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메인 스토리 / 32 은하수를 향해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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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25 떠난 후

나나미는 우주 함선의 창가에 앉아 있었다.

나나미가 지구를 떠난 지 ■■■■■■■일째 되는 날이었다.

무수한 별들이 유리창 너머에서 빛나고 있었고, 이곳에는 더 이상 "시간"이란 개념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리고 반짝이거나 어두워지는 모든 별은 그녀가 지구를 떠난 매 순간을 의미했다.

소녀의 의식은 이 우주 함선의 중추에 갇혀 있었지만, 가끔 자신의 연산 능력 일부를 따로 분배하여, 투영의 형태로 이곳에 나타나곤 했다.

나나미

나나미는 여기가 싫어.

나나미는 지구로 돌아가고 싶어.

유리창 너머에는 푸른빛의 작은 행성이 빛나고 있었으며, 슬픈 표정을 짓던 나나미는 손가락으로 창가에 그 행성의 윤곽을 그렸다.

나나미

돌아갈 수만 있다면 좋을 텐데.

아쉬워...

나나미가 다시 지구 땅을 밟는다면, 그곳에 더 큰 재앙만을 초래할 뿐이었다.

기계체는 각성한 그 순간, 지구에서 추방당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나나미.

어, 하카마, 왔구나!

나나미가 차단판을 내린 후, 창가에서 뛰어 내려왔다.

우주 함선이 안정적으로 심우주에 진입했습니다. 운행은 안정적이며, 모든 작동 데이터도 정상입니다.

다행이야.

지상에서 가져온 식물들은 어때?

아직 살아있지만, 몇몇은 우주의 저산소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죽었습니다.

……

죽은 식물들은 홀로그램 데이터를 잿빛 탑에 업로드해두었습니다. 이로써 투영 형태로나마 영원히 우주 함선에 보존될 수 있을 겁니다.

그건 달라, 하카마.

그렇게 보존되는 건 완전히 다른 거야.

나나미는 그 부드러운 넝쿨과 생명력이 질긴 식물들이 예전에 지상의 흙에 뿌리를 내렸던 것처럼, 우주에서도 화려한 꽃을 피워주길 바랐다.

죄송합니다. 저희가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해 봤지만, 살리지는 못했습니다.

괜찮아. 나나미는 너희를 탓하는 게 아니야. 나나미도 식물이 이런 환경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걸 알고 있어.

그냥 현실과는 조금 먼 환상을 가졌을 뿐이야.

나나미는 자신이 지구에서 좋아했던 모든 것을 보존하길 바랐다. 우주 함선이 조금만 더 컸더라면, 나나미는 모든 친구와 함께 이 우주를 항해할 것이었다.

그때, 우주 함선이 조금 흔들렸고, 하카마가 잿빛 탑에 접속해 상황을 확인했다.

웜홀이었습니다. 방금 우리는 웜홀을 통과했습니다.

이건 우리가 우주에서 마주친 첫 번째 웜홀일 겁니다.

웜홀...

그 순간, 수많은 물리학 공식이 나나미의 의식의 바다를 스쳐 지나갔고, 그 속에서 그녀는 예리하게 핵심을 꿰뚫었다.

웜홀은 서로 다른 시공간을 연결하지...

맞습니다.

수억 년의 항행 끝에, 그들은 아주 멀리까지 와있었다. 태양계를 벗어난 지도 오래였다.

혹시 웜홀을 통해서 "다른 지구"로 연결될 수도 있어?!

그럴 가능성이 있기는 합니다.

하카마가 간단한 연산 후, 답을 내놓았다.

다음 웜홀의 위치는 어디야?!

현재 속도로는 약 54시간 12분 후에 다음 웜홀을 만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웜홀을 통해 "지구"와 연결될 확률은 0.0245%에 불과합니다.

0%만 아니라면 희망이 있어~

곧이어 나나미는 투영을 거둔 후, 의식을 우주 함선의 중심부로 돌려보내 웜홀 좌표 대조에 전념하였다.

나나미는 수많은 웜홀의 출구를 하나하나 살피며, 그 푸른 행성을 찾아 헤맸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탐지호는 그 "문"을 통과했다.

우주 함선의 중추에 있던 소녀는 자신도 모르게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선현님?

으음... 또 잠들었던 거야?

최근 들어 자주 깊은 잠에 빠지십니다.

그녀의 정화 작업이 잘 진행되고 있나 보네, 헤헷.

……

하카마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사실 이렇게 되는 것도 나쁘지 않아. 안 그래?

나나미는 창가에 앉아 있었다. 그녀는 기체가 우주 함선의 중추에 속박되어 있었음에도, 이곳에 "앉아" 있는 것을 무척 좋아했다.

저는... 좋은 일이라고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문" 너머의 관리자로 살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잖아요?

나빠.

여긴 정말 너무 지루해. 생명도, 희망도 없어. 심지어...

심지어 하카마 너조차도, 탐지호의 중추가 시뮬레이션한 거잖아.

긴 머리의 소녀가 고개를 돌리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나나미는 관리형 AI를 자신에게 친숙한 목소리로 설정하곤 했다. 그렇기에 하카마의 대답은 결국 탐지호 관리형 AI의 음성 라이브러리에서 나온 것이었다.

하카마

……

AI는 이런 "질문"에 대한 답변이 사전 설정되어 있지 않았기에,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하카마, 나는 이미 오답을 말해버렸어.

탐지호가 그 "문"을 통과했다.

그녀는 그것이 "새로운 생명"이 될 거로 생각했지만, 결국 "죽음"을 맞이했다.

"우주"의 인정을 받은 의식을 제외하고는 그 어떤 생명체도 이곳에 들어올 수 없었다. 이는 기계 의식 또한 마찬가지였다.

나나미는 당황해하며, 우주 함선의 곳곳을 뛰어다녔다.

하카마... 하카마!

아르카나... 스프너! 광휘군!

분명 그들 모두의 의식을 보존했는데,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우주 함선은 무거운 적막에 잠겨 있었고, 텅 빈 로비에는 나나미의 외침만이 쓸쓸히 맴돌았다.

그 누구도 나나미의 외침에 응답하지 않았다.

"우주"

나나미, 너는 더 광활한 우주로 향하는 승선권을 얻었어.

과거를 버리고, 차원을 초월하도록 해.

혼돈 속에서 수많은 개념이 나나미의 머리에 밀려 들어와, 정신을 흩트려놓으며 그녀를 "인도"했다.

나나미... 나나미는 이런 승선권 같은 걸 원했던 게 아니라고.

나나미는 모두와 함께 있고 싶어.

그러나 더 이상 응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그 후, 나나미는 혼자서 얼마나 더 앞으로 나아갔을까?

한 척의 외로운 우주 함선은 생명이 없는 공간을 떠돌며, 무수한 세계의 몰락과 우주의 탄생을 목격했다.

나나미는 우주 함선에 있는 모두를 상상하며, 모두가 함께 방주에 올라타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아 떠나는 달콤한 상상을 했다.

그리고 곧이어 나나미는 "중력"이 다시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다.

그 시간이 된 걸까?

우와... 여기에 <강철진BX 무적 리메이크 연도α+++ Feat. DK-Hyper판>도 있네!

이건 <가면 기사와 재창조된 세계의 재회>잖아!

너도 지구를 찾고 있는 거야?

나나미는 과거의 "자신"과 재회했다.

탐지호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전체거든. 내가 바로 탐지호고, 탐지호가 바로 나야.

물론 이곳에는 나만 있는 게 아니라 다른 동료도 있어.

고개를 숙이고 있던 그녀의 앞으로 인간형 또는 비인간형의 기계체들이 드문드문 지나갔다.

우리는 함께 우주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고 있어.

AI를 이용하여 시뮬레이션한 투영 데이터는 소녀가 볼 수 없는 선실에서 사라졌다가 다시 재구성되었다.

그녀는 이 세계 속에서 이 공간, 이 폐쇄 루프에 갇혔다.

이제 작별할 시간이야.

나나미는 자신에게 작별 인사를 했던 그 "나나미"의 눈빛에 왜 슬픔과 미련이 묻어났는지 이제야 이해할 수 있었다.

안녕, 나나미.

다시 만나지도, 다시 이곳에 오지도 않았으면 좋겠다.

하지만 나나미는 여전히 뭔가 다른 일을 시도해보고 싶었다.

남아있는 기억과 데이터를 따라, 그녀는 봉인된 2143번 자료를 찾아냈다.

현실은 연산된 결과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비앙카가 부상을 입은 후, 센이 그녀를 대신해 먼저 해저로 향했다.

그리고 아카이브에는 관련 임무 배정에 눈치채기 힘든 변경과 조작의 흔적이 존재했다.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기에 연산된 피할 수 없는 재앙이 바뀌게 된 걸까?

나나미는 생각에 잠긴 채, 지구 관찰 일기의 새로운 페이지를 펼쳤다.

이 시공간의 인간에게는 말로 정보를 전달할 수 없었지만, 다른 방식으로는 가능할지도 몰랐다.

이 시도는 그녀가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것이었다.

어쩌면 그녀가 기폭제가 되어, 이 끝없는 폐쇄 루프를 불태울 수도 있었다.

이런 삶은 너무 힘들어. 나나미는 다시 이런 날들을 겪지 않았으면 해.

이건 나나미가 모두에게 주는 "미래"라는 선물이야.

선현님?

으음... 또 모르는 사이에 잠든 것 같아.

우주 함선의 중추인 선현님은 휴면이 필요 없지 않나요?

너무 지쳐서 그래.

너무 지쳐서 별들의 목소리도 더 이상 들리지 않아.

그래도... 정말 좋아.

어느 순간의 나나미가 다시 깨어나면, 진짜 하카마를 만날 수 있겠지?

지휘관은 어떻게 생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