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의 왼손에 진홍빛 입자가 모이자, 알파와 루시아의 의식도 연결됐다.
의식의 바다에 떠돌던 시끄러운 소리가 조금씩 잠잠해지더니, 루시아의 침식률도 낮아졌다.
방금 전 전투를 통해 힘을 소모하고 억제하는 방법을 찾은 건가요?
눈치챘어?
몇 번이나 싸워봤는데, 그 정도 이상은 당연히 눈치챘죠.
날 잘 아는 것처럼 굴지 마. 그래도 이번에는 맞았어.
왜 그렇게 한 거예요?
시간을 벌기 위해서야.
네 말이 맞아. 지금 우리에겐 승격 네트워크가 공동의 적이지.
우리가 죽기 살기로 승부를 겨루는 건 승격 네트워크에 좋은 일만 하는 거니까.
당신 말은 우리가 서로의 위치를 감지할 수 있는 것도 선별의 일환이라는 건가요?
선별이란 게 대체 뭐죠?
그건 승격 네트워크와 연결해야 알 수 있는 일이야. 승격자가 되고 싶나?
루시아는 고개를 저었다.
그럼, 더 이상 묻지 마.
따라와. 협력하자.
지금 후회해도 늦지 않았어. 협력하는 게 들키면, 그레이 레이븐 소대가 곤란해질 텐데.
그건 지휘관님과 관계없는 일입니다. 출발 전에 메시지를 녹음해 뒀어요.
하, 그렇게 긴장할 필요 없어. 어차피 지금 가는 곳도 그렇게 떳떳한 장소는 아니니까.
그러니까 공개되면 어느 쪽이 더 혼란스러울지 아직은 모르는 일이지.
뭘 조사하고 있는 건가요?
북아시아 생명 과학과 진화 연구소. 알아듣기 쉽게 말하면 겨울 요새라고 해.
그 안에 네가 줄곧 조사해 왔던 겨울 계획의 전말이 있어. 그리고 그곳은 쿠로노 놈들이 가장 깊숙이 숨겨놓은 실험실이기도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