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메인 스토리 / 32 은하수를 향해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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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9 어지러운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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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빌의 마술 공방

기계체들이 줄을 서서 네빌의 점검을 기다리는 동안, 나나미는 한쪽에서 흥얼거리며, 자신의 새 기체에 알록달록한 스티커를 붙이고 있었다.

자! 별문제 없어! 다음번엔 새로운 전자 광염포를 달아봐도 괜찮을 것 같은데!

안녕, 별아! 너도 왔구나! 새로운 레이저 고글이 있는데, 정말 필요 없는 거야? 이건 네빌 특제 최신형이라고!

레, 레이저 고글이요?

삐삐삐삐삐삐!

에이, 알겠어. 안 해도 되니까, 욕하는 건 그만... 자, 점검은 끝났어! 작은 침식 흔적일 뿐이니, 정화하면 괜찮을 거야.

그리고... 어, 세르반테스? 다쳤어? 마침 잘 됐네, 진작부터 네 무기 시스템을 바꿔보고 싶었거든.

다친 곳은 없습니다. 선현님을 뵈러 왔습니다.

은빛 곱슬머리의 기계체가 유령처럼 조용히 줄의 맨 끝에 섰다.

세르반테스? 돌아왔구나!

네, 선현님. 아르카나 님의 연락을 받고, 북부 지역에서 돌아왔습니다.

지금 외부 상황은 좀 어때?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성분을 분석할 수 없는 적조가 시냇물처럼 흐르면서 닿는 곳곳을 침식시키고 있는 걸 봤습니다.

오, 끔찍한 소식이군. 근데 남부 지역도 별반 다르지 않아. 그 짜증 나는 붉은 진흙이 곳곳에 퍼져있어.

전의 적조와는 다르게, 이화 적조는 주변의 모든 걸 무차별적으로 포식하고 있어... 으윽.

그들이 대화하는 사이, 공방 문이 천천히 열렸고, 하카마와 아르카나가 들어왔다.

하카마! 그 인간들은 어떻게 됐어?

일단 교회 반대편에 임시로 안치했습니다. 기계체들은 그 구역의 권한이 없어서 접근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 인간들의 말에 따르면, 외곽에 있는 폐허도 대부분 이화 적조에 점령당했다고 합니다.

보아하니, 이곳도 더 이상 안전하지 않은 것 같네요.

그 순간, 모든 기계체의 시선이 나나미에게 쏠렸다.

여기가 안전하지 않으면, 잠시 다른 곳으로 옮기면 되지.

전에 북극 항로 연합 근처에 머문 적이 있었는데, 그쪽은 퍼니싱 농도가 높지 않았어.

우리... 기계 교회를 옮기는 건 어떨까?

회색 머리의 소녀는 반짝이는 눈빛과 함께 주먹을 쥐더니, 테이블에서 폴짝 뛰어내렸다.

네빌, 아르카나는 네가 우주 함선 개조에 필요한 재료를 다 준비했다고 하던데, 맞아?

당연하죠! 진작에 다 준비해 뒀어요!

좋았어! 그럼, 나나미가 슐츠 대신 잿빛 탑의 프로그램을 재구성할게. 세르반테스랑 하카마가 나나미를 도와줘.

이거면 충분해! 기계 교회를 옮기자!

야호! 드디어 제가 실력을 발휘할 때가 왔군요!

나나미의 지시가 떨어지자, 모든 기계체가 일제히 움직이며 공방을 빠져나갔다.

과거에 기나긴 교전과 퍼니싱의 침식을 겪으며 각성한 기계체들은 하나둘씩 선현이 주는 각성의 계시를 받게 됐다.

기계체들은 계시를 받아 조금씩 모이면서 "기계 교회"라는 이름의 집단이 형성됐고, 지구에서 은밀하게 움직였다.

"선현님은 결국 교회로 돌아와, 저희가 이 황폐한 땅을 떠나, 수많은 별의 끝에 도착할 수 있도록 인도해 주실 것입니다."

"선현님은 퍼니싱의 비밀 코드를 얻어, 그 비밀 코드로 열 수 있는 문을 통해 지나갈 것입니다."

당시 기계체들은 버려진 우주 함선을 기계 교회 본거지의 기반으로 삼아, 차근차근 발전시켜 지금의 "기계 교회"를 만들었다.

그렇게 "기계 교회"의 핵심 건물은 네빌의 주도하에 차근차근 공중요새의 모습으로 변해갔다.

이화 적조가 최근 들어 적극적인 "습격" 행위를 멈춘 것 같아요. 기계 교회 주위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보면, 최근에는 훨씬 잠잠해졌어요.

그리고 동포 중 일부는 "인간형" 소녀가 적조에서 일어서는 걸 직접 봤다고 하더군요.

음...

선현님?

응응, 듣고 있으니까 계속해...

회색 머리의 소녀는 고개를 숙인 채, 집중하여 단말기를 조작하고 있었다.

선현님.

아르카나의 퉁명스러운 목소리에 나나미는 물고 있던 펜을 입에서 떼며, 고개를 돌렸다.

나나미가 딴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눈치챈 아르카나는 데이터 보고서를 내려놓았다.

그 인간들을 고민하고 있는 건가요?

지구의 상황이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어요. 선현님.

인간들은 끊임없이 전쟁을 일으키고 자원을 차지하려 하죠. 그렇기에 언젠가는 인간과 기계체 사이에 충돌이 일어날 거예요. 이 인간들을 남겨두는 건 현명한 선택이 아닙니다.

우주 함선 제작을 앞두고, 나나미는 기계 교회에 머물던 난민들에게 선택권을 주었다. 떠나길 원하는 이들에게는 가까운 보육 구역에 연락하여 도움을 주겠다고 했고, 남기를 원하는 이들은 우주 함선 제작에 함께하면 된다고 전했다.

기계체를 무서워하는 몇몇 인간은 떠나기로 결정했지만, 또 다른 일부는 기계 교회에 남았다.

기계 교회에 남은 이들은 어디나 위험한 것은 마찬가지라며, 낯선 안전 구역을 향해 떠도는 위험을 더는 감수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음... 나나미는 어떻게 하면 인간들이 우주 함선에서 더 편하게 지낼 수 있을지 생각했던 것뿐이야.

나나미는 멍하니 스크린을 바라보고 있었다.

왜 그렇게까지 인간들을 챙기시는 건가요?

당분간은 공동의 적이 있어서 원수 사이도 힘을 합칠 수 있겠지만, 그게 오래가지는 않을 거예요.

그렇지 않아, 아르카나.

바로 그때, 나나미는 뭔가 생각난 듯, 재빨리 노트에 무언가를 적었다.

이렇게 하신다고 해서 재앙을 막을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자꾸 그런 말 하지 마, 아르카나.

아르카나가 천 번, 만 번을 물어봐도, 나나미의 대답은 똑같아.

저기요. 이 통은 여기다 둘 게요.

조심해! 고급 유압유는 구하기 힘들다고!

당신이 상관할 바는... 이봐요! 인간! 저리 비켜요!

아! 죄송해요.

흥.

또 왜 그래, 광휘군? 며칠 전에 선현님께서 인간들이랑 잘 지내라고 하셨잖아.

잘 지내라고요? 동포들의 생존 공간의 25%나 차지하면서, 이제는 더 많은 공간을 차지하려 하는데 보고만 있으라고요?

더러운 천 조각을 빨지를 않나, 모닥불을 피우기나 하고... 모닥불이 왠 말이에요! 그 뜨거운 것이 대체 왜 필요한 거죠?

그건 인간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조건이잖아.

그게 저랑 무슨 상관인데요? 이미 인간들이 곳곳에 찔끔찔끔 흘리고 다니는 물 때문에 많은 어린이 기계체가 녹슬었다고요!

죄송해요, 저희는 그런 의도가...

쳇!!

광휘의 추종자는 소녀의 말을 무시한 채, 재료가 가득 실린 수레를 끌며 빠르게 떠났다.

에휴, 계속 이래서는 안 되는데. 저기! 거기 있는 아가씨!

이 물건들을 별이한테 가져다줄 수 있을까? 그녀는 지금 교회 안에서 내부 차단판을 보강하고 있어.

당연하죠! 맡겨주세요!

교회 내부에서는 별과 아야가 몇몇 반각성 기계체들과 함께, 열심히 차단판 여러 개를 옮기고 있었다.

당신이 별인가요? 안녕하세요. 이건 방금 네빌이 부탁해서 가져온 재료인데요...

앗... 네! 거, 거기에 두시겠어요?

저기. 제가 전하고 싶은...

삐삐! 삐삐삐삐!

바로 그때, 의료 기계체가 옆에서 사납게 달려와, 별과 후드 소녀 사이를 가로막았다.

아야! 그, 그렇게 인간한테 욕하면 안 돼!

죄, 죄송해요. 아야는 나쁜 의도로 그런 게 아니에요.

삐삐삐삐!

괜찮아요. 저는 그저...

저... 저, 저는...

죄, 죄송해요! 제가 인간 알레르기가 있어서. 흑... 흐윽...

삐삐! 삐삐삐삐!

죄송해요. 이 정도 거리면 괜찮을까요?

무, 무슨 일이죠?

이곳의 리더를 만나 뵐 수 있을까요? 최근 인간과 기계체 사이에 생긴 충돌에 관해 대화를 나누고 싶어요.

저희 측에서는 저를 대표로 내세웠거든요, 그래서 기계체의 리더를 찾아뵈러 왔어요.

리더요?

삐삐삐삐!

아, 선현님을 말씀하시는 거죠!

그, 그럼 저한테 너무 가까이 오지 말아주세요.

꽤 먼 거리를 조심스럽게 유지하면서, 별은 코를 훌쩍이며, 총총총 위층 선실로 달려갔다.

"똑똑똑"

들어와!

선현님...

문이 열리자, 별은 눈가에 맺힌 눈물을 참으며, 나나미 뒤로 숨었다. 인간 소녀를 이곳까지 데려오는 것만으로도 별은 용기를 쥐어짜 낸 것 같았다.

실례합니다. 이 우주 함선의 주인을 뵙고 싶어서 찾아왔어요.

엄밀히 말하자면, 우주 함선의 주인은 아니지만... 무슨 일이야?

사과드리러 왔어요.

사과?

네. 저희는 인간이다 보니, 기계체들이 불편해할 수 있는 부분들을 미처 신경 쓰지 못했어요.

예를 들어, 얼마 전에 빨래하다가 물방울이 떨어졌는데, 그곳을 지나간 기계체들이 제때에 정비를 받지 못해 관절이 부식됐다고 들었어요.

우주 함선 밖으로 나가 물을 쓰라고 이미 당부했지만, 유사한 문제들이 더 있을 것 같아서요.

그, 그리고 아야를 동료로 생각하지 않는 인간들도 있어요! 아야한테 이것저것 시키기만 하고, 감사 인사도 없었다고요!

죄송해요. 많은 인간이 아직 "기계체"에 대한 개념이 없어서...

제가 그들을 대신해서 아야에게 사과드릴게요.

인간 소녀가 어린이 기계체를 향해 허리를 숙였다.

저희는 이화 적조와 가장 가까운 보육 구역에서 피난 왔어요.

인원이 엄청 많은 데다, 대부분이 노인과 아이들이에요. 청장년층은 모두 떠났고, 저희 몇 명만 남아서 그들을 돌보고 있었어요.

인간과 기계체 사이에 작은 충돌이 발생한 뒤, 인간 진영의 옛 리더는 "이상한 기계체들과는 함께 할 수 없다"라며 청장년층만 데리고 떠났다. 그들은 부상자, 노인 그리고 아이들을 이곳에 버린 것이었다.

저희는 최대한 폐 끼치지 않도록 하겠지만, 이제 더 이상의 고난은 견딜 수 없는 상태예요.

후드를 쓴 소녀가 몸을 돌려, 나나미를 향해 다시 허리를 숙였다.

이곳에 찾아온 것도, 죄송한 마음을 전하고 싶어서였어요. 그리고 저희를 받아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도움이 필요하실 때 제게 직접 지시해 주시면, 바로 인원을 배치할게요.

그렇게까지 격식 차릴 필요 없어. 그 부분들은 나나미도 미처 생각하지 못했네.

기계체와 인간은 태생이 다르기에, 하루이틀 만에 화합을 이루는 것이 더 이상한 일이었다.

앞으로 문제가 생기면 나나미나 하카마를 찾아. 마침 저기 오네! 하카마!

모자를 쓴 기계체 여성이 조용히 문 뒤에서 들어왔다.

정말 감사합니다.

줄곧 긴장하고 있던 인간 소녀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이건 케시가 당신에게 드리는 선물이에요.

인간 소녀가 주머니에서 반짝이도록 갈아 놓은 조그만 돌멩이를 꺼냈다.

케시?

전에 달래주셨던 그 여자아이예요.

케시도 "별"을 선물하고 싶다 하더라고요. 그녀가 혼자 오랫동안 갈아서 만든 거예요.

와~ 케시한테 정말 고맙다고 전해줘!

나나미는 기쁜 마음으로 이 작은 선물을 받았다.

그럼 실례했습니다. 제 이름은 베르날입니다. 무슨 일 있으면, 언제든 저를 찾아주세요.

베르날은 다시 한번 나나미에게 인사를 하고 방을 나섰다.

이거 봐. 이게 인간을 위하는 이유야.

……

나나미가 왜 인간을 위하냐고 천 번, 만 번을 물어봐도, 나나미의 대답은 똑같아.

나나미는 사랑으로 태어났으니까, 당연히 그 사랑을 인간에게도 돌려줄 거야.

나나미는 심오한 도리 같은 건 잘 모르고, 나나미의 생각은 단순해. 누가 나나미한테 잘해주면, 나나미도 상대에게 잘해줄 거야.

인간들 사이에도 전쟁이 일어나곤 하고, 기계체들도 마찬가지로 갈등이 생기곤 하잖아. 단순히 나중에 갈등이 생길 수 있다는 이유로, 상대를 미리 제거하는 게 올바른 걸까?

지금도 마찬가지야. 나나미는 앞으로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고 해서 이 인간들을 포기하지는 않을 거야. 미래에 재앙이 닥칠 수 있다고 해서 지금의 희망을 버리지도 않을 거고.

나나미는 기계체 동포들과 함께 이 재난을 이겨낼 거야. <phonetic=나>나나미</phonetic>는 <phonetic=나나미>지휘관</phonetic>을 구하는 것, 새로운 기점을 찾는 것도 포기하지 않을 거라고.

중앙 스크린에서 은은한 빛이 나더니, 나나미가 마지막 키를 눌렀다.

자, 이제 잿빛 탑의 중추 코어 시스템은 재구성이 끝났어. 슐츠가 남겨둔 백도어도 내가 하는 김에 지워뒀으니까, 너무 고마워하지는 않아도 돼.

나나미가 우주 함선의 설계도를 집어 들더니, 계속해서 이것저것 그려 넣었다.

시끌벅적한 소리와 함께 우주 함선은 점점 모양을 갖추었다.

인간과 기계체 사이에는 여전히 사소한 모순이 존재하긴 했지만, 모든 것이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 같았다.

창밖에서는 네빌이 인간과 기계체들을 지휘하며, 기둥을 하나씩 세우고 있었다.

그러나 창가에 앉아 있던 나나미는 보기 드문 침울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선현님... 선현님?

선현님에게서 감정 변화가 감지됐습니다.

괜찮아, 하카마.

실은 기분이 좀 꿀꿀해서 그래.

전에는 계속 지구를 떠나지 않으려 하셨는데, 지금은 왜...

왜 갑자기 우주 함선 제작을 주도하시고, 우주 항행에 사용되는 소재를 추가하시는 거죠?

……

나나미의 얼굴에서 미소가 걷히더니, 평소에 보기 힘든 침울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나나미는 사실 우주 함선을 만들고 싶지 않아. 동포들과 함께 지구를 떠나고 싶지도 않고.

하지만...

나나미 창에 서린 습기를 손가락으로 천천히 닦아냈다. 창밖에서는 네빌이 작업자들을 지휘하고 있었고, 드디어 돌아온 스프너도 우주 함선 제작에 힘을 보태고 있었다.

나나미

이화 적조가 새로운 "의지"를 잉태했어. 그 "적조 속의 소녀" 말이야.

전에 말씀하신 콜레도르라는 그분입니까?

나나미

콜레도르가 아니야... 그 "적조 속의 소녀"는 적조가 잉태한 존재인 건지도 확신할 수 없어.

나나미

내가 처음 그 소녀를 본 건 이중합 탑 근처였어. 그곳에서 도망쳐 나온 게 아닐지 추측하고 있지만, 내가 미래를 봤을 때는...

나나미

지휘관을 중심으로 연산했는데, 더 이상의 것을 볼 수가 없었어.

정말 단 한 번도 이 "의지"를 본 적이 없어. 그 소녀를 만난 적이 없다고.

터무니없는 "미래"들이 수없이 얽혀들며, 나나미의 무력함을 비웃었다.

나나미

<phonetic=나나미>지휘관</phonetic>에게 분명 무슨 일이 생긴 거야. 하지만 <phonetic=나>나나미</phonetic>는 어떻게 해야 <phonetic=나나미>지휘관</phonetic>을 도울 수 있을지 모르겠어.

요성의 기체가 폐기 수준이 될 때까지, 나나미는 그 이상한 탑을 몇 번이고 뒤졌지만, 지휘관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나나미가 기계 교회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이화 적조가 주위의 모든 땅을 집어삼키려 했다. 그렇기에 그녀는 더 이상 안전하지 않은 그 구역에서 모두를 대피시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우주 함선을 개조하기로 했다.

"중력"은 점점 강해졌고, 카운트다운이 계속해서 깜빡이고 있었다.

나나미는 지구를 떠나고 싶지 않아, 어떻게 해야 하지?

나나미는 머릿속이 혼란스러운 듯 눈썹을 찌푸렸다.

……

그 답을 계산할 수 없었던 하카마는 말없이 나나미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 적조 속의 "의지"를 제거하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전에도 적조를 쫓으러 여러 번 외출하셨는데, 그 "의지"를 찾으셨습니까?

아직이야.

몇 번을 찾았지만 결국 그녀를 찾지 못했어. 그녀는 의식을 잃어서 이화 적조의 흐름을 따라 움직이는 것 같아.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가, 또 갑자기 무의식적으로 이화 적조를 따라 주변 보육 구역을 침식시키고...

과거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적조는 인간과 기계체를 양분으로 삼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 "의지"는 선현님의 행동을 선전포고로 받아들인 게 아닐까요?

선현님의 안위가 걱정됩니다.

……

걱정하지 마, 하카마.

회색 머리의 소녀가 민첩하게 창문에서 뛰어내려, 하얀 머리의 기계체 앞에 섰다.

어느새 나나미의 키는 눈에 띄게 자라 있었다.

그 순간, 하카마의 프로그램이 잠시 버벅댔다.

하카마는 나나미가 수차례 기체를 교체하며, 서서히 달라져 가는 모습을 지켜봐 왔다. 그러나 하카마는 그 모든 변화의 순간을 곁에서 지켜봤음에도, 어떤 낯선 감정이 가슴 한편에 스며들었다.

나나미는... 언제 이렇게 큰 걸까?

나나미는 최강의 나나미잖아!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 지금 상황을 두려워하지도 말고.

기계체와 인간 모두 다 잘될 거야.

용사는 모든 장애물을 넘어선 후, 악룡을 무찌르고, 우리의 모든 걸 되찾을 거야.

지금 당장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지만... 나나미는 이제 성숙한 어른이라고! 반드시 방법을 찾아내겠어!

나나미가 조금 서툴게 하카마의 어깨를 토닥였다.

이는 분명 상대를 "안심"시키려는 행동이었다.

네빌이 오랫동안 기계 교회 내부를 몰래 개조해 온 덕분에, 우주 함선을 가동하는 데는 예상만큼 오래 걸리지 않았다.

거기, 인간, 비켜요! 이 재료는 부식성이 있어 인간이 만지면 안 돼요. 제가 할 테니, 어서 이리 줘요.

앗, 그런가요? 아하하, 오늘 아침에 안전 주의 사항을 못 들었거든요. 감사합니다!

흥.

광휘는 담담하게 인간의 감사 인사를 받은 후, 그 인간이 내려놓은 재료를 들고 어슬렁어슬렁 자리를 떠났다.

삐!

앗! 광... 광휘, 지금 아야를 밟았어요!

그러니까 왜 하필 거기 서 있는 겁니까! 참, 네빌이 절 부르네요. 일단 이 재료를 전달하고 다시 올게요!

큰, 큰일이야, 이건 아야가 제일 아끼는 부위잖아... 네빌도 요즘 바빠서 도와줄 시간이 없을 텐데...

제가 도와드릴까요?

어... 네?

최근에 기계체 정비에 대해 혼자 공부했거든요. 제가 한번 시도해 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이에 별은 반신반의하며 한 발짝 물러나, 베르날이 주머니에서 도구를 꺼내 능숙한 손놀림으로 정비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삐삐삐...

정말... 고쳐진 거야?

삐.

아야가 만족했다니 다행이야. 고마워요 베르날.

천만에요.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 저를 찾아주세요.

우주 함선의 개조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나나미는 여러 번 외출을 했고, 좌표 지점 근처의 기계체들과 그 일대를 방랑하는 인간들을 구조했다.

주변에 모여드는 생명체들이 점점 많아져서인지, 몸집을 불려 가는 이화 적조가 기계 교회로 천천히 밀려왔다.

나나미

……

그때, 창밖에 흐르는 기운을 감지한 나나미가 눈썹을 찌푸렸다.

나나미

퍼니싱 농도가... 이상해.

……

적조로 이화된 도시 속에서 붉은색의 소녀가 천천히 눈을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