.
감사합니다. 이제 무엇을 해야 할지 알 것 같아요.
자리에서 일어난 세레나는 이스마엘에게 깊이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부디... 마지막 "결말"을 정리할 수 있게 도와주세요.
… 어떻게 할 생각이야?
이노이·후아 본체를 잡을 때까지 멈추지 않고 쫓아갈 거예요.
희성 기체를 제작할 당시, 환주는 예비 기체로 남겨뒀어요.
세레나는 고개를 들어 결연하면서도 비통한 표정을 지었다.
그들이 저를 잊게 되는 게 피할 수 없는 결말이라면, "환주" 기체는 완전히 폐기해 주세요.
원하는 대로 해주지.
세레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서둘러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아낌없이 도와주신 것에 꼭 보답하고 싶어요. 만약 제가 돌아올 수 있다면, 이스마엘 님이 바라는 것이 무엇이든... 제 힘이 닿는 데까지 도울게요.
시간이 얼마 없네요. 이만 가볼게요.
문손잡이를 잡은 세레나의 손이 잠시 멈칫했다. 그녀는 아쉬운 듯 창밖으로 미련이 담긴 시선을 던졌다.
잠시 후, 단호하게 문을 연 세레나는 석양이 비추는 복도를 따라 감사원을 떠났다.
행운을 빌어.
그 말끝이 가느다란 실처럼 이어지며, 그림자 속에서 현처럼 길게 늘어졌다.
벌써 이 단계까지 온 건가?
데이터로 만들어진 아이리스 꽃이 천천히 회전하더니 공기 중에서 빛나는 점들로 흩어졌다.
후아가 세계에 남긴 상처를 기준점 삼아, 그녀의 본체가 있는 시간선을 감싸고 단편적인 순환을 만들어내다니…
이미 마음을 굳힌 것 같군.
그때 갑작스레 발소리가 들려오고, 이내 문을 급하게 두드리는 소리가 이어졌다.
들어와.
문 앞에 선 사람은 조금 전 데이터 투영에서 "이리스"와 마주 보고 있던 인간 지휘관이었다.
그레이 레이븐... [player name]. 네가 올 줄 알았어.
이스마엘은 책상 앞에 앉아 기묘한 미소를 지었다.
지휘관은 그 미소가 낯설지 않았다. 어쩐지 익숙한 실루엣이었지만 그 실체를 떠올리려 하면, 머릿속이 하얘졌다.
하지만 지금은 그 의문에 매달릴 때가 아니었다. 지휘관은 망설임 없이 테디베어가 찾아낸 "환주" 기체 폐기 기록을 꺼내, 이스마엘 앞에 내려놓았다.
네가 조금만 더 일찍 왔다면, 질문에 대한 답을 줄 수 없었을 거야.
마침, 내가 흥미로운 기억들을 몇 가지 되찾았거든.
지금 궁금한 건, 이뿐만이 아닐 텐데.
지휘관은 잠시 침묵하다가 의자를 끌어와 이스마엘과 마주 앉았다.
일부 비밀은 얘기해 줄 수 없어. 간단한 배경 정도는 알려 줄 수 있지.
이스마엘의 은빛 동공에 기이한 광채가 반짝였다. 그녀의 시선을 마주하고 있으면 왠지 모를 어지러움이 몰려왔다.
왜냐하면 이 후속 이야기는 내가 쓴 게 아니거든.
이스마엘의 책상 위, 데이터로 이루어진 아이리스 꽃이 서서히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이노이·후아, 이미 봤지?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해. 이노이·후아의 목적은 그게 맞지만, 지금 그녀의 모든 행동이 목적을 에둘러 가고 있어.
왜냐하면 이노이·후아의 진짜 목표인 그 사람은 지금 보호받고 있는 중이거든.
그래. 사실, 네가 바로 그녀의 첫 번째 목표였어.
저희는 이노이·후아의 존재를 먼저 감지했고, 그녀가 역사에 끼치는 왜곡을 막기 위해 오래전부터 싸워오고 있었어요.
솔직히, 조금만 더 빠르게 처리됐더라면... 당신도 이런 일에 휘말리지 않았을 거예요.
그렇겠지. 네가 무사히 현재로 돌아왔으니, 이리스의 말을 더 신뢰하게 된 것도 당연하고.
이스마엘는 살짝 웃으며 그 아이리스 꽃을 집어 들었다.
이리스가 네게 뭐라고 했는지, 내가 한번 맞춰볼까?
이노이·후아만 물리치면...
… 그렇게 긴장하실 필요는 없어요. 이 전쟁도 이제 거의 끝나가니까요. 전 지금 목표를 지정된 장소로 호위하는 마지막이자 가장 중요한 임무를 수행 중이에요.
예상대로라면 이노이·후아도 마지막 지점에서 저를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그녀만 물리치면 모든 게 끝나요.
그러니 돌아가는 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잠시 망설이던 이리스는 뭔가 떠올랐다는 듯 재빨리 설명을 이어갔다.
제가 마지막 임무를 완수하고 그녀의 본체를 파괴해서 새로운 장치를 얻게 된다면,
그땐 복제체의 시간 이동 방식을 이용해서 당신을 원래 시간으로 돌려보낼 수 있을 거예요.
이리스와 함께 다니는 동안, 이노이·후아의 모습을 본 적이 있어? 혹은 기억해?
금속 덩어리 같은 그 거대한 형태 말고.
이스마엘의 얼굴엔 잔잔한 미소가 퍼져나갔다. 손끝으로 아이리스 꽃을 살짝 건드리자, 형상이 부서지듯 사라졌다.
이제 슬슬, 이 이야기의 진짜 의미를 이해한 것 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