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디아 대이동". 인류 역사상 전례 없는 규모의 전략적 이동 작전은 총 세 단계로 나뉜다.
제1단계
제1단계
전 세계의 운송 장비를 총동원하여, 총 150만 명의 엔지니어, 기술자, 원재료 및 주요 장비를 고도 10,000km 궤도로 올라가는 우주 항으로 수송하는 것이다.
어서 서둘러! 다음 수송선이 도착하기 직전이다.
중력장에 2.6도 편차가 발생했어요. 어서 사람을 보내 중력 시뮬레이션 구간을 조정해야 해요.
DA13 선실 구역에서 폐가스 역류가 발생했습니다. 담당자는 즉시 현장에 나가 처리해 주십시오.
반복합니다.
분주한 모습들이 우주 정거장 곳곳에서 보였다. 이곳은 계획 시행의 첫 번째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장소로, 누구도 걸음을 멈출 생각이 없었다.
현재 상황은 어떻지?
그리니치 시간 오후 6시까지 DH 시리즈 선실을 비울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러면 다음 일행을 충분히 수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수고했어.
안전 대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지?
퍼니싱 탐지 장치를 이미 우주 항 전체에 설치했습니다. 각 선실 구역의 연결 지점마다 고에너지 폭탄이 배치되어 있어, 필요할 경우 긴급 분리할 수 있습니다.
아직 부족해. 탈출 캡슐의 위치를 다시 재배치해. 지금은 너무 집중되어 있어.
알겠습니다!
제2단계
제2단계
20년에 걸친 개조 공사를 통해 30척의 성함 중 20척을 소형 식민함선으로 개조하여 더 많은 인구를 수용하는 것이다.
이와 동시에, 우주 항의 절반 선실 구역을 군수 공장으로 업그레이드하여 군수품 생산 기준을 충족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떡대", 이거 좀 올려줘.
키 큰 병사는 상대의 손에 든 상자를 받아들었다.
(궁금해한다.)
다들 방금 전에 뭐 때문에 싸웠는지 궁금하지 않아?
주로 성함 개조에 관한 문제였어. 방안이 통일되지 않은 데다, 마감 시한이 다가오다 보니, 몇몇 관리자들이 싸울 뻔하기도 했어.
야, 다음 회의가 곧 시작되니까, 어서 움직여!
언제 통보했어? 난 못 받았는데.
1분 전에 통보했어. 나 먼저 간다!
기다려!
(어이없어한다.)
제3단계
제3단계
개조된 20척의 식민함선이 지구에 남은 모든 인구를 태우고 태양계의 다른 행성들로 이동하여 자원을 채취한 뒤, 우주 항의 공업 기지에 끊임없이 원재료를 공급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우주 항, 성함 전투군, 국제 우주 정거장, 식민함선, 달 기지를 전략 거점으로 삼는 38만 킬로미터의 전선이 형성된다.
인간은 태양계를 전초기지로 하여 반격을 개시할 것이다.
음... 수속 완료되었습니다. 이제 퇴원하셔도 됩니다. 축하합니다.
서명을 확인한 상대는 와타나베에게 개인 단말기를 돌려주었다.
그동안 돌봐주셔서 감사해요.
당연히 해야 할 일인데요. 그런데 당신 말이에요. 분명 긴급 개조였는데, 원래대로라면 적응 시간이 더 길었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오히려 제일 먼저 퇴원해서 교수님께서도 놀라셨어요.
언제까지 병상에만 누워 있을 수는 없잖아요. 지금의 몸이 더 쉽게 녹슬 테니까요.
음... 농담하시는 건 알겠지만, 사실 탄탈 중합체는 녹슬기 아주 어려워요.
……
아. 그리고 그 잘못 장착된 눈은 정말 교체 안 하실 건가요?
와타나베는 문 쪽으로 걸어가며 손을 흔들었다.
신경 쓸 필요 없어요. 게다가 이 눈 색깔도 싫지 않거든요.
의료 연합체를 떠난 후, 와타나베는 밸러드가 지프차 옆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제 괜찮아?
네.
밸러드는 차 문을 열었다.
타. 임무가 있어.
게슈탈트 중추 코어 말인가요?
와타나베가 손에 든 단말기를 뒤적이자, 구형 로봇이 화면 대부분을 차지했다.
맞아. 내가 설명할 테니까 보고 있어.
대이동 계획이 확정된 후, 우리가 처음 한 일은 기존 중요 장비를 정리하는 것이었어.
초전도 결정체 가공 시설, 공간 생태 순환 시스템 전체, 융합 원료 정제기... 이런 것들이 모두 목록에 올라갔지.
하지만 어떤 장비 하나가 가진 중요성은 논쟁의 여지 없이 언제나 우선순위였지.
밸러드는 구형 기계의 눈처럼 보이는 부분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바로 인간이 만든 기적의 정점이라고 부르는 게슈탈트야.
인구 이동, 자원 배분, 공간 관리 등 대이동 계획에 필요한 연산량이 너무 많아.
게슈탈트의 도움 없이는 계획의 진행 속도가 적어도 절반 정도는 늦어지게 될 거야.
그리고...
그리고 게슈탈트가 침식됐다면, 그 연산 능력으로 인한 피해는 상상할 수 없겠군요.
그래서 무슨 일이 있어도 게슈탈트는 반드시 인간의 통제 속에 있어야겠군요.
맞아. 병원에 있으면서 멍청해지진 않았구나.
다친 건 뇌가 아니니까요.
그런데 왜 저죠?
저는 이제 막 적응 훈련을 마쳤을 뿐이에요. 이런 중요한 임무라면 저 말고 다른 사람을 선택할 수 있었을 텐데요?
……
아직 평화롭지 않은 곳들이 있는데, 믿을 만한 부하들은 모두 그 일을 처리하러 보냈어.
평화롭지 않다는 게 무슨 뜻이죠?
어떤 사람들은 세계 정부가 시민을 버리려 한다는 음모론을 퍼뜨렸고, 또 어떤 사람들은 뇌물을 써서 계획에서 더 많은 이익을 얻으려 하고 있어. 그리고 일부는 정보가 차단된 틈을 타 불법 실험을 계속하기 위해 사람들을 속이고 있고...
밸러드는 드물게 비웃었다.
<과학 기술 진보 및 보장법> 제1092조? 흥. 말도 안 되는 소리지.
이런 시기에, 아직도...
어떤 사람들에게 재난과 불행은 나쁜 소식이 아니라 기회야.
다행히 그런 썩어빠진 자들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이런 기회를 틈타 한몫 챙기려고들 하지.
근절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라서 장기적으로 싸울 각오를 해야 해.
하지만 게슈탈트 문제를 처리하고 나면, 나도 그들과 오랫동안 싸울 시간이 생기게 될 거야.
이렇게 하다간 좋은 결말을 보지 못할 것 같은데요?
쓴웃음을 지은 와타나베는 막을 생각이 없었다. 눈앞의 이 사람은 이런 점에서 절대 타협하거나 양보하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고집은 한편으로는 완고함과 일종의 공격성으로 변해갔고, 밸러드는 타협을 그 사람들에 대한 협조로 생각했다.
와타나베도 아버지가 밸러드의 이런 점을 바꾸기 위해 설득하는 것을 여러 번 들었지만, 결국 설득할 수 없다는 사실만 확인했었다.
그들이 도박판에서 돈을 다 따고 멋지게 나가는 걸 보고만 있으라고?
밸러드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누군가는 그들을 도박판으로 다시 끌어들여서 원금에 이자까지 다 토해내게 해야 해.
알겠어요. 그만 이야기하죠.
상대방의 완고한 성격을 마주한 와타나베는 자신의 아버지처럼 포기하는 것을 선택했다.
이번 작전에 군부뿐만 아니라 과학 이사회와 노르만 그룹도 참여한다고 봤어요.
맞아. 이번 작전에서 그들의 도움이 필수적이야. 너도 곧 그들을 만나게 될 거야.
하지만 임무를 시작하기 전에...
밸러드는 또 다른 단말기를 와타나베 앞에 내밀었다.
원하는 사람에게 메시지를 남길 수 있어. 그러면 나중에 본부에서 대신 전달해 줄 거야.
우리는 지금 그렇게 많은 위성과 전화선을 가지고 있지 않아. 장거리 통신은 대부분 군사 통신과 정부 업무에만 사용되고 있어. 이건 드문 기회니까, 낭비하지 마.
퍼니싱 폭발 후 신과 연락한 지 오래됐지?
네. 정말 오래됐네요.
와타나베는 잠시 생각하더니 받으려던 단말기를 다시 밀어냈다.
직접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예를 들면, 어머니의 선택을 이제 이해하게 되었다는 말이나 전우가 남긴 부탁을 이루고 싶다는 말, 그리고 후회와 행운 등...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은데, 한 통의 문자로는 턱없이 부족했다.
유언장을 쓰는 기분이라 이번에는 사양할게요.
네 말도 맞아. 어떤 건 직접 말하는 게 좋지.
밸러드는 단말기를 다시 건네받았다.
참, 교관님은 쓰셨나요?
나를 몰라?
둘은 같은 생각을 품고 있는 듯 서로를 보며 웃었다.
게슈탈트 탈환 작전 임시 지휘소
게슈탈트 탈환 작전 임시 지휘소
상처투성이 지프차가 드리프트 하며 도로에 스키드 마크를 남기자 한쪽에 안정적으로 멈춰 섰다.
예전에 전장을 가로질러야 한다고 말씀해 주시지 않았잖아요?
이렇게 해야 시간이 절약되니까.
두 사람이 차에서 내리자, 병사 한 명이 곧바로 달려왔다.
밸러드 대장님! 어... 와타나베?
초록 머리?
밸러드 대장님이 데리고 오는 이가 너였구나.
너 정화 부대에 들어왔어?
하지만 와타나베는 상대가 구조체가 아니라 인간이었기에 곧바로 자신의 생각을 부정했다.
아니. 나는 지상 방어군 소속이야.
이번 작전은 각 부대에서 인력을 차출해 협력하는 것이어서, 나도 임시 대장으로서 현장 지휘를 맡고 있을 뿐이야.
다른 사람들은 도착했나?
도착했습니다. 저쪽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좋아. 가지.
알겠습니다!
텐트의 천막을 걷자, 세 부분으로 사람들이 나뉘어 있었다.
총을 든 병사들, 노르만 광업의 로고가 있는 작업복을 입은 기술자들.
그리고 구석에 혼자 앉아서 고개를 숙이고 있는 여성.
과학 이사회에서는 한 사람만 보낸 건가?
사망한 란다우 씨를 제외하면, 게슈탈트를 저보다 더 잘 아는 사람은 없습니다. 왜냐하면 제 일상 업무는 게슈탈트의 유지 관리였기 때문입니다.
예비 인원이나 협력 인원은 없나?
우주로 떠난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모두 1호 원자로를 정지시키는 팀에 합류했습니다.
제가... 유일하게 남겨진 사람입니다.
미안하군. 자네를 과소평가했어.
그럼, 이번 작전을 다시 한번 설명하지.
첫 번째 단계는 노르만 광업 측이 중장비 절단기를 사용해 게슈탈트의 깊은 우물로 가는 길을 열어주는 거다. 너희는 이 지하 구역 전체의 시공사였으니 문제없겠지?
문제없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주의 사항을 말씀드리자면, 게슈탈트가 위치한 지하 공간은 지형이 매우 복잡합니다. 지도가 있어도 길을 잃기 쉽습니다. 그 점을 유념해 주시기 바랍니다.
알았다. 그 점을 조심하지.
두 번째 단계는 아군 공격 부대가 게슈탈트 중추 코어로 가는 길을 여는 것이다.
와타나베. 네가 팀을 이끌도록 해라. 나는 끌려오는 침식체를 막겠다.
네!
본인의 침식률을 수시로 확인해. 임계치에 도달하면 즉시 빠져나와야 해. 너는 아직 역원 장치를 설치하지 않았으니 퍼니싱 환경에서 오래 활동할 수 없어.
역원 장치요?
그건 구조체가 퍼니싱을 막아내는 첫 번째 방어선입니다. 방화벽 같은 것이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마지막으로 과학 이사회 대표가 중추 코어에 들어가 침식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다.
침식이 없다면, 재가동을 진행해 주위 안전 잠금을 해제한 뒤, 노르만 측이 코어를 운반할 수 있도록 해주면 된다.
만약 늦었다면, 적에게 남겨두지 않기 위해 우리가 가지고 있는 폭탄을 사용해 직접 코어를 폭파한다.
다른 질문 있나?
왜 안전 잠금을 직접 폭파하지 않죠?
게슈탈트가 처음 설계될 때, 극단적인 모든 상황이 고려되었습니다.
코어의 보강 정도는 제한적이었지만, 안전 잠금에는 가능한 모든 보강 조치를 사용했습니다. 그래서 9급 지진의 진원지에서도 손상되지 않을 정도입니다.
물론 더 강력한 폭탄을 준비할 수 있지만, 그렇게 되면 코어도 재가 되어 사라질 것이다. 그럼 애초의 목적과 어긋나게 된다.
질문이 있습니다. 제가 공격 부대와 함께한다면, 효율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건 안 돼. 네 안전은 게슈탈트 다음으로 중요해. 여기서 게슈탈트를 재가동할 수 있는 사람은 너뿐이니, 가능한 한 위험을 피해야 한다.
니트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럼, 선포하겠다.
작전을 개시한다!
거친 절단음과 함께 밝은 불꽃이 튀자, 두께가 2미터나 되는 안전문이 크레인에 의해 한쪽으로 밀려났다.
여기서부터는 공격 부대에 맡기겠습니다.
수고했어.
깊숙한 통로를 바라본 와타나베가 첫발을 내디뎠다.
출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