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룡
야항선 구룡파 본부
11월 9일, 16:11, 방금 전
성공하셨나요!?
음... 꼭 그렇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이 일을 아직 협의 중이에요.
쓴웃음을 지은 포뢰가 주둔지 당직실의 자리에 앉아 있었고, 주변에는 키도 다르고 체형도 제각각인 다양한 모습의 포뢰파 사람들이 서 있었다.
정화 구역으로 이사 간다면, 매일 이렇게 힘들게 일할 필요는 없을 거야!
그렇지만, 정화 구역에 가도 전투와 치안 유지 업무는 여전할 거야.
전 아직 한 번도 가본 적 없어요. 산순 아저씨, 정화 구역은 어떤 곳인가요?
나도 배 타고 있을 때 멀리서 한번 본 적이 있을 뿐이야. 아주 높고 큰 파란색 탑이 있었던 것 같아. 그런데 자세히는 모르겠어. 직접 가본 적은 없으니까.
지금 있는 이 여과탑이면 충분할 것 같은데요.
뭐 "정화 구역", "보육 구역", "중도 재난 지역", "이합 재난 구역" 같은 이름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 붙여지는데,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어.
산순 아저씨, 잘 모르시나 본 데요. 개념이 거대하고 멋지면 멋질수록 그런 이름을 만든 사람이 큰 공적을 세운 것처럼 보이잖아요.
그런가? 내가 좀 심했군.
사실 대부분의 포뢰파는 "정화 구역"이 무엇인지에 대해 명확한 개념이 없었다. 그들 역시 대다수의 구룡 주민처럼 그곳에 발을 디뎌 본 적이 없었으며, 하늘 저 멀리 어딘가에 퍼니싱이 없는 곳이 있다는 걸로만 알고 있었다.
가끔씩 들려오는 그곳에 대한 이야기보다, 포뢰파는 가까운 일상에 더 관심이 있었다.
야항선이 가끔 물자 거래를 위해 출항했을 때나, 선원과 경비들의 잡담에서 대략적인 이야기들을 엿들을 수 있었고, 실제 정화 구역에 발을 들여본 이는 아마 포뢰 자신밖에 없을 것이다.
하잇야!
기지개를 시원하게 켠 포뢰가 의자에서 벌떡 뛰어내리며 외쳤다.
어쨌든, 이 일들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어요!
방금 공중 정원의 복잡한 서류 더미에서 벗어났어요. 이 얘긴 일단 여기까지 하죠!
포뢰는 더 이상 얘기하고 싶지 않았지만, 그녀조차도 포뢰파들의 호기심을 완전히 잠재울 수 없었다.
아...
산순 아저씨? 오늘 순찰하실 거죠?
아. 네. 지금쯤이면요.
찻주전자를 팔짱에 건 나이 든 포뢰파가 손에 든 낡은 단말기를 펼쳐보았다.
외탄에서 보조성 남역까지이고, 보조성 쪽은 그 시간대에 지실이 이끄는 소대예요.
고마워요.
어? 방금 돌아오셨잖아요. 바로 나가시게요? 좀 쉬시지 그래요?
말만 번지르르한 정치가들이랑 공문서에 치였더니 숨도 쉬지 못할 것 같아요. 그 사람들은 말도 직접적으로 하지 않고, 수수께끼 같은 말과 무슨 의미인지 모를 비유만 해요. 게다가 공중 정원은 엄청 좁아요!
집에 돌아왔으니 나가서 한 바퀴 도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그렇긴 하네요.
그럼, 전 소대와 순찰 갈게요! 무슨 일이 있으면 연락 주세요.
포뢰의 작은 모습이 금세 사람들 사이로 사라지면서, 산순에게는 손 흔드는 뒷모습만을 남겼다.
아... 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말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정말 골치 아픈 일이야.
보조성 남역은 구룡 화물 운송의 중추에서 가장 남쪽에 위치해 있으면서, 구룡 남측 확장 대륙붕의 매립지에 남겨진 구룡 군사 보조성의 남쪽 끝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보다 더 남쪽에 있는 구룡의 끝없는 바다가 지금 포뢰의 앞에 펼쳐져 있었다.
후...
하아!!!!!!!!
지난 2주간의 피로와 짜증 그리고 분노가 한 번의 긴 포효로 터져 나왔으나, 포뢰에게 응답하는 건 고요하고 끝없는 바다뿐이었다.
하산의 말로는 현재 지상에 살고 있는 인간들 중 집계에 잡히지 않는 작은 집단이나 방랑자를 제외하면 구룡의 인구가 상당수 차지한다고 했다.
야항선과 구룡 순환 도시에서 생활하는 인구만 해도 정화 구역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인구의 3분의 1에 달했다.
야항선이 정박한 몇 년 동안, 내륙으로 파견된 수색 구조대는 최근 기계 교회의 도움을 받아 대륙 깊은 곳에서 어렵게 생존하고 있는 구룡 사람들을 계속 순환 도시로 귀환시키고 있었다.
그 외에도, 구룡 사람뿐만 아니라 점점 더 많은 방랑자들이 구룡성과 야항선이 있는 항구로 모여들고 있었다.
난민이라는 단어는 구룡 사람의 마음속에 존재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들은 오랜 세월 자신들이 살아온 땅에서 자신 있게 구룡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는 자부심이 있었다.
그렇기에 포뢰가 공중 정원의 회의에서 내뱉는 한마디 한마디는 그녀와 조풍 뒤에 있는 64만 구룡 사람들을 대신해 하는 것이었고, 그에 따른 책임도 져야만 했다.
포뢰님!
해안선에서 멀지 않은 곳으로부터 그녀의 응답을 기다리는 듯한 몇몇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바다가 말하는 줄 알았어요.
청회색의 해안가에서 빨간색과 흰색이 어우러진 셋의 모습이 조금씩 뚜렷해졌다.
아무 일 없으시죠? 방금 소식을 전달받고 오는 길이에요.
언제 돌아오셨습니까?
그 정도만 해!
건장한 포뢰파 둘 사이에 포뢰보다 조금 더 나이가 많아 보이는 소녀가 서 있었다.
음음.
포뢰님, 무슨 위험이라도 있으셨던 건가요?
아... 저요? 아무 일 없어요.
바다를 보다 보면, 누구나 뭔가 말하고 싶고, 소리 지르고 싶잖아요.
다행이네요. 그럼, 계속하시죠.
맞다.
포뢰는 머리를 긁적이며 미소 지었다.
제가 함께 순찰해도 될까요?
그랬군요.
"정화 구역"으로 이사 간다는 의미인 겁니까? 위에 있는 것들이 꽤 사람을 대접해 주는 것 같습니다.
흠...
기본적으로 그런 셈이에요.
한숨을 내쉰 포뢰가 모래사장에 얕은 발자국을 남겼다.
정말로 사람들에게 문을 열어준다면, 많은 사람들이 배를 타고 그 정화 구역으로 가려고 할 것 같아요.
온화해 보이는 포뢰파가 턱을 만졌다.
퍼니싱이 없는 곳이라니... 듣기만 해도 좋잖아요.
제가 봤을 땐 별거 아닙니다. 퍼니싱이 없어졌다고 정말 평화로워질 거라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오늘은 싸우고 내일은 속고 속이지 않겠습니까?
저는 못할 것 같아요.
네?
우리는 밖에서 오랜 세월을 떠돌다가 엄청난 노력 끝에 겨우 구룡으로 돌아올 수 있었어요. 그리고 그동안 많은 사람들의 희생으로 우리의 집을 겨우 지킬 수 있었어요.
여기는 우리의 땅이고, 우리의 피가 흐르는 곳이에요.
어떻게 떠난다고 쉽게 말할 수 있겠어요?
당연히 모두를 강제로 보내려는 건 아니에요. 사실 저도 떠나고 싶지 않아요.
당신이 말한 것처럼, 그들은 우리를 제대로 보지 않아요. 우릴 전혀 신경 쓰지도 않죠.
우리는 우리 자신의 힘으로 고향에서 살아남았고, 많은 사람들이 이날을 보지도 못했어요.
하지만 제가 생각하기에는, 구룡을 떠나 정화 구역에서 생활할지에 대한 선택의 권리는 모두에게 주어져야 해요.
포뢰가 발밑에 만든 얕은 모래 웅덩이에는 맑은 물이 가득 차 있었다.
생명에 대한 위험이 없고, 생활 조건도 좋은 데다, 세계 정부의 지원까지 받을 수 있다면... 흔들리기 쉽겠네요.
이 안경잡이 녀석, 거기로 가려는 거지!
한초의 거칠고 우렁찬 말 뒤에는 바닷바람의 침묵만이 남았다.
저는 여러분의 의견을 듣고 싶어요.
전 군인입니다. 명령에 따르는 것이 제 의무입니다.
포뢰님께서 동쪽으로 가라시면 동쪽으로 가고, 서쪽으로 가라시면 서쪽으로 가겠습니다.
한초가 자신의 가슴을 두드렸다.
저는 가고 싶지 않아요. 그리고 가지 않을 거예요.
아니, 아니. 그런 뜻이 아니에요. 여러분은 이 상황을 어떻게 보는지 알고 싶어서요?
저... 저는 잘 모르겠어요.
모르겠다고!?
이 자식...
한초.
한초가 건구의 멱살을 잡자, 지실이 바로 막아섰다.
읍... 죄송합니다. 대장님.
한초는 굳은살이 밴 손을 떨면서 멱살을 풀었다.
이건 제 문제에요.
왜냐하면 저... 저는 정말로 모르겠어요.
모래 웅덩이가 점점 더 커지면서, 바다에서 스며드는 물이 더욱 탁해지고 있었다.
제가 예전에 야항선의 사람들을 잘 지키겠다고 말한 적이 있었죠.
야항선에 있을 때, 우리의 바람은 언젠가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었어요.
하지만 지금 정말로 돌아왔지만, 주변의 위험은 여전히 줄어들지 않았고, 보호해야 할 사람은 점점 많아지고 있어요.
만약... 만약 정말로 필요한 상황이 온다면...
어떤 손이 포뢰의 소매를 잡았다.
포뢰님께서 어떤 선택을 하시든, 저희는 항상 따를 거예요.
각자가 선택할 권리는 본인에게 있지만, 그 최종적인 책임은 함께 지겠어요.
저도 함께 하겠습니다!
건구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