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난 루시아다.
이 노트에 소중한 기억들, 마음속 이야기들, 그리고 당시에는 전하지 못했던 말들을 적어보려고 한다.
앞으로도 이 습관이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
...
오늘은 006호 도시에서 돌아와 전투 보고를 하는 날이었는데, 지휘관님이 조금 이상했다.
전투 보고 회의가 반쯤 진행됐을 때, 지휘관님께서는 갑자기 그레이 레이븐 휴게실로 달려오셨고, 몇 마디 말씀을 하신 뒤 쓰러지셨다.
우리는 급히 지휘관님을 생명의 별로 모시고 갔고, 종합 검사에서 나온 결과는 모두 정상이었다.
휴식을 취하신 지휘관님은 약 3시간 28분이 지난 후에 깨어나셨다.
지휘관님은 내내 불안한 표정이었고, 마치 무서운 일을 겪으신 것처럼 계속 우리 모두의 기체 상태를 확인하셨다. 의사의 진단서를 보여드렸음에도 믿지 않으시고, 꼭 소대 전체가 기기 검사를 받는 모습을 직접 확인하셨다.
지휘관님께 여러 번 여쭤봤지만, <M>그</M><W>그녀</W>는 "악몽을 꾸어서 그런 것 같아"라고 대답하며 얼버무리고 넘어가셨다.
하지만 어떤 악몽이길래 지휘관님께서 그런 표정을 지었을까? 난 이해할 수 없었다. 정말 악몽 때문일까?
...
최근 <M>그</M><W>그녀</W>는 몽유병 환자같이 계속 멍한 눈빛을 하고 계신다. 아니, 꿈꾸고 계신 것처럼, 이 세계 전체를 가짜로 여기는 것 같았다.
지휘관님이 많이 걱정된다.
...
오늘은 지휘관님께서 이상 증세를 보이신지... 7일째 되는 날이다.
이런 상황을 "이상"이라고 해도 되는지 모르겠다. 지휘관님께서 정말로 긴 악몽을 꾸셨을지도 모르니까...
꿈... 인가?
이 기간에 휴면 상태가 되면, 나도 계속 무언가를 "꿈" 꿨다.
붉은 나선탑, 폭파된 공중 정원, 낯선 내 기체, 하얀 안개로 가득 찬 공간...
아니.
그것들은 단순한 꿈이 아닌 것 같다.
의식의 바다가 이렇게 구체적인 것들을 만들어낼 리가 없다.
초각 기체는 이제 막 연구 개발이 끝났을 뿐이고, 내 새 기체는 아직 설계 단계라, 외형조차 기밀 상태다. 내가 그 기체의 구체적인 전투 방식을 꿈에서 자세히 보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이렇게 "존재하지 않는" 것들을 하나하나 구체화할 수는 없다.
지휘관님은 말할 것도 없다.
...
지휘관님과 함께 광야에 있는 꿈을 꾸었다.
(종이에 살짝 찢어진 흔적이 있다.)
...
오늘은 날씨가 꽤 좋다. 지휘관님은 이제 그 악몽의 구체적인 내용을 기억하지 못하시는 것 같다.
한 번은 내가 일부러 지휘관님 앞에서 무심한 듯 꿈 이야기를 꺼냈는데,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모르시는 눈치였다. 그러나 내가 구체적인 장면을 설명했을 때, 지휘관님의 눈에서... 당혹감과 공포를 엿볼 수 있었다.
지휘관님은 무엇을 두려워하시는 걸까?
무서운 추측을 할 수밖에 없지만, 확인할 방법이 없다.
꿈속의 모든 일이 실제로 일어났던 것이라면...
...
그 꿈들은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희미해질 테지만, 모든 순간을 최대한 기록해 보려고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꿈들은 단편적인 조각들뿐이어서, 이 "악몽"의 전체적인 모습을 맞추기는 힘들 것 같다.
어쩌면 처절했던 전투였을 수도, 승리할 수 없었던 임무였을 수도, 아니면... 내가 마주하고 싶지 않은 미래였을 수도 있다.
지휘관님. 혼자서 이렇게 오래... 정말 힘드셨을 거 같다.
...
휴게실 밖 작은 창문으로 보니, 루시아가 눈썹을 찌푸린 채 노트에 계속 뭔가를 적고 있었다.
최근 루시아는 수상하게 행동하며, 종종 나에게 이상한 것들을 물어보곤 했었다.
어떤 일들은 꿈에서 겪은 것 같았고, 어떤 것들은 이미 기억 속에서 사라진 것 같았다.
"원래 기억하고 있어야 할" 많은 과거를 잊어버린 것만 같았다.
단말기가 윙윙거리며 지상 임무 출발 예정 시간이 되었음을 알렸다.
머릿속 복잡한 생각들을 떨쳐내고, 앞으로 몇 발짝 다가가 금속 창틀을 가볍게 두드렸다.
지휘관님?
노트에 뭔가를 열심히 쓰고 있던 루시아는 내가 온 것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다가, 창틀을 두드리는 소리에 흠칫 놀라며 이쪽을 올려다보았다.
아... 죄송해요. 지휘관님. 오늘 임무가 있다는 걸 깜빡할 뻔했어요.
감사합니다, 필요한 전투 물자는 전투 대기실에 이미 갖다 놓았으니 지금 바로 출발해도 돼요.
그리고, 지휘관님...
루시아는 잠시 망설이다가 다시 지휘관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지휘관님,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아니요. 그... 그냥 저도 악몽 꿨다고 생각해 주세요.
그 말을 마친 루시아는 재빠르게 소지품을 챙긴 뒤, 지휘관과 함께 휴게실을 나섰다.
최근 지휘관도 이상한 조각들을 어렴풋이 자주 꾸었다. 하지만 왜인지 늘 선명하게 보이지가 않았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자연스레 루시아의 꿈도 궁금해졌다.
지휘관님, 수송기에 타면 천천히 말씀드릴게요.
괜찮아요. 우리에게는...
우리에게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