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녹티스"라는 애 말인데... 정말 그렇게 나쁜 애야?
응, 녹티스는 게으른 말썽꾸러기거든.
매번 녹티스가 대장의 성질을 건드리면, 21호가 뒤처리를 해.
뒤처리? 그러니까 그애 대신 문제를 해결해 준다는 거야?
음. 뒤처리.
눈을 가늘게 뜬 21호는 녹티스에 대한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보조 기계는 21호가 언급한 비난 대상을 때리는 걸 도와주고 싶은 듯, 두 개의 연동 발을 들어 올렸다.
근데 대장이 많이 감싸주는 편이야, 매번...
야, 넌 왜 이 시간에 돌아오는 거야! 설렌스 대장님이 오늘 일찍 준비하라고 말했잖아!
캐논의 표정은 변하지 않았지만, 21호는 그녀의 따뜻했던 분위기가 순간 차가워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경계의 숲에서 돌아오려면, 이 정도 시간은 걸려.
말도 안 돼. 내가 전에 해봤는데, 경계의 숲에서 걸어서 오면, 정확히 15분이면 도착할 수 있어. 왜 매번 시간을 일부러 끄는 거야?
난 시간을 끈 적 없어.
평소엔 그렇다 치고, 설렌스 대장님과 다른 사람들이 너한테 그렇게 잘해주는데, 꼭 오늘까지도 이렇게 게을러야겠어?
남자아이가 언성을 높이자, 멀리 텐트 옆에서 짐을 정리하던 두 사람이 이쪽 상황을 주시하다가 일어나 다가왔다.
캐논이 돌아왔구나.
친근한 노인과 마른 체형의 중년이었다. 노인은 캐논에게 다정하게 인사를 했고, 중년은 21호를 뚫어져라 훑어봤다.
네. 웬디 아주머니.
웬디 할머니, 그러시면 안 돼요!
노인은 소년의 어깨를 툭 치며 말하지 말라는 듯한 제스처를 했다. 입을 삐죽거린 소년은 말하지 않았지만, 불편한 마음을 눈빛으로 드러내고 있었다.
캐논아, 이 아이는 솔직해서 그렇지. 나쁜 애는 아니란다.
네.
이쪽은 네 친구니? 환영한다. 오... 기억났어. 하늘에서 온 부대와 함께 있었던 거 같은데. 맞지? 홀트.
맞아. 전에 그 빨간 머리대장 옆에서 그녀를 본 적이 있어.
그럼, 어색해하지 말고 같이 들어오렴. 꼬마 아가씨도 우릴 보호하기 위해 여기 온 걸 알고 있단다.
오늘은 우리 보육 구역의 기념일이거든, 설렌스가 우리 모두를 이끌고 협력단을 만든 뒤, 자립의 길을 걷기로 한 걸 기념하는 날이란다.
곧 시작할 텐데, 분위기가 무척 뜨거워질 거야. 저기 보렴. 나랑 홀트는 텐트에 장식할 전구를 정리하고 있었어.
흥, 설렌스 대장이 왜 그렇게 그녀를 봐주는지 이해할 수 없어요.
자, 오늘은 즐거운 날이니까 싸우는 건 금지다.
셀렌스가 우리 앞에서 캐논이 바람 소릴 잘 듣는다고 칭찬했다고 서운해서 그러는 거니?
캐논도 우리를 도우려고 그러는 거잖니. 우린 함께 의존하면서 살아가는 사이잖아, 이런 식으로 분풀이를 하지 말렴. 리린, 넌 아직 어려서 그렇지 나중엔 너도 더 대단해질 수 있다고.
그런 게 아니에요! 전 캐논이 우리와 같은 편으로 보이지 않는단 말이에요! 꼭 물자 배급받을 때만 나타나고, 바람을 듣거나 정찰하는 것 외엔 아무것도 안 하잖아요. 그리고 누가 말을 걸면 대꾸하지도 않아요.
부탁하면 조건부터 따지고, 주둔지 안에서 캐논 말고 누가 저렇게 계산적이죠? 완전 흡혈귀라니까요!
가끔 알아듣지도 못하는 이상한 말로 중얼거리기도 하고, 정말 수상한 사람이라고요!
게다가 샤란 누나가 정찰을 나가지 않았더라면, 요 며칠 동안 캐논이 샤란 누나를 대신할 일도 없었을 것이고, 샤란 누나가 더 많은 물자를 받았을 거잖아요!
리린!
미소 짓던 노인의 얼굴이 "샤란"이라는 이름을 들은 후, 서서히 어두워졌다.
홀트라고 불리는 남자가 낮은 목소리로 리린을 꾸짖었고, 소년도 자신이 무언가 잘못 말했다는 걸 깨닫고 고분고분 입을 다물었다.
웬디 할머니, 저... 맞다. 그리고 너! 너희 부대는 우리를 도우러 왔잖아? 왜 아직도 실종된 사람들을 못 찾는 거지?
왜 아직도 넌 그 흡혈귀와 어울리고 있어? 어서 샤란 누나를 찾으러 가란 말이야!!
리린은 21호에게 질문했다. 하지만 자신이 던진 문제에 대한 답을 여기선 얻을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어서, 소년의 목소리는 방금 전처럼 크지 않았다.
너희들, 어서 들어가. 곧 저녁 식사가 시작될 거야.
홀트에게 고개를 끄덕인 캐논은 21호를 끌고 빠르게 자리를 떠났다.
뒤를 돌아본 21호는 백발의 노인이 홀트 품에 안기어 어깨가 살짝 떨리는 것을 봤다.
미안해. 21호.
음? 왜 사과하는 거야?
괜히 나 때문에 제대로 된 대우를 못 받았잖아. 그건 내 책임이지.
음... 그래? 21호에게 적대감을 보였던 사람은... 아주 많아. 꼭 너 때문만은 아닐 거야.
네가 가진 냄새가 그들과 달라서 그러는 걸 거야.
나도 이곳 사람들과 다르다 보니, 그들이 날 "괴물"로 여기는 것처럼 말이야.
동물들은 냄새가 같은 개체를 자신의 종으로 식별하고, 마찬가지로 자신을 불안하게 하는 만드는 것을 본능적으로 배척해.
그리고 인간이라는 동물은... 말과 행동으로 어느 정도 감출 순 있지만, 느낌은 거짓말을 하지 않아.
그래서 네가 나와 함께 서 있으니, 리린이 널 "괴물" 동족으로 보고 너에게도 적대감을 드러낸 거야.
다행히도 너의 모습을 본 리린은 네 신분을 어느 정도 짐작했기 때문에 더 심한 말을 하지 않았던 거 같아.
싫어하는 사람과 함께 있으면, 몸에도 싫은 냄새가 배나?
그렇다면 21호가 대장과 녹티스랑 같이 서 있을 때, 다른 사람들도 대장과 녹티스를 싫어하게 될까?
케르베로스 소대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대장하고 녹티스를 망가뜨리고 싶어 할까?
21호는 자신의 의식의 바다가 다시 파도를 일으키기 시작한 것을 느꼈다. 하지만 그전에, 목에 찌릿한 통증이 느껴지면서 뇌 속의 파도가 통증 때문에 진정됐다.
……
왜 그래? 괜찮아?
야! 시작했다. 시작했어! 빨리 와!
이렇게나 빨리? 아직 하던 일이 끝나지 않았는데! 어이, 기다려봐!
21호가 대답하기도 전에 주위는 이미 소란스러워졌다. 모두 바쁘게 움직이는 다른 친구들과 동료들을 불렀고, 군중들은 빠르게 주둔지 중앙의 가장 큰 텐트로 모여들었다.
21호. 급하지 않다면, 내가 물자를 좀 가져온 뒤에 널 밖으로 데려다줘도 될까?
내가 직접 가서 가져오지 않는다면, 쓸만한 것들은 가져오지 못할 거야.
캐논은 곤란한 표정으로 21호에게 의견을 물었다. 21호가 고개를 끄덕이자, 캐논은 21호의 기체에 이상이 없는지 다시 한번 확인했다. 그런 뒤 캐논과 21호는 인파의 소용돌이 속으로 함께 빨려 들어갔다.
강화된 대형 텐트 안은 사람들로 붐볐고, 대부분의 사람 얼굴엔 미소가 가득했다. 21호에게는 이런 즐거운 분위기가 다소 낯설었다.
음식이 익어가면서 나는 냄새가 공기 중에 퍼져서 마음을 따뜻하게 했지만, 질 나쁜 담배 연기와 사람들 몸에서 나는 악취도 섞여 있었다.
축제 행사에 필요 없는 장식들은 모두 텐트 밖으로 옮기거나, 텐트 한쪽에 쌓아서 가운데에 있는 간이 목재 무대를 위한 공간을 마련했다.
무대 한쪽엔 줄지어 놓인 긴 테이블이 불규칙하게 놓여 있었고, 그중 한 테이블 위에는 몇 개의 컵이 놓여 있었다. 그리고 많은 사람이 그곳에서 음료를 받기 위해 줄을 서 있었다.
다른 테이블 위에는 음식이 놓여 있었는데, 오랫동안 저장해 둔 식재료와 몇 가지 통조림 식품을 사용해 만든 것으로 보였다.
그중 두 개의 음식 그릇 위에는 매우 "노력한" 장식이 돼있었다.
어른들과 아이들 모두 그곳을 탐내는 눈빛으로 바라봤지만, 아무도 달려들어 싸우지 않았다.
캐논이 문을 열고 들어서자, 모자를 쓴 여자와 무언가를 의논하기 시작했다. 21호는 따라가지 않고 제자리에 서서 기다렸다.
머리를 들어 천장을 보니, 조금은 누런 전구가 매달려 있었다. 그리고 메인으로 비추는 라이트 외에도, 가로대에는 다양한 색상의 전등이 장식되어 있었다.
그중 상당수의 작은 전등이 고장나서 더 이상 켜지지 않았다. 하지만 불규칙하게 흩어져 있는 그 불빛들은 21호에게 여전히 신기하고 아름다워 보였다.
방금 물어봤는데, 주둔지 사람들 말로는 설렌스가 곧 연설을 시작한대. 음식은 그 후에나 가져갈 수 있다고 해. 그럼, 우리 음식 받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가자.
네 신체는 음식이 필요해?
필요 없어. 하지만 음식을 가지고 다른 유용한 물건으로 바꿀 수 있거든.
가끔 교환상들이 이 보육 구역에 잠시 들르곤 하는데, 난 그들에게서 내 신체에 필요한 물건들을 얻곤 해.
오오.
딩딩딩... 맑은 빛깔의 에나멜 식기가 부딪치는 소리가 군중의 반대편에서 들려왔다. 소란스럽고 분산됐던 군중이 약속이나 한 듯 소리의 발원지를 둘러싸기 시작했고, 이어서 텐트도 조금씩 조용해졌다.
한 사람만이 서 있을 수 있는 중앙의 나무 무대 위에 큰 체구의 남성 하나가 웃으며 군중에게 인사를 건넸다.
다들 안녕하신가!
설렌스의 간단한 인사 한마디에 주위에서는 박수갈채가 터져 나왔다. 사람들이 손을 들어 인사하자, 설렌스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했다.
여러분의 성원은 언제나 감사한다.
우리가 오늘 여기 모인 건, 여기 있는 모든 사람이 다시 한 해를 함께 이겨냈다는 것을 축하하고, 지난 몇 년 동안 우리가 겪은 일들과 잊어서는 안 될 사람들을 기리기 위해서다.
지금과 같은 환경에서는, 집단의 힘이 개인의 힘보다 훨씬 강하다. 그리고 이렇게 강해질 수 있는 건 우리가 서로를 신뢰하고 의지하기 때문이다.
지난 모든 기념일에 난 항상 가장 힘들었던 시절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다. 하지만 오늘은 시간이 많지 않으니, 그 이야기는 넘어가겠다.
말해줘. 난 여기 온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아직 들어본 적이 없다고!
엄마, 자기 전에 이야기 해줄 거야?
손 들어. 그럼, 삼촌이 이야기해 줄 거야!
군중들 사이에서 이런저런 목소리가 들려왔고, 대부분 사람에게 깊이 새겨진 그 시절을 무대 위 리더가 다시 떠올려 주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미소를 지은 설렌스가 손을 들어 올리자, 군중들의 소음은 곧 잦아들었고, 모두의 주목은 다시 설렌스 한 사람에게 집중됐다.
새로 들어온 친구들이 나나 다른 아는 사람에게 이야기를 듣고 싶다면 언제든지 환영한다. 하지만 오늘은 시간을 아껴야 하니 양해해 주기 바란다.
하지만 추모는 생략할 수 없다. 모두 지금 나와 함께 과거의 장애물들과 다른 이를 위해 목숨을 잃은 동료들에게 경의를 표하자!
텐트 안은 사람이 없는 예배당처럼 고요했고, 어린아이들을 포함한 모든 사람이 설렌스가 이끄는 감정에 잠겨 있었다.
서로 다른 불빛이 길을 밝혔지만, 여기 서 있는 모든 사람은 같은 추운 밤을 걸어왔다.
1분 정도가 지나자, 숨소리와 옷의 마찰음이 조금씩 커지면서 소란스러워졌다.
신뢰를 보내준 여기 있는 모든 사람에게 정말 감사한다. 여러분 각자가 없었다면, 오늘 이 땅거미 속에 이런 불빛은 없었을 거다.
이 말을 할 때, 설렌스의 시선은 거의 모든 사람의 얼굴을 스쳤다.
군중 안에는 설렌스를 수년간 알고 있는 이들이 많았고, 그중 몇몇은 그와 눈이 마주칠 때 눈물을 글썽거렸다.
여러분도 알다시피, 우린 지금 새로운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최근에 몇몇 동포들이 다쳤고, 일부는... 연락이 끊어진 상태다.
하지만, 예전에도 수없이 그랬듯이, 우린 그들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리고 여기 있는 모든 사람이 그렇게 할 거라고 믿는다!
그들이 집으로 돌아오는 그날, 잠시 비운 오늘의 이 자리를 환영회로 열어주자!
좋아!!!
박수 소리가 천둥처럼 울려 퍼졌고, 그 속에서 희미한 흐느낌과 울음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리고 좀 더 기쁜 소식을 전하겠다. 우리 보육 구역이 정화 구역과 가까워서 다음엔 우리 주둔지가 이사 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거기에 도착하면, 더 이상 불안해하거나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불안정했던 일상의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모두 음식과 음료를 자유롭게 즐겨주길 바란다. 하지만 기존 규정은 지켜야 하니, 먼저 한 명씩만 가져가길 바란다. 아, 여러분은 이미 알고 있을 텐데, 중복해서 말했군. 미안하다.
그리고 정말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더 하겠다.
오늘 모임은 단 두 시간만 진행된다. 그 후엔 각자의 텐트로 돌아가서 계속해도 좋지만, 밖에는 머무르지 말도록. 이상!
기쁜 소식과 설렌스의 자기 비하는 슬픔의 분위기를 어느 정도 풀어줬다. 군중의 가장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천천히 음식 테이블로 이동했다.
그리고 많은 사람은 아직도 단상에서 내려온 설렌스 주변을 둘러싸고 있었다. 그중 일부는 그와 악수하고, 다른 일부는 주위 사람들의 어깨를 끌어안으며 그와 대화를 나눴다.
다 됐어.
캐논은 설렌스가 마무리 말을 하기 전에 음식이 있는 긴 테이블 쪽으로 가서 군중이 몰리기 전에 자신의 몫을 가져왔다.
21호는 설렌스를 둘러싼 그 군중을 계속해서 바라보며, 떠날 생각이 없어 보였다.
21호?
그들은 뭘 하는 거야? 왜 저렇게 하는 거지? 물자가 필요하지 않아?
네가 이해할 수 있도록 말하면, 그들은 서로 상처를 핥아주고 있는 거야.
그럼, 캐논은 어때? 저 키 큰 사람, 방금 전에 말했잖아. 여긴 모든 사람에게 고맙다고. 캐논도 포함해서.
설렌스는 정말로 의지하고 신뢰할 만한 사람일 거야. 하지만 그는 여기의 리더야.
리더를 의지하는 전제 조건은 무리의 일원이 되는 거야.
난 그들과 어울릴 수 없어.
21호가 말한 적이 있잖아. 몇몇 낯선 사람들이 왜 너에게 적대감을 느끼는지 이해하지 못한다고 말이야.
자기 자신이 무리에 속하지 않는다면... 결코 어울릴 수 없어. 현재 자기 모습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말이야.
난 잠깐의 따스함 때문에 다른 무리에 길들여져, 내가 낯선 모습으로 변하는 걸 원치 않아.
다른 무리가 되는 건, 나에겐 할 수 없는 일이야.
다른 무리에 길들여져...
21호는 캐논이 한 말을 중얼거리며 반복했다.
가자. 널 데리고 나가줄게. 아주 가까워. 보육 구역을 지나서 저쪽 길로 계속 가면, 네 주둔지에 도착할 거야.
알았어.
두 걸음쯤 걸은 21호가 갑자기 멈춰서서 캐논을 불렀다.
만약에 내가 스크린에서 본 영상처럼 어린 늑대가 태어나자마자 길을 잃었다면, 어떻게 무리로 돌아갈 수 있을까?
음... 그건 아마도 매우 어려울 거야. 동료들이 어린 늑대에게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쳐주지 않는다면, 그 아이들은 며칠도 버티지 못할 거야.
혹시 운 좋게 스스로를 보호하며 식량을 찾는다 해도, 고독한 늑대가 오래 살아남기는 어려워. 정착한 늑대 무리는 낯선 늑대를 쉽게 받아들이지 않거든.
오.
……
가자.
21호는 더 이상 머뭇거리지 않고 앞장서서 걸음을 옮겼다.
캐논. 잠깐만!
21호와 캐논이 텐트를 나서려는 찰나, 뒤에서 설렌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설렌스는 옆 사람이 건넨 음료에 감사를 표하며, 21호와 캐논 쪽으로 다가왔다.
캐논. 좀 더 있지 않을래? 네 옆에 있는 건, 공중 정원의 구조체지. 안녕?
음, 이제 곧 다음 근무를 준비해야 해.
모우사가 널 대신할 수 있게 부탁해 뒀어. 보니까 그 녀석은 오늘 밤 내내 술이나 마시고 싶은 모양이야. 참나.
캐논이 고개만 끄덕이고 대화를 이어가려 하지 않자, 설렌스는 낮은 목소리로 진짜 하고 싶은 말을 꺼냈다.
오늘 리린과 있었던 일을 전해 들었다. 미안해. 그 아이는 항상 그런 식이라서 말이야.
평소에 내가 "단결" 같은 구호를 너무 많이 외친 것 같아. 하지만 이건 우리가 살아남기 위해선 할 수밖에 없었던 거야. 나중에 그 아이랑 다시 얘기해 볼게.
그 아이는 열정적이고, 여기 사람들과도 대부분 친하게 지내고 있어.
네가 여기서 지내는 방식이 좀 특별하긴 해. 물론 널 강요하려는 건 아니야. 이해하지? 아무래도 이런 방식이 리린에게 과거를 떠올리게 만든 것 같아.
그 아이도 그 일 때문에... 음, 어쨌든 내가 그 아이 대신 사과할게.
괜찮아. 웬디 아주머니가 도와줬어.
아, 그럼 다행이네.
설렌스는 무언가를 더 말하려 했지만, 옆에서 취한 여자가 갑자기 달려들어 설렌스의 손에 술잔을 쥐여줬다.
셔... 설! 설렌스! 너, 너 말 잘하네! 너, 헉~
수희, 언제 이렇게까지 마신 거야? 잠깐만...
너 가지 마! 이리 와! 우리 같이 한잔하자! 난 다 마신다. 이제 너, 네 차례야! 꿀꺽, 꿀꺽.
캐논은 상황을 지켜본 뒤, 설렌스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군중들에게 자리를 비켜주기 위해 21호를 데리고 재빨리 텐트에서 빠져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