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동안, 어린 늑대는 거리를 유지하며, 고독한 늑대의 행동을 관찰했다.
혼자 살아남는 방법을 배우는 것 외에도 그녀의 마음속에는 억누를 수 없는 호기심이 자리 잡았다.
혼자 있는 늑대는 정말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녀는 고독한 늑대에게 싸우는 방법을 배워서 처음으로 사냥감을 잡았다. 작은 들쥐에 불과했지만, 싸우는 과정에서 들쥐가 발톱을 물어서 상처를 입기도 했다.
그리고 고독한 늑대에게 휴식을 취하는 방법도 배워서 귀를 세우고 가벼운 수면만을 취할 수 있게 됐다. 그래서 포식자가 날아갈 때, 자신의 흔적을 숨기는 것에 성공했다.
그녀는 마음대로 고독한 검은 늑대를 일정 기간 스승으로 여겼다. 그래서 늑대가 사냥감과 목숨을 건 싸움을 벌일 때, 그녀는 고독한 늑대를 응원하며 손에 땀을 쥐기도 했다.
어린 늑대는 자기 귀털보다도 높은 풀숲에 누워, 이런 관계가 모종의 특별한 동료 관계가 될 수 있을지 고민했다.
지금은 이 질문에 명확한 답을 찾을 수 없지만, 선택할 수 있다면 자신은 주저없이 늑대 무리와 함께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고독한 늑대가 갑작스럽게 달리는 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바로 다음 순간에 하늘에서 수많은 날갯짓 소리가 울려 퍼졌다.
어린 늑대는 바로 따라가지 않았고 오히려 몸을 낮춰 흔들리는 풀밭에 완전히 자신을 묻었다.
지금 풀숲을 빠져나간다면, 포식자들에게 분명 발각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하늘의 거대한 매들이 이미 추격할 목표를 정했다는 듯, 검은 늑대가 달려가는 방향으로 날아갔다.
매들의 수로 봤을 때, 한 마리 늑대가 맞설 수 있는 것이 아니었기에, 어린 늑대도 긴장하기 시작했다.
포식자들에게 발견되지 못할 거라고 확신이 들 때까지 기다렸을 땐, 이미 고독한 검은 늑대의 냄새가 자신에게서 아주 멀리 떨어져 있었다.
그녀는 거리를 조절하며 따라갔다. 그리고 이번에도 검은 늑대가 멋지게 탈출하기를 마음속으로 간절히 바랐다.
하지만 잠시 걸어간 후, 그녀는 불길한 예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다시금 익숙한 피비린내가 풍겨오기 시작했으며, 조금씩 짙어져만 갔다.
어린 늑대는 나무 구멍을 통과하고, 빽빽한 관목 숲을 지나갔다. 그리고 피비린내의 발원지에 다가갈수록 발걸음을 조심스럽게 옮겼다.
마침내, 운명의 장막처럼 느껴지는 풀막 앞에서 발걸음을 멈춘 그녀는 가장 조심스러운 방법으로 풀숲을 살짝 젖혔다.
주변의 관목 숲은 들쑥날쑥하게 부러져 있었고, 바닥과 풀숲 속에는 찢어진 나뭇가지와 잎사귀들이 가득했다.
검은 늑대는 조용히 옆으로 누워있었고, 늑대의 피가 땅 위에 흙을 짙은 검은색으로 적셨다.
늑대의 두 앞발은 관절부터 부러져 사라진 상태로, 찢긴 털 위로 남겨진 흔적만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검은 늑대의 상처투성이 등은 늑대 몸에서 완전히 사라졌고, 회백색의 갈비뼈가 대신 몸체에서 솟아오른 상태로 드러나 있었다.
처음에 검은 늑대가 거대한 매를 죽이고 붙잡았을 때처럼, 포식자들은 늑대 사체를 꽉 붙들고 있는 상태에서 아무런 거리낌 없이 늑대의 내장을 찢어서 먹었다.
아직 온기가 남아있는 피가 내장이 찢기면서 사방으로 튀었고, 몇 방울은 어린 늑대가 숨어 있는 풀숲까지 튀었다.
어린 늑대의 발톱이 의지와 상관없이 흙 속 깊숙이 파고들자, 딱딱한 돌멩이 몇 개에 부드러운 손바닥이 쓸리면서 통증이 느껴졌다. 그리고 이 통증은 큰 소리를 내면 안 된다는 것을 계속 상기시켜 줬다.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이 며칠 동안 자신과 "동행"했던 고독한 여행자의 눈을 응시했다. 아직 감기지 못한 그 황금빛 동공이 소용돌이처럼 그녀의 정신을 빨아들이려는 것 같았다.
"고독한 늑대가 저항할 수 없는 결과가 바로 이거야."라고 머릿속 목소리가 그렇게 말했다.
그렇지 않다. 이번에는 그 목소리가 고독한 늑대의 머리뼈안에서 울려 퍼지는 것처럼 들렸다. 그리고 고독한 늑대의 눈이 어린 늑대를 똑바로 응시하며, 그녀가 눈길을 돌릴 수 없게 만들었다.
//고독한 늑대를 봐봐.////
//넌//고독한 늑대가//실패한 원인을//생각해 본 적 있어?//
어린 늑대는 멍하니 제자리에 서 있었고, 죽은 늑대는 그녀의 머릿속에서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그녀는 고독한 늑대와 눈을 마주친 채 시선을 돌릴 수 없었다.
////넌 생각해 본 적 있어?//고독한 늑대가 어떻게//늑대를 잡아먹는 자를//이길 수 있었는지.///
늑대를 잡아먹는 자? 자신을 사냥하는 거대한 매를 말하는 건가?
왜... 늑대를 잡아먹는 자는 강력한 전투 능력을 갖췄기 때문에?
/아니//그 이유는//늑대를 잡아먹는 자도///무리에서 벗어났기 때문이야.//
///늑대를 잡아먹는 자는 승부수를 걸어서//혼자 너의 살점을//차지하는 걸 선택했어.///
그래서... 그것의 죽음은 정해진 운명이었던 건가...
/고독한 늑대의 죽음은///무리와 어울리는 것에///비할 수 있는 게 아니야./
너의//일부는/이미 무리에//녹아들었어.////
/그렇다면//아마도///넌 우연한/초대를//받을 자격이 있을지도 몰라.///
너//들어 올래?///
///무리에/들어갈래./
죽은 늑대의 동공이 빠르게 떨리더니, 갑자기 어린 늑대가 보는 장면이 늑대 무리를 처음 만났을 때의 모습으로 변했다.
/네가//들어가고 싶은지///생각해 본 적 있어?////
어린 늑대는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오랜 시간 강렬한 소망을 품고 있었고, 그것을 위해 자신의 배를 찢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순간 마음속의 망설임은 어디서 온 것일까?
//이리와/무리가///널/받아/줄 거야.//
어린 늑대는 앞에서 뛰노는 늑대 무리를 바라봤다. 이 장면은 분명 그녀가 상상하던 것이었다.
형제자매들과 귀를 비비고, 햇살 속에서 서로의 꼬리를 쫓아가며 놀았다.
그녀는 천천히 첫걸음을 내디뎠다.
늑대 무리가 천천히 다가오는 어린 늑대를 알아챘다.
하지만 기억과는 달리, 늑대 무리는 긴장하거나 거부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두 마리가 일어서긴 했지만, 그들은 단지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마음속에선 기쁨의 감동이 넘쳐흘렀고, 따뜻한 피가 온몸을 채우는 것 같았다.
어린 늑대는 두 걸음, 세 걸음 내디디며, 늑대 무리 쪽으로 다가갔다.
하지만, 늑대 무리에 다가갈수록 뼛속까지 파고드는 고통이 서서히 드러났다.
자기 몸이 허물을 벗는 뱀처럼 무언가 변화하고 있는 것 같았다.
어린 늑대는 자기 털을 찢을 때의 고통이 생각났다. 같았다. 그때와 같은 고통이었지만, 이번엔 그 고통이 온몸에 스며들고 있었다.
/무서워하지 마.///무리는 널 받아들일 거야.///
마침내 자신의 냄새가 동료들과 같아질 수 있는 걸까?
///맞아./
좋아.
드디어 꿈에도 그리던 것을...
냄새... 동료들의 냄새...
인간의... 냄새...
누구지? 21호? 음... 익숙한 코드네임...
누가 말하는 거야? 내 머릿속에서 말하는 사람은 누구야?
[player name]... 기억났어... 그레이 레이븐...
여기가 어디야? 대장은? 적은 어디에 있어?
무기를 든 21호는 자신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동물 같은 이합 생물에게 경고의 목소리를 냈다.
모르겠어. 21호는 갑자기 여기 있게 됐어.
너 ///지금 간섭받고 있어.//
아냐.
검은 야생 늑댄데, 방금 죽었어.
/네가 방금 말했잖아.//이쪽이/네가 원하는 거라고 말이야./
21호가 원하는 건 인간의 냄새야. 너희는 적이라고.
아니.//네가 원하는 건//// 동족////의 냄새야.//
넌 뭔데?
/////////////
대답이 없었다. 아니, 그런 대답을 인식할 수 없었다. 굳이 생각해 본다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추측이었다.
……
///네가 원하는 건///// 절대적인 동료야.//
//맞지?/
대장...? 아냐. 넌 아니야.
21호의 목에서 분노의 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것으로 21호의 몸속에서 분노가 치솟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어떤///상황에서든/////너와 연결될 거야.///
너의///완전한////존재를//품어줄게./
그런//집단이 되어/////
모든//개체들이 집단의 의지를 위해//헌신할 테다.
그가//기대하는 것처럼,//
///동족과/////밀접히//결합할 거야.
네가//기대했던 것처럼,//
///동족과/////밀접히//결합할 거야.
//네가//무엇인지//더 이상//생각할 필요 없어.
나는...
/넌 이미///고독한 개체의/죽음을 봤으니까.///
……
……
……
21호의 눈앞에서 환상적인 실루엣이 기이하게 변했다. 이미 죽은 검은 늑대가 베라로, 녹티스로, 변한 뒤에는 기억 속의 20호로 변했다.
마지막으로 그것은 21호, 자기 모습으로 왜곡돼 나타났다.
/그들이///그리고 네가////외롭게//사라지는//엔딩과/
/너희들////의//엔딩./
///자//선택해.////넌/이쪽으로//넘어올 수 있어.//
/그리고//그들도////데려올 수 있다고.//
21호는 아무런 응답도 하지 않았다. 의식의 파동이 경고처럼, 기체 안에서 심장 박동과 같이 빠르게 울려 퍼졌다.
잠시 후, 21호는 입을 열어 의지할 수 있는 그 이름을 불렀다.
[player name].
방금 그가 그러던데, 21호가 원하는 건, 인간의 냄새가 아니라 동족의 냄새라고. 사실 그 말이 맞긴 해.
21호는 모두와 같은 냄새를 갖고 싶어.
대장, 녹티스, [player name] 그리고 21호를 두려워하고, 21호가 폐기되길 바라는 사람들 말이야.
너희들은 모두 인간이잖아. 만약 나도 인간의 냄새를 가지게 된다면...
21호가 제기한 문제는 충분한 시간을 두고, 여러 권의 철학 서적을 참고하면서 세심하게 토론해야 할 정도로 복잡한 것이었다.
현재 상황에서는 이 문제에 대한 합리적인 분석을 완벽하게 뒷받침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적이 21호를 현혹해 그 상황을 이용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하지만 21호는 대장 곁으로 돌아가야 해.
고개를 든 21호는 평온하지만,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정말 [player name]의 말과 같다면, 상관없어. 21호는 인간을 관찰하면서 배울 거야.
/거절인가?///
//아니면, 그 길을 선택할 건가?//
///그렇다면,//네가/선택한 길로/나아가거라.//
/또 다른 너는///어떤 선택을 할지/곧 보게 될 테니까./
또 다른 나? 그게 무슨 뜻이지?!
윙...
답변 대신 귀를 찌르는 윙윙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중단으로 인한 스트레스 효과가 21호의 의식의 바다에서 울려 퍼졌다. 그와 동시에 지휘관의 머릿속에도 바늘로 찌르는 듯한 통증이 스쳐 지나갔다.
지휘관님. 코피가... 일단 이거 먼저 드세요. 증상이 나아질 거예요.
눈을 떴을 때, 리브가 약을 건네주고 있었다. 지휘관은 떨리는 손으로 약물을 받아 입에 털어 넣었다.
리브가 건네는 물에는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약물의 쓴맛을 이용해 신경을 자극할 필요가 있었다.
또 연결이 끊어졌나요? 너무 불안정하군요.
[player name] 지휘관님. 좀 쉬는 게 어떠세요? 어쨌든, 강제로 연결이 끊긴 뒤, 여러 번 연결을 시도하는 것 자체가 몸에 상당한 무리를 줘요.
어? 네.
알겠습니다.
21호 녀석이 또 미쳐 날뛰는 건 아니겠지? 베라는 어디 있는 거야? 왜 말리지 않은 거지?
구형의 숲이 급속도로 증식할 때, 녹티스는 보육 구역 사람들을 도와 보육 구역 근처로 접근하는 이합 생물들을 청소하고 있었다.
녹티스는 지진을 뚫고 나가 외부로 도망갔던 사람들을 데리고 온 후, 곁에서 초조하게 대기하고 있었다.
지휘관의 말을 들은 녹티스의 표정은 평소보다 몇 배는 진지했다. 그는 자신의 전술 가방을 만지작거리며, 탄약 상자 쪽으로 걸어가 압축식 폭탄을 한 움큼 채워 넣었다.
저 나무들을 산산조각 낸 뒤에 베라와 21호를 구해내면 되잖아. 이런 일은 내가 전문이지.
지휘관님. 상공을 확인하니 비행체 하나가 우리 쪽으로 날아오고 있는데, 표식을 식별한 결과 정화 부대인 것 같습니다.
근처에 추적 임무가 있는 걸까요?
베라가 전에 그러던데, 저 녀석들은 심부름꾼이라고, 베라가 윗선에 요청한 물자를 전달하러 온 걸 거야.
지휘관님. 일단 연락해서 확인해 볼까요?
정화 부대는 남서쪽에서 오고 있는데, 북쪽으로 가려면 그 구역 상공을 지나야 해요. 직접 개입하면 위험할 수도 있으니, 우리와 함께 움직이는 것도 하나의 선택지일 거예요.
게다가 정화 부대는 고급 통신 시설이 장착됐을 겁니다. 그럼, 더 안전한 방법으로 공중 정원이나 케르베로스 대원들과 연락할 수 있을 거예요.
고개를 끄덕인 리는 텐트 밖으로 나가, 곧 착륙할 정화 부대와 다음 행동 방안을 상의하기 위해 준비했다.
찬란한 금빛 햇살이 들어 올려진 문발의 틈새를 통해 텐트 안을 비췄고, 그 구석으로 저녁노을에 휩싸인 거대한 숲이 시야로 들어왔다.
눈부신 햇빛 아래, 그 거대한 숲은 웅장한 자연경관과도 같았다. 하지만, 그것을 만든 건 자연의 뛰어난 솜씨가 아니라, 인류의 운명을 갉아먹으려는 일개미들이었다.
"집단의 의지", "그것"과 21호의 대화에서도 그러한 표현이 언급됐었다.
각각 독립된 풀과 나무가 구분 없이 섞여 있었고, 각자의 뿌리를 잘라내 서로의 생명력을 빨아먹었다. 그렇게 잘린 뿌리를 대신해 서로를 이어 붙여서 전체의 형태를 이루고 있었다.
집단은 생존의 수단이었고, 개체의 경계를 유지하는 것은 서로 다른 개체와 종, 나아가 세계를 지금까지 이어지게 한 근본이었다.
그리고 자아의 존재로 인해, 단결과 희생이 소중하게 느껴지는 것이었다.
남은 망설임은 정비실에서 너의 익숙한 대원들이 풀어줄 거야. 그러니 안전하게 돌아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