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메인 스토리 / 24 숲속의 기로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

24-6 헌신의 대가

>

어두운 방 안. 끈적한 기어가는 소리가 계속해서 울려 퍼졌다.

돌멩이와 철근으로 대충 쌓아 올린 "울타리" 안에는 동물과 식물을 닮은 이합 생물들이 천천히 걸어 다니고 있었다.

몸을 뻗어 가까워진 이합 생물들은 포획된 짐승처럼 서로 싸우지 않고, 오히려 "울타리" 밖으로 함께 이동하고 있었다.

"울타리" 밖 불과 한 미터도 되지 않는 곳엔 에너지를 다 소모해 작동이 멈춘 가정용 청소 로봇이 서 있었다.

이합 생물들은 그 잠들어 있는 로봇을 향해 이를 드러내며 위협했지만, 장애물인 울타리의 경계에 계속해서 부딪칠 뿐이었다.

목적 없이 이뤄지는 부딪침은 조금씩 느려졌다.

식물과 닮은 두 이합 생물이 자신의 꼭대기에 있는 "꽃봉오리"를 높이 솟구치며, 차례로 "울타리" 가장자리의 철봉을 물어뜯기 시작했다.

그 후, 기어다니는 생물처럼 보이는 세 마리의 이합 생물이 느릿느릿 "동료"의 사지를 타고 올라가려고 했다.

식물 상태의 이합 생물들은 노력 끝에 표면에 묻어 있는 점액 때문에 "동료"의 몸이 다리 역할을 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발견"했다.

가장 앞에 있는 이합 생물이 다리에 숨겨진 날카로운 칼날을 뻗어, "동료"의 몸에 깊숙이 찌를 때, 이 포식 과정은 마침내 한 단계 진화했다.

마지막으로 기어다니는 이합 생물이 "꽃봉오리"에 가까운 "가지" 위로 올라섰을 때, 그 가늘고 팽팽한 "가지"는 반복되는 발톱의 긁힘을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바로 부러져 버렸다.

그러자, 불운한 등반자와 두 마리 식물 상태의 이합 생물은 무겁게 땅으로 떨어졌고, 그 두 개의 "꽃봉오리"는 그 자리를 굳게 물고 있었다.

성공적으로 다리를 건넌 두 이합 생물은 마침내 사냥감 앞에 도착해, 조용히 서 있는 가정용 로봇을 맹렬히 공격하기 시작했다.

본 네거트 님. 혹사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그레이 레이븐이... 떠났습니다. 본 네거트 님

하지만 그들은 "눈"을 남겼고, 제가 괴물에게 그것을 제거하도록 부탁했어요.

그 외의 모든 것이 본·네거트 님께서 예상하신 대로 됐고, 말씀하신 "화물"은 종이학 안에 준비해 놨습니다.

그게 필요하지 않더라도, 이미 충분한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 같군.

네. 027호 도시에서도 집단행동이 나타났습니다.

이런 현상이 관찰된 이상, 다음은 크틸라와 관련된 계획을 우선 수행하는 게 좋겠군.

네.

네가 원한다면, 그 괴물도 이 계획에 참여시켜도 돼.

혹사는 곁에 있는 이에게 시선을 던졌지만, 상대는 고개를 숙인 채 한겨울 밤처럼 조용하게 있었다.

어쩌면... 그때 그와 우연히 만난 건, 이 미래로 오기 위한 분기점이었을지도 모르겠네요.

크틸라와 관련된 계획은 저와 하이디에게는 큰 위안이 되지만... 본 네거트 님께는 최선의 선택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정말로 이 예비 계획을 수행하실 건가요?

목적을 달성하기엔 충분하기 때문에 예비 계획으로 수행할 수 있다. 그건 걱정하지 마.

그렇다면, 전 앞으로 어떤 일을 해야 할지 알 것 같네요. 그녀가 정말로 본 네거트 님께서 필요로 하시는 "열쇠"를 낳을 수 있기를 바라요.

본·네거트 님, 계속 저것들을 관찰하실 생각이신가요?

하이디는 사냥감에 계속해서 공격하는 이합 생물을 가리켰다.

처리해 버려. 더 이상 의심할 필요 없어.

현재 일부 샘플에서만 "협력" 행위가 나타났습니다.

그 가능성을 증명하기엔 충분해.

그들이 지구의 생물과 더 닮을 수 있도록 도와줘. 그렇게 하면 승격자나 인류가 이합 생물을 더 쉽게 이해하고 조종할 수 있을 거야.

너도 이제 크틸라과 관련된 것들에 대한 준비를 시작해야 해.

네.

본·네거트는 한쪽 날개를 가진 소녀를 바라보며, 그녀가 더 이상 질문이 없는지 확인하는 듯했다.

전 혹사가 방금 말한 것처럼, 크틸라 계획이 본·네거트 님께 최선의 선택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건 크틸라 계획이 살아남은 사람들로 하여금 "원래의 모습"을 잃게 하기 때문이지. 하지만 이 상태로 계속 가다간 제어 불가로 인한 위험이 훨씬 더 커지게 될 거야.

……

저 탑의 상태로 봤을 때, 인류는 우리보다 먼저 "열쇠"를 발견했지만, 이후 통제할 수 없게 됐어.

개입하지 않는다면, 퍼니싱의 비정상적인 집결은 무질서한 이합 생물의 더 많은 탄생을 촉진하게 될 거야.

카퍼필드 해양 박물관에 혹사가 남긴 실험 품 "숙체"처럼, 적조가 자연적으로 조합해 낸 생물체는 예측하고 제어하기 어렵지.

제어 불가 상태가 되기 전에, 그들을 지구에 존재하는 생물의 법칙 안에 가두는 것이 우리와 인류에게 더 유리할 거야.

너도 가거라. 마침내 네 소원도 이루어지게 될 것이다.

알겠습니다. 본·네거트 님.

야야야! 이쪽이야. 이쪽! 다들 여기로 와서 제대로 서!

쾅...

외모가 험악한 남성의 뒤로 네다섯 마리의 이합 생물이 뒤따랐다. 그들을 정해진 장소로 유인한 후, 건장한 구조체가 강력한 직선 펀치를 날려 그들을 모두 몇 미터 뒤로 물러나게 했다.

그리고 이합 생물들이 자세를 다시 잡기도 전에, 미리 설치된 폭발과 불빛에 의해 완전히 삼켜졌다.

녹티스! 너무 가까워요!

뭐라고...

폭발이요! 지휘관님과 너무 가깝습니다!

음? 이 시간이면 삼칠이 베라를 업고 세 번은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시간 아닌가?!

구조체의 내구력으로 판단하지 마세요. 폭발로 날아가는 돌조각이 사람에겐 치명적일 수도 있어요!

그런데 저 녀석, 동력 갑옷을 입고 있잖아?

그, 그래도! 녹티스, 폭발하기 전 최소한 3초를 세서 지휘관님에게 준비할 시간을 주세요!

오! 알겠어. 다음에 내가... 어? 하나!

쾅... 쾅....

쳇. 셋부터 하나까지 세라고 한 거잖아요. 마음에 드는 숫자 하나 고르라고 한 게 아니라고요!

하하하, 바보 같으니! 내가 좋아하는 숫자가 하나일 리가 없잖아!

……

방금 그건 사전에 준비해 둔 거라서 세지 않았어. 다음엔 꼭 숫자를 센 뒤에 할게!

지휘관님, 괜찮으세요?

화약 냄새로 가득 찬 공기가 격렬한 호흡을 따라 폐 속에 들어왔다. 이것이 동력 외갑의 필터링을 거친 공기라는 생각을 하니 이마에서 무의식적으로 식은땀이 흘렀다.

케르베로스의 행동 스타일은 집행 부대 내에서 유명했지만, 이번 작전 방식은 단순히 "투박"이라는 두 글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녹티스의 지원 덕분에 소대는 027호 도시를 떠난 후 반 시간만에 많은 적을 따돌릴 수 있었다.

케르베로스가 주둔하는 보육 구역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산발적으로 적들이 나타났었지만, 구조체 셋의 화력 앞에 이합 생물들은 큰 위협이 되지 못했다.

어제 잠을 못 자서 그런가? 왜 평소보다 별것도 아닌 것들이 전보다 성가신 거 같지?

착각이 아니에요. 실제로 그들의 전투력이 향상됐어요.

케르베로스 소대가 임무 중에 만난 적들도 이와 같은 상황이었나요?

아니! 그래서 오늘 터지는 폭발들이 평소만큼 강하지 않은 게, 내가 어젯밤에 잠을 설쳐서 그런 게 아닌가 싶어!

……

그런 것 같아. 하지만 싸움을 시작하기도 전에 베라가 보육 구역 사람들 때문에 벌써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야.

내가 어떻게 알아? 하지만 베라가 누굴 패라고 아직 시키지 않은 거 보니 아마도 괜찮은 거겠지.

*, 잠깐! 이런 얘기를 외부인한테 해도 되는 건가? 됐어. 누가 물으면 삼칠이가 바보 같은 소리를 했다고 둘러댈 거야.

정말이야? 넌 꽤 괜찮은 사람이야!

우리의 진행 좌표를 접선하러 오는 수송기에 전송했어요. 접선 시간을 미룰까요?

폭발과 총소리의 빈도가 조금씩 줄어드는 게 느껴질 때쯤, 뒤쫓아오던 적들은 한 명도 남김없이 깨끗이 제압됐다.

"꼬리"들은 다 잘랐으니, 이제 너희들 데리고 주둔지에 가서 일 좀 해야겠다.

여기서 잠깐 기다려. 내가 숨겨진 지름길을 아는데, 먼저 방향을 확인하고 올게.

튼튼한 구조체는 큰길에서 무릎 높이의 관목 숲속으로 한 번에 돌격해 뛰어 들어갔다.

지휘관님. 뭔가 발견하신 건가요?

혹시 1호 좌표 지점과 2호 좌표 지점에서 발견된 이합 생물의 시체 더미가 대규모 자살로 인한 결과라고 의심하시는 건가요?

지금까지 적들 사이에서 대규모 자살 행위가 있었다는 소식은 들은 적이 없어요. 만약 그렇다면, 그들은 무엇을 위해 그런 일을 한 걸까요?

왜냐하면 생존 본능은 지구 생물의 유전자에 새겨진 기본 욕구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감정의 실을 만들어내 개체들 사이에 그물망을 이루고, 모든 생명이 "살아있음"의 유혹을 느끼게 했다.

움직이는 눈은 사랑하는 이의 모습을 볼 수 있게 해줬다.

숨 쉴 수 있는 코는 음식의 향기를 맡을 수 있게 해줬다.

흔들 수 있는 팔은 다른 두 손의 온기를 느낄 수 있게 해줬다.

"살아 있음"으로 생명이 주는 감정을 경험할 기회가 있기에, 생물들은 생존을 위해 싸웠다.

그리고 바로 그런 이유로 다른 이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 개체들을 우린 영웅이라 부르며, 그들의 행위를 기억했다.

이렇게 기념비처럼 여겨지는 그들의 모습을 기억했고, 죽음과 모든 것을 잃는 것에 대한 공포를 안고 본성에 반하는 행위로 다른 가치를 얻어냈다.

하지만 이합 생물은 순수한 공격 욕망의 매개체로서, 그들은 개체 가치와 죽음에 대한 공포에 구애받지 않았다.

그들에게 있어서 집단의 전략 목표가 필요한 상황이라면, 자신을 희생해 목적을 이루는 다리가 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

이것은 본래 무질서하고 분산되어 있던 적들이 규율 있고 단호한 결단을 내리는 부대로 진화했음을 의미했다.

그동안 인간은 인성과 지능을 바탕으로 휘몰아치는 재난 속에서 생존의 답을 찾아왔다.

그런데 이제 막 생존 전투에서 반격의 나팔을 울린 우리가 다시 한번 길고 긴 추운 밤으로 들어서야 하는 걸까?

말 나온 김에 카메라 로봇이 손상됐어요.

우리가 떠난 뒤, 그 근처의 이합 생물들이 한쪽으로 천천히 이동하는 것만 볼 수 있었어요. 그러다 갑자기 카메라 로봇이 손상됐어요.

특정 이합 생물이 카메라 로봇을 눈치채고 바로 파괴했다면, 이런 판단과 행동은 너무도 빠르고 정확한 거예요.

야, 그레이 레이븐! 여기 이쪽이야!

나무 위에서 도약한 녹티스는 무성한 식물을 밟으며 내려왔다.

녹티스 님. 이 풀밭을 건너가야 하나요?

그래. 길이 잘 안 보이지? 숨겨진 지름길이라고 했잖아.

어쨌든 나만 따라오면 돼.

그렇게 말한 녹티스는 푸른 자연의 카펫 위를 당당하게 걸어 나갔다.

가시죠. 지휘관님께서는 리브 뒤를 따라가시고, 제가 마지막에 갈게요.

리는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잔디밭 건너편에선 무기를 든 인간과 구조체들이 민첩하게 초목을 헤집으며 수색 길을 열고 있었다.

풀밭을 가로지르는 사람들이 곧 이곳에서 만날게 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