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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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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8 혼돈의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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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직... 지지직...

통신 채널이 교란받고 있어요. 이상하네요. 어제까지만 해도 멀쩡했거든요.

이거 고장 난 건 아니겠지?

전용 장비함에 계속 보관되고 있었기 때문에, 고장나진 않았을 거예요.

지직... 지지직...

구조체가 계속해서 장비의 파라미터를 조정했지만, 어떤 시도를 하든 들려오는 건 간헐적인 잡음뿐이었다.

여기는 일단 제게 맡겨주세요. 당장은 별다른 방법이 없으니, 한 번 더 운을 시험해 보는 수밖에 없을 거 같아요.

진전이 있으면, 바로 보고할게.

지휘관과 녹티스에게 고개를 끄덕인 구조체는 돌아서서 조작하기 시작했다.

무관심하게 어깨를 으쓱한 녹티스는 수송기에서 따라나섰다.

으악! 지휘관님, 죄송해요. 다치지 않으셨죠?

수송기에서 내릴 때, 약물 상자를 들고 달려오는 리브와 부딪힐 뻔했다.

의무팀에 따르면, 사건 발생 직후에 그들이 부상자들을 이미 한 차례 치료했다고 해요.

하지만 방금 부상자들의 상처가 다양하게 악화하고 있음을 발견했어요. 충분한 양의 혈청을 주사했음에도 불구하고, 완화 효과가 예상만큼 효과적이지 않다고 해요.

그리고 의무팀이 부상자를 돌보다가 실수로 침식 물질이 포함된 체액에 접촉했어요. 그래서 지금 해당 약물을 가지고 가던 길이었어요.

리브는 고개를 끄덕이고, 망설임 없이 약물 상자를 들고 달려갔다.

이분이... 지휘관님?

[player name] 지휘관님. 제가 더 도울 수 있는 건 없을까요?

설렌스의 표정이 매우 진지했다.

보육 구역에 도착하기 전, 그레이 레이븐 소대와 녹티스는 보육 구역 남쪽에서 수색 작업을 하고 있던 군중과 만나게 됐다.

녹티스와 수색 작업에 참여한 구조체는 정보를 교환한 후, 수색 소대의 대원 하나가 녹티스와 그레이 레이븐 소대를 보육 구역으로 안내했다.

설렌스는 주둔지에서 발생한 일들을 이야기해 줬다. 베라와 연락해 다음 행동을 논의하려 했지만, 언제부턴가 주둔지 주위의 신호가 매우 강한 교란을 받고 있음을 발견했다.

알 수 없는 장막이 쳐진 것처럼 통신 능력이 영향을 받자, 모든 이들이 불안해하기 시작했다.

베라 대장을 찾으러 가신다면, 저희 사람들도 도울 수 있어요.

지휘관님이 맞아요. 전 그 애가 좀 걱정돼요. 만약 정말로 위험에 빠졌다면...

맞아요.

상대를 믿으면서도 걱정하는 건 상충하는 게 아니었다. 하지만 보육 구역의 지도자로서 설렌스는 더 많은 사람을 위해 침착함을 유지해야만 했다.

또 다른 문제는 저희 쪽 사람들이 방금 남쪽에서 어떤 움직임이 있다고 보고해 왔어요. 확인해 볼 수 있도록 구조체를 배정해 주실 수 있나요?

지휘관님께서 오시는 길에 몬스터를 만났다고 들었어요. 그들이 이 근처까지 돌아다닐까 봐 걱정돼요.

오? 날 보내서 베라와 삼칠을 구하게 할 줄 알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둘이 같이 막 감동의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상상하던 중이었거든.

괜찮아. 이합 생물도 베라가 내게 맡긴 일 중에 포함되어 있으니까.

녹티스는 어깨를 돌리며, 무기 가방을 든 뒤, 설렌스를 따라갔다.

베라의 부하들은 보육 구역과 다소 떨어진 곳에 있던 군용 텐트를 주둔지로 옮겼다. 그리고 리는 그 안의 기기를 빌려 획득한 정보를 더 깊이 분석하고 있었다.

여러 방법을 시도해 봤어요. 하지만 비디오 전송이 되지 않고 있고, 하급 채널은 때때로 연결이 되지 않고 있어요.

그래도 우리 소대의 자료는 지휘관님께서 부탁하신 대로 정리했어요. 지휘관님께서 추측하신 내용을 들어볼 수 있을까요?

전자 스크린에는 세 개의 원형 점이 빛나고 있었고, 이 점들은 각각의 임무 지점 근처 여과탑을 나타내고 있었다.

1과 3이라고 표시된 원형 점은 녹색으로 여과탑이 작동 중임을 나타내고 있었고, 2라고 표시된 원형 점은 회색으로 2호 임무 지점에 가장 가까운 여과탑이 중단된 상태임을 나타내고 있었다.

리가 세 개의 원형 점 중심으로 여과탑이 커버할 수 있는 각각의 범위를 그려냈다. 그러자 이번 임무의 목표 지점 3개가 각각 하나의 원 안팎에 정확히 분포하고 있음이 나타났다.

지금 우린 이 위치에 있어요.

리는 그렇게 말하며, 현재 위치한 보육 구역을 새로운 원형 점으로 표시했다.

리가 건네준 조작 단말기를 받아 다른 표시들은 모두 숨기고, 오직 임무지점 3개와 보육 구역만 남겼다.

그럴 가능성이 있죠.

여긴 아직 그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에 지휘 센터에서 이곳을 우리 임무에 포함시키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보육 구역 사람들에게 여과탑 운영 상황을 물어봐야 할까요? 아니면... 지휘관님은 여과탑과는 관계가 없다고 보시는 건가요?

지휘관은 고개를 끄덕이며 단말기 위에 놓인 손가락을 조금 움직이자, 스크린 상의 맵이 스와이프에 따라 축소되며 더 넓은 범위를 보여줬다.

잠깐만요.

리는 곧 지휘관이 생각한 바를 깨닫고 단말기를 다시 받아서 들었다.

2초 후, 더 큰 원형 점인 반이중합 탑이 빛나며 나타났다.

그러고는 반이중합 탑을 중심으로 한 정화 구역 하나가 나타났다. 이 구역은 3개의 임무 지점과 보육 구역은 모두 정화 구역의 바깥 고리 경계선에 자리 잡고 있었다.

이건... 정화 구역 바깥쪽 인접 지역에서 이합 생물의 이상 집결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걸까요?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인간이 막 반격의 나팔을 울렸을 때, 적은 더욱 치밀한 반격을 조용히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했다.

상황이 예상대로 진행된다면, 현재 인류의 큰 기대를 안고 있는 첫 번째 지구 탈환 구역은 안전한 감옥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정화 구역의 절대 안전성에 대해 다시 논의할 필요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보고합니다!!! 신, 신호를 받았습니다!

수송기 내에 발신기를 담당하는 구조체가 갑자기 텐트 안으로 뛰어 들어오면서, 문턱에 걸려 넘어질 뻔했다.

지지직... 호출... 지지직... 들리나... 지지직... 우리 쪽에... 지지직...

발신기는 간헐적으로 포착된 신호를 재생하고 있었는데, 짙은 잡음에 덮여 겨우 몇 마디 단어만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메시지를 전송할 수 없습니다. 교란이 너무 심해서 말이죠.

이 발신기는 등급이 낮은 편이고, 말씀하신 그런 기능은 더 높은 등급의 통신 장비에서만 가능합니다.

이번 임무를 준비할 때 최대한 가볍게 하라고 해서 평소에 사용하는 것 외에는 특별히 고급 장비를 신청하지 않았습니다.

이럴 줄 알았더라면...

리는 구조체의 불만에 신경 쓰지 않고 이례적으로 머리를 들어 텐트의 가로대를 바라봤다. 이에 지휘관도 리의 시선을 따라 가로대 쪽을 살펴봤다.

불만을 토로하던 구조체도 하던 말을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세 쌍의 눈길이 쏠린 곳은 텐트 가로대 표면에 있는 캡슐 모양의 수평기였다.

그때, 작은 수평기 안의 빨간색 액체가 가볍게 떨리고 있었다.

상상했던 흔들림은 오지 않았고, 몇 초 후에 수평기는 다시 원래 상태로 돌아왔다.

방금 그건... 바람이 세게 불어서 그런 건가요? 하지만 이 텐트는 군용급 방풍 수준을 가지고 있는데...

리는 텐트의 문발을 들췄지만, 텐트를 흔들 정도의 강풍은 불어오지 않았다.

생각에 잠긴 시선이 리와 마주쳤고, 다음 순간 발밑으로 충분히 인지할 수 있는 진동이 느껴졌다.

지표면이 찢어지는 듯한 흔들림과는 다르게 수많은 개미가 반대편에서 땅을 흔드는 것 같은 미세한 진동이 느껴졌다. 그리고 얼마 뒤, 마비되는 느낌이 발밑에서부터 올라와 조금씩 온몸의 피부를 덮었다.

보육 구역에서는 이곳저곳에서 의문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고, 사람들은 제자리에 멈춰서서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어떤 이유든 찾아보려고 애썼다.

의혹은 해결되지 않았고, 공포가 아직 다가오지 않은 그때, 갑자기 더욱 세찬 흔들림이 발밑에서 덮쳐왔다.

그러자 주둔지 주위의 초목들이 사각거리는 소리를 냈고, 표토층에 얕게 뿌리 내린 초목들이 찢겨나가며 연한 갈색의 뿌리들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아아아아아아!!!

지진이다! 지진이 났어!

어서 넓은 곳으로 이동해! 건물이나 텐트 근처에는 가지 말고, 괜히 물건 챙긴다고 들어가지 마!

저, 저게... 뭐지?!

수신기를 들고 있는 구조체가 과장된 궁전보 자세를 취하더니, 한 손을 뻗어 멀리 있는 곳을 가리켰다.

구조체가 가리킨 방향으로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니, 가지런한 짙은 녹색의 숲속에서 한 무리의 이색적인 나무가 솟아오르는 것이 보였다.

솟아오른 나무들이 일반 나무를 넘어서자, 곧이어 그것들의 뿌리가 따라서 녹색 숲을 넘어섰다. 그러자 그 뿌리가 땅에 닿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볼 수 있었다.

솟아오른 나무들은 훨씬 더 굵은 나뭇가지에 뿌리를 내리고 있었고, 그 굵은 나뭇가지는 더 흔들림 없는 두터운 가지로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말하자면, 이 나뭇가지들은 "동일한 나무"에서 뻗은 각각의 나뭇가지들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걸 나무라고 부를 수 없었다.

그것은 서로 얽혀있는 하나의 식물이었으며, 생물의 형태로 존재하는 혼돈이라 할 수 있었다. 겨우 나무 특유의 무늬 때문에 식물로 분류할 수 있을 정도였다.

"구형의 숲"... 왠지 모르게 머릿속엔 이 단어만 맴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