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메인 스토리 / 28 뭇별을 이은 북극성 /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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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4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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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룡

육교항구 남부 지역 주민 거주지

11월 9일, 17:24, 현재

헉... 지실?

긴급 상황이에요.

아야!

문으로 뛰어 들어온 지실이 호씨를 거의 밀어 넘어뜨릴 뻔했다.

천천히 말해! 무슨 일이야!

아무도 비틀거리는 호씨를 신경 쓰지 않은 채, 마씨 할아버지의 손녀에게 모든 시선이 쏠렸다.

단말기

주의, 주의, 친애하는 구룡 주민 여러분...

포뢰의 목소리가 마당에 걸린 단말기를 통해 울려 퍼졌고, 육교항구 서쪽 세 번째 거리의 5호 마당뿐만 아니라 항구 지역 전체 그리고 구룡 전체에 있는 모든 단말기가 동시에 방송되고 있었다.

단말기

3시간 전, 항구 외곽 보조성이 원인 불명의 퍼니싱 생물의 공격을 받았습니다. 확인 결과, 이합 생물로 불리는 새로운 형태의 퍼니싱 적임이 확인됐습니다.

이와 동시에, 우리는 공중 정원의 세계 정부와 협력 의향을 확정지어, 구룡의 모든 주민은 정화 구역으로 이동하여 생활할 수 있게 됐습니다.

현재 포뢰파가 이합 생물의 공격에 맞서 싸우고 있으며, 조풍파는 남아 있는 모든 구룡파와 조율하여 출항 절차를 진행할 것입니다.

정화 구역으로 가고자 하시는 주민들께서는 필수적인 기본 물품만 지참하신 뒤, 구룡파의 안내를 받아 지정된 구역에서 질서 있게 대기해 주시면, 야항선에 탑승하여 떠나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여전히...

단말기에서 안내를 하던 사람이 용기를 낸 듯했다.

단말기

여전히 구룡에 머물고자 하는 주민들께서는 집 안에 조용히 머무르시면서 경보 해제를 기다려주시길 바랍니다. 현재 항구 내는 안전합니다.

저희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구룡에서 마지막 순간까지 싸울 것입니다.

단말기가 침묵에 빠졌고, 구룡 전체가 이 방송으로 인해 똑같은 침묵에 빠져 있었다.

하지만 이 도시를 감싸고 있던 침묵은 겨우 몇 초 만에, 온 도시를 뒤덮는 외침과 소란으로 바뀌었다.

제가 말했잖아요! 제가 말했잖아요!

서류 가방을 들고 중얼거리는 고 사장은 흥분과 공포 때문에 떨리는 손을 최대한 감추려 했다.

제가 말했잖아요! 제가 말했잖아요!

공장에 있는 것도 다 옮겨야 해. 안 돼. 전부 다 옮겨야 해. 전부 다...

배로 옮기고, 정화 구역으로...

이봐, 내 말을 좀...

어서 도망치세요! 무슨 생각을 하시는 거예요! 멍하니 서 있지 마세요!

끝났어요! 전부 다 끝났어요! 이합 생물... 구룡이 어떻게 그런 것들을 상대해요!

정장에 넥타이를 맨 남자는 입술을 떨며 마씨 할아버지에게 미친 듯이 소리쳤다.

포뢰파 몇 명밖에 없는데, 다 그냥 사람인데, 어떻게 그런 것들을 상대하겠어요!

그만해.

싫어요!

찰싹!

마씨가 고 사장의 얼굴에 따귀를 날렸다.

마씨 할아버지!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지실과 소우가 한꺼번에 달려가 마씨 할아버지를 막았고, 유일한 남자인 호씨도 겨우 소씨와 함께 고 사장 쪽을 막아섰다.

쳇... 별로 세게 때린 것도 아닌데.

나 막지 말고, 고 사장 좀 봐줘. 또 때리지 않을게.

흠...

이제 좀 진정됐나?

어서 탈출할 방법을 찾아야 해요!

마씨를 원망스레 쳐다보는 고 사장은 뜨거워진 얼굴을 손으로 감싸고 소씨의 부축을 받으며 집으로 들어갔다.

사람을 또 때리셨네요.

정신 차리게 한 거야. 남자답게 굴어야지. 겁먹어서 애들처럼 굴면 곤란하잖아.

다른 손으로 쳤으면 배에 오르긴 커녕, 바로 하늘나라로 갔을 거야.

그럼, 지실이 이렇게 급히 돌아온 건 그 일 때문인가요?

네.

포뢰님께서 말한 그 이합 생물 이야기도 정말인가?

지실은 말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아...

야항선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탈 수 있을까요?

조풍님께서 좀 비좁긴 해도 탈 수 있을 거라고 하셨어요.

그럼, 지금은...?

호씨가 소우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일단 안에 들어가 계세요.

아... 네. 알겠어요.

호씨도 소우와 마찬가지로 걱정스러운 얼굴로 집 안으로 들어갔다.

가자.

뭐 하시게요?

안으로 들어가자.

네.

마씨를 따라 지실도 동쪽 곁채 안으로 들어갔다.

동쪽 곁채에는 방이 두 개 있었는데, 하나는 마씨 할아버지의 군용 침대가 있는 방이고, 다른 하나는 지실의 1인용 침대가 있는 방이었다.

마씨 할아버지의 방이 좀 더 좁았지만, 깔끔했던 마씨는 항상 놀랍도록 정돈된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책상과 수납장이 가득 차 있지 않았다면, 그곳에 누가 살고 있는지 알아차리기 어려울 정도였다.

잠시 후에 다시 나가봐야 해요.

어디에 가려고?

……

복귀하러요.

지실은 이를 악물고 그 말을 내뱉었다.

알았다.

조풍한테 두 자리 달라고 해.

어떤 자리요?

정화 구역으로 가는 자리 말이다. 우리는 배에 탈 거다.

왜요?

왜냐고 묻지 마라.

옆으로 의자에 앉아 턱수염을 쓰다듬는 마씨의 얼굴은 그림자 속에 감춰져 있었다.

지금이야말로 제가 나가서 싸워야 할 때인데, 저보고 떠나라고요!?

그것들은 너희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야!

허씨한테 들었다! 그놈들은 침식체보다 수십 배는 강해서 일반 사람은 스치기만 해도 살이 썩어 문드러진다더라!

하지만 할아버지는 그것들을 보지도 못하셨잖아요!

당연히 봤다!

화가 난 마씨가 허벅지를 쳤는데, 그 소리가 마치 강철이 부딪히는 소리 같았다.

그 고철 덩어리 침식체만으로도 충분히 치명적인데, 그깟 생물은 더 말할 것도 없지!

넌 우리 마씨 가문의 마지막 후손이야. 그러니 넌 복귀하는 게 아니라 나와 같이 배를 타야 해.

흥.

그래서 지금 저보고 탈영병이 되라는 건가요? 할아버지처럼요!

너!

마씨는 굳은살이 가득한 손을 번쩍 들었지만, 그의 앞에 있는 손녀는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다.

아닌가요?

내... 내 가슴에 그렇게 대못을 박아야겠니?

가시고 싶으시면 할아버지 혼자 가세요. 저는 가지 않을 거예요.

돌과 돌이 부딪치듯, 그 누구도 물러서지 않았다.

쾅...

번쩍 들었던 손이 지실의 얼굴 대신에 책상의 물건들을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저리가!

마씨는 지실이 고개를 숙이고 있었기에, 그녀의 표정을 볼 수 없었다.

그녀가 몸을 돌려 곁채를 뛰쳐나갔을 때, 마씨는 해질녘 마지막 석양빛이 땅에 비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그 햇살은 이 낡고 깨끗한 방에는 먼지 하나 일으키지 못했다.

그 고집 센 노인이 잠시 멍하니 있다가 문으로 뛰어갔을 땐, 마당에는 이미 아무도 없었다.

그 순간 마씨는 정말로 대못이 가슴에 박힌 것만 같았고, 흐느적거리며 관 같던 나무 침대에 앉았다. 방금 자신이 내동댕이 친 모든 것들을 응시한 마씨는 가슴 속에서 피가 흘러나오기를, 죽음이 다가오기를 기다리는 듯했다.

깨진 유리, 낡은 액자, 붉은 도장이 찍힌 파일, 영상을 투영할 수 없게 된 마스크, 그것들은 모두 그의 과거였다.

그리고 마지막 햇빛 아래 반짝일 새도 없이 빛을 잃은 금빛 별 모양의 훈장도 있었다.

빗줄기가 어둠 속에 서 있는 그림자들에게 떨어졌다. 그리고 그들의 칼날과 텅스텐 강철 총기 위로 구룡의 네온사인이 흐르고 있었다.

원칙적으로는 폐안이 너희에게 지시를 내리는 게 아니다.

폭우를 맞으며 동상처럼 서 있는 사람들 앞에서 함께 폭우를 견디고 있는 단호가 큰 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지금 상황이 매우 급박하다.

구룡의 운명이 일촉즉발인 상황이다. 그러니 너희는 다시 구룡의 수호 사명을 지켜야만 한다.

현재 카이사이와 조풍 모두 믿을 수 없다. 오직 너희만이 상인회를 이 위기에서 구해낼 수 있다.

오늘 너희가 하는 모든 행동은 역사에 기록되지 않을 것이고, 사람들의 기억에도 남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외부인에게 이날을 말할 필요가 없다.

비가 점점 더 거세게 쏟아졌다.

가자. 구룡은 영원할 것이다.

마씨는 그날을 기억했다. 그때 그는 아직 마씨가 아니었다.

그날 비가 너무 많이 내려서, 포뢰파의 홀로그램 마스크를 벗어야만 다른 사람의 얼굴을 알아볼 수 있었다.

총알과 칼이 사람의 가슴을 관통할 때, 피가 어두운 땅 위에 모일 수도 없을 정도였다.

그 사람들은 마지막 한 방울의 피를 흘리기 전까지 남긴 유언은 너무나도 생생했다.

곡!!!!!!

젠장! 내가 실패하다니...

왜 나를 직접 죽이지 않는 거지? 내 비참한 모습을 보고 싶은 건가!

가라. 너에게 죄를 묻지 않겠다.

농담하는 건가? 난 네 적이다. 우리가 칼을 맞댄 그 순간부터 우린 더 이상 가족이 아니야!

맞다. 넌 구룡에 전쟁과 재해를 가져온 적이다.

그럼, 왜...

하지만 넌 여전히 내가 보호해야 할 존재다.

뭐?

경험과 신념이 다르더라도, 너는 이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개체다.

네 원한과 분노도 내 주변에 있는 수많은 감정의 실타래 중 하나다.

그리고 죽으면 이 모든 것이 사라질 거다. 너의 감정과 존재를 다시 재현할 수 있는 이는 없어.

이 녀석...

형, 너도 이제 가문의 사명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어.

네 말대로, 이 나라에 두 명의 왕은 필요 없어.

왕이 되려는 집념과 고통은 널 묶고 있을 뿐이야. 이제 다른 사람들처럼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 수 있어.

그 비 오는 밤은 구룡의 공식 역사 기록에 단 한 줄로 남게 됐다.

"불법 세력과 결탁한 카이사이파와 조풍파의 지도자는 해임되고 조사받게 됐다. 그리고 불법 세력을 숙청하기 위해 포뢰파가 특별 소탕 작전을 수행했다."

"아무도" 몰랐던 것은 그것이 역모를 꾀한 상인회의 장남을 숙청하기 위한 것이었다.

또한, "아무도" 몰랐던 것은 마씨의 젊은 시절 이름은 "중아"가 총 13명의 반역자를 처단했다는 사실이었다.

그는 아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기관단총으로 12명을 사살했고, 수류탄에 왼쪽 다리가 날아간 뒤에는 자신의 다리를 주운 뒤 다리에 묶여 있던 전술 단도를 꺼내 마지막으로 그에게 접근한 자의 목을 그었다.

그는 그 상황을 아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조풍파의 제복을 입은 그 녀석은 자신의 목을 손으로 막으려 했지만, 푸쉬푸쉬 소리만 낼 뿐 비와 피가 그의 폐로 들어가는 것을 막지는 못했다.

모든 것이 그렇게 일어났고, 영원히 비가 내리는 지옥 같았다.

그리고 그날 밤 이후의 일들을 그는 기억하지 못했다.

그는 염유파의 병실에서 깨어났을 때의 그 장면을 영원히 기억하고 있었다.

깨어났나요?

생명 징후와 의족 적합성을 점검해야 해요.

…………

중아는 입을 벌렸지만, 말하지는 못했다.

말하지 마시고, 일단 누우세요. 그리고 움직이지 마세요.

간호사는 중아의 손을 잡고는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당신의 몸에서 총알 5발과 덤덤탄 1개를 제거했어요. 운이 아주 좋았네요.

다리...

왼쪽 다리를 느낄 수 없어요?

중아는 눈을 깜빡였다.

흠... 미안해요. 당신의 왼쪽 다리 절단 부위가 너무 넓어서, 복원하는데 위험이 너무 컸어요. 어쩔 수 없이 의족으로 대체했어요. 이제 그게 당신의 왼쪽 다리에요.

하지만 적응하는 데 시간이 조금 필요할 거예요.

병실 문 앞에서 작은 소란이 일어나더니, 잠시 후 짙은 녹색 그림자가 중아 앞에 나타났다.

곡 님.

중아는 군인답게 일어나려 했지만, 실패하고 말았다.

경미한 내출혈이 있어서, 지금 일어날 수 없어요!

수고했다.

곡이 고개를 끄덕이며 손에 든 금빛이 나는 훈장을 중아의 손에 올려놨다.

구룡에 대한 너희 희생과 공헌에 감사한다.

염유의 보살핌을 받다 보면 곧 회복될 거다.

머지않아 다시 포뢰파에 복귀할 수 있을 테니, 지금은 잘 쉬어라.

감사합니다. 곡 님.

오른팔에서 총알 2발이 제거된 탓에 통증이 극심했지만,

중아는 그 고통 속에서도 완전히 경례를 올리지 못했을 때 곡이 보여준 미소를 기억하고 있었다.

회복 후, 중아는 다시 포뢰파로 복귀해 군인으로서의 사명과 의무를 계속 수행했다.

오른손을 잃을 때까지, 자식을 낳고 기를 때까지, 전역할 나이가 될 때까지, 군복을 벗을 때까지, "중아"하는 이름을 더 이상 사용하지 않을 때까지, 그리고 친구들 사이에서 "마씨"로 불릴 때까지.

아빠, 어제 내려온 전근 명령이에요. 내일 복귀하게 되면 포뢰파의 담당자를 맡게 될 거예요.

전화기 너머의 목소리는 여전히 젊었고, 기쁨과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좋은 소식이구나. 백령.

아빠의 옛 전우들이 항상 아빠 얘기를 해주곤 해요.

그런 건 네가 어렸을 때 다 얘기해줬잖니.

알지만,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 들으면 또 색다르게 느껴져요.

백령, 군인의 천직은 나라와 가족을 위해 명령에 복종하는 거란다.

포뢰파의 담당자가 되면, 이제 네 어깨에 짊어지는 일들은 네 개인의 일이 아니란다.

알겠어요. 아버지.

그럼, 됐다! 통화가 길었구나.

네 엄마도 오랫동안 널 못 봤어. 기다리고 있어.

남은 이야기는 네가 오면 술 한잔하면서 천천히 하자꾸나.

네. 내일 도착할 거예요.

아, 맞다!

너도 이제 아내 될 사람을 데려와서 우리에게 소개해 줄 때가 된 것 같은데?

네?

왜 그러니? 내가 며느리 될 사람 보겠다는데 문제가 되니?

그게... 그녀는 지금 122 공장에 있는데...

날 잡아서 같이 오렴. 네 엄마도 얼굴 보고 얘기하고 싶어 해!

영상 통화로도 할 수 있는데...

어쨌든 빨리 돌아와.

네가 복귀하면 다시 바빠질 테니까...

쿵!!

둔탁한 폭발음이 연이어 먼 곳에서 들려왔고, 방 전체가 잠시 동안 흔들렸다.

이 폭발은 마씨의 생각을 끊어내고, 그를 현실로 되돌렸다.

(어떻게 된 거지?)

남쪽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이 보였고, 마씨는 여과탑의 작동량이 증가하는 것을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하늘에는 더 이상 태양이 없었다. 서쪽에 희미한 빛만이 남아 있을 뿐, 불안과 공포가 들끓는 밤의 망토가 되어 구룡을 감쌌다.

???

"이봐... 이봐! 지금 제정신이야."

마당 밖에서 희미하게 들리는 여자의 언쟁 소리가 문이 열리자 더욱 크게 들렸다.

안 돼. 공장 물건은 절대 놓고 갈 수 없어!

이렇게 많은 시설을...

상황이 이런데, 그 물건들이 내 목숨보다 중요해?

넌 먼저 배로 가 있어.

안 돼. 나 버리려고? 안 돼. 같이 가.

그 언쟁을 들은 마씨는 곁채의 문 앞으로 비틀거리며 나아가 마당에서 커다란 가방을 들고 있는 고 사장 부부를 응시했다.

떠나는 거냐?

떠나야죠!

소씨의 손을 힘주어 뿌리친 고 사장은 주머니에서 작은 단말기를 꺼내 소씨의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 마씨가 들을까 봐 두려운 듯 소씨의 머리를 안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시설을 모두 배로 옮길 거야. 이건 우리 집의 모든 돈이야. 넌 이거 들고 배에서 기다려.

하지만 나는...

말 좀 들어.

소씨는 눈물이 맺힌 채 고개를 끄덕였다.

떠나는 거냐?

떠나야죠. 차, 차는 어딨어요?

무슨 차?

수송용 손수레요. 이렇게 많은 물건을...

아, 손수레.

마씨는 팔꿈치로 동쪽 곁채 지붕 쪽을 가리켰다.

손수레는 오래전에 고장 났어.

됐어요.

고 사장은 다시 소씨의 머리를 감싸며 그녀를 달랬다.

가자. 먼저 널 항구로 데려다줄게. 그런 다음 물건 옮겨 줄 사람을 찾아서 이것들을 배로 옮기도록 하자.

소씨의 손에서 짐 몇 개를 다시 받아 든 고 사장과 소씨는 다급히 마당을 빠져나갔다.

쳇, 인사도 하지 않고 가는 건가?

쿵!!

더욱 둔탁한 폭발음이 멀리서 계속 들렸다.

(지실...)

마씨 할아버지!

서쪽 곁채에서 호씨가 문에 걸린 문발 뒤에 서서 평소와 다르게 큰 소리로 외쳤다.마치 평생 사용할 용기를 모두 다 끌어낸 듯한 모습이었다.

어!

떠나는 거냐?

아니요. 저... 저희는 떠나질 않을 거예요!

아!?

호씨는 형벌을 받을 준비가 된 것처럼 가슴을 펴고, 두 팔을 벌려 그의 뒤에 있는 소우와 아이를 보호했다.

저희는 떠나지 않기로 결정했어요.

이... 이...

소우는?

전쟁이 나면 의사가 필요할 거예요. 소우는 의료센터로 가기로 했어요.

할아버지는요?

나... 난...

난 지실을 찾아야 해.

내... 내가 어떻게 되더라도, 지실만은 반드시...

고개를 숙인 채 중얼거리던 마씨는 다른 쪽에서 호씨가 아이를 데리고 소우를 문까지 데려가는 것을 보지 못했다.

어디 가는 거야!

소우를 의료센터에 데려다주려고요.

미쳤어! 아이를 데리고 거길 왜 가!

함부로 돌아다니지 말라고 안내방송에서 말했잖아!

집... 집에 혼자 남겨 둘 수는 없잖아요!

걱정 마세요. 마씨 할아버지. 사람이 많긴 하지만, 괜찮을 거예요.

[삐삐].

마씨는 자신에게 화내는 것 같은 표정으로 독설을 내뱉고는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뭔가를 꺼낸 뒤 호씨 앞으로 빠르게 걸어갔다.

마씨 할아버지...

마씨는 손에 들고 있던 두 자루의 강철 칼 중 하나를 호씨의 품에 넣어줬다.

너 같은 병약한 녀석이 여기서 뭘 하겠다는 거냐? 의료센터에 도착하기도 전에 사람들한테 밟혀 죽을지도 몰라!

절대 애 데리고 죽지 말고, 도착하면 포뢰파가 가라는 데로 가.

소우는 내가 의료센터에 데려다줄게. 이번 생에는 천수를 누리지 못하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