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 정원
생명의 별
10:20
악보 너비: 0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아이라와 지휘관이 각기 다른 진료실에서 나왔다.
두 번의 의식 연결 검사에서 직접적인 교류가 없었음에도, 호소하신 증상과 유사한 징후가 관찰되었습니다.
검사 결과는 긴급 처리했고, 두 분 모두 신체 기능, 의식의 바다, 마인드 표식 안정도가 모두 안전 기준 이상입니다.
환자분들의 대화 내용은 정신과 동료에게 분석을 의뢰했지만, 정확한 결론을 내리기 위해서는 주변 지인들과 동료들과의 면담이 필요합니다.
이 과정은 3~4일 정도 소요될 예정이며, 현재까지의 초기 진단은 집단 히스테리입니다.
형식적으로 결과를 설명한 의사는 차트를 내려놓고 덧붙였다.
다른 분이었다면 여기서 진단이 마무리됐을 텐데, [player name] 님이시니 계속 추적 관찰을 이어가겠습니다.
예전 진단 기록들과 비교했을 때, 이번 결론은 크게 의미가 없어 보입니다.
초기 진단을 믿지 말라는 뜻인가요?
제가 알기로는 극히 일부 사례를 제외하고는... 물론 환자분을 함부로 판단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의사는 미안한 듯 웃으며 실언을 만회하려 했다. 그리고 곧 진지한 표정으로 되돌아왔다.
극소수 지휘관의 사례를 제외하고는, 평소 생활에서 이런 정신적 증상을 보이는 지휘관은 본 적이 없습니다.
지휘관이라고 해서 완벽하게 건강하다는 것은 아닙니다. 정신적인 문제가 있을 수 있으나, 설명하신 정도의 증상까지는 아닌 것 같습니다.
게다가 검사 과정에서 어떠한 침식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고요…
저도 이런 논리가 마음에 들진 않지만, 당신은 "환자"이기 전에 "엘리트 소대의 지휘관"이시지 않습니까?
다른 환자분이었다면 이런 추측성 얘기를 꺼내지도 않았을 겁니다. 의사로서 환자를 안심시키는 것도 제 일 중 하나니까요.
안심이 되는 말보다 실질적인 도움이 더 필요하셨을 텐데, 충분한 도움을 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의사는 조용히 고개를 저으며 책상 위에 흩어진 검사지들을 정리한 뒤 방을 나섰고, 마침 방으로 들어오던 아시모프와 마주쳤다.
검사는 끝났나?
현재 너희들에게 일어난 일과 과학 이사회의 사건이 연관되어 있다는 증거는 없지만, 개인 몸 상태가 어떤지는 나에게도 중요해.
과학 이사회는 지휘관의 정신적 안정을 보장할 의무가 있어. 그건 네 마인드 표식의 안정성과도 관련된 문제니까.
대략적인 상황은 파악했어.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지?
난 괜찮아. [player name]의 일이니까, 난 신경 쓰지 마.
지휘관과 아이라는 아주 잠깐 눈빛을 교환했을 뿐이지만, 서로의 의도를 이해했다. 그녀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표했다.
좋아.
놀란 기색 없이 바로 승낙한 아시모프는 이미 생각해 둔 게 있어 보였다. 지금까지 기다린 건 지휘관과 아이라의 결정을 존중해 주기 위해서였던 것 같았다.
샘플이 사적인 물건인 만큼, 너희와 친분이 있는 기술자들에게 맡기려고 해.
그래야 감식 과정에서도 물품의 온전성을 최대한 지킬 수 있을 테니까.
아이라의 그림은 최대한 빨리 가져오도록 부탁할 거고... [player name], 네 편지는...
아시모프가 말하면서 지휘관에게 손을 내밀었다.
지휘관은 주머니에서 편지를 꺼내 아시모프에게 건넸다. 짧은 작별 인사를 나눈 뒤, 지휘관과 아이라는 함께 생명의 별을 떠났다.
파스트 도시의 교외 별장
교외 별장
12:30
악보 너비: 2
별장의 낡은 우편함이 바람에 흔들리며 희미한 소리를 냈다. 이리스는 그 안에서 편지 한 통을 꺼냈다.
거친 모서리는 이리스의 손끝에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았지만, 날카로운 감촉이 그녀에게 피로를 상기시켰다.
사소한 방심이 늘어간다는 건 좋은 징조가 아니었다.
잡념을 털어내듯 고개를 흔든 이리스는 조심스레 편지를 열었다. 종이 위에는 로열 블루 잉크로 써 내려간 우아한 필체가 가지런히 늘어서 있었다.
<i><color=#0066CC><size=38>다자간 무역 협정이 경해 쌍둥이 탑에서 서명되어 시행이 선포되었다.</size></color></i>
<i><color=#0066CC><size=38>투카 독립 근위 군의 만타인 해안선 평화 행동이 종료됐다.</size></color></i>
<i><color=#0066CC><size=38>로로와 연합 정부의 공동 방위 조례인 <새 지구서>에 따라, 연합 정부의 709 로봇 여단이 로로 열대 우림에 진입했다.</size></color></i>
각 줄의 내용은 보고서처럼 간단했고, 시간순으로 나열되어 있었다.
언뜻 보면 단순한 보고서 같았지만, 사실 이미 공개된 뉴스 내용이었다. 각 사건 관련자들의 이름만 제외하면, 검색만 해도 찾을 수 있는 그런 정보들.
편지는 그 이상의 내용을 담고 있지 않았다. 그저 사실을 반복하는 기록일 뿐이었다.
편지를 다 읽은 이리스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편지를 접은 뒤 품에 넣고 별장으로 돌아갔다.
별장 거실에서는 단데이라와 조나단이 찻상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아 있었다.
대화의 분위기는 진지하면서도 이상했다. 한 명은 심각한 표정이었고, 다른 한 명은 의문을 가득 품은 얼굴이었다.
음... 그래서요?
당신이 오페라 극장에서 습격당한 원인과 경위는 대략 여기까지예요.
궁금하신 점이 있으신가요? 제 설명이 터무니없게 들렸을 수도 있다는 건 압니다.
질문이 하나 있어요. 정말 다 설명하신 건가요?
차 안에서 제 신상 정보를 얘기하실 때처럼, 꼼꼼하게 빠짐없이 다요?
음... 네? 빠뜨린 게 있었나요?
아뇨, 그런 뜻은 아니고요. 분위기를 잡으려고 공상과학 소설 한 편을 들려주신 것 같아서요.
마치 판사가 판결을 내리기 전, 마지막 말로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것처럼요.
조나단은 팔꿈치를 무릎에 얹고 손으로 코와 입을 가린 채, 다리를 떨다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 그리고 잠시 후 손을 풀고 말을 이었다.
이를테면, 사실 저는 연합 정부를 위해 일하면서 <새 지구서>의 법 조항 수정 작업에 참여했었고,
그걸 탐탁지 않게 여긴 민간인 특수 조직이 저를 노리고 있었다... 뭐, 그런 시나리오요.
그들은 평화 행동의 피해자들이었고, 연합 정부를 반대하며 <새 지구서> 시행을 막으려 오페라 극장 습격을 일으킨 거죠.
조나단의 분석은 앞뒤가 맞았고 논리가 명확했다. 그리고 이건 그가 이 일에 발을 들였을 때부터 예상할 수 있었던 최악의 경우였다.
하지만 인간의 상상력에는 한계가 있고, 최악은 그 끝이 없다는 데 있다.
조나단, 여긴 법정이 아니에요. 저희는 소꿉장난하러 모인 배심원단도 아니고요.
오페라 극장에 나타난 그것이... 평범한 인간, 군대, 혹은 특수 조직이 조종할 수 있는 존재라고 생각하시나요?
...
조나단은 입을 열려다 말고 일어섰다. 가슴까지 차오른 숨을 억누르며 깊게 들이쉬었다.
감정을 통제하는 건 그의 강점이자, 숙련된 변호사로서의 본능이었다.
그러니까, 지금 절 노리고 있는 건, 민간 특수 조직도, 반정부 무장 단체도 아니라는 거군요.
초능력을 지녔고... 시간을 넘나들며 대규모 살상까지 가능한——
말을 멈춘 조나단은 자신의 머릿속에서 비슷한 정의를 찾아내려 애썼다.
범죄자이고, 아직도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는 거군요.
단데이라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목적은 뭔가요? 왜 절 노리는 거죠?
혹시 미래에 제가... 이노이·후아라는 자를 반인륜 범죄로 기소할 능력이 있기 때문인가요?
그보다 훨씬 더 중요한 거예요. 조나단, 당신의 펜은 세상을 바꿀 수 있어요.
이리스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그녀는 계단 벽에 반쯤 기댄 채 상처를 치료하고 있었다.
당신은 역사의 중요한 분기점에 서 있어요. 당신이 없으면 이번 연합 정부와 베인 지방 정부 간의 <새 지구서> 서명 협약은 무산될 거예요.
그럼, 연합 정부의 여러 계획은 막히게 되고, 베인은...
이리스는 단데이라를 힐끗 보며 잠시 말을 멈췄다.
베인도 연합 정부의 평화 행동의 임무 범위에 포함될 거예요.
...
조나단은 찻상 위 물잔을 바라보며 침묵에 잠겼다가, 씁쓸하게 웃음을 지었다.
…마치 세상을 구하러 온 사람 같군요.
아니요. 역사가 제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돕는 것뿐이에요.
무슨 차이가 있죠? 뭔가 더 할 말이 있으신 것 같은데.
조나단은 주변을 둘러보다가 이리스의 붕대 감긴 손에 시선이 멈췄다.
운송 장비, 안전 가옥, 필요한 자료들까지... 처음 하시는 일은 아닌 것 같군요.
이런 보호 활동을 여러 번 하셨나요? 아니면 이노이·후아와 여러 번 접전이 있으셨나요?
...
조나단, 그게 당신에게 무슨 의미가 있죠?
이리스는 더 이상 말을 이어가고 싶지 않은 듯 보였다. 그리고 그 짧은 침묵만으로도, 조나단은 확실히 뭔가를 느꼈다.
지금까지 이리스가 보여준 말투, 분위기와는 전혀 다른 느낌의 질문이었다. 회피와 망설임은 분명히 다른 감정이다.
알겠어요. 진실은 문자로 적힌 것보다 늘 더 복잡한 법이죠. 시간 여행까지 가능한 마당에 당신 마음도 이해돼요.
그럼, 신분은요? 이건 말씀해 주실 수 있겠죠? 위장용이라도 괜찮아요.
어둠 속에 숨어 사는 파수꾼인가요, 아니면 역사의 안정을 지키는 비밀 조직 같은 건가요?
유감이지만, 그런 건 없어요. 당신 앞에 있는 게 전부예요.
그다지 재미있는 농담은 아니네요. 혼자 싸운다는 설정은 슈퍼히어로 영화에서나 볼 줄 알았는데.
오늘 같은 습격을 막으려는 데 고작 우리 셋뿐이라니요?
정확히는 이리스 혼자예요.
조나단이 고개를 돌리자, 단데이라는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말했다.
저도 당신처럼 평범한 사람이에요. 이리스가 절 구해줬고, 전 그냥... 도움이 되고 싶었을 뿐이에요.
...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할 순 없나요? 예를 들면, 이노이·후아에 대한 정보를 연합 정부에 넘겨서 군대를 투입한다든지요.
이 시대의 무기는 후아에게 위협이 되지 못해요. 게다가 정보를 퍼뜨리면 오히려 더 많은 변수와 혼란이 생길 거예요.
그렇게 되면, 후아의 움직임 없이도 미래는 뒤틀리게 될 거예요.
미래가 바뀌면, 무슨 일이 벌어지나요? 세상이 파멸되기라도 하나요?
세상은 파멸했다.
이리스는 말없이 조나단을 바라봤다.
죄수가 감옥이 완전히 봉쇄되기 전에 빠져나간다면, 모든 노력은 헛수고가 되고, 세계는 마지막 메아리만 남긴 채 사라지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리스에게는 다른 방법이 없었고, 눈앞의 두 사람에게 지금 그걸 설명할 순 없었다.
…알겠어요. 더 듣지 않아도 될 것 같네요. 표정을 보니, 좋은 결말은 아니었나 보군요.
당신 마음은 이해해요. 이런 이야기들을 받아들이려면 시간이 필요하겠죠.
베인에 도착해 일을 마칠 때까지, 우리가 당신을 지켜줄게요.
이리스는 이 말을 끝으로 계단 쪽으로 걸어갔다.
...
저기...
고개를 돌려보니, 단데이라가 책으로 얼굴 아랫부분을 가리고 있었다.
우선... 베인의 역사부터 보시겠어요?
...
조나단은 체념한 듯 손을 뻗어 책을 집어 들었다. 별장 안은 곧 책장이 넘어가는 소리만이 고요하게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