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메인 스토리 / 23 심연의 울림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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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 그녀들의 각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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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알겠어요. 즉시 순항 방향을 변경할게요.

루시아의 상황은...

오블리크는 고개를 돌려 격리 캡슐 안에 잠든 소녀를 봤다. 상황을 확인한 뒤, 오블리크는 통신 너머의 니콜라에게 답했다.

현재까지는 아무 이상 없고 무장도 모두 해제한 상태예요. 이후엔 아시모프와 협력해서 차단기를 설치할 예정이에요.

네. 반드시 임무를 완수할게요.

니콜라가 통신을 끊었다. 오블리크는 주위에 있는 완전무장한 대원들을 바라보며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그레이 레이븐 소대라도 때에 따라선 버림받을 수 있구나...)

임시 대장님. 무엇을 하면 될까요?

새로운 목표 지점으로 항로를 변경해 이동한다. 그리고 Ω 정화 시스템과 수술 캡슐을 연 뒤, 원거리 수술 조작 콘솔과 연결해.

수송기는 가벼운 진동과 함께 새로운 좌표로 이동했고, 루시아도 수술 캡슐 안으로 밀려들어 갔다.

이제 곧 차단기 탑재 수술을 시작할 거니까, 수송기 조종 잘해.

보고드려요. 현재 지정 공역에 진입했고, 수상한 목표는 발견되지 않았어요.

좌표 정확도는 업데이트했어?

지금 업데이트 중이에요. 과학 이사회에서 제공한 위치 시스템으로 연산하는 데 시간이 좀 걸려요.

이때, 기내에 경보 소리가 울려 퍼졌다.

무슨 일이야?

대공 미사일 경보에요! 이 수송기의 은신 코팅은 최첨단 기술을 사용했는데 어떻게 우릴 알아차렸을까요?

지상의 방공 화력인가?

아니요. 공중에서 온 등록되지 않은 전투기예요!

경보 빛이 기내를 붉게 물들였고, 귀에 거슬리는 경보음이 모두의 귓가에 맴돌았다.

이 수송기엔 무장이 장착되어 있지 않아. 일단 지상에 착륙해.

늦었어요. 이번은 어쩔 수 없이 충격에 대비해야 해요! 다들 꽉 잡으세요!

조종사가 버튼을 누르자, 수송기 뒷부분에서 대량의 교란탄이 불꽃처럼 발사됐다.

그리고 조종사는 레버를 당겨, 수송기가 위로 올라가도록 했다.

이내 격렬한 폭발음과 함께 수송기 전체가 덜컹거렸다.

조심하세요. 두 번째 공격이 오고 있어요!

교란탄이 다시 발사됐고 전처럼 폭발했다. 하지만 이전과는 다르게 금속이 부러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좌측 날개가 당해서 연료가 새고 있어요. 곧 추락할 것 같아요!

조종사는 필사적으로 수송기를 제어하며 균형을 유지하려고 했다.

수송기를 버린다. 전원 비상 탈출 캡슐로 들어가.

수송 중인 유닛은 어떻게 할까요? 비상 탈출 캡슐은 모두 1인용이잖아요.

루시아를 비상 탈출 캡슐에 넣어. 착지한 다음 다시 수색한다.

그럼, 깨울까요?

타이머를 설정해. 과학 이사회에선 차단기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기만 하면, 루시아를 깨워도 증상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거라고 했어.

네!

오블리크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을 덧붙였다.

루시아의 무장도 함께 넣어.

서두르세요. 교란탄이 얼마 남지 않았어요!

전원 즉시 비상 탈출 캡슐에 들어가 탈출 준비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그녀는 위아래조차 분간할 수 없었다.

여긴 꿈 속인가? 아니면 의식의 바닷속 혼돈인가?

답을 찾지 못한 그녀는 무작정 발을 내디디고 "앞"일 것 같은 방향으로 걸어갔다.

그녀의 걸음과 함께 기억의 거품이 일기 시작했다.

빗속에서 동생을 끌어안고 엉엉 운 적이 있었고, 빙야에서 가짜 망령에 속았던 적도 있었다.

구룡의 천문대에서 목숨 걸고 싸운 적도 있었고, 예배당 꼭대기에서 추락하려고 하는 하얀 새를 지켜준 적도 있었다.

많은 사람에게 배신당했고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았다.

탐욕과 비열함에 혐오감을 느꼈고

종말 속에서 빛나는 인간성에 감동했다.

따뜻한 기억은 여자아이 손에 쥐어진 성냥처럼 차디찬 어둠을 잠깐 밝혀 주다가 이내 꺼져버렸고, 검게 타버린 재만 남았다.

엇갈린 기억의 끝에 이르렀을 때, 그녀는 발걸음을 멈췄다.

어디로 가야 하지?

무엇을 해야 하지?

세계가 이 모양 이 꼴인데, 바꾸려고 생각하는 것보다 편안한 삶을 누리는 게 낫지 않겠어?

말은 그렇게 하면서 가끔 바다가 있는 방향을 바라보는 표정이 왜 그렇게 슬퍼 보였을까?

우리 모두 돌아갈 곳을 바라고 있죠. 아무리 튼튼한 배라도 바람을 피할 수 있는 항구가 필요하고, 아무리 굳은 마음이라도 따뜻함을 갈망하는 것과 같아요.

돌아갈 곳... 하지만 돌아갈 수 있는 곳은...

피로 물든 기억이 뇌리를 스쳤다. 난 돌이킬 수 없는 일을 저질렀다.

이건 그 사람의 용서 여부와 상관없었다. 어기면 안 되는 질서를 내가 어기고 말았다.

그 사람은 나에게 지지 말라고 했지만, 칼날에 피가 묻는 순간 이미 난 패배했다.

이제 와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단 하나...

벌써부터 자신이 고독하다고 생각하는 건 너무 비관적인 거 아니야? 널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곳이 돌아갈 곳 아닐까?

전투를 너무 오래 했어요. 휴식 시간이라고 생각하고 쉬어요.

하지만 아직 끝내지 못한 일이 너무 많은데...

모든 걸 내려놓고 이쪽으로 와. 난 항상 기다리고 있어.

언니.

……

아니!

루나의 일은 제가 어떻게 할 수 없지만, 제가 돌아가야 할 곳은 절대 승격 네트워크가 아닙니다.

모든 걸 다른 사람한테 맡기는 건 내 스타일이 아니야.

제가 있어야 할 곳은 그레이 레이븐 소대입니다. 전 그걸 망치지도, 제 신념을 배신하지도 않을 겁니다.

눈앞에 끝없는 전투가 펼쳐진다 해도 난 두려워하지 않고 계속 싸울 거야.

우린 같은 약속을 했으니까요.

우린 같은 소원을 가지고 있으니까.

세계를 원래대로 돌려놓을 거예요.

세계에 새로운 변화를 불러올 거야.

내가 직접 미래를 지켜보겠어!

>>>>>>>>>>시스템 재가동 중입니다.<<<<<<<<<<

>>>>>>>>>>재가동에 성공했습니다. 의식: 루시아, 다시 로그인됐습니다.<<<<<<<<<<

루시아가 다시 눈을 떴을 때, 주변에 켜져 있는 표시등 외에는 어둠뿐이었다.

그녀는 더듬거리며 오픈 버튼을 눌렀고, 눈앞의 문이 열리면서 차가운 눈보라가 덮쳐왔다.

루시아는 다시 고개를 돌려 뒤에 있는 비상 탈출 캡슐을 봤다. 그러다 문득 안에 놓아둔 자신의 무기와 통신기를 발견했다.

장비는 그대로고 역원 장치에 뭔가 추가된 것 같은데, 통신기는... 신호가 없네?

비상 탈출 캡슐을 사용했다는 건... 중간에 사고가 발생한 건가?

루시아는 눈앞에 조금 변형된 비상 탈출 캡슐을 바라보며 관찰했다. 그러자 구조 요청 신호를 전송하는 발신기가 꺼져있다는 걸 발견했다.

적이 침식체나 이합 생물이 아니었던 건가?

비상 탈출 캡슐의 발신기는 발사 전에 수동으로 꺼야 했다. 낙하 과정 중에 고장 난 게 아니라면 낙하지점을 숨기기 위해서 껐을 가능성이 높았다.

여러 차례 수신 실패를 겪은 루시아는 단말기를 켰다. 뜻밖에도 단말기에 읽지 않은 메시지가 하나 있었다.

임무 목표 루시아에게: 전 정화 부대 대원 오블리크예요. 이 메시지를 읽는다면, 우리 호송 인원들과 떨어지게 됐다는 거겠죠.

현 시간부로 사령부 대책에 따라, 당신에게 임무를 위임할게요.

현재 당신의 기체에 일어나고 있는 상황은 당신이 계속 수신하고 있는 어떤 신호 출처와 관련이 있어요.

우리와 떨어지게 됐다는 전제하에, 신호 출처를 스스로 파악한 후, 파괴하여 자신을 구하세요.

(신호 출처는 알파겠지.)

휴면하는 동안 자신의 것이 아닌 기억이 떠오른 루시아는 충분한 인식이 마음속에 생겼다.

(알파... 넌 이런 것에 계속 반항하고 있었구나...)

루시아의 시선은 눈보라 너머 정상을 바라보는 것 같았다.

네 생각이 정말로 그렇다면...

루시아는 단말기를 꺼내 녹음 기능을 클릭했다.

전 그레이 레이븐 소대의 루시아입니다. 이어서 남기는 메시지에는 어떠한 협박이나 간섭을 받지 않았으며 전적으로 제 개인 의지에 따라...

눈보라에 뒤섞인 루시아의 목소리는 끝을 앞둔 독주 같았다.

이상입니다.

루시아는 단말기로 녹음 메시지를 남기고 그걸 비상 탈출 캡슐에 넣었다. 그리고 명패를 손에 꽉 쥐고 있다가 결국 넣지 않았다.

그녀는 장비 정돈을 끝내고 쌓인 눈을 밟으며 정상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이 사건에 종지부를 찍어야겠어.

알파가 다시 눈을 떴을 때, 주위에 침식체의 흔적은 없었고, 몸에 묻었던 진흙도 사라졌다.

내가 버텨낸 건가?

알파는 의식의 바닷속에서 겪었던 혼란스러운 일들을 떠올리며 다소 피곤한 기색을 보였다.

그녀는 고개를 숙여 자신의 새로운 기체를 바라봤다. 바람에 흩날리는 백색 코트가 주위 설경과 어우러졌다.

적색 기운이 감도는 왼손에 검은 붕대가 감겨 있었지만, 붕대의 틈새 사이로 억제할 수 없는 적색 전류가 튀고 있었다.

승격 네트워크의 힘을 사용할수록, 그것의 선별 방향을 따라 변화가 생기는 것 같았다.

이게 바로 나의... 내면의 모순인 건가?

막강한 힘과 단단한 속박, 칼집에 넣을 수 없는 칼날은 양날의 검이었다.

그레이 레이븐... 하...

알파는 복잡한 의미가 담긴 이름을 가볍게 중얼거렸다.

그런 그레이 레이븐도 때에 따라선 버려지네.

알파는 조각난 기억을 되새기며 다시 무표정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이런 상황을 이용해 이익을 보려고 하다니, 참으로 어리석군.

그레이 레이븐은 역시 장기말의 운명에서 벗어나지 못했어.

알파는 눈보라 속에서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는 그림자를 바라봤다.

좋아. 출발점에 선 네가 어떤 선택을 할지 궁금해지네.

산꼭대기를 넘자, 눈앞의 경치가 탁 트였다.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산꼭대기에서 예상했던 인물이 나타났다.

알파...

기억하고 있던 모습과 많이 달랐지만, 루시아는 눈앞의 인물을 한눈에 알아봤다.

역시 왔네.

제 기체에 일어난 이상 상태가... 혹시 당신 때문인가요?

알면서 물어보는 게 취민가? 아니면 그냥 사고였길 바라는 건가?

진실을 좀 구체적으로 알고 싶을 뿐입니다.

승격 네트워크가 새로운 선별을 시작했다. 넌 나와 같은 의식의 바다 근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선별 대상으로 오인된 거야.

새로운 선별이요?

승격자가 되고 싶지 않다면, 상관없는 일이야.

그러니까 당신을 쓰러뜨려도 제 이상 상태는 멈추지 않는다는 거네요?

그래. 승격 네트워크는 선별을 한번 시작하면, 결과가 나올 때까지 멈추지 않아.

설령 네가 성공한다 해도 두 배의 부담을 받게 될 뿐이지.

더군다나 너한텐 그런 기회가 없을 거야.

……

차라리 돌아가서 네 그레이 레이븐 소대 대원들이랑 마지막 추억이나 만들지 그래?

선별을 막는 방법을 알고 있는 거죠?

역시 의식의 바다 공명을 통해 내 기억을 봤구나?

그래. 한 가지 방법이 있긴 하지.

루시아의 질문에 알파는 부인하지 않고, 잠시 침묵한 뒤 대답했다.

그렇다면 협력합시다.

네가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기는 해?

당신의 기억을 보고 확신했죠. 승격 네트워크에 대항하기 위해 이 선별을 막는 거잖아요.

우린 적이라고, 아니면 드디어 공중 정원을 포기하고 이 길을 선택하려는 건가?

루시아는 비상 탈출 캡슐에서 꺼낸 장비를 꽉 쥐었다.

당신을 철저하게 승격 네트워크 쪽으로 미는 건 인간한테도 좋을 게 없어요. 그리고 전 승격 네트워크의 공범이 되고 싶진 않아요.

지금 우리에겐 공동의 적이 있기 때문에 협력하려는 겁니다.

내가 싫다면?

루시아는 천천히 장검을 뽑아 들었다. 그러자 칼날의 냉혹한 빛이 차가움을 더했다.

그럼, 전 최선을 다해 당신이 협력하도록 만들어야죠.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 사건에 종지부를 찍을 거예요.

저는 루시아의 신분으로 그레이 레이븐과 저를 지지해 주는 사람들 곁으로 돌아갈 겁니다.

그레이 레이븐이 네 약점이 된 것 같군. 심지어 네가 희생할 용기마저 잃어버리게 만들었어.

희생도 하나의 선택일 수 있죠. 하지만 어떤 의미에서든 살아 있는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거잖아요.

전 이미 그 사람에게 상처를 입혔어요...

루시아는 인공 심장이 있는 가슴 근처에 손을 얹었다.

많은 일을 겪고 나니, 이곳이 아프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 알게 됐어요.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게 이 아픔을 주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저는 반드시 돌아간다고 그들에게 약속했어요.

그 후에 군사 법정에 서든, 감시와 연구를 받든 상관없어요.

전 이 사건을 해결하고 돌아가서 지휘관님과 저를 걱정하는 사람들에게 직접 사과할 거라고요!

α

고집불통이네!

알파 역시 장검을 뽑아 들고 루시아와 같은 자세를 취했다.

α

난 네가 다른 미래를 보여줄 거라고 기대했었는데 말이야.

근데 인간에게 어리석게 충성을 다하고, 그들의 날카로운 칼이 됐을 줄은 몰랐네.

왜 그랬어? 너한테 뭐가 남기는 해?

루시아

우린 일시적인 협력관계를 이룰 수 있지만, 전적인 신뢰 관계를 구축할 수 없으니까요.

모든 희망을 당신에게 걸 순 없어요. 제가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이 아닌 이상 반드시 행동을 취해야 해요.

α

넌 자멸을 자초할 뿐이야.

루시아

눈앞의 위협을 방치하는 것보단 좋겠죠.

α

정말로 그렇게 생각한다면...

어디 한번 덤벼 봐.

루시아

저도 확인하고 싶어요...

당신이 정말로 그 힘을 억제할 수 있는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