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메인 스토리 / 27 비석으로 세운 척량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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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18 소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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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관찰하고 있었다.

그녀는 한 소대가 다른 소대가 정성껏 꾸민 함정에 발을 들이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짧은 외침이 들리자, 격렬한 교전이 시작되었다.

불공평한 싸움이었다. 기습, 인원수의 열세, 방어할 곳도 없는 상황에서 한쪽은 금방 무너지고 말았다.

그녀는 그 소대의 대장으로 보이는 이가 포탄을 막아내며, 자신이 중상을 입는 것을 지켜봤다.

급박한 전파가 그녀의 귀에 전달되면서, 분명한 말로 바뀌었다.

습격당했습니다! 통신이 교란받고 있어서, 전체 채널로 긴급 지원을 요청합니다!

누군가가 정화 부대를 위장해 우리를 습격했습니다. 와타나베 님이 중상을 입었습니다. 지원을 요청합니다!

연잎밥!!!! 빨리 엎드려!!!

전파 소리가 멈췄다. 그리고 그 병사의 피와 살이 타버린 무전 전신에 걸려 검게 변해갔다.

그녀는 관찰하고 있었다.

예전에는 아무도 그녀에게 동족끼리도 서로 해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지 않았다.

생명은 생존을 위해 돌연변이에 이빨과 발톱을 드러내기도 하지만, 생존을 위해 동족에게 이를 숨기기도 한다.

그녀의 영지에 불쑥 들어온 어린 늑대가 "자아"라는 이름의 차이를 유지하기 위해 피투성이가 될 때까지 싸웠다면,

눈앞에 있는 비슷한 생명들은 무엇을 위해 싸우고 있는 것일까?

그녀는 알고 싶어졌다.

그래서...

그녀는 뻗어나가고, 확장했다.

이합 재난 구역?! 뭐 때문에 이렇게 빨리 퍼지게 된 거지!!

그녀는 사방으로 도망치는 사람들에게는 관심이 없었다. 그녀는 부패와 죽음 속에서 탄생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임종을 맞이할 생명에 다가갔다.

그리고 자신의 사명을 다하기 위해 그녀는 새로운 문명의 씨앗을 옛 문명의 시체 위에 뿌리고 있었다.

그러면서 그녀는 낡아빠진 책을 조심스럽게 넘기며 자신의 독서가 방해받지 않도록 하였다. 유일하게 살아남은 병사가 빈사 상태의 생명을 옮기는 것을 내버려두었다.

????

이 이야기는 끝나가고 있었다.

소녀는 몸을 돌려 "지휘관"을 바라봤다.

소름 끼치는 기시감이 등골을 타고 올라왔다. 와타나베의 의식의 바다 깊은 곳에 숨어 있는 이상은 결코 오염된 의식의 파편이 아니었다.

????

여기 있는 전 단지 독자일 뿐이에요.

그리고 가능하시다면, 저를 콜레도르라고 불러주세요.

[player name] 님, 안녕하세요.

녹색 로브를 입은 소녀는 치마를 들어 올리며 인사했다.

이게 우리의 두 번째 만남이지만, 저와 직접 대면하는 건 처음이겠군요?

갑자기 이 기시감이 어디서 왔는지 생각났다. 이합 재난 구역 내부에 있던 21호와 연결되었을 때 느꼈던 것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소녀는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그건 제가 아니었어요. 그리고 여기서 저는 그냥 독자일 뿐이에요.

그의 마음속 이야기를 다 읽었으니, 거래의 법칙에 따라 이 책을 그대로 돌려줄 거예요.

상대의 모습이 조금씩 흐려지자, 소름 끼치는 이질감도 조금씩 사라졌다.

콜레도르

언젠가 당신 마음속 과거를 만져볼 수 있기를 기대할게요.

기대한다는 말과 함께 소녀는 사라졌다.

고요한 추위 속에서 와타나베는 문 하나를 본 것 같았다.

그가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든, 그 문은 항상 와타나베의 앞에 나타났다.

그는 갑자기 공상과학 작가의 묘사를 떠올렸다.

평원 위를 걷다가, 갑자기 벽에 부딪혔다. 그 벽은 위로는 끝없이 높고, 아래로는 끝없이 깊으며, 양쪽으로 끝없이 멀었다. 이 벽은 무엇일까?

죽음인가?

하지만 뭔가 달랐다. 죽음이 피할 수 없는 높이의 벽이라면, 사람은 어떤 식으로 전진하든 언젠가는 벽에 부딪히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문은 적어도 들어갈지 말지를 선택할 기회를 줬다. 이게 죽음이라면 선택지가 있을 리 없었다.

와타나베는 문에 손을 대고, 그 온도를 느꼈다.

문 뒤는 고요한 추위였고, 문밖은 알 수 없는 온도였다.

와타나베는 이 문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갑자기 깨닫게 됐다.

그는 이 문을 여러 번 열어봤다.

어린 연잎밥을 구했을 때...

지구로 향하는 이중합 코어를 막았을 때...

끊임없이 열차에 올라오는 침식체들과 싸웠을 때...

자신의 의식의 바다를 여러 번 손상시키며 재가동했을 때...

그는 자신이 왜 다시 이 문 앞에 서 있게 됐는지 깨달았다.

이는 죽음을 원하지 않는 사람들 앞에만 나타나는 "생존"이라는 문이었던 것이다.

돌아가야만 해. 아직 나를 기다리는 이들이 있어.

그는 그 문을 밀었다.

어둠으로 뒤덮인 앞길이 뒤쪽의 광경을 비췄다.

카자

내가 뭐랬어. 와타나베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했지?

와타나베

카자...

바크하우스

어이, 와타나베, 넌 여기로 오기엔 너무 이르다고.

와타나베

교관님...

에베르트

이번엔 너무 오래 잤어. 돌아가서 기다리는 사람들한테 제대로 사과해.

와타나베

에베르트...

코아테스

우리를 기억해 주는 건 좋지만, 자주 찾아올 필요는 없어.

와타나베

코아테스...

브루스

와타나베, 아직도 망설이고 있어?

와타나베

내가 우리를 공격한 사람들을 알아냈어. 그들은 전우이자, 동포였어.

같은 별하늘 아래, 우리는 함께 모닥불을 쬐고, 서로 부축하며 주둔지로 복귀하기도 했어.

그들조차 나에게 칼을 겨눴다면, 내가 잘못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게 아닐까?

너무 많은 사람들이 희생됐어. 어쩌면 밸러드가 그들에게 더 나은 미래를 줄 수 있을지도 몰라.

브루스

와타나베... 더 많은 사람들이 죽지 않게 하는 거, 해냈어?

와타나베

……

브루스

이건 네가 혼자 얼마나 많은 사람을 구할 수 있는지가 아니라, 너의 행동과 신념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야.

희생자들은 타인을 보호하는 신념을 관철했고, 생존자들이 그 신념을 이어받아 전할 거야.

그들은 무력과 공포만으로 여기까지 온 게 아니야.

네가 그들에게 용기를 줬기 때문이지. 단순히 살아남는 용기뿐만 아니라, 타인을 믿고 미래를 믿는 용기를 줬기 때문이야.

사람들이 더 이상 세상에서 가장 끔찍한 일이 내일이라고 생각하지 않게 되었을 때, 그들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동기를 얻게 돼.

이건 어떤 거짓 약속이나 무력에 의한 위협으로도 얻을 수 없는 거야.

그러니 몇몇 사람들의 반대 때문에 네가 짊어진 과거와 나아갈 미래를 부정하지 마.

브루스는 어둠으로 뒤덮인 앞길의 작은 불빛을 가리켰다.

브루스

저 빛 보이지?

어서 가. 가서 네가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해.

눈앞에 낯선 나무 천장이 보였다. 와타나베는 몸을 움직이려 했지만, 몸에 연결된 선들이 느껴져서 쉽지 않았다.

드디어 깨어났네.

살짝 원망이 섞인 목소리가 한쪽에서 들려왔다.

캐다? 그럼, 여긴 뉴 오클레르 마을인가?

기억력은 좋네. 오랜 시간 혼수상태에 있었어도, 기억에는 아무 지장이 없군.

고개를 돌려 주변을 둘러본 와타나베는 뜻밖의 인물을 발견했다.

[player name] 은(는) 왜 여기 있는 거야?

쉿...

방금 잠들었어. 조용히 해.

몇 달 동안, 지휘관의 마인드 표식이 항상 과부하 상태였어. 그렇지 않았으면 너도 이렇게 오래된 혼수 상태에서 깨어나지 못했을 거야.

그렇군.

마침내 와타나베는 시대 배경과 완전히 어울리지는 않지만 매우 익숙한 그 모습이 누군지 알게 되었다.

내 기체가...

와타나베는 포탄에 맞아 부서진 부위에 손을 갖다 댔다. 파열된 흉갑과 찢어진 복부에 아직도 당시의 환상통이 남아 있는 듯했다.

몇 달이나 지났어. 흉갑과 복부는 여기저기서 부품을 찾아 어떻게 수리했지만, 교체할 눈은 찾지 못했어.

캐다는 와타나베의 눈을 가리켰다.

기존에 있던 눈은 다시 장착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그 안에 소형 감시기가 들어 있었거든.

……

더 구체적인 사항은 연잎밥에게 물어봐. 그와 저 젊은이가 널 여기로 몰래 데려왔으니까.

지금 1층에서 경비를 서고 있을 거야.

알았어. 내가 가서 찾아볼게.

와타나베는 잠들어 있는 지휘관을 마지막으로 바라본 뒤, 흘러내린 담요를 덮어주었다.

고마워.

와타나베는 문을 향해 걸어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