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훗. 어디까지 도망갈 수 있나 보자!
나나미의 거센 공격에 인형 같은 소녀는 구석으로 몰렸다.
으...
소녀의 공허했던 눈에 순간 이질적인 광채가 번뜩이며, 표정이 바뀌었다.
넌 그 이중합 탑에서 나온 거지?
이중합 탑... [player name]...
역시 지휘관의 이름을 알고 있잖아!
나나미는 일부러 무서운 표정을 지으며, 손에 든 장검을 휘둘렀다.
어서 말해! 지휘관은 어떻게 됐어!
[player name]... 이중합 탑... 떠났...
그 순간, 여러 의식이 그녀의 몸을 차지하려 싸우는 것 같았고, 카오스의 표정이 계속 변해갔다.
퍼니싱...
몇 번의 변화 끝에, 창백한 소녀는 천천히 고개를 들고 맞은편의 기계체 소녀를 바라보았다.
[player name] 지휘관은 이중합 탑을 떠났어요.
이중합 탑 내부는 시간이 뒤엉켜서, [player name] 지휘관이 정확히 언제 떠났는지는 알 수 없어요.
무슨 소리야?!
내일, 백 년 후, 심지어는 천년 후일 수도 있죠.
[player name] 지휘관이 언제 나타날지는 아무도 몰라요.
……
그럼 이화 적조는 어떻게 된 거야?
퍼니싱... 융합... 이중합 탑... 통제 불가...
정보... 회수... 문명...
창백한 얼굴의 소녀는 다시 눈빛이 멍해졌고, 띄엄띄엄 말을 이어갔다.
이미 늦었어요...
그녀의 눈에서 선홍빛 눈물이 흘러내렸다.
떠나... 떠나세요...
카오스가 점점 녹아내리더니, 붉은색과 흰색의 액체가 서로 어우러져, 거센 조수 속으로 흘러들었다.
늦었다니...
나나미의 시선은 카오스가 사라진 허공에 머물고 있었다. 그러나 바로 그때, 카운트다운의 숫자들은 무자비하게 줄어들면서, 초침 소리가 귓가를 파고들었다.
<phonetic=나나미!>지휘관...</phonetic>
전속력으로 우주 함선에 돌아온 나나미는 익숙한 단말기 통신 번호를 눌렀다.
<phonetic=나나미!>지휘관...</phonetic>
단말기에는 여전히 연결되지 않았다는 신호음만 전해왔다.
<phonetic=나나미>지휘관</phonetic>, 도대체 어디 있는 거야...
지휘관이 어느 시간, 어느 공간에 있는지도 모르고, 좌표조차 없어서 찾을 방법이 없잖아...
……
나나미는 포기하지 않고 다시 한번 그 단말기 번호를 눌러보았지만, 당연하게도 연결되지 않았다.
하아...
회색 머리의 소녀가 난감하다는 표정으로, 아무런 반응도 없는 단말기를 바라보았다.
이중합 탑을 떠났다는 정보밖에 없는데... 무슨 수로 찾지?
나나미라면 할 수 있을 거야. 나나미에게 불가능이란 없으니까!
음...
나나미는 주먹을 꽉 움켜쥐고, 예전처럼 자신을 다독이려 했지만, 반응이 없는 단말기를 보며 자기도 모르게 한숨을 쉬었다.
내일, 백 년 후, 심지어는 천년 후일 수도 있다니...
정말... 정말 그러면 어떡하지? 나나미가 천년 넘게 살면서 지휘관을 찾을 수 있을까?
나나미... 나나미는 기계체니까 할 수 있지 않을까? 기체 관리만 제대로 한다면...
소녀는 자신의 뺨을 문질렀다.
음...
좋아! 결정했어! 이번 목표는 일단 천년 넘게 살아보는 거야!
끊기지 않은 통화 끝에 음성사서함 안내가 들려오자, 메시지를 남길 수 있다는 말에 나나미는 뺨을 문지르며 금세 생기를 되찾았다.
<phonetic=나나미>지휘관</phonetic>, 지금 어디 있어!
나나미는 지휘관이 지금 어떤 상태인지, 이 메시지를 언제 받을 수 있는지도 모르지만...
이 메시지를 받게 된다면, 그 자리에서 얌전히 기다려줘! 나나미가 노력해서, 아주아주 먼 미래까지 살아남거나, 아주아주 먼 과거로 갈 방법을 찾을게.
어쨌든, 지휘관이 이 우주 어딘가에만 있다면...
<phonetic=나>나나미</phonetic>가 반드시 <phonetic=나나미>지휘관</phonetic>을 찾아낼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