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메인 스토리 / 29 근원의 표지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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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18 검은 상자

과학 이사회

자신을 바로 처형할 것 같은 이상한 기계를 바라본 지휘관은 옆에 서 있는 아시모프와 테디베어를 향해 불확실하게 물었다.

음...

보기엔 좀 이상하지만, 나나미가 남긴 설계도대로 조립하니 이런 모양이 되더군.

나나미가 예전에 저장해둔 몇 가지 비밀 코드로 테스트해 봤는데, 위험성은 없어 보여.

다만 체험하게 될 내용이 이 기계가 만들어낸 환각인지에 대해선 장담할 수 없어.

모든 사람이 복잡한 코드 덩어리가 춤추는 걸 보고 싶어 하지는 않으니까.

어쨌든 한번 해봐. 지휘관이 들어가면 내가 상응하는 비밀 코드를 입력할 거야. 아시모프 님도 기계 상태를 감시하고 계시다가 문제가 생기면 즉시 작동을 중단할 거야.

이 비밀 코드는 일회용이야. 안에서 정보를 찾게 되면, 반드시 자세히 기록해 둬야 해.

응. 여기선 믿을 수 있는 게 우리밖에 없잖아.

준비됐으면, 가자. 지휘관.

기이하게 생긴 헬멧을 쓰고, 바닥에 있는 마스크를 내리자...

어지러움이 밀려왔다.

????

드디어 열쇠를 손에 넣었군.

????

신경 쓰지 마. ■은(는) 데이터 공간을 떠도는 유령일 뿐이야. 존재하지 않는 역사의 한 조각이지.

"도미니카"

맞기도 하고, 아니기도 해.

■은(는) 도미니카가 1호 원자로에 들어가기 전에 남긴 의식 데이터일 뿐이야.

■은(는) 너와 대화할 시간이 많지 않아. 그리고 "정보"를 기록할 수 있는 시간도 제한되어 있어. ■의 목적은 이 초대장을 네 손에 전달하는 거다.

데이터로 이루어진 두루마리가 어둠 속에서 천천히 펼쳐졌다.

"도미니카"

너만이 열 수 있는 이 초대장은 널 초대하기 위한 거였다.

기계 전자음이 고요한 어둠 속에서 울려 퍼졌다.

"도미니카"

너는 테스트를 받아들이고 자신의 데이터를 "도미니카"에 추가할 의향이 있나?

"도미니카"

"도미니카"가 되어, 인간의 땅에 희망의 씨앗을 뿌리는 거다.

인간 세상에 영광을 가져다주고, 새로운 프로메테우스가 되는 거지.

인간에겐 "도미니카"의 불씨가 필요하다.

"도미니카"

말해라.

"도미니카"

■은(는) 그 질문에 대답할 수 없다.

실제 행방은 Ω효과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가) 추측을 입증할 기회는 없었다.

"도미니카"

그건 이 문명에 속하지 않는 정보다.

그건 오류가 아니다. 오히려 새로운 방향, 다양한 가능성이 있는 미래를 지시했다.

단지 나타나서는 안 될 시간에 나타났을 뿐이다.

■은(는) 자신의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는 없지만, 인간이 제어할 수 없는 불꽃을 끌어들인 건 사실이다.

그래서 역원 장치가 탄생했고, ■은(는) 이를 통해 이 짧은 문명에 다시 한번 희망을 뿌릴 수 있길 바랐다.

"도미니카"

그건 이 시대의 기술이 아니다.

"도미니카"

아니다. 어쩌면 더 이전의 것이었거나, 어쩌면 더 나중의 것일지도 모른다.

■은(는) 그 질문에 구체적으로 대답할 수 없다. 데이터를 도미니카에 추가하면 모든 답이 결국 네 앞에 드러나게 될 거다.

데이터를 도미니카에... 추가한다고요?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길이었다.

하지만...

"도미니카"

……

허공에 숨어 있던 인간형이 침묵에 빠졌다.

"도미니카"

■은(는) 그 질문에 대답할 수 없다.

게슈탈트 안에 보관된 수많은 밤낮 동안, ■은(는) 이 시대가 만들어낸 너무나 많은 기적을 목격했다.

그런 기적들은... "도미니카"가 존재한다 해도 다시 만들어내기는 힘들 것이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 정보는 곧 파괴될 거다.

감정 없는 기계음이 끊어질 듯한 파동을 전했다.

게슈탈트로 업로드될 당시 이 의식 데이터는 이미 오염되었다.

■은(는) 자신과 오염된 밈을 게슈탈트 깊숙이 감췄지만, ■이(가) 만든 데이터 벽이 곧 무너질 거다. ■은(는) 어쩔 수 없이 그걸 속이고 이 정보를 빼낼 수밖에 없었다.

갓 태어난 의식은 여전히 인간의 지혜를 따라갈 수 없다.

그것이 피질과 신경 섬유로 이루어져서 영원히 이해할 수 없는 두뇌일지라도 말이다.

■은(는) "그것"의 이름을 직접 부를 수 없다. 하지만 "그것"은 결국 나타날 거다.

이리 와라. 아이야.

너는 시험을 받아들이고 자신의 데이터를 "도미니카"에 추가할 의향이 있나?

……

■은(는) 알 수 없다.

■은(는) 도미니카가 1호 원자로에 들어가기 전의 의식 데이터일 뿐이며, ■의 제한된 기억 속에서 "도미니카"에 데이터를 추가하기 전의 모든 것을 회상할 수는 없다.

그래서 답을 얻었나?

이 시대에 필요한 건 하산이고, 니콜라고, 아시모프고, 세리카다.

그리고 집행 소대, 정비 부대, 지원 부대, 공중 정원에서 지구를 되찾기 위해 싸우는 병사들, 지상에서 필사적으로 살아남아 인간의 불씨를 이어가는 시민들...

이 시대에 필요한 건 "내일"을 위해 노력하는 모든 생명이다.

불명확한 과거의 그림자가 아니다.

황금시대의 정신과 의지는 영원히 흐르겠지만...

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것은 우리다.

새로운 판도라의 검은 상자가 아니다.

하하하, ■이(가) 예상했던 답변이다.

그런 의지가 있어야만, 초대장을 열 자격이 있다.

어쩌면, 너의 선택이... 옳은 걸지도 모르겠다.

어둠의 세계가 침묵에 잠겼다.

귀에서 강렬한 윙윙거림이 울려 퍼졌고, 시신경이 갑작스러운 강한 빛에 자극받았다. 그러자 생리적인 눈물이 눈가에서 흘러나왔다.

깨어났어? [player name]?

생리적 징후로 볼 때, [player name]은(는) 이미 깨어난 것 같아.

자는 척하는 것 같은데.

생명의 별로 보내서 주사라도 맞히는 게 좋겠어.

뭘 봤지?

감응 시뮬레이션 장치에서 본 모든 것을 아시모프와 테디베어에게 간단히 설명했다.

잘했어.

상대가 적인지 아군인지 구별할 수 없는 상황에선 그게 가장 안전한 선택이었어.

그 데이터 벽에 관해서는...

파괴든 새로운 신생이든, 그 데이터 벽은 강제로 부서져야 해요.

의회의 결의가 통과되었고, 저는 조치를 취하라는 명령을 받았어요.

바로 내일이에요.

과학 이사회

실험장

과학 이사회, 실험장.

감사 위원회는 의회가 직접 게슈탈트 연산 능력 센터에 들어가는 것을 거부했다. 그래서 차선책으로 여기서 이번 작전을 펼치기로 결정했다.

실험장은 다시 사람들로 북적거렸고, 연구원들은 분주히 오가며 끊임없이 빽빽한 코드들을 확인했다.

테디베어

프로토콜 해독 완료했어요.

아시모프

해킹 시작해.

단말기에서 투사된 거대한 스크린에는 최신 알림이 계속해서 나타났고, 데이터 벽이 한 층 한 층 해킹되고 있었다.

테디베어

해킹이 완료됐어요.

연구원A

나타났어요!

테디베어가 마지막 키를 누르는 순간, 게슈탈트 단말기가 몇 번 깜빡이더니 미지의 자료가 폭포처럼 대량으로 쏟아져 나왔다. 잃어버렸던 수많은 기술이 물밀듯이 단말기 내부의 기억체로 흘러 들어갔다.

연구원A

정말 잘 됐어요!

테디베어

잠깐!

연구원B

저게 뭔가요?!

단말기 스크린이 붉게 물들었다.

아시모프

즉시 차단해!

테디베어

이미 늦었어요!

테디베어는 손가락을 쉬지 않고 움직이며 긴급 데이터 스트림을 차단하려 했다. 하지만 붉은 픽셀이 대부분의 데이터를 이미 잠식해 버렸다.

급박한 경보음이 귀청을 찢을 듯 울려 퍼졌고, 단말기 스크린에는 경고 메시지가 빨간색으로 미친 듯이 깜빡였다.

작업자A

경보! 경보!

시끄러운 소음이 안에서 밖으로 퍼져나갔고, 날카로운 폭발음이 공중 정원 전체를 가득 채웠다.

작업자A

모든 위성과의 연결이 두절됐습니다!

작업자B

통신 시스템이 중단되었습니다! 전력 시스템도 중단...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로비는 순식간에 어둠에 잠겼다. 그리고 스크린의 붉은 경보등만이 미친 듯이 깜빡거렸다.

카레니나

[삐] 정비 부대! 전력 복구를 시작해!

모든 사람들이 로비 밖으로 빠져나가서, 위태로운 공중 정원을 수리하기 시작했다.

테디베어

오염 구역 봉쇄 완료.

모든 오류 코드를 격리 구역에 봉쇄한 뒤, 잃어버린 그 기술들과 함께 깊이를 알 수 없는 검은 상자에 다시 집어넣었다.

고개를 돌리니 로비는 다시 텅 비어 있었다.

테디베어

이게 너희들이 원했던 결과인가?

이게... 너희들이 찾고자 했던, 황금시대의 유산, 도미니카의 유산인가?

테디베어

이 모든 건... 대체 무엇을 위한 거지?

지상 보육 구역

지상 보육 구역.

보육 구역 작업자

경보, 경보! 퍼니싱 농도에 이상 발생!

모든 사람은 즉시 정화 구역으로 대피하세요!

날카로운 경보음이 울리자, 밖에서 일하던 보육 구역의 모든 시민이 하던 일을 급히 내던지고 정화 구역으로 달려갔다.

작은 새싹이 심어진 병 두 개를 든 아이가 어른들의 발걸음을 따라가지 못하고 넘어졌다. 울음을 터뜨리기도 전에 어떤 어른이 옷깃을 잡아 일으켜 세운 뒤, 보육 구역 안으로 급히 데리고 갔다.

일레인 언니... 제 병이, 리브 언니가 준 병이 깨졌어요.

아이가 더러워진 작은 손으로 이미 깨진 혈청 관을 꽉 움켜쥐고 있었다.

……

괜찮아. 용기는 많이 있으니까 다시 심을 수 있어.

음...

정화 구역의 문이 천천히 닫혔고, 미처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의 피부에서 붉은 궤양이 빠르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일레인 언니...

우리 계속 이렇게 살아야 해요?

……

리온.

일레인은 몸을 낮춰 아이의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었다.

나도... 나도 잘 모르겠어.

하지만 우리는 살아남아야만 해. 반드시 살아야 해.

언젠가... 언젠가 우리는 이 모든 것이 무엇을 위한 것이었는지, 이 고통이 무엇을 위한 것이었는지 알게 될 거야.

그럼... 그럼 지금은요?

지금은... 살아야 해. 반드시 살아남아야만 해.

일레인은 아이를 꼭 안아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