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세계 정부 본부
6:50 PM
나이젤도 실패한 건가?
문밖에서 들리는 발소리에 밸러드는 뒤돌아보지 않았다.
……
그는 말 없이 걸어 나왔다.
잠입할 수도 있었을 텐데, 왜 정면으로 온 거지?
궁금한 게 있어서.
하하, 여기까지 찾아온 걸 보면, 상황에 대해 조금은 이해가 된 모양이군.
이런 상황에서도 날 막는 것보다 진실을 알고 싶다는 생각이 더 큰 건가?
너를 막을 거야. 하지만 아무것도 모른 채 그러고 싶지 않아.
밸러드, 대체 뭘 하려는 거지?
……
그 전에, 난 네가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었는지가 더 궁금하군.
밸러드는 와타나베의 여기저기 수리된 몸을 바라보다가, 빛이 새어 나오는 흉갑에서 시선이 멈췄다.
계획대로라면 넌 그 자리에서 죽어야 했는데, 이렇게 다시 내 앞에 나타나다니 예상 밖이군.
?
하하, 너조차도 너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모르는 것 같군.
됐어. 이제 이걸 따지는 건 나한테도 아무 의미 없다.
앉아. 어차피 날 막겠다면, 몇 분 정도는 나한테 줄 수 있지 않나?
와타나베는 밸러드의 말에 따라 긴 회의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앉았다.
그럼, 처음부터 얘기해주지. 이중합 탑 소란이 벌어졌을 때, 난 이게 내가 기다리던 변수라는 걸 깨달았다.
이 소란은 안정적이던 공중 정원을 혼란에 빠뜨렸고, 쿠로노도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약점을 노출했지.
그거 아나? 그 소란에서 잃은 하위 인력들은 아직도 보충이 안 됐어.
물론, 그 후에 나타난 정화 구역은 내 예상을 완전히 벗어나긴 했지. 하지만 상관없었다. 이건 우리가 일찍이 수집한 공학 칩이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는 의미였으니까.
공중 정원은 직접 폭발시키는 데 익숙한 데 반해 우리는 생산 라인과 수집 라인을 재가동하는 데 더 유리했지.
그래서 내가 수십 년간 비밀리에 모은 자원과 인맥은 공중 정원과 맞설 수 있는 군사력으로 더 빠르게 전환될 수 있었어.
내 계획에 어긋나는 변수는 딱 하나였어.
밸러드는 회의 테이블 끝에 있는 와타나베를 바라보았다.
그게 바로 너였다. 와타나베.
네가 "오아시스"를 인수해 망각자와 합병한 후 이렇게 잘 해낼 줄은 예상하지 못했어.
과할 정도로 잘 해냈어.
난 느낄 수 있었다. 병사들의 마음속에 있던 균열이 조금씩 사라지고 있다는 걸 말이다.
그들은 과거를 마무리 짓는 것보다 과거를 내려놓으려고 하더군.
이대로 가다간 그들이 정말 공중 정원과 화해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난 그걸 용납할 수 없었어!
군인들이 다시 공중 정원의 하수인이 되는 걸 두 눈 뜨고 가만히 지켜볼 수 없었고, 그들에게 이용당하고 배신당할 기회를 다시는 주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남자가 손을 꽉 쥐자, 구형 관절이 삐걱거리는 소리를 냈다.
그래서 네가 가장 큰 걸림돌이 된 거야.
하지만 동시에 네 죽음은 원한을 불태우기에 가장 적합한 불씨라 생각됐지.
……
나에 관한 일은 오래전에 알았고, 신경 쓰지도 않아.
낯설게 변한 밸러드를 마주한 와타나베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
모든 사람이 우주 무기의 위협을 받을 수도 있다는 걸 알면서도 왜 전쟁에 휘말리게 한 거지?
수장은 부하들의 생사를 짊어지고 단결할 수 있는 모든 걸 단결시켜야 한다고 했던 건 너였어!
그런데 왜 이런 짓을 하는 거지?
복수 때문인가?
복수... 허, 그것도 이유 중 하나긴 해.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야. 공중 정원이 존재하고, 상대방의 지상 세력과 서로 경계하는 한 진정한 통합을 이룰 수 없어.
그런데 우리가 그 배신자들 밑에서 단결해야 한다? 흥...
밸러드는 콧방귀를 끼며 말했다.
그건 또다시 배신을 초래할 뿐이다.
공중 정원은 이미 변하고 있어.
네가 모르는 일을 멋대로 판단하지 마!
밸러드가 갑자기 소리치면서 주먹으로 금속 테이블에 세게 내리쳤다. 그러자 테이블에 깊은 흠집이 남겨졌다.
하급 병사나 지휘관과 접촉했다고 조직 전체를 평가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마.
와타나베, 잘 들어라! 조직의 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그들이 아니라 결정을 내리는 이들이다.
공중 정원은 벌레와 배신자들이 점령한 소굴이야.
밸러드의 눈에서 불꽃이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나도 그들이 변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고민해 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영웅인 척 행세만 했을 뿐, 영웅을 포기했다!
버텨... 곧 진료소에 도착한다.
아... 아군인가... 미안. 난 이미...
힘을 아껴. 아직 살 수 있어.
내가 얼마 동안이나 의식이 없었지?
……
삼 일.
삼 일... 삼 일이라... 그럼, 난 아마 돌아갈 수 없을 거야.
너 공중 정원 사람이 아니지?
……
고마워. 하지만 난 이미 필요 없는 존재야. 날 구해봤자 너에게 폐만 끼칠 거야.
이미 다음 로이드가 나타났을 거야.
포기하면 안 돼!
내 명패와 노트를 내 다음 세대에게 전달해 줄 수 있겠어?
이름과 과거를 빼앗긴 구조체는 밸러드의 손에 물건을 쥐여주며, 죽기 전까지도 놓지 않았다.
진실을 말하려는 사람들을 헤치다니!
솔론! 하워드!
사살해!
버티고 있는 사람들을 포기했어!
전략적 자원 분배를 고려했을 때, 희생이 예상되는 부대에 지원 병력을 파견할 수 없습니다. 공중 정원은 15분 전에 궤도의 고도를 높여 우주 정거장과 더 이상 교차하지 않도록 했습니다.
생존자가 이 메시지를 보게 된다면, 에덴은 당신들의 헌신에 감사를 표합니다. 당신들은 에덴의 용감한 전사들이며, 전 인류는 당신들의 찬란한 업적을 영원히 기억할 것입니다.
통신이 종료되었습니다.
허황한 거짓말로 야망을 포장했다!
구조체가 되어 당신의 가족과 친구를 위해 싸웁시다.
이기적인 목표로 도망치는 것을 정당화했어!
무한에 가까운 에너지가 생성되는 영점 에너지 엔진을 공중 정원에 탑재한다면, 공중 정원은 이민함 기능을 되찾을 것이고, 지구를 떠나 별의 바다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싸우는 사람들은 계속 죽어가고 있는데, 도망치는 사람들은 모든 걸 누리고 있지.
그런데 내가 어떻게 그들을 용서할 수 있다는 거지!
수십 년간 쌓인 분노를 폭발시킨 밸러드는 지옥에서 돌아온 악귀 같았다.
어떤 의미에서 그는 실제로 그렇다고 볼 수 있었다.
……
하지만 그것이 한 세대를 전쟁으로 끌어들이는 이유가 될 수는 없어!
네가 하려는 행동은 새로운 세대의 집을 무너뜨릴 뿐만 아니라,
희생자들이 힘겹게 지켜낸 불씨까지 없애버리려는 거야!
그들의 업적과 역사는 이 전쟁의 불길 속에 사라지게 될 거다. 그럼, 그들은 허공에 흩어진 재처럼 영원히 사라지게 될 거야.
단결했던 증거가 사라졌는데, 사람들이 어떻게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거지?
과거의 원한이 네 눈을 가리고 미래를 무시하게 만들고 있어!
흐... 양쪽 다 망하는 걸 걱정하는 건가?
내가 왜 여기를 선택했는지 아나?
밸러드가 의자에 기댔다.
여기는 드물게 우주 무기가 지점 없이도 위치를 잡을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야.
밸러드, 너...
니트가 막았던 오류 명령을 기억하나?
그 오류 명령은 단지 막힌 것일 뿐, 사라지지 않았다.
당시 그녀가 가지고 있던 데이터 디스크의 원본 파일은 없어졌지만, 그 잘못된 명령들은 충실히 보존되어 있지.
그중 하나가...
전 우주 부대가 보유하고 있는 7295개 미사일의 발사 명령이고,
목표는 공중 정원이다!
이제 내 의식 신호가 멈추기만 하면, 그 명령은 망각자 영지 곳곳에 있는 안테나를 통해 발사될 거야.
공중 정원은 나를 죽이기 위해 우주 무기를 사용할 거야. 그게 그들한테 가장 저렴하고 안전한 방법일 테니까.
그들은 우주 무기가 그들이 숨기려는 비밀을 묻어줄 거라고 생각하겠지. 그들 자신도 함께 묻힐 거라는 것도 모르고 말이야!
구시대의 불꽃이 이미 죽어야 했을 배신자들을 삼켜버리면...
사람들은 원한과 두려움 때문에 다시 하나로 뭉칠 거야. 그건 이익보다 더 견고한 유대관계가 되겠지. 이번에는 머리 위에 달린 다모클레스의 검 같은 위협도 없으니 말이야.
……
성공한 겁니까?
말해주십시오. 앞이 보이지 않습니다.
가봐. 지휘관들이 그런 결정을 내린 것도 더 많은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서다.
이제 네가 더 많은 일을 해야 할 차례다.
그럼, 행운을 비마.
밸러드!
와타나베, 이미 늦었어. 시간이 다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