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쪽으로 갈수록 공기가 차가워지면서 우주 함선의 유리창에 새하얗게 성에가 끼었다.
연료... 부동액...
부동액도 부족해. 남은 양으로는 우주 함선의 모든 기계체에게 동파 방지 처리를 할 수 없어.
우주 함선에 기계체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어요.
수인 기계체는 우주 함선의 인원수를 묵묵히 확인하였다.
하아, 어쩔 수 없지. 선현님께서 구할 수 있는 동포들을 그냥 지나칠 리 없으니까.
……
우주 함선이 살짝 흔들렸고 이어서 램프가 열리더니, 나나미가 인간 두 명을 안은 채 급급히 뛰어 들어왔다.
스프너! 네빌!
방금 구조한 이 사람들을 좀 도와줘. 뒤쪽에 아직 혈청이 남아있을 거야.
스프너는 이미 기절한 인간 두 명을 안고 우주 함선의 후방으로 걸어갔다.
선현님! 세르반테스가 말한 그 "우주 도시"까지 얼마나 남았죠?
연료가 부족한 상황이에요. 게다가 부동액과 다른 기계체들이 쓸 방한 물자도 바닥을 드러냈어요!
이대로 가다간 기계체의 3할이 휴면 상태에 들어가야 할지도 몰라요.
그건 걱정하지 마. 베르날 쪽에서 잿빛 탑의 브랜치 데이터 CPU 몇 개를 개조하고 보호막을 둘렀어. 당장 부동액이 없는 기계체들도 근처에서 몸을 녹일 수 있을 거야.
인간들의 아이디어는 너무 흥미로워! 별 쪽에서도 그 난로들을 엄청 좋아한다고!
브랜치 데이터 CPU... 메인 컴퓨터요?
네빌이 순간 멈칫했다.
맞아. 방열 문제로 CPU가 잘 작동하지 않는다고 예전에 네빌이 조잘거렸잖아.
베르날이 외부에 단방향 팬 두 개를 달았어. 바람에 좀 이상한 냄새가 나긴 하지만, 휴면하는 것보단 훨씬 나아.
응?
나나미가 말을 이어가던 그때, 갑자기 얼굴을 우주 함선의 유리창에 바짝 갖다 댔다.
저쪽에... 누가 있는 것 같은데?
창밖에서는 이화 적조가 폐허와 땅을 뒤덮으며, 높은 곳에 있는 그림자들을 향해 다가가고 있었다.
잠깐만요, 선현님. 기체가 아직 정화되지 않았어요.
돌아와서 다시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