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메인 스토리 / 24 숲속의 기로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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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5 알을 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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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호와 대장이 잘 따돌렸어.

그래.

무리를 이룬 이합 생물들이 계속해서 뒤를 쫓아왔다. 베라의 다리 부분 합금이 방금 전 이동하던 도중에서 부러지게 되면서 그녀의 행동 속도마저 한계에 다다르게 됐다.

보라색 야수의 입 여러 개가 몰려오는 것을 본 순간, 다급해진 21호는 공중으로 높이 뛰어올라 거대한 나무를 반으로 쪼개 길을 막았다.

이합 생물들은 미친 듯이 사냥감을 가로막는 나무를 긁어대며 물어뜯었다.

파괴를 거듭하는 이합 생물들이 조금씩 많아지면서, 바위처럼 단단했던 나무 장벽이 눈에 띄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합 생물들이 다시 뚫고 나오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라는 걸 21호도 알고 있었다. 그보다 더 급한 건 베라가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숲의 출구가 완전히 막히기 전 이곳을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21호는 신속히 클로 블레이즈를 거두어들이고, 능숙하게 베라의 팔을 자기 어깨에 걸치며 그녀의 기체가 최대한 자신에게 기대도록 했다.

베라는 더 이상 말이 없었고, 21호는 몇 초마다 한 번씩 베라를 부르며, 상대가 조금이라도 반응하기를 바랐다.

대장.

응.

좌회전이야.

숲길 끝에는 비스듬히 자라난 나무가 있었고, 21호는 베라가 좁은 나무 틈으로 비집고 들어갈 수 있도록 도와줬다. 그리고 자신도 그곳을 통과한 후, 거대한 가지를 잘라내 철수할 시간을 벌기 위해 노력했다.

연이어 거대하고 단단한 물체를 파괴하자, 21호의 손목은 미세하게 떨렸다. 하지만 대장의 부상에 비하면, 이 정도 떨림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좁은 숲길을 나서자, 앞이 훤하게 열렸다.

거센 바람과 햇빛이 나무들이 엮은 그물 구멍을 통해 쏟아져 들어왔고, 흰색과 붉은색의 긴 머리카락을 엉키게 하면서 복잡한 색깔을 만들어냈다.

대장. 빛이 보여. 이제 곧 도착할 거야.

알았어.

21호는 숲의 그물에서 탈출하는 마지막 계단을 어디서부터 오를지 정확히 판단하기 위해, 동공을 동물처럼 격렬하게 수축시켰다.

왜냐하면 베라 상태는 시행착오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만약 이합 생물들이 바리케이드를 뚫고 여기까지 쫓아오게 된다면...

21호는 그런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애를 쓰면서, 숲이 어우러지면서 만들어진 계단을 집중해서 살펴봤다.

하지만 그것은 "계단"이라고 하기보다는 거대한 봉우리 모양의 식물 몇 개가 뒤틀린 나무 덩굴에 교차해 자라나면서 형성된 것 같았다.

그리고 안쪽에는 주머니 모양의 식물들이 이미 한 차례 대사 작용을 거쳐서 시든 꽃의 가장 아랫부분의 꽃받침 같은 부분만 남아 있는 것이 보였다.

21호는 가장자리에 있는 거대한 꽃봉오리 중 아직 완전히 시들지 않은 것을 발견했다. 시들지 않은 그 꽃봉오리는 "한 조각"의 조직을 아직 유지하고 있었는데, 꽃잎처럼 보이기도 했고 잎맥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 잎맥 같은 나뭇가지를 이용하면, 아직 닫히지 않은 가장 바깥쪽 숲의 그물로 올라갈 수 있을 거 같았다.

"꽃받침" 사이 나무 덩굴 위에서 불의의 습격을 당하게 된다면, 베라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으므로 21호는 일단 베라를 근처의 높은 풀숲에 숨기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만약 나무 덩굴에서 떨어지게 된다면...

21호는 아래를 내려다봤다. 숲의 가장 아래층에는 가시로 둘러싸인 연못이 있었는데, 거기에 빠지게 된다면 숲에 삼켜지기 전에 이 자리로 다시 올라오는 건 매우 어려워 보였다.

대략적인 경로를 계획한 21호는 빠르게 길을 탐색한다면, 왕복으로 2분 이상은 소요되지 않을 거라고 예상했다.

대장. 여기서 21호를 기다려.

……

음.

바로 그때, 의식의 바다가 장난을 치는 듯 통증을 일으켰다. 그리고 동시에 익숙하면서도 낯선 느낌이 조금씩 느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생각할 시간이 없었다.

백발의 소녀는 무리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야수처럼 클로 블레이즈를 휘두르며, 기울어진 빛 속을 향해 돌진했다.

대장. 조금만 기다려. 21호가 구해줄게.

Video: S21호 버전_보스 등장

꼬마!!!

깊은 보라색 증식 흔적으로 뒤덮인 "꼬마"가 날카로운 발톱에 의해 내부에서부터 밖으로 찢기고 조각나 버렸다. 거만한 탄생자는 주저 없이 "모태"의 조각을 털어내며 오랫동안 억눌렸던 몸을 늘어뜨렸다.

21호를 위에서부터 아래를 훑어보는 거대한 창조물의 겹눈은 살짝 떨리고 있었다. 그러면서 고독한 소녀의 모든 행동에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21호는 그 물체에 자신이 알고 있는 그 어떤 냄새도 남아있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21호는 고집스럽게 그 이름을 계속해서 불렀다.

꼬마야. 너 맞지?

???

크앙!!!

연보라색 복낭의 색깔이 변하자, 그것이 몸을 낮췄다.

그다음 순간, 대답이라도 하는 듯, 보라색의 거대한 발톱이 21호의 머리를 향해 날아왔다.

격렬한 발톱 바람에 의해 21호의 움직임은 흐트러졌지만, 간신히 빠르면서도 차가운 발톱을 피해냈다. 21호는 피하는 과정에서 회백색 머리카락 몇 가닥이 공중에서 잘려 나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21호가 서 있던 자리엔 되돌릴 수 없는 깊은 구멍이 생겨 있었다.

안 돼. 꼬마야. 제발, 부탁이야.

나야. 나라고!!

클로 블레이즈를 힘없이 축 늘어뜨린 21호는 방금 전 적을 벨 때처럼 눈앞에서 위협하고 있는 창조물의 목을 찢을 수 없었다.

21호는 기체는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고, 많은 장면이 그녀의 머릿속에서 스쳐 지나갔다.

21호는 꼬마가 자기의 곁을 떠나는 걸 상상조차 하지 않았다.

21호의 기억 속에서 보조 기계는 자신의 한 조각과 같았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베라와 녹티스보다 더 당연한 존재였다.

그래서 자신의 일부분이 눈앞에서 부스러지고, 자신에게 맞설 거라는 걸 예상하지 못했다.

21호는 문득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이제야 알겠어.

꼬마가 날 불렀기 때문에 두통이 생겼던 거구나. 그렇지?

미안해. 꼬마야. 내가 너무 멍청했어. 네가 도움을 청했던 건데 난 눈치를 채지 못했어.

내가 어떻게...

21호의 흐느낌은 무리에서 떨어진 고독한 짐승 같았다.

21호는 적의로 가득 찬 이 숲속에서 혼자 서 있었다. 그리고 그녀를 제외한 모든 것이 그녀를 노려보며, 그녀의 목을 물어뜯을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미안해. 정말 미안해.

21호의 목소리가 조금씩 약해져 가면서, 가느다란 바람 소리에도 묻힐 정도가 됐다.

보랏빛의 날카로운 발톱이 다시금 힘을 비축하고 있었다. 순순히 죽어줄 목표라면, 다음 일격으로 분명 완전히 없애버릴 수 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고개를 숙인 21호가 침묵하는 방식으로 자기의 죄를 털어놓았다.

대장이 날 기다리고 있어. 21호. 대장마저 빼앗겨선 안 돼.

입가에 찌르는 듯한 통증이 느껴졌다. 21호는 자신이 이 말을 할 때,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있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나, 난 여기서 포기할 수 없어.

그게 꼬마라 해도 포기할 수 없어.

그러니까...

미안해. 꼬마야. 난 나 자신을 벌할 거야.

하지만 여기선 널 이겨야만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