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룡
11월 9일, 21:57, 현재
야항선의 구룡파 본부, 지하 벙커
내가...
어?
시간이 왜 이렇게 안 가는 거야? 지금 몇 시야?
밤 9시 57분.
하루가... 마치 평생처럼 느껴져.
37도 평생이라고 할 수 있나?
네 말투 꼭 73세 어르신 같은데.
인생의 고비에 서 있기라도 한 거야?
터널 부상자를 배치한 안치 구역 한가운데 놓인 낡은 단말기가 간헐적으로 소리를 내고 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서 있었고, 어떤 사람들은 앉아 있었다. 그리고 또 어떤 사람들은 단말기가 걸린 기둥 옆에 기대어 있었다. 몇몇 사람들은 다가갈 방법이 없어서 멀리서 그곳을 바라봤다.
노랫소리가 저녁 물결 위로 잔잔히 퍼지네.
어둠 속 공장이 멀리서 반짝이고 있어.
빠르게 달리는 열차의... 차창에서 빛이 밝아오네.
듣기 좋네.
좋지? 내가 젊었을 때... 아내가 이 노래를 가르쳐줬어.
이건 우리 구룡의 노래가 아닌 것 같은데.
잘 모르겠어. 아내가 이 노래를 가르쳐 준 사람이... 세상을 떠났다고 했거든.
죽는 게 나아. 요즘 같은 세상에는 차라리 죽는 게 낫다고! 네 아내는 몇 살이야?
너랑 동갑이야.
말도 안 되는 소리. 넌 70대 노인데, 아내는 42살이라고?
하.
계속 불러봐. 듣기 좋으니까.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그 단말기 곁으로 조용히 모여들었다.
군복을 입은 병사, 정장을 입은 정치가, 피곤한 얼굴의 의사와 간호사들 그리고 헝클어진 민간인들.
그리고 막 임무를 끝낸 그레이 레이븐과 차징 팔콘이 있었다.
만약 정말 돌아갈 수 없게 된다면, 많이 아플까?
뭐?
빛의 벽이 닥치게 됐을 때 말이야. 많이 아플까?
아프지 않을 거야.
어떻게 알아?
부희님에게 물어보았는데, 온도가 아주 높아서 고통은 전혀 없을 거래.
이 말을 듣고 있던 키 크고 건장한 포뢰파가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았는지, 절룩거리는 발걸음으로 자리를 떠났다.
그럼, 됐어. 정말 다행이야.
무서워?
조금. 아픈 것보다는 빨리 끝나는 게 낫지. 너희 쪽 군인들은 안 무서워해?
나... 나는 좀 무서워.
내 동료들도 항상 내가 군인답지 않다고 했거든.
너의 그 교양 있어 보이는 모습이 딱 그래.
단말기는 계속 끊기면서 소리를 냈다.
어?
그녀가 어렸을 때는 정말 귀여웠어. 눈도 반짝반짝했고, 엄마를 닮았지. 고집은 나를 닮아서 고집이 셌어.
손녀는 야항선에서 태어난 거야?
아니. 그녀가 태어난 해에 도시에서 전쟁이 일어났고, 난 그녀를 데리고 야항선에 탔지.
그때, 야항선에는 출산 제한이 있었지 않았나? 그 아이는 어떻게 살아남은 거야?
내가 좀 끗발이 있었거든. 그래서 그들이 몇 년 동안 정체시켰다가 다시 살게 해줬어.
생각보다 능력이 됐었네. 그럼, 지금은?
그녀는... 지금...
병상에 누워 있는데, 깨어날 수 있을지 모르겠어.
그럼, 거기서 뭐 하고 있는 거야? 가서 그녀 옆에 있어야지!
아니. 안 돼. 그때는... 누군가 그녀 곁에 있어야 해.
난 항상 그녀가 더 안정된 삶과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내길 바랐어. 걱정 없고, 그녀 나이에 맞지 않는 것들은 생각하지 않으면서...
그녀가 살지 못하게 된다면, 내가 사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어?
넌 죽는 게 무서워?
나? 하하... 난 예전에 죽을 고비를 몇 번이나 넘긴 놈이야.
죽는 게 무섭진 않지만, 내 아이들이 살아남길 바라.
언제 어디서든.
구룡
"그날"
구룡 육교항구, 구룡 야항선 정박 부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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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번 목표 화력점, 고밀집탄입니다.
1호 장약, 가늠자 375, 기준 우측 115, 발사 방향 005입니다.
전자 시스템에 의존하던 발사 지휘 센터가 마비된 상황에서 부두 위 포병 진지는 가장 원시적인 시각 관찰 지휘로 타격을 진행하고 있었다.
높이가 약 5미터인 79식 570mm 자주 해안포는 검게 도색된 포신을 내밀며, 구룡 해안의 반대쪽 적을 겨냥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강철 괴물 아래에는 짐을 가득 짊어진 평범한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문철! 문철!
피투성이가 된 한 남자가 군중 속에서 아이를 높이 들며 외쳤다.
높은 곳에 서 있던 문철은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사람을 군중 속에서 찾아냈다. 그리고 옆에 있던 패하파에게 계속 지휘를 하라고 지시한 후, 사다리를 타고 내려와 군중들 속에 섰다.
무슨 일이야!
아이... 어서, 위로 올려 보내서 배에 태워.
마씨는 피로 물든 포대에 싸여진 아기를 문철 앞에 내밀었다.
어떻게 너 혼자만 있는 거야? 백령은? 네 아들은? 사람들은 다 어디 있어?
그리고 네 아내는 어디 있어? 122공장 사람들은? 철수하지 않은 거야? 대답해!!!
마씨는 무엇인가에 목이 메인 듯 고개를 저으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이 자식들... 마씨, 네 몸에... 의사! 의사!
살아남아.
마지막 숨과 함께 힘겹게 이 말을 내뱉고는 기운이 다 빠져나갔는지 결국 그는 기절하고 말았다.
온몸이 피와 진흙으로 얼룩진 그를 혼란에 사로잡힌 사람들이 밟고 지나갔다.
하지만 마씨의 두 손은 여전히 문철에게 아기를 내밀고 있었다. 그래서 아무도 아이에게 해를 가할 수 없었다.
여기! 어서 여기로 사람을 보내!
그 아기는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없는 피로 물든 포대 안에 편안히 누워 있었다. 방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혀 알 수 없었고, 알 필요도 없었다. 그저 겁에 질린 듯 패하 제복을 입은 중년 남자를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고, 울음소리조차 내지 않았다.
그날 이후에도 그녀는 살아남았다.
그리고 그날 살아남은 자들의 일원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