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 정원의 참모부 회의실.
니콜라가 문을 열고 들어와서 단도직입적으로 질문을 던졌다.
무슨 상황이야?
별다른 피해는 주지 않았어요. 루시아 본인이 코어 에너지 공급을 강제로 차단한 뒤, 움직이지 않고 있어요.
이 일을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되지?
야외에서 [player name](이)가 혼자 상처를 신중하게 치료했어요. 다른 주둔지로 이동해서 도움을 청하지 않았고 제자리에 남는 걸 선택했어요.
참모부에 하는 브리핑도 직통 암호화 채널을 사용했어요. [player name](은)는 예전에 이 채널을 사용한 적이 없었거든요.
너무 눈에 띄겠다 싶어서 제가 권한으로 브리핑을 막았어요. 그래서 공중 정원에서는 정보가 확산되지 않았어요.
[player name](이)가 의도적으로 너한테 암호를 전달했다는 것처럼 들리는군.
그럴지도 모르죠. 그레이 레이븐의 지휘관은 영리해서 이런 일이 확산하면 어떤 결과가 초래될지 알고 있었던 거 같아요.
[player name](이)가 그렇게 하는 건 예상했던 일이네. 놀라운 건 월리스 자네의 행동이군.
이렇게 은폐하는 걸 돕다니, 네가 어떻게 원칙을 위반하게 됐지?
원칙을 위반한게 아니라, 참모장으로서 중요한 정보에 대해 우선적으로 알 권리가 있어요.
[player name](은)는 다른 사람들이 마주치기 싫어하는 문제를 자석처럼 끌어당기죠. 전 그저 혼란을 일으키지 않고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을 선택했을 뿐이에요.
그 이중합 탑이 나타난 후 우린 항상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잖아요. 그리고 세밀하게 분석해서 결론을 내리는 건, 원래 참모부의 임무였으니까요.
게다가 필터링을 거치지 않은 정보를 흘리는 건, 지금 시민들의 공황만 일으킬 뿐이에요.
하산 의장님이나 니콜라 사령관님께서 제 자리에 계셨다면, 똑같이 대응하셨을 거예요.
흥. 난 네가 어떤 사람이나 소대를 좋게 봤다고 해서 뒤를 봐주는 것 같은 짓은 하지 말라고 경고하는 거다.
참모부, 군부 할 것 없이, 공중 정원의 전선을 맡고 있는 만큼 항상 이성적이어야 해.
그 말을 들은 월리스는 무의식적으로 상의 주머니를 더듬었다. 그 안에는 실버 팔콘의 훈장이 들어 있었다.
왜 그러지?
아무것도 아니에요. 말씀하신 문제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마세요. 참모부의 임무가 정확하고 치밀한 계획을 세우는 것인 만큼 개인감정을 섞지는 않아요.
마찬가지로 사령관님도 전사를 교환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그들은 소모품이 아니에요.
그건 이성적인 것이 아니라 인간성을 버리는 거예요.
그리고 인간성을 잃은 야수는 언젠가 사냥을 당하겠죠.
너 아직도 그 일에... 아니다.
니콜라는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그는 잠시 침묵하다가 화제를 돌렸다.
하산은 언제 오지?
이미 알려드렸어요. 참모부와 의회의 거리가 군부보다 멀기 때문에 아마도... 아니네요. 도착하신 것 같네요.
문이 열리자, 하산이 초췌한 얼굴을 하고 안으로 들어왔다. 찌푸린 눈썹은 그의 미간에 있는 걱정과 불안을 가릴 수 없었다.
하산은 니콜라에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월리스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대략적인 상황은 알고 있다. 좀 더 상세한 기록은 없나?
[player name](이)가 전술 단말기로 모든 과정을 보고서에 기록한 뒤, 업로드했어요.
월리스가 재생 버튼을 누르자, 세 사람 앞에 살짝 흔들리는 화면이 나타났다.
일단 내용부터 확인하세요. 그럼 두분을 여기로 오시라고 한 이유를 알게 될 거예요.
그레이 레이븐 지휘관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짧은 영상도 종료됐다.
그레이 레이븐 소대의 대장 루시아, 의식의 바다가 침식된 것으로 의심되고, 그녀는 소속 소대의 지휘관을 찔러 부상을 당하게 했다.
루시아의 행위는 충분히 정화 부대의 긴급 명단에 올라갈만한 정도였다.
하지만 일이 너무 갑작스럽고 또 수상한 부분도 많았기에, 권력자들은 단칼에 결정하기보다는 진짜 문제를 파헤치며 신중하게 대처하려고 했다.
월리스. 전에도 비슷한 증상을 보인 구조체가 있었나?
네. 하지만 그건 특별 임무 중에 중도 오염 구역을 벗어나지 못한 구조체한테서만 발생했어요.
[player name](이)가 보내준 위치 정보에 따르면, 그레이 레이븐 소대는 정화 구역의 가장자리와 가까운 곳에 있었어요. 그곳의 퍼니싱 농도는 극히 낮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발생할 수 없어요.
또 다른 특례는 노안이에요. 하지만 노안은 제어하는 방법을 익혔고, [player name]의 보고에 따르면, 루시아 근처에서 승격자의 흔적이 발견되지는 않았다고 해요.
[player name]의 마인드 표식에 문제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하산은 아직 입원해서 치료받는 환자들을 떠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player name](은)는 제일 빨리 퇴원한 사람 중 하나야. 전적이 있는 탓에 생명의 별은 [player name](이)가 퇴원할 때, 검사 프로세스를 2배로 늘렸다더군.
게다가 먼저 침식 증상이 나타난 건 루시아잖아. [player name]의 마인드 표식 때문에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은 낮다고 봐야 해.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우리 셋은 생명의 별 구조체 의사도 아니고, 과학 이사회의 의식의 바다 전문가도 아니야. 그러니 여기서 토론한다 해서 진짜 이유를 알 수 있는 건 아니라고 봐.
하지만 향후 대책안을 결정하기 위해선 사실 근거를 전제로 한 추단이 필요해.
그럼,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 루시아의 의식의 바다에 문제가 생겼다는 걸 전제로 토론을 시작하지.
무슨 근거로 단언하는 거지? 네 직감인가?
[player name](이)가 훌륭한 건 맞지만, 특별하거나 이상한 건 아니야.
그리고 루시아는... 허, 잊었나 본데. 루시아의 의식의 바다엔 원래부터 불안정한 요소가 있었어.
의식 백업...
루시아가 가장 성공적인 사례이자, 유일하게 성공한 사례야.
물론 그 외에도 승격자나 이합 생물이 시야 밖 범위에서 구조체를 침식하는 기술을 익혔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들에게 정말로 그런 능력이 있다면 우린 지구 탈환을 포기해야 할 거야.
최초의 특화 기체이자, 의식 백업의 가장 성공적인 사례이면서, 승격자를 상대로 의식 잠복을 한 적도 있어.
그레이 레이븐 소대는 특별한 소대고, 그중에서도 루시아는 가장 특별한 존재야.
니콜라 사령관님께서 이 점을 거론하신다는 건 그걸 단지 토론 전제로 삼으려고 하시는 건 아니시겠죠?
맞아. 난 그레이 레이븐 소대를 바로 불러들여, [player name](을)를 군부로 이송해 감시와 심문을 실시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봐.
쿠로노가 "치료 감호"라는 명의로 [player name](을)를 감금하지 못하게 미리 군부의 보호하에 두려는 건가?
네가 이런 보증을 한다는 건, 제어할 수 없는 요소를 많이 제거했다는 거군.
그건 최근 네가 한 일과 다를 바 없어. 다만 내가 좀 더 빨리 시작했을 뿐이야.
나와 너의 가짜 대립이 이미 간파된 이상, 계속 숨길 필요는 없어. 군부에서 쿠로노의 세력이 크긴 하지만 나도 방관만 하지는 않았지.
그들은 예전처럼 손을 그렇게 길게 뻗을 수 없을 거야.
니콜라는 담담하게 말했다.
루시아는 어떻게 처리할 생각이지?
과학 이사회가 루시아 몸에 있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이유는 얼마든지 지어낼 수 있어.
이 점에 있어서 그 의식 수술에 참여했던 그들과 우린 운명 공동체니까.
하지만 과학 이사회도 속수무책이라면...
잠시 침묵에 잠긴 니콜라의 머릿속에는 피투성이였던 과거의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곧 강철처럼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
그렇다면 폐기할 생각이야. 그녀는 영웅의 모습으로 잊혀야 해. 절대 쿠로노 손에 넘길 수 없어.
니콜라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잔인한 말을 내뱉었다.
루시아가 전역하거나 희생했다고 발표하면 군대나 시민들의 사기가 크게 떨어질 거야.
"영웅"이라고 불리는 루시아의 일거수일투족은 우리를 향한 시민들의 믿음과 직결돼 있어.
물론 폐기는 최악의 상황을 대비한 대책이야. 하지만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바로 최악의 경우를 전제로 준비하는 거잖아.
우린 그때가 왔을 때, 어떻게 최소한의 피해로 폭풍을 이겨낼지 생각해 두어야 해.
그건 전사들의 절망만 자아낼 뿐이야. 그레이 레이븐 소대마저 승리의 희망을 찾을 수 없다면, 우린 전사들에게 무엇을 보장할 수 있겠나?
그럼, 루시아가 승격자로 돼서 배신할 수도 있는 리스크를 감수하겠다는 건가?
"깃발"이 쓰러졌다면 다시 세우면 돼. 하지만 "깃발"이 적의 손에 들어간다면 그건 얘기가 다르지.
의회의 위신을 유지하기 위해선 이 깃발이 필요해. 그렇지 않다면, 격렬한 민심 앞에 우린 쫓겨나게 될 거야.
어떤 일은 우리가 이 자리에 있어야만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깃발은 어떻게든 지켜내야 해.
군부도 물러설 수 없는 선이란 게 있어. 그 선 위에서 난 모든 리스크를 최소화할 거야.
예전 대규모 혼란으로 댐에 금이 간 상황이야. 엘리트 소대 하나 때문에 질서가 붕괴될 리스크를 감수할 순 없어.
그리고 우리가 조금이라도 우리의 이익을 위해 움직인다면, 쿠로노가 가만히 있을 것 같나?
놈들은 피에 굶주린 상어야. 조금의 피만으로도 놈들의 주의를 끌기엔 충분해.
루시아의 침식된 상태를 되돌릴 수 없는 상황에서 그녀를 남기는 건 쿠로노에게 공격의 구실을 쥐여주는 것밖에 안 돼.
서로가 약점을 찾으려고 혈안인 지금, 적에게 칼을 내어줄 셈인가?
현장의 분위기가 조금씩 무거워지는 걸 본 월리스가 입을 열었다.
의장님과 사령관님께서 무엇을 논쟁하고 싶어 하시든, 이 모든 건 과학 이사회가 분석한 루시아 상황을 토대로 해야 하지 않을까요?
어떻게 하실 건가요? 루시아와 [player name](을)를 공중 정원으로 데려올 생각이신가요?
아니. 데려오면 쿠로노가 알게 될 거야.
그럼, 수송기 안에서 과학 이사회의 원거리 진단을 받으라고 해.
네가 그렇게 귀찮은 방법을 제안할 줄은 몰랐군. 하지만 과학 이사회에서 이걸 협력해 줄까?
이건 군부만의 문제가 아니야. 그들에게도 책임져야 할 의무가 있으니 협력해 줄 거야. 우린 한배를 탄 동료니까.
전 빼주셨으면 좋겠네요. 당시에 전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이었어요.
이제 와서 여기서 있었던 일을 없던 일로 치자고 말하려는 건 아니겠지?
당연히 아니죠. 참모부도 영향을 최소화하는 데 힘쓸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