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렬한 폭발음에 금속의 충돌음이 묻혔고, 배양 탱크가 슬롯에서 떨어져 밑에 있던 용암으로 떨어졌다.
그래요! 바로 이거예요! 우리랑 이 소각장 중에 어느 쪽이 먼저 타서 없어질지 내기해 볼래요?
그전에 승부가 가려질 거다.
태도가 다시 월산과 부딪치자, 무수한 불꽃이 튀었다.
(칼에 실은 힘이 가벼운데...)
릴리스가 마음속으로 중얼거리고 있을 무렵, 알파의 태도가 빙글빙글 돌면서 공중으로 날아갔다.
그때, 릴리스의 오른쪽 옆구리가 갑작스러운 발차기에 당했다.
무슨...
그제야 릴리스는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알파는 어느샌가 잡고 있던 칼을 손에서 놨고, 방금 전 참격은 페이크에 불과했던 거였다.
무기가 없어서 싸울 수 없다고 생각했다면, 그건 큰 오산이야.
알파가 선회하던 태도를 다시 손에 넣는 사이, 릴리스는 퍼니싱으로 기체를 복원하려 했다. 하지만...
퍼니싱을 제어할 수 없게 만들다니... 이게 바로 대행자인 당신의 능력인가요?
본·네거트가 부여한 임시 권한이 무언가에 의해 교란된 것 같았다. 그렇다고 해서 릴리스가 침식체로 변하진 않겠지만, 지금의 릴리스는 자신 몸에 있는 퍼니싱 농도조차 조정할 수 없었다.
대행자라... 넌 그렇게 생각하는 거니?
릴리스는 다가오는 알파를 보며, 월산에 힘을 실어 몸을 일으켰다.
항복할게요. 이게 그 공중 정원 구조체의 위치예요.
릴리스는 항복한다는 표시로 두 손을 들자, 월산이 땅바닥에 쓰러졌다.
알파는 눈앞에 표시된 지점을 봤다. 화면 속의 루시아는 말없이 나무에 기대어 앉아있었는데 어깨에 눈이 어느 정도 쌓여있었다.
방금 전까지 보였던 건방진 태도는 어디로 간 거지?
아무리 미친 도박꾼이라도 승산이 없는 상황이라면, 딜러를 도발하지 않는 법이죠.
그리고 이곳은 곧 무너질 거예요. 공중 정원의 인원들도 곧 올 텐데, 계속 싸웠다간 자멸만 자초하게 될 뿐이겠죠.
조금 전까지의 광기는 연기라는 듯 릴리스는 항복하는 자세를 유지했다.
릴리스가 손가락을 움직이자, 메모리 하나가 소매에서 손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녀는 그 메모리를 알파 쪽으로 튕겼다.
아직 중앙 데이터베이스엔 가지 못했겠죠? 그 메모리 안의 자료가 필요할 거예요.
이걸 왜?
에휴... 본·네거트 님이 저에게 맡긴 심사 임무는 당신을 우리 쪽으로 초대하는 거였어요.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 전혀 고려하지 않으시는 게, 혹시 제 성의가 부족했던 게 아닐까 싶네요.
추가한 성의에 만족하셨다면, 녹음을 좀 도와주실래요? 저도 그분께 보고할 게 있어야 해서요.
그렇게 말한 릴리스가 주머니에서 녹음기를 꺼냈다.
릴리스의 말에 알파는 더 이상 대답하지 않고 몸을 돌려 출구를 향해 걸어갔다.
참 매정하시네요.
릴리스가 녹음 버튼을 누르자, 녹음기 끝에서 꽃다발 하나가 튀어나왔다.
서프라이즈도 준비했는데.
릴리스는 투덜거리며 꽃잎 하나를 뜯어낸 후, 꽃다발을 땅바닥에 던졌다.
그러자 꽃에서 강렬한 부식성 용액이 흘러나오더니 빠르게 주변으로 확산했고 발밑 철제 승강대의 부식을 가속했다.
이러면 다른 사람들이 오기 전에 이곳은 용암 속으로 완전히 가라앉겠지.
나도 빨리 나가야겠어. 더 있다간 "멍멍이"에게 발각될 거야.
릴리스는 부식액과 금속이 반응하면서 생긴 새하얀 안갯속으로 모습을 감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