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메인 스토리 / 24 숲속의 기로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

24-3 다른 의지로 쌓은 성

>

027호 도시

그레이 레이븐 소대 세 번째 임무 지점.

펑, 펑.

전방 60미터 지점에서 우회전하시면, 왼쪽에 내부 도로가 있는데 그곳을 통해 건물 사이를 통과할 수 있습니다!

접수 완료!

지휘관님, 이쪽입니다!

탕, 탕, 탕

지휘관과 두 대원은 파괴된 옆문으로 차례로 들어섰고, 그들 뒤로는 붉은 진흙탕이 넘실대면서 거의 발목까지 찰싹대고 있었다.

리브는 앞장서 환경 데이터를 감시하는 동시에 간헐적으로 나타나는 장애물들을 처리했다.

지휘관은 리브와 리 사이의 가장 안전한 위치에서 이동하고 있었다.

리의 총소리가 뒤에서 울렸고, 적들과 마주친 이후로 한순간도 멈춘 적이 없었다. 특화 기체는 퍼니싱에 면역되지만, 기체의 손상과 의식적인 피로는 면할 수 없었다.

철로 만들어진 녹슨 계단이 무거운 발걸음에 급하게 짓밟히며 귀에 거슬리는 소리를 냈다.

곧이어 철제 계단의 신음은 더욱 마음을 뒤흔드는 소리에 묻혔다. 그리고 이합 생물들이 앞다퉈 계단을 올라가자, 순식간에 진홍빛으로 길이 물들었다.

명령이 떨어지기 바쁘게 리는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복합 무장을 총 형태로 전환했고, 계단의 부하 지점을 정확하게 겨냥한 뒤에 몇 발을 발사했다.

쾅!!!

흔들리고 있던 계단이 그 위에 붙어 있던 이합 생물과 함께 바닥으로 추락했다.

미친 듯이 달리던 발걸음을 멈추고 몇 차례의 숨을 고른 뒤에야, 가슴속에서 쿵쾅거리던 심장을 조금이나마 진정시킬 수 있었다.

이 층을 스캔했는데 일단 건물 내부엔 이합 생물이 더 없는 모양입니다. 하지만 방금 우리가 만났던 이합 생물들은 이 구역 최대 이합 생물 집단이고, 지금도 우리 발밑에 있습니다.

우리가 이동하면서 단독 행동하던 적을 많이 끌어들였으니, 현재 상대할 머릿수는 처음 정찰할 때보단 20%에서 30% 정도 더 많아졌을 거라고 예측됩니다.

계단이 끊어진 곳에 선 리는 발밑에서 무의미한 움직임을 보이는 이합 생물들을 내려다봤다.

"추격 대상이 위층에 있다"라는 인상이 남아서 그런지, 이합 생물들은 모두 꿈틀거리며 위층으로 움직이려고 했다. 다행인 건 그들에게 더 이상 기어오를 수 있는 도구는 없었다.

우리의 탄약 비축분으로 저 이합 생물들을 어떻게든 정리할 수는 있겠지만, 다음 보급 지점에 도달하기 전까지 같은 규모의 이합 생물을 다시 만나지 않을 거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알겠습니다.

후...

리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임무가 힘들다고 불평하는 타입은 아니었기에, 지휘관은 다른 무언가가 리를 괴롭힌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루시아 쪽은 괜찮을까요?

리가 그렇게 묻자, 리브도 고개를 숙였다. 이 길을 통과하면서 리와 리브는 여러 번 묻고 싶었지만 적절한 시기를 찾지 못했다.

루시아가 공중 정원으로 돌아온 후, 각종 조사를 받는 건 일상이 돼버렸다.

초기 논의를 거친 후, 루시아는 "스스로 승격자와 몰래 접촉했다."는 위험한 행동 때문에 24시간 멈추지 않는 의식의 바다 감시 상태에 일시적으로 처하게 됐다.

과학 이사회가 책임지고, 감사원의 감독하에, 루시아가 "승격자와 접촉했을 때"의 기억 데이터를 조사한 뒤, 여러 기관으로 보고서를 동기화했다.

겉으론 단순한 조사와 데이터 수집이었지만, 이 감시 수단이 언제 끝날지에 대해선 단기간에 결론이 나질 않을 것 같았다.

지휘관은 "선량한 감시"를 경험한 적이 있어서, 그것이 전투만큼이나 가볍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건, 그 사람이 과학 이사회에 있어 몰래 조율해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지휘관이 아시모프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잠시 머뭇거리던 아시모프는 조금은 차가운 손으로 지휘관과 악수했다.

리의 질문에 답하기 전에, 단말기가 시간에 맞춰 과학 이사회로부터 온 메일을 받았다.

지휘관은 리와 리브 쪽으로 단말기를 돌려서, 그들도 스크린에 뜬 내용을 분명히 볼 수 있게 했다.

메일 내용은 초각 기체 실험 중 의식의 바다 과부하 부분에 대한 기록이 들어있었고, 거기엔 좀 더 자세한 주석과 분석이 담겨 있었다.

이거는...

리의...

잠시 당황한 리는 어떤 동의를 구하듯 지휘관을 쳐다봤다.

단말기의 투영 키보드를 불러내, 리가 조작하기 편한 위치에 투사했다. 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즉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30초 뒤, 추가된 "초각 기체 의식의 바다에 관한 주석과 분석"이 추출되면서 재배열됐다. 그리고 새로운 텍스트 메일로 변했다.

[번호 006]

[오늘은 단순한 정례 검사였다. 그리고 그녀는 약간 피곤할 뿐, 다른 문제는 없어 보였다.]

[어젯밤 쿠로노가 공개 보고서의 몇 가지 결과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지만,

통제할 수 있는 범위 내라 걱정하지 않아도 됐다.]

[감사원이 오늘 아침에 일부 데이터의 재분석 요구를 전달해 왔다. 인력 부족을 이유로 명확한 사유를 요구했지만,

아직 답변이 없다.]

[구체적인 의도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주의가 필요할 거 같다.]

"다른 문제는 없어 보였다." 루시아를 말하는 거겠죠?

그가 있으면 확실히 우리도 마음을 놓을 수 있겠네요. 하지만 언제부터...

리는 메일 발신인이 누군지 짐작해낸 눈치였다. 아무래도 초각 기체와 이중합 탑 사건에서도 리에게 많은 편의를 제공했기 때문인 것 같았다.

지휘관님, 사과할 필요 없잖아요. 지휘관님은 항상 저희를 많이 고려해 줬으니까요.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굳이 이 일을 언급할 필요도 없으셨겠죠.

어쨌든 루시아만 괜찮으면 돼요. 하지만...

리브는 "감시"라는 명목으로 전에 벌어졌던 일이 떠올랐는지, 표정이 조금씩 굳어졌다.

리브와 리에게 위로의 말을 하려는 순간, 어떤 가벼운 노이즈가 들리는 것 같았다.

눈을 감고 주의를 집중해서 2초간 들었다. 적막 속에서, 철제품을 천천히 늘리거나 비트는 것 같은 미묘한 소리 조용히 귀를 파고들었다.

고개를 들어 이 상황을 말하려는 순간, 이미 일어난 리브는 환경을 다시 스캔하기 시작했고, 리는 무기를 들고 방금 부러진 계단을 내려다봤다.

적이 또 한 차례 공격을 하진 않았습니다. 주된 위협은 아직 발 아래에 있습니다.

이합 생물이 부러진 계단을 기어오르려고 시도하는 겁니다.

파괴된 계단은 지휘관이 있는 2층과 완전히 분리된 상태였다. 지능이 없는 이합 생물들은 물론이고, 구조체들조차도 끊어진 계단을 이용해 올라가려면 상당한 수고가 필요했다.

이미 끊어진 계단은 완전히 파괴되어서 날카롭고 찢어진 지지재료들이 튀어나와 있었고, 발 디딜 수 있는 곳은 한 손으로 꼽을 수 있는 정도였다.

계단은 기울어진 각도로 모래와 돌 위에 무너져 내려, 겨우 발을 딛을 수 있는 곳도 오르기 어려운 경사면이 됐다.

2층에 오르고자 하는 이성을 가진 사람이라면, 다른 길을 찾거나 다른 등반 도구를 이용해야 했다. 하지만 이합 생물들은 그 시간 동안 부서진 계단을 계속해서 오르려고 시도했다.

그제야 지휘관은 계단에서 이상한 소음이 들려온다는 것을 알아챘다.

그 철제품을 천천히 늘리거나 비트는 것 같은 미묘한 소리는 이합 생물들이 계단 잔해 위를 기어오르는 소리였다.

잠깐만요. 저 이합 생물, 저건...

리브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방향을 살펴보니, 이합 생물 하나가 조금씩 몸을 옮겨 계단 중간에 드러난 날카로운 뼈대 쪽으로 이동하는 것이 보였다.

그 이합 생물에서 가장 부드러워 보이는 "배" 부분이 바늘 끝 같은 재료에 닿았지만, 이합 생물의 움직임은 멈추지 않았다.

이합 생물의 "배" 부분이 찔릴 때, 지휘관의 머릿속에서는 저절로 "푹"하는 소리가 연상됐다.

이합 생물의 움직임은 상처로 인해 조금씩 느려졌지만 멈추지는 않았다. 그리고 이합 생물의 "배" 부분에서 흘러나온 액체는 건물 잔해를 따라 천천히 흘러내리며, 더 많은 이합 생물의 발아래에 길게 흐르는 강을 이뤘다.

이합 생물이 움직임을 멈춘 순간, 다른 이합 생물이 그것의 사체를 밟고 더 높은 계단을 향해 헌신적인 "길을 만들기" 행동을 시작했다.

원래 오를 데 없던 계단은 "동포"가 쌓아 올린 시체 덕분에 새로운 발판이 생겼다.

지휘관이 앞서 들었던 소리는 계단을 오르는 이합 생물들이 늘어나면서, 손상된 건축 재료가 무게를 이기지 못해 변형되는 소리였다.

불길한 예감이 스멀스멀 피어오르면서, 왠지 모르게 바벨탑의 이야기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하지만 지금의 지휘관은 바벨탑을 서둘러 무너뜨리려는 신의 입장이 됐다.

알겠습니다.

철수 경로를 계산 중이고, 약 30초 정도가 필요합니다!

30분 후.

스캔 완료했어요. 일단 위험한 상황은 없어요. 하지만 여긴 지형적인 이점이 없어서 계속 스캔을 진행해 갑작스러운 상황에 대비하도록 할게요.

아니에요.

고작 도로 위의 몇 마리 정도를 처치하는 건 별로 힘들지 않았습니다.

오늘은 계속 쓰지 않던 복합 무장의 소음기도 사용했네요. 꽤 괜찮았어요. 최적화 제안 몇 가지가 있는데, 돌아간 후 신청서로 작성해서 보내드릴게요.

다음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네! 잠시만요...

리브는 능숙하게 조작하면서, 크고 작은 정보들을 한눈에 볼 수 있으면서도 서로 방해되지 않게 배열을 조정했다.

수집한 임무 좌표는 총 3개예요. 우리는 위도 내림차순으로 조사를 진행해 왔고, 현재 2개를 완료했으며, 지금은 3번째 좌표 지점에 있어요.

1호 좌표 지점은 여과탑 적용 범위 바깥 16km 지점에 있으며, 눈에 띄는 현상은 지역 식물이 급속하게 죽어가고 있고, 토양의 퍼니싱 농도가 심각하게 초과한 상태예요.

정상적인 상황에서 여과탑 적용 범위는 이론적으로 공개된 유효 범위보다 좀 더 넓어요. 작용 범위 외에 "반 적용 범위"라 불리는 그렇게 효과적이지 않은 구역이 있어요.

제가 1호 좌표 지점에서 가장 가까운 여과탑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어요. "반 적용 범위"에서 그런 퍼니싱 농도가 나타나는 건 이례적인 거예요.

맞아요. 거기에 있는 이합 생물의 힘은 우리가 평소에 싸우는 것들보다 더 까다로워요.

추가적인 퍼니싱의 양분을 공급받은 거 같아요. 하지만 이런 "양분"은 어디서 온 걸까요?

최근 그 근처엔 퍼니싱 변동을 일으킬 만한 사건이 발생한 적이 없어요.

2호 좌표 지점은 원래 46호 대형 보육 구역 남서쪽 5킬로미터 지점에 있었어요. 여과탑의 유효 적용 범위 내에 있긴 했지만, 해당 여과탑은 이미 사용 중지된 상태였죠.

우리가 도착했을 때의 퍼니싱 농도가 가장 높은 지점은 보육 구역 남서쪽 7킬로미터 지점으로 이동해 있었어요.

그리고 보육 구역 남서쪽 7킬로미터 지점에서 대략 96제곱미터 정도의 이합 생물 사체 더미를 발견할 수 있었어요.

관측을 통해, 이합 생물 사체 중 일부가 이미 토양 속으로 분해되어 들어갔다고 추측돼요.

다행히 46호 대형 보육 구역은 반이중합 탑과 거리가 가까워서 주민들은 최우선 이주 대상자로 선정돼서 정화 구역으로 이동했어요.

그래서 이합 생물들이 대거 나타났을 때 인명 피해는 없었어요.

다수의 이합 생물이 모두 한곳에 죽어서 토양 속으로 분해됐다는 건가요?

확실히 이렇게 생각하는 게 합리적이긴 하네요.

그럼, 1호 좌표 지점이 2호 좌표 지점보다 한 단계 빠르게 진행됐기 때문에 우리가 1호 좌표 지점에서 분해되지 않은 이합 생물 사체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게 조건이 되겠네요.

그렇게 이합 생물의 사체들이 모두 스며들게 되면서, 토양의 퍼니싱 수치가 그렇게 높아지게 된 거죠.

뭐죠?

리와 리브는 잠깐 멈칫했다. 그리고 모든 소대원은 골똘히 생각에 빠졌다.

혹시, 새로운 승격자가 한 짓일까요?

그럼, 우리가 지금 서 있는 이 목표 지점의 상황을 정리해 볼게요.

3호 목표 지점은 027호 도시 폐허로, 원래 보육 구역 건설 용지로 계획되어 있었기 때문에 여과탑의 유효 범위 안에 자리 잡고 있어요.

6개월 전의 지진으로 통로가 파괴됐는데, 수리가 이루어지지 않아서 027호 도시의 보육 구역 건설은 무기한 중단된 상태예요.

이 지역 난민들은 대부분 여과탑이 적용되고 있는 반대편 구역에 거주하고 있으며, 그곳엔 몇 개의 소규모 보육 구역이 있어요.

여과탑 점검 결과, 과부하 상태이긴 하지만,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어요.

우리가 받은 임무 정보에 따르면, 지상에서 회수된 데이터 안에는 이곳에 다량의 이합 생물이 있다는 언급은 없었다고 해요.

3호 좌표 지점은 1호와 2호 좌표 지점과 비슷하지만, 진행 속도가 느린 동일한 사건일까요?

그 말은 곧 무언가가 여기로 와서 모든 이합 생물을 죽이고 같은 시체 더미를 만들 수도 있다는 거군요?

수치로만 본다면, 여과탑의 존재를 전혀 확인할 수 없어요.

그렇다는 건, 여기 이합 생물은 여과탑에 더 높은 저항성을 가지고 있다는 뜻일까요?

여과탑이라는 변수가 일관되지 않는다면, 방금 했던 추론은 더 이상 설득력을 가지지 못했다.

또는 이 3개의 목표 지점에서 나타난 이상 현상들은 일정한 규칙을 따르지 않는다는 건가요?

지금 추론할 수 있는 공통점이라곤, 모두 어떤 이유로 인해 많은 수의 강도 높은 이합 생물이 나타났거나 나타났었다는 거예요.

그것들이 나타난 원인의 실마리를 찾을 수만 있다면, 더 많은 추론을 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길 거예요.

토론은 다시 교착상태에 빠졌다. 머릿속으로 놓친 세부 사항들이 있는지 더듬어 보려 할 때, 리브가 갑자기 모든 투영을 종료했다.

상황이 좋지 않아요. 지휘관님. 이합 생물들이 우리 쪽으로 오고 있어요. 빨리 움직여야 해요.

바로 돌아가는 건가요? 그럼, 이합 생물들을 모두 없앨 수 있는 그 적은 어떻게 처리하죠?

네. 잠시만요.

리는 자기 가방에서 탄창처럼 생긴 작은 물건을 꺼내 복합 무장에 장착한 후, 건물 최상층을 향해 한 발을 사격했다.

발사된 내용물은 총알처럼 빠르게 날아가는 것이 아니라, 갈고리가 던져지듯 상대적으로 느린 속도로 포물선을 공중에 그렸다.

소형 원격 조종 카메라 로봇인데, 여기에 두고 관측할 수 있는 "눈"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대충 만든 거라, 강력한 적이 나타난다면 충격을 견디지 못할 거예요. 그래도 없는 것보단 낫겠죠.

지휘관님. 접선하기로 한 소대에서 회신이 왔어요. 안전상의 이유로 수송기가 약속한 장소로 이동하지 못한다고 해요. 어쩔 수 없이 목표 지점에서 조금 벗어나야 할 거 같아요!

잠시만요. 찾았어요! 우선 남쪽으로 전진하면 될 거 같아요. 그 방향엔 중형 보육 구역이 있고, 공중 정원의 임무 부대도 있어요!

우선 그쪽에 지원을 요청하는 게 좋겠어요. 현재의 화력으로 적을 따돌리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야 해요. 그것들을 보육 구역으로 끌고 가선 안 돼요!

알겠어요! 부대 담당자는... 케르베로스 소대의 베라예요! 관련 내용을 발송했어요!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