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메인 스토리 / 34 꿈속 시간의 끝으로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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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12 전환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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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인 수도

시청

16:30

악보 너비: 2

거대한 건물이 신기루처럼 부서지면서 하얀 안개로 변했다. 오페라는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지휘관은 이리스와 함께 극장 문으로 이동한 뒤, 현실과 허상의 경계를 넘어섰다.

화려한 황혼빛이 다시금 내려앉았다.

지휘관의 시야에 들어온 것은 시청에서 환한 표정으로 나오는 사람들. 그 가운데에는 조나단이 있었고, 옆에서는 단데이라가 다급한 듯 손짓을 하며 무언가 설명하고 있었다.

둘은 무거운 표정으로 이쪽을 바라보다가, 이내 두 사람을 발견하고는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후...

이리스는 말없이 긴 숨을 내쉬고 작게 웃었다.

하하… 다들 기뻐하는 건 좋지만, 이건 시작일 뿐이에요!

아직 준비할 게 많으니 진정하세요. 저는 우선 제 팀 쪽으로 가볼게요.

조나단은 일행의 들뜬 분위기를 진정시킨 뒤, 단데이라와 함께 이쪽으로 다가왔다.

조나단의 어깨를 힘주어 토닥였다.

하…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에요. <새 지구서>의 진정한 서명까지는 아직 한참 멀었어요. 지금은 베인이 그런 의향이 있다는 걸 공식적으로 밝힌 것뿐이에요.

앞으로 몇 달은 이곳에서 머물게 될 것 같네요.

아직이에요. <새 지구서>의 진정한 서명까지는 아직 한참 멀었어요. 지금은 베인이 그런 의향이 있다는 걸 공식적으로 밝힌 것뿐이에요.

앞으로 반복적인 협상, 심사, 대표자 간 서명 절차까지… 초기 협의 의향 조약만 준비하는 데도 최소 일주일은 걸릴 거예요.

그래도, 좋은 시작이긴 하죠.

조나단은 이리스를 보더니 뭔가 생각난 듯 표정이 바뀌었다.

이제… 정말 끝난 건가요?

조나단의 말에 이리스는 웃음이 새어 나오려던 걸 참았다. 입을 다문 채 잠시 지휘관과 눈을 맞춘 그녀는 이내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베인이 입장을 정했고, 큰 방향도 확정됐어요. 후아가 뭘 하든 이제 그걸 뒤집을 수는 없을 거예요. 앞으로 안전 걱정은 안 하셔도 돼요.

휴... 정말 다행이네요.

엥?

그... 그렇게 되나요? 제가 기억하기로는 이리스 님이 처음에 저한테...

의향 조약이 정식으로 서명되어야 "끝"난다고 하셨잖아요? 그거 일주일이나 걸린다면서요.

...

이리스가 잠시 멈칫했지만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그러다 곧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자연스럽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사건의 전환점이 꼭 정해진 건 아니니까요. 게다가 오늘 밤부터 서명 일정 조율을 시작하기로 했잖아요?

맞아요. 예전에 미리 준비해 둔 덕분에, 베인 쪽에서 우리... 연합 정부에 대해 꽤 우호적인 반응을 보였어요.

일부 조항을 양보해 준 답례로, 그들이 우금 호텔에서 대표단을 위한 공식 만찬회를 열기로 했어요. 의향 조약의 시작을 상징하는 자리죠.

이게 뉴스에 나가면, 베인이 국제 사회에 입장을 공식적으로 천명하는 거나 마찬가지예요.

같이 가시죠. 여러분이 없었다면... 여기까지 올 수 없었을 거예요.

지휘관은 처음엔 단호히 거절하려 했다. 임무가 끝난 이상, 원래 시간대로 돌아가는 게 우선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리스를 바라본 순간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정식으로 작별 인사를 나누기 전까진... 아직 시간이 조금 남아 있잖아요.

이리스의 얼굴을 보자, 마지막 남은 망설임조차 사라져 버렸다.

정식으로 작별 인사를 나누기 전까진... 아직 시간이 조금 남아 있잖아요.

그럼...

조나단은 이리스와 지휘관을 번갈아 보더니 뭔가 눈치챈 듯, 단데이라의 팔을 붙잡고 웃으며 뒤로 빠졌다.

에? 지금 뭐 하시는...

저와 단데이라는 호텔에서 두 분 기다리고 있을게요! 저녁에 뵙죠!

이리스 님, 파오스 님을 멋지게 꾸며주세요. 계산은 제가 하겠습니다!

풉...

크흠... 파오스님?

저의 작은 초대에 응해주시겠어요?

이리스가 내민 손을 본 지휘관은 짧게 한숨을 쉬더니, 결국 손을 맞잡았다.

베인 수도

상업 거리

18:30

악보 너비: 2

시끌벅적한 거리엔 축제 분위기가 가득했고, 곳곳에 할인과 사은품 문구가 적힌 간판들이 걸려 있었다.

지휘관은 이리스와 함께 여러 옷 가게를 돌며, 마치 마네킹처럼 그녀가 고르는 옷들을 하나씩 입어봤다.

지휘관이 다소 난처한 표정으로 바라보자, 이리스는 그제야 눈치채고 웃음을 참으며 직원을 불러 계산했다.

여기 고른 것 하고, <M>저</M><W>저</W>분이 입고 있는 것까지 같이 계산해 주세요.

파오스 님, 옷 갈아입으세요.

이리스에게서 입고 있던 옷을 건네받은 지휘관은 탈의실로 들어갔다.

잠시 후, 그가 나왔을 땐 이리스의 손에 쇼핑백이 몇 개 들려 있었다.

돌아가야죠.

쇼핑백을 받아 든 지휘관은 이리스의 말뜻을 곧바로 이해하지 못했다.

그냥 제 작은 소원을 이루고 싶었어요. 파오스 님이 어색해하시는 거 알아요. 그냥 가져가 주세요.

그녀는 살짝 거리를 두고 지휘관을 위아래로 훑어봤다.

역시 지금 이 모습이 더 잘 어울려요. 훨씬 생기 있어 보여요.

<size=30>그리고 제 마음도 한결 놓이고요.</size>

손님, 여기 카드랑 영수증입니다.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 그리고 일정 금액 이상 구매하셔서 작은 선물도 드릴게요. 곧 구룡 신년이거든요.

점원은 웃으며 작고 예쁜 쇼핑백 하나를 이리스에게 건넸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아… 감사합니다.

직원이 건넨 쇼핑백을 받아 든 이리스는 웃으며 의미심장한 윙크를 날렸다.

걱정 마세요. 조나단한테 청구해 달라고 할 생각은 없어요.

그 사람 이름으로 파오스 님 옷을 사고 싶진 않거든요.

가게를 나온 이리스는 자연스럽게 쇼핑백을 열어 지휘관 앞에 들어 보였다.

스파클라예요.

베인의 일부 오락 문화가 신기하게도 구룡과 좀 비슷해요. 예전에 몇 번...

이리스는 뭔가 민감한 내용을 언급했다는 듯 말끝을 흐렸다.

예전에 지리를 조사하러 갔을 때 보긴 했었는데, 직접 해 본 적은 없어요.

손끝으로 살짝 건드리자, 스파클라 끝에서 찬란한 색채가 피어났다. 그 불꽃을 바라보는 이리스의 눈동자는 노을빛 속에서 유난히 반짝였다.

문득 지휘관의 머릿속에 흐릿한 기억의 잔상이 떠올랐고, 무언가가 목 끝까지 차올랐다.

무의식적으로 손을 앞으로 뻗었지만, 잡히는 건 없었다.

두 사람의 거리는 단 한 걸음뿐이었다.

하지만 이리스는 이 작은 움직임을 눈치채지 못한 듯, 손에 든 불꽃으로 공중에 무언가를 쓰고 있었다.

… 비밀이에요.

첫 번째 스파클라가 꺼지자, 이리스는 바로 다음 것을 꺼내 불을 붙이고 아까와 같은 글자를 다시 그렸다.

[player name]. 세레나.

그 짧은 반짝임 동안만이라도, 그녀는 사심이 가득 담긴 마음으로 이 두 이름을 연결해 보고 싶었다.

조금 전 내린 비로 생긴 얕은 물웅덩이에 석양이 반사되며 눈부시게 빛났다.

몸을 숙인 이리스는 그 물웅덩이에 비친 불꽃을 조용히 바라보았다.

이리스

곧 다 타 버리겠네요.

노을이 사라지고, 시간의 틈새에서 잠시 빌린 이 뜻밖의 꿈도 서서히 끝나가고 있었다.

이리스

하늘도... 곧 어두워질 거예요.

이리스

말씀하세요.

이리스

...

이리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고개를 들지도 않은 채, 물웅덩이에 비친 지휘관을 조용히 바라보기만 했다.

이리스

… 절 찾으러 오시려고요?

이리스

… 안 돼요.

우리 사이의 거리는... 정말 멀어요. 오선지에서 가장 위 선과 가장 아래 선처럼요.

1에서 5까지, 그 짧은 숫자 안에 담긴 간격은... 시간으로 보면 끝없이 멀어요.

이리스

저와 연락하고 싶으시다면...

편지를 보내주세요.

물웅덩이에 비친 이리스는 옅은 미소를 띠고 있었다. 하지만 잔잔하던 물이 일렁이자, 그녀의 표정은 금세 흐려졌다.

이리스

저도 파오스 님께 편지 쓸게요. 언젠가...

우리의 편지는, 시간과 공간을 넘어 다시 만나게 될지도 몰라요.

다만 그때는 귀찮아하지 말아 주세요. 아마 별의별 이야기를 다 써 보낼 것 같거든요.

지휘관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말없이, 조용히 타들어 가는 불꽃을 함께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