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관님. 부상자와 먼저 철수해야 하는 사람들은 모두 수송기에 탑승했어요.
지금 출발할까요?
베라 소대가 탔었던 수송기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 들것에 누워있는 사람들 외에 대부분이 아이들과 노인들이었다.
저게 멈췄어.
설렌스는 눈앞까지 부풀어 오른 구형의 숲을 가리켰다.
몇 명이 찰과상을 입긴 했지만, 가벼운 상처라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다행이에요. 정화 구역에 그 탑이 나타났을 때처럼 심하진 않았어요. 그 지진에선 찰과상이 가장 가벼운 부상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이렇게 자꾸 흔들리니까 마음이 불안해지네요.
공중 정원에서 바라본다면, 지구 표면에 갑자기 생겨난 눈에 띄는 종양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땅 위에서 올려다본다면, 얼마나 사람의 마음을 굴복시키고 공포를 느끼게 하는 거대한 물체인지를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반이중합 탑이 처음 나타났을 때와는 다르게, 그것은 닿을 수 없는 세밀한 창조물이 아닌 땅을 배신하고 탄생한 파생물에 더 가까웠다.
천인이 만든 신의 계단에 비하면, 발밑에 내린 뿌리들은 침묵 속에서 대지를 찢고, 눈앞에 솟아오른 위험으로 변했다. 그로 인해 사람들은 고요한 주변 숲에서도 두려움을 느꼈다.
다행히도, 숲의 급속한 증식은 첫 번째 증식 이후 조금씩 느려졌다는 것이다.
처음의 속도로 계속 증식했다면,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숲에 의해 삼켜졌을 것이다.
하지만 저 사악한 생명력은 멈추지 않았고, 누구나 발밑에서 가끔 느끼는 미세한 진동으로 그것을 알 수 있었다.
부상자들이 이번에 모두 철수하는데, 들것이 꽤 많은 자리를 차고 있어요. 계산해 보면, 세 번은 해야 할 거 같아요. 그리고 좀 빽빽하게 실으면 두 번이면 가능할 거예요.
전 마지막에 갈 거예요. 괜찮아요. 이번에 먼저 가는 사람 중에 믿을 만한 사람이 있어요. 사실 전 그렇게 필요한 사람이 아니거든요.
네. 당신들을 믿습니다.
말을 마친 설렌스는 단호한 걸음으로 바쁘게 일하고 있는 몇 명의 남자들에게 다가갔다.
그들은 두 번째 위험이 닥쳤을 경우,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해 지진의 영향을 받아서 위험해진 건물을 무너뜨리려고 했다.
소매를 걷어붙이고 그들 중 한 명이 되어 힘을 보태는 설렌스의 모습을 보니, 중요한 인물이 아니라고 말했던 그였지만, 마음속으로 이 지도자에 대해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휘관이 시선을 돌리자, 리가 문발을 걷고 이쪽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다. 상승하는 수송기를 마지막으로 바라본 지휘관은 빠른 걸음으로 군용 텐트 안으로 돌아갔다.
그가 이것을 찾았어요.
탁자 위에는 케르베로스 소대 전용의 원거리 연결 보조 기기가 놓여 있었다.
쓸만한 게 더 있을텐데라고 생각했다가 기억났어요!
케르베로스 소대의 구조체 원거리 연결 채널은 독립적이고, 일반 통신보다 규격이 높아서 시도해 볼 만합니다!
하지만 들리는 말로는, 그들의 지휘관 외에 아무도 케르베로스 소대와 원거리 연결을 사용하지 않았더라고 하더라고요. 연결되더라도 별로...
구조체는 "역시 전설의 그레이 레이븐 소대 지휘관님이야."라며 입을 벌려 중얼거렸다. 아마도 이런저런 소문에서 듣고 미친 구조체와 의식 연결의 고통에 몰입한 것 같았다.
그렇게 구조체는 기기 조립을 바로 끝마쳤다.
리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만약을 대비해서 제가 리브를 불러서 지휘관님을 위한 응급 약품을 준비하게 할게요.
아무도 그 새로운 기체와 원거리로 연결해 본 적이 없습니다. 그래도 하실 건가요?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건, 그 기체는 원거리 연결을 위한 조정이 아직 되어있지 않을 거예요. 연결되기 전에 여러 번의 시도가 필요할 수 있어요. 100% 장담하는데, 험난할 거예요.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세요.
자신이 아직 낯선 21호, 놀란 21호, 혼란에 빠진 21호 등 여러 가지 21호의 감정을 경험해 봤다.
다른 기체로 교체했을 뿐, 21호가 변할 일은 없을 거라 생각했다.
더 중요한 건, 현재의 위기 속에서 그녀들을 도울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지휘관은 눈을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