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메인 스토리 / 23 심연의 울림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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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9 협력 상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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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에선 눈보라가 휘몰아치고 있었고, 발아래에선 미세한 흔들림이 전해지고 있었다. 마치 구름 위를 걷고 있는 것만 같았다.

여긴 어디지? 눈을 뜨고 머릿속에 첫 번째로 떠오른 질문이었다.

항로 연합에서 봤던 황무한 빙야와 달리 이곳엔 갈색을 띤 흙과 싹튼 씨앗이 보였다. 북극의 경치는 아닌 게 분명했다.

크고 작은 하얀 산들이 협곡에 비치는 햇빛을 막아서서 그림자를 드리웠다. 그건 세계의 끝에 있는 높은 벽 같기도 마계로 통하는 입구 같기도 했다.

여기서 뭘 하려고 했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광경에 막막했다.

무작정 찾아 헤맸지만, 시야에 들어오는 건 온통 하얀색이었다.

조금 더 내려갈까?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 발을 헛디디면서, 추락하는 느낌이 들었고 시야도 점차 흐려졌다.

마침내 눈앞의 광경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햇빛이 닿지 않는 뒷쪽, 눈으로 덮인 가장자리에 울퉁불퉁한 까만색 바위가 우뚝 솟아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성벽, 보루와 감시탑이 뒤엉켜있는 것 같기도 했고, 또 그림자 속에 숨어 있는 괴물 같기도 했다.

시선을 앞쪽으로 돌리자, 저 멀리 있는 벌거숭이 산맥에 세워진 짙은 색의 요새가 눈에 띄었다.

문득 이유 없이 그곳으로 가야 한다는 확신이 들었다.

발을 내딛고 그 요새로 향하려고 했지만, 발길이 땅에 닿기도 바쁘게 마음속엔 세 번째 질문이 떠올랐다.

난<//넌> 누구야?

이 질문은 따끔한 경고처럼 혼돈 속에 빠져있던 지휘관을 끌어냈다.

몸을 벌떡 일으키자, 이마에서 축축한 무언가가 미끄러져서 떨어졌다.

???

아...

지휘관의 곁을 지키고 있던 이는 그의 행동에 깜짝 놀라 작은 비명 질렀다.

옷 위에 떨어진 물건과 방금 들려온 비명 소리에 익숙한 감각을 찾았다.

지휘관님, 괜찮으세요?

리브가 생수 한 잔을 건네줄 때야 비로소 갈증을 느꼈다.

생수가 목구멍으로 넘어가면서 지난밤의 기억이 떠올랐다.

루시아를 안전한 곳으로 옮기고, 암호화 채널을 통해 참모부에 소식을 전한 다음 진통제를 먹고 잠이 들었다.

간단하게 처치했던 상처는 익숙한 방식으로 다시 처리되어 있었다. 옆에 미처 닫지 못한 의료 상자를 보고 대충 상황을 짐작할 수가 있었다.

그건 진통제 부작용일 거예요. 앞으로는 되도록 적게 복용하시는 게 좋겠어요.

리브는 빈 컵에 따뜻한 물을 다시 채워 지휘관에게 건네줬다. 따뜻한 물이 위로 들어가자 통증이 누그러지는 것 같았다.

리도 함께 왔는데, 지금 의료 수송기를 도와서 위치를 파악하고 있어요.

네. 수송기 내에서 원거리 치료를 진행할 예정이래요.

지휘관님.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무의식적으로 무릎 위에 포개놓은 손을 꽉 쥔 리브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루시아는 왜 그렇게 된 거죠? 그리고 지휘관님의 상처를 치료할 때...

리브는 입술을 깨물었다. 아무래도 여러 차례 반복해서 확인한 사실이 믿기지 않는 모양이었다.

루시아가 당분간 임무를 수행할 수 없기 때문에 검사를 마친 저와 리를 지원으로 보내겠다고만 하셨어요.

그보다 더 이상한 건, 출발 전에 세리카 씨가 지상에 도착하면 모든 걸 지휘관님의 판단에 맡기라고 했어요.

이건 필요 없는 부탁이었다. 그레이 레이븐 소대가 적응 기간이 지나지 않은 신인 소대도 아니었고, 리와 리브는 까다로운 대원도 아니었다.

때문에 이 말은 리브와 리한테 하는 것이 아니라 지휘관한테 하는 말이었다.

지휘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경보 소리가 임시 주둔지를 뒤덮었다.

침식체의 습격이에요. 이 정도의 수량이...?!

지휘관의 단말기에 침식체의 대략적인 공격 방향이 표시됐다.

통신이 연결된 순간, 리는 바로 자신이 가야 할 곳을 표기했다.

제가 가야 할 곳은 여기죠?

리는 순간 미소를 지었지만, 바로 정색했다.

제 복합 무장에 초원거리 타격 능력이 있으니 사양하지 마시고 언제든지 불러주세요.

그럼 전 지정된 장소로 이동할게요.

지휘관님...

리브는 지휘관을 설득하려다가 결국 당부만 하게 됐다.

안전에 주의해 주시고, 너무 무리하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