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메인 스토리 / 27 비석으로 세운 척량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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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19 침묵의 최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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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각자 전초

5:30 PM

야. 담배 있어?

근무 중이야. 소대 대장한테 걸리면 어쩌려고?

에이, 우리가 상대편 구조체들도 아니고, 어떻게 계속 버틸 수 있겠어?

교대하기로 한 애들이 물자 수송 때문에 급히 차출됐어. 담배라도 한 대 피우지 않으면 곧 쓰러질 것 같단 말이야.

알았어. 자, 여기.

수제로 만든 담배를 신병의 손에 쥐여줬다.

헤헤헤, 다음에 꼭 갚을게. 어, 불은?

역시 신병은 개념이 없어. 불까지 붙이려고?

저쪽 저격수가 불빛을 보고 네 머리통을 날려버리면 어쩌려고 그래?

노병의 말에 신병이 몸을 움츠렸다.

에... 에이, 설마. 아직 전투도 시작하지 않았는데?

저쪽도 먼저 사격했다는 죄를 뒤집어쓰고 싶지는 않을 거야.

정말로 전투가 시작되면, 누가 먼저 사격을 했는지가 뭐가 중요해?

불 없이 이걸 어떻게 피우라고...

청년은 손에 들린 담배를 보며 고민했다.

이렇게 뜯어서...

노병은 담뱃잎을 싸고 있던 종이를 뜯어낸 뒤, 몇 가닥 집어 입에 넣었다.

씹어도 효과가 있어.

그게 가능해?

반신반의하며 신병은 남은 담뱃잎을 입에 넣었다.

으... 진짜 세네.

신병은 머리를 세게 흔들고는 한참 후에야 정신을 차렸다.

이런 것도 모르다니, 대체 어디서 굴러먹다 온 거야?

훈련을 마친 지 얼마 안 됐어.

훈련? 언제 들어왔는데?

넉 달 전쯤. 그때 보라색으로 가득한 이상한 숲이 우리 주둔지 근처까지 퍼졌어.

그리고 그곳에서 많은 괴물들이 쏟아져 나왔는데, 우리 허접한 장비로는 도저히 막을 수가 없었어.

우리는 싸워도 이길 수 없었고, 도망가려 해도 도망갈 수가 없었어. 괴물들이 나 대신 다른 누군가를 노리기만 바랐어.

작은 주둔지였고, 서로 이름조차 제대로 알지 못했지만, 그들이 죽기 직전에 내는 비명이 아직도 내 귀에 들리는 듯해.

그때 깃발을 든 망각자들이 나타났어. 그들은 내 손에 쥔 이 총과 비슷한 총들로 괴물들을 물리쳤지.

신병은 품에 안고 있는 새 소총을 톡톡 두드렸다.

그 후 그들은 나머지 사람들에게 망각자에 들어올 의향이 있는지를 물었고, 모두가 주저 없이 동의했어.

우리는 3개월 동안 집중 훈련을 받은 후 이곳으로 오게 됐어.

지금은 먹을 것, 잘 곳, 총도 있어. 그리고 항상 두려움에 떨지 않아도 되잖아.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에 망각자에 들어올 걸 그랬어.

젊은 신병의 아쉬운 목소리를 듣게 된 노병은 비웃으며 콧방귀를 뀌었다.

흥, 예전 같았으면 이런 건 꿈도 못 꿨어.

어?

네가 들고 있는 이 장비들 하늘에서 뚝 떨어진 줄 알아?

재가동된 생산 라인이 없었다면, 지금 네 손에 들려 있는 건 나무 몽둥이나 다름없었을 거야.

과거에 수장님은 침식된 공장들을 공중 정원처럼 아무렇지 않게 폭파하지 않았어.

오히려 귀찮더라도 안에 있는 중요한 제어 칩 같은 걸 분해해서 안전한 곳으로 옮긴 뒤, 주기적으로 근처의 침식체를 정리하곤 했지.

수장님은 항상 퍼니싱을 반드시 물리칠 수 있을 거라고 믿었어. 그래서 보존된 것들이 미래에 어떤 용도로 쓰일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

가장 힘든 시기에도 수장님은 그걸 포기하지 않았어.

그런 고집 덕분에, 정화 구역이 나타난 후 짧은 시간 내에 그 많은 생산 라인을 재가동할 수 있었던 거야.

총과 포가 생겼기에, 우리는 비로소 공중 정원에 있는 사람들로부터 우리의 영지를 되찾을 수 있었어.

그래서 네가 먹고 자고 쓸 수 있는 거야.

와타나베 수장님... 훈련할 때 자주 듣던 이름이야. 우리가 공중 정원과 이렇게 긴장된 관계가 된 것도 수장님 때문이겠지?

수장님은 대체 어떤 인물이야?

수장님은... 망각자의 뿌리야.

지금... 누군가가 네 뿌리를 뽑아갔다면, 그들을 용서할 수 있겠어?

노병은 "퉤"하며 씹던 담뱃잎을 망각자와 공중 정원 전초 사이의 완충 지대에 뱉었다.

한편, 완충 지대 반대편.

저 늙은이, 또 우리 쪽으로 침을 뱉네??

그만해. 그런 사소한 일에 신경 쓰지 마. 아니면, 너도 침 뱉을 거야?

마이크로미터 무인기의 상황은 어때?

상대방은 바닥에 놓인 단말기를 확인하고는 고개를 저었다.

안 돼. 저쪽 방어망을 아직도 뚫지 못했어.

정말 귀신이 곡할 노릇이네. 요 며칠 동안 저쪽 경비병이 늙은 애연가라는 것 빼곤 아무 정보도 얻지 못했어.

게다가 우리 쪽으로 침 뱉는 것도 좋아해.

입 다물어.

저쪽이 우리 기술을 너무 잘 알고 있어. 아무리 배신한 구조체들을 받아들였다 해도 이건 좀 이상하잖아?

이 마이크로미터 무인기는 아직 실험 단계라 대규모로 설치되진 않았을 텐데...

또 내부에 배신자가 생긴 건가?

배신자 얘기하니까 생각난 건데, 너 그 사건 들었어?

뭔데?

그레이 레이븐의 지휘관이 실종된 사건 말이야. 들은 바로는 배신자가 그를 승격자에게 팔아넘겼다던데.

그런 말 함부로 하지 마!

구조체 병사는 즉시 주위를 둘러보며 목소리를 낮췄다.

정화 부대에 끌려가서 심문받고 싶어?

뭐가 무서워서 그래? 전에 그들이 사진 들고 와서 그레이 레이븐 지휘관을 본 적 있냐고 물어봤잖아?

내 생각에는 목격자를 모아서 조사하지 않는 이유가 누군가를 경계하고 있어서 그런 것 같아.

게다가 더 이상한 건, 집행 부대 대원들이 와서 물어보는 건 이해가 되지만, 며칠 전에 이곳에 온 정비 부대에서 왜 그런 질문을 하느냐는 거야?

그레이 레이븐의 지휘관이 그들에게 공사 잔금이라도 밀렸나?

상상력이 좀 과한 것 같네.

위에서 아무 말도 안 해주니까, 나도 추측할 수밖에 없잖아.

하, 그러게. 망각자 쪽 비난에 대해서도 아직 제대로 된 대응을 안 하고 있잖아.

그래서 가끔 나도 자신이 없을 때가 있어.

전쟁은 일어나지 않겠지? 우리에겐 우주 무기가 있잖아.

너무 몰아붙인다면...

마지막으로 다른 망각자에게 안심시키는 말을 한 뒤, 밸러드는 자신의 사무실로 돌아왔다.

이상, 우주 무기에 대한 우리의 극비 대응 방안이다. 다들 안심해.

공중 정원이 우주 무기를 사용한다면, 그들은 반드시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될 거다.

이제... 마지막 동원 작업도 완료됐어.

밸러드는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

안개가 꼈군.

밸러드는 안개 때문에 보이지 않는 창밖을 바라보다가 단말기의 알림에 시선을 돌렸다.

역시 뉴 오클레르 마을에 있는 건가?

그가 아직도 살아있다니... 대체 어디서 잘못된 거지?

단말기에 표시된 짧은 문장을 보며, 밸러드는 남아있는 수를 고민했다.

???

이 일은 저에게 맡겨주십시오. 통솔자님.

회색 그림자가 조용히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