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메인 스토리 / 34 꿈속 시간의 끝으로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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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5 얼굴 없는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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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트 도시

교외 별장

14:30

악보 너비: 2

이리스는 방으로 돌아와 우편함에서 꺼낸 편지를 책상 위에 펼쳐놓았다.

편지지를 꺼내 대충 겹쳐 놓고, 이리스는 펜을 들었다. 우아한 로열 블루 잉크가 종이 위를 흘러갔다.

<i><color=#0066CC><size=35>베인이 <새 지구서>에 서명했어요. 여정은 무사히 종착지에 닿을 거예요.</size></color></i>

<i><color=#0066CC><size=35>그때가 되면, 오선지 맨 아래로 음표가 완전히 내려앉겠죠. 주요 구간의 너비는 간격 5로 절단하기에 가장 알맞은 길이에요.</size></color></i>

<i><color=#0066CC><size=35>폐쇄 루프는 결국 연쇄적인 변화를 불러올 거예요. 편지로 소식을 주고받는 방식은 더 이상 쓸 수 없게 될지도 몰라요.</size></color></i>

<i><color=#0066CC><size=35>남아 있는 대안들도 이번 여정에서 하나하나 검증해 볼게요.</size></color></i>

<i><color=#0066CC><size=35>...</size></color></i>

파란 강물처럼 이어지던 글이 그곳에서 멈췄다. 이리스는 잠시 머뭇거리다 감정이 담긴 한 줄을 덧붙였다.

<i><color=#0066CC><size=32>절단의 분기점이 눈앞에 있어요. 실수하지 않을게요.</size></color></i>

이리스는 조심스럽게 잉크를 말린 뒤, 편지를 봉투에 넣고 봉랍했다. 봉투를 옆에 내려놓은 그녀는 길게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새 편지지를 꺼내 조심스럽게 책상 위에 펼친 뒤, 의자에 편히 기대었다.

표정은 조금씩 부드러워졌고, 후아를 대할 때의 진지함도, 타인에게 보이던 담담함도 모두 녹아내렸다.

시선은 펜과 종이를 넘어 방 안과 창밖 지평선까지 이어졌다. 이리스는 작은 웃음을 터뜨렸다.

<i><color=#0066CC><size=35>[player name]께.</size></color><i>

<i><color=#0066CC><size=35>잘 지내고 계시죠? 많이 보고 싶네요.</size></color><i>

글씨는 단정하고 필체는 온화했다. 방 안의 공기마저 부드러워진 것처럼 느껴졌다.

한참이 흐른 뒤, 방 안의 사각거리는 소리가 멈췄다. 이리스는 완성된 편지 속의 글자들을 바라보며 계속해서 읽어 내려갔다.

여러 번 반복하다 보면, 답장을 읽어주는 상대방의 목소리가 들릴 것만 같았다.

하지만 이리스는 스스로를 다잡았다. 이 짧은 휴식에 머물다가는, 앞으로의 긴 여정을 더 버티기 힘들어질 테니 말이다.

이리스는 바이올린을 집어 들고 활을 움직였다.

눈앞의 편지지는 음악의 힘에 이끌려 뭉쳐졌다가, 씨앗이 싹트듯 조금씩 꽃 모양으로 펼쳐졌다.

연한 푸른빛이 종이꽃을 타고 올라가다 음표가 끝나는 순간, 마치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모든 빛과 함께 사라졌다.

별장 안. 조나단은 단데이라와 나란히 앉아 책상 위의 문헌 자료를 펼쳐 놓고 있었다. 단데이라는 차분하게 설명을 이어갔다.

과거 역사적 이유로, 베인 사람들은 <새 지구서>에 담긴 일부 통행 조례에 민감하게 반응해요.

특히 북방 사건이 대표적이죠. 이 사건은 베인 사회 전반에 깊은 흔적을 남겼어요. 협약을 추진하려면 이런 사안들을 신중히 다뤄야 해요.

...

탁.

조나단?

글자에 시선만 둔 채 정신은 다른 곳에 가 있던 남자가 책을 닫자, 단데이라가 놀라 말을 멈췄다.

제 설명이 지루했나요? 이 부분에 관심이 없으시면, 우선...

차가운 법률 조문보다 당신의 말솜씨와 말투가 훨씬 듣기 좋아요. 하지만...

조나단은 차분히 단데이라가 멈춘 지점부터 말을 이어갔다.

죄송해요. 맞아요, 관심 없어요.

단데이라, 법정에 가본 적 있나요?

… 없어요. 전 변호사가 아니라, 해야 할 일을 위해 법률 문서를 급히 공부한 글쟁이일 뿐이에요.

변호사들은 패소가 확실한 재판에서 보통 어떻게 행동하는지 아세요?

단데이라는 조나단의 의도를 읽어내고 잠시 눈살을 찌푸렸지만, 이내 자신에게는 그를 비난할 자격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단데이라는 조심스럽게, 질책이 아닌 애원에 가까운 목소리로 말했다.

피하려는 건가요, 조나단?

아니요. 저는 지금까지 제가 맡은 사건들에서 늘 직면하는 쪽을 선택했어요.

그래서 제 승소율은 100%는커녕 80%도 안 됐죠. 그래도 신경 쓰지 않고 어떤 사건이든 예외 없이 끝까지 진행했어요.

전 제 존재가 법정과 사건에 반드시 필요하다고 믿어왔어요. 하지만 이번 사건만큼은, 전 변호사도, 법정의 어떠한 역할도 아니에요.

그는 주신 극장에서 도망치다 찢어진 자기 옷을 바라보았다.

그저 이노이·후아를 사형에 처하게 하는 결정적인 증거자료 중... 하나일 뿐...

이노이·후아는 저의 죽음을 원하겠죠. 제가 죽으면 연합 정부의 향후 방향이 바뀌게 될 테니까요. 하지만 이리스는 제가 살기를 바라죠. 그래야 베인이 <새 지구서>에 서명하는 걸 보장할 수 있으니까요.

제가 중요하다고는 하지만, 사실 그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건 제가 아니라, 이번 협정이 성사될 수 있느냐 없느냐 예요.

이리스는 그런 사람이 아니에요. 일의 성패만 신경 썼다면, 애초에 절 구하지도 않았을 거예요.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당신이 말한 이리스가... 제가 알고 있는 그녀의 말투와 태도엔 더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이리스의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몰라도, 방금 그녀가 보여준 태도는 너무나 익숙했어요.

익숙하다니, 무슨 뜻인가요…

재판을 앞둔 변호사 같았어요. 최종 심판을 앞두고, 오직 재판 준비 자료에만 몰두해 아무것도 신경 쓸 여유가 없는 것 같았거든요.

...

조나단, 그게 당신에게 무슨 의미가 있죠?

전 사건의 전모는 알지 못해요. 하지만 만약 이번 사건에서 패소하게 된다면, 피고는 원고, 변호사, 증거물, 심지어 법정 전체까지 파괴할 겁니다.

이리스 그리고 당신이 알려준 정보로 내릴 수 있는 결론은 이것뿐이에요. 이노이·후아가 따르는 법전에는 파괴와 살해 이 두 개의 조항밖에 없으니까요.

역사를 뒤흔들고 시간을 혼란스럽게 만들어서... 대체 뭘 하려는 걸까요? 전 답을 알 수 없고, 당신들 역시 답을 주지 않겠죠.

아무리 생각해도, 이런 정보가 불투명하고, 극도로 위험한 사건에 참여하긴 어려울 것 같네요.

여기서 포기하시면... 베인은...

입술을 깨문 단데이라의 눈빛에는 간절함이 맺혀 있었다.

앞서 이리스가 평화 행동에 베인이 포함될 수 있다고 언급하면서, 잠깐 단데이라를 쳐다봤을 때, 조나단은 이 은인의 정체를 알아차렸다.

단데이라는 베인 사람이었다. 그래서 이리스에게 구출된 이후에도 스스로 이 일에 뛰어든 것이었다.

하지만 조나단은 아니다. 그는 "변호사"이기 이전에, 한 명의 "평범한 사람"이었다.

죄송해요.

조나단은 책자를 단데이라의 무릎 위에 올려놓고 천천히 일어나 전화를 걸면서 사과의 말을 건넸다.

구해주셔서 감사해요. 만약 법률 상담이나 변호사가 필요하시면 언제든 찾아주세요. 무료로 해드릴게요.

혹시 금전이 필요하신 거면, 계좌를 알려주세요. 제 법무법인 유동자금의 절반을 즉시 이체해 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뚜...

작은 신호음과 함께 전화가 연결되었다.

조나단은 단데이라를 향해 입 모양으로 말했다. "가볼게요."

전자음

연합 정부 법률사무국, 상담원 k144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저는 연합 정부 법률사무국 등록 변호사 조나단입니다. 개인 사정으로 배정된 업무를 계속할 수 없게 되어, 위임 중단 절차를 요청하고자 합니다.

전자음

잠시 기다려주십시오.

법률사무국 자문위원, 조나단 님 맞으십니까?

현재 시스템 확인 결과, 베인의 법률 조문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 중이시며, 일주일 후 법률사무국 대표단과 함께 베인으로 출발 예정이십니다.

본인에게 위임된 업무를 취소하겠다는 말씀이십니까?

휴대전화를 들고 있던 조나단은 단데이라와 눈을 마주친 후,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전자음

알겠습니다. 요청은 접수되었습니다. 다만 일부 절차는 직접 진행해 주셔야 하니, 추후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통화를 마친 조나단은 더 이상 단데이라와 눈을 마주치지 않고, 몸을 숙여 옷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때 발소리가 들렸고, 이리스가 거실로 돌아왔다. 그녀의 이전 상처들은 깔끔하게 치료된 듯 보였다.

두 분 대화가 순조롭진 않았나 보네요.

제가 이기적인 사람이라서 그래요. 제 문제죠. 그래도 저를 구해주신 걸 후회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누군가를 구하는 건 결코 후회할 일이 아니에요. 상대가 누구든, 어떤 이유가 됐든 상관없어요.

하지만 도망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에요. 당신이 책임자 자리에 있는 한, 후아는 절대 당신을 놓아주지 않을 거예요.

저는 이미 연합 정부가 준 위임을 포기했어요. 재앙을 다른 사람에게 떠넘기는 건 비도덕적인 행위가 맞지만,

조나단이 소매를 여미던 손을 잠시 멈췄다.

저도 무고한 사람입니다.

모든 게 그렇게 쉽게 바뀔 수 있다면, 후아와 제가 여기서 이렇게 대치하고 있을 이유도 없었겠죠.

이리스는 조나단이 쥐고 있던 휴대전화를 바라보았다.

세상에는 스스로 원래의 궤도를 지키려는 관성이란 게 있어요. 그걸 수정하거나 거스를 때는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 하죠.

마치 이리스의 말이 맞다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조나단의 휴대전화가 울리기 시작했다.

전자음

조, 무슨 일이라도 생긴 겁니까?

...

주신 극장에서 무장...

조나단은 고개를 들어 둘을 쳐다보았다.

무장한 조직의 습격을 받았어요. 베인의 <새 지구서> 서명을 막으려는 그들의 의지가, 생각보다 훨씬 강력해요.

전자음

조, 당신의 상황은 이해합니다만,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할 일입니다.

<새 지구서>는 대규모 프로젝트입니다. 연합 정부 법률사무국에도 더 이상 대안이 없습니다. 저도 오늘 비행기에 올랐어요.

대의명분을 내세워 억지로 밀어붙이진 않겠습니다. 하지만 세상은 지금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한번 휘말리기 시작하면, 빠져나오기 힘들 겁니다.

연합 정부에서 오래 일하셨고, 평화 행동도 겪으셨으면, 그들이 어떤 방식으로 나올지는 아실 겁니다.

남자의 얼굴이 순간 어두워졌다.

전자음

다른 사람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위해서라도 다시 생각해 보세요. 조.

조언 감사합니다… 선생님…

조나단은 통화를 끊었다.

아직 마음을 정리할 틈도 없이, 다시 휴대전화 화면이 밝아졌다. 연합 정부 명의로 도착한 문자 알림이었다.

그 문자에는 관심을 가장한 위협이 숨겨져 있었다.

이를 본 이리스가 한숨을 쉬며 입을 열려던 순간, 갑자기 노크 소리가 들렸다.

네?

안녕하세요. 여기가 6번 맞나요? 편지가 왔는데, 이리스가 어느 분이시죠?

집배원에게서 편지를 건네받은 이리스는, 손끝에 닿은 익숙한 촉감에 불안감이 밀려왔다.

종이 위의 파란 글씨는 여전히 안정적이었지만, 글자 사이사이에 급하게 쓴 흔적이 역력했다.

<i><color=#0066CC><size=35>다자간 무역협정이 정체불명의 습격으로 연기됐다. 전문가들은 현장에 나타난 금속 거인을 비밀 군사 무기로 추정하고 있다.</size></color><i>

<i><color=#0066CC><size=35>투카 독립 근위 군의 만타인 해안선 평화 작전이 저항에 부딪혔다. 정체불명의 인물이 전장에 개입해 상황이 혼란에 빠졌다.</size></color><i>

<i><color=#0066CC><size=35>로로와 연합 정부의 공동 방위 조례인 <새 지구서>에 따라, 연합 정부의 709 로봇 여단이 로로 열대 우림에 진입했다.</size></color><i>

<i><color=#0066CC><size=35>주둔 과정에서 정체불명의 무장단체 습격을 받아 큰 피해를 보았으나, 아직 책임 성명을 발표한 곳은 없다.</size></color><i>

<i><color=#0066CC><size=35>후아가 절단의 분기점이 임박했음을 깨닫고, 각 분기점을 공격하며 탈출을 시도 중이다.</size></color><i>

이리스, 무슨 일이에요? 안색이 안 좋아 보여요.

그녀가 허점을 발견하고... 반격을 시작했네요.

누가요?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지면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이리스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려, 기계 동공을 수축해 멀리 떨어진 광경을 포착했다.

이노이·후아요. 그녀가 왔어요.

공중 정원

구역 정보화 센터 기계실

7:00

악보 너비: 0

다음날, 단말기로 받은 메시지에 따라 숙소가 있는 구역 정보화 센터에 도착했다.

평소 북적이던 건물은 영업 중단 안내문이 걸려 있었고, 이따금 온 사람들은 실망한 표정으로 발길을 돌렸다.

좋은 아침! 지휘관.

아이라와 나란히 선 지휘관은 경고용 차단 판을 피해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네가 준 편지, 어젯밤 감식과에서 세 번이나 정밀하게 검사했는데,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대.

그리고 나머지 단서인 그림 있잖아. 제시하는 방향이 너무 모호해서, 결국 정보 기술 전문가를 투입하기로 했어.

준비가 아니라 처리 방안이야.

눈을 깜박이며 단말기를 꺼낸 아이라는 화면을 몇 번 터치하더니, 거기에 있는 문구를 또박또박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아이라의 그림을 예술, 의학, 법의학 세 분야에서 각각 다른 개념 정보로 추상화하기로 했습니다."

"그런 다음, 이 개념 정보들을 다시 여러 키워드 하위 집합으로 구체화하여, 공중 정원 전체를 검색해 조건에 맞는 내용을 찾아볼 예정입니다."

나도 있었으면 좋겠네.

띠...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단말기에서 알림음이 울렸고 자동 연결로 이어졌다.

간단히 말하면, 그림을 데이터로 변환해서 너희가 느낀 불편함의 원인을 분석하는 거야. 그리고 다른 이들도 비슷한 반응을 보이는지 살펴보려는 거지.

검색 범위가 너무 넓어서 걸러야 할 내용이 많아 시간이 좀 걸릴 거야. 그래서 당분간 여기를 쓰기로 했어. 그리고…

통신 저편의 소리가 잠시 멈췄다가 숨소리가 가까워진 걸 보니, 마이크나 스크린 쪽으로 다가간 모양이었다.

너희 둘, 설마 아침도 안 챙겨 온 거야?!

기계실로 들어가자 거대한 스크린들이 바둑판처럼 벽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데이터가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가운데, 스피커에서는 알림음이 리듬감 있게 울렸다.

조작 콘솔 앞 큰 의자에는 작은 구조체가 웅크리고 앉아, 다리를 끌어안은 채 멍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

구조체라기보단 밤새워 야근한 평범한 사람 같았다.

안 괜찮아.

테디베어는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그녀에게 밤샘은 익숙했지만, 끝도 없는 데이터 스트림을 응시하는 건 <곰돌이 대난투>를 하는 것보다 훨씬 지치는 일이었다.

높낮이가 있는 대답과 함께 지휘관의 단말기에서 알림음이 울렸다.

전자음

주문하신 체리 맛 전해액 두 잔과 체리 맛 밀크티 한 잔,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더 전문적으로 보이잖아! 스트레스도 풀겸!

현재로선 너희가 겪은 일이 뭔가 문제 있다는 것뿐이야. 완벽한 추론을 할 만한 정보는 아직 부족해.

테디베어는 재빨리 양손으로 조작 콘솔을 두드려 초보자도 이해하기 쉽게 만든 파일을 화면에 띄웠다. 스크린에는 수십 개의 파일이 연달아 겹쳐서 표시됐다.

우선 그림 자체를 봤을 때, 공중 정원 네트워크에 유사도 60% 이상인 이미지는 검색되지 않았어. 그 이하로 내려가면 의미 없는 결과뿐이라 생략할게.

초상화에 이목구비가 없다 보니, 매칭할 만한 특징이 아예 없어. 사실상 핵심 데이터가 빠진 셈이지.

어떻게 그려야 할지 아직 정하질 못해서...

...

테디베어는 마우스를 움직여 스크린에 "알았어."라고 답했다.

그래서 간접 설문조사와 직접 상담을 통해 총 66개 직종, 4개 연령대의 280명을 대상으로 그림에 대한 반응을 수집했어.

이 필터링 방안으로 얻은 결과가, 어젯밤의 유일한 수확이야.

일부 사람들이 이상한 반응을 보였어. 명확하진 않았는데, 샘플 수가 쌓이니까 직관적으로 보이더라고.

그래서 그들을 특징별로 두 그룹으로 나눠봤어.

테디베어는 설명하면서 아이라를 한번 쳐다보았다.

그중 뚜렷한 특징을 가진 쪽은 예술 협회 소속이야. 대표적으로 앨런과 일부 대원들.

다른 쪽은 규칙이 전혀 없었어. 신분, 소비 패턴, 생활 반경, 최근 경험... 겹치는 게 하나도 없지.

밤새워 찾아낸 공통점이 하나 더 있긴 해. 아주 흥미로운 결과야.

테디베어가 스크린에 데이터를 띄우자, 티켓 구매 기록이 펼쳐졌다.

여기 있는 사람들, 모두 얼마 전 재개된 오페라 <아카디아 대철수>를 봤어. 그것도 거의 초연으로.

이건 이미 아시모프님께 보고했고, 자원 조정도 끝났어. 곧 이 사람들에 대한 광범위한 방문 조사가 시작될 거야.

말로만 그러지 마. 수첩에 다 적을 거니까. 네 단말기 메모장에도 기록해 둘 거고, 매일 알림도 설정해 둬야겠어.

방금 업데이트했어. 이번 분기 버전 담당은 나거든! 아직 정보 기술 센터에는 동기화 안 했지만~{226|153|170}

저기... 이 스크린에 있는 게 그림 검사하는 소프트웨어야?

아이라의 질문에 둘은 하던 장난을 멈췄다.

응. 왜? 60% 이하 그림들을 다시 확인하고 싶어?

그게 아니라, 아까 검색 결과가 없었다고 했잖아.

그럼, 이건 뭐야?

아이라가 가리킨 방향을 따라 모두의 시선이 스크린 하단으로 향했다.

빨간 막대 알림에서, 오류가 발생했다가 자가 복구된 기록이 눈에 띄게 깜빡이고 있었다.

<size=38>>></size>

<size=38>>>이미지 매칭 유사도: <color=#ff4e4eff>95%</color></size>

<size=38>>>매칭 모듈 태그: <color=#ff4e4eff>인물 이미지</color></size>

<size=38>>>매칭 대상: <color=#ff4e4eff>예비용 기체-환주</color></size>

<size=38>>>상세 데이터: <color=#ff4e4eff>등록 정보 없음</color></size>

테디베어는 눈썹을 찌푸리며 손가락을 빠르게 움직여 스크린에 여러 창을 띄웠다.

곧이어 더 자세한 정보가 나타났다.

<size=38>>></size>

<size=38>>>핵심 검색: <color=#ff4e4eff>예비용 기체-환주</color></size>

<size=38>>>상세 데이터: <color=#ff4e4eff>등록 정보 없음</color></size>

<size=38>>>현재 위치: <color=#ff4e4eff>221 보육 구역 창고</color></size>

<size=38>>>기체 등록 프로세스: <color=#ff4e4eff>폐기 예정(180:03:31)</color></size>

<size=38>>>프로세스 등록인: <color=#ff4e4eff>감사원-이스마엘</color></size>

문제의 핵심을 찾은 것 같아.

——임시 통신 채널 구축이 완료됐어. 작전 임무는 과학 이사회 파견 형식으로 생성했고, 내가 원격으로 221 보육 구역 감시 카메라를 조작할게.

이스마엘이 너희보다 먼저 도착하지 못하게, 과학 이사회 명의로 하강 신청을 차단하려고. 그럼, 난 바로 이스마엘을 쫓으러 간다.

셋은 간단하게 행동 계획을 정리한 뒤, 전투 준비물을 챙기지도 않은 채 서둘러 공중 정원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