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메인 스토리 / 23 심연의 울림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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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7 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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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0 PM 수송기 내.

새로운 추격병이 없다는 걸 확인한 알파는 다시 조종석으로 돌아왔다.

정식 코드가 없는 수송기라...?

알파는 좌표를 설정하기 전에 수송기에 대한 디스패칭 센터의 위치 동기화를 해제하려고 했지만, 뜻밖에도 이 수송기가 [등록되지 않은 수송기]였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됐다.

코드도 없고... 이전 항행 기록도 공백이야.

이 소대는 정말 정화 부대였을까?

알파는 대장으로 보이는 구조체한테서 빼앗은 단말기를 꺼내 조사하기 시작했다.

이게 그들의 임무 정본가?

알파는 단말기의 임무 브리핑을 열었다.

이 소대가 정화 부대라는 탈을 쓰고 진짜 신분을 속인 거라면, 그들이 받은 임무에 진실이 숨겨져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임무 브리핑에는 여러 명의 배신자 이름과 그들이 마지막으로 목격된 구역이 기록돼 있었다.

브리핑으로 봤을 때, 그들은 배신자를 수색하기 위해 이곳에 온 거 같았다. 그건 정화 부대로서 지극히 정상적인 임무였다.

뭔가 이상해...

알파는 자신이 숨어서 관찰하던 상황과 정화 부대와 전투했던 과거의 경험을 떠올리며 조금의 위화감을 느꼈다.

뭔가를 수색하고 있다기보단 뭔가를 기다리고 있는 거 같은데...

알파는 단말기를 계속 조사하면서, 삭제된 데이터를 복원하려고 했다.

아니나 다를까 얼마 전에 받은 익명의 암호화 메일이 복원되어 알파의 눈앞에 나타났다.

메일을 터치하자, 어떤 구조체의 상세한 정보가 나왔다.

채널 잡음

그들의 입장에서 봤을 때, "넌" 언제나 경계해야 할 대상인가 보네.

……

임무 목표: 루시아·아우 (의식의 바다 번호: BPL-01)

임무 내용: 1. 그리니치 표준 시간 17:00 전, D12구역에 도착해 수송기의 안전을 확인한다.

2. 임무1 완성 후, 울프 포이즌 소대는 그리니치 표준 시간 17:30까지 D12구역으로 이동해 목표 상태를 확인한 후, 다음 지시를 기다린다.

그들은 그녀가 뭘 하길 바라는 걸까? 아니. 그보다 그들이 뭘 기다리고 있었는지가 더 중요해.

그레이 레이븐과 접촉하지는 않았지만, 알파는 육감적으로 보이지 않는 실들이 엮여서 그물이 되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그 보이지 않는 그물이 관계없는 자들을 한곳으로 몰아넣고 있었다.

채널 잡음

그녀에게 귀띔이라도 해주지 그래? 혹시 알아? 그녀를 만나면 네 마음속 궁금증도 해결될 수 있을지.

알파는 청각 모듈에서 전해진 잡음을 듣고 고개를 저었다.

내가 위험을 무릅쓰고 그녀를 찾아갈 이유는 없어. 게다가 내가 해야 할 일에 전혀 도움 되지 않아.

채널 잡음

네가 개입하지 않았다면, 그녀는 이미 그들한테 붙잡혔을 거야.

그녀가 너와 같은 일을 당하지 않기를 바랐잖아? 아니면 너한테 정보를 제공한 자가 그레이 레이븐을 도울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075호 도시에선 그레이 레이븐의 지휘관이 루나의 행방을 알고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에 도와준 거야. 그땐 그들이 살아있는 게 나한테 더 유리했으니까.

채널 잡음

그럼, 지금은 그레이 레이븐이 곤경이 빠지는 게 너한테 유리해?

지금 그레이 레이븐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다고 한들 나한테 영향이 되는 건 없어. 하지만 그 이면에 있는 정보가 나한테 유리한 건 맞아.

의회는 그레이 레이븐을 "영웅"으로 만들었는데, 그 "영웅"에 손을 대려는 이가 있다니.

알파는 냉소를 흘리며 면전의 이미지 화면을 닫았다.

이 익숙한 수법... 그들의 배후에 쿠로노가 있는 게 분명해.

의회 자체의 지배력이 떨어졌는지 아니면 은밀하게 움직이는 이들이 공격할 약점을 찾았는지 모르겠지만...

어느 쪽이든 인간들 내부에서 모순이 일어났다는 걸 증명하지. 그럼, 난 더 쉽게 움직일 수 있어.

게다가 나에게 이 장소를 알려준 이가 그레이 레이븐의 조력자일 가능성은 없어.

그녀가 조력자였다면, 승격자에게 도움을 청할 리도 없지.

알파는 손에 쥔 단말기를 으스러뜨린 후, 기억해뒀던 좌표를 내비게이션 시스템에 입력했다.

5:20 PM D14구역.

삐삐...

규격 권총의 총알이 침식체의 에너지 코어를 정확히 명중했다.

새빨간 카메라가 금세 어두워지고 금속의 마찰음도 잦아들었다.

수송팀을 새로운 보육 구역으로 무사히 호송하는 동안 승격자와 마주치지 않았다. 이에 모두가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아주 훌륭한 협력이었어. 공중 정원은 인심도 좋네. 다음에 이런 일이 있으면 또 불러줘.

영구 열차를 재가동하려면, 돈이 많이 필요하거든.

아딜레 상업 연맹의 수송 부대와 작별한 뒤, 그레이 레이븐 소대는 또 침식체 격퇴 임무를 받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지휘관과 루시아에게 주어진 임무였다.

예전보다 침식체 수량이 많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정화 구역 밖에선 산발적으로 침식체가 계속해서 출현하고 있었다.

임시 주둔지에 접근하는 침식체들을 막아야 했는데, 임무의 주요 전투는 루시아에게 맡겼고, 지휘관은 홀로 떨어진 침식체들을 처리했다.

주변에 활동하고 있는 침식체가 없다는 걸 거듭 확인한 지휘관은 아직 열이 채 가시지 않은 총의 안전장치를 잠그고 홀더에 넣었다.

지휘관님. 다친 덴 없으시죠?

지휘관의 대답을 듣긴 했지만, 루시아는 눈앞까지 다가가서 지휘관을 위아래로 꼼꼼히 살펴본 후에야 마음이 놓였다.

네. 다친 곳이 없어서 다행이에요.

서남쪽 침식체도 모두 해결했고, 별다른 행동 신호도 발견되지 않았어요.

지휘관님. 이제 다른 방향을 정찰할까요?

이때, 지휘관은 루시아의 오른팔의 긁힌 상처에서 순환액이 흘러나와 옷을 적시고 있다는 걸 눈치챘다.

별거 아니에요. 행동엔 영향 없어요.

루시아의 말대로 이 정도 상처는 그녀나 지휘관에게 일상이었다.

지휘관이 신경 쓰는 건 상처 자체가 아닌 다른 문제였다.

루시아의 실력이라면, 근처에 떠돌아다니는 침식체 정도는 쉽게 제압할 수 있었다.

네...

생각보다 심각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 원인은 도대체...

지휘관이 잠시 생각에 잠겨 있을 때, 귓가에 날카로운 경보음이 들려왔다. 그건 고농도 퍼니싱이 감지됐을 때의 경보였다.

대원에게 경계하라고 하려던 찰나 옆에 있던 루시아가 지휘관을 밀쳤다.

갑작스러운 거대한 힘에 밀린 지휘관은 몇 미터 떨어진 강판에 세게 부딪쳤다.

부딪친 충격으로 인한 현기증은 경보음조차 어렴풋이 들리게 했다.

지휘관은 필사적으로 눈의 초점을 맞추며 뒤쪽 강판을 짚고 일어섰다.

처음엔 지하에 숨어 있던 침식체 때문에 경보가 울렸다고 생각했지만, 뜻밖에도 루시아 때문에 울린 거였다.

루시아는 분사기를 한쪽으로 내던졌고, 이마를 가린 채 발악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는데, 그녀의 몸에서 혼탁한 적색 불꽃이 튀고 있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루시아의 침식률이 어마어마한 수준임을 알 수 있었다. 지금 상황에서 역원 장치만으로는 의식의 바다를 안정시킬 수 없기 때문에 바로 의식을 연결해야 했다.

안 돼요!

지휘관의 의도를 알아챈 루시아는 다급히 경고를 보냈지만 한발 늦고 말았다.

질식하는 느낌이 뇌로 전달됐고, 심장은 손에 짓이겨지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더러운 늪이 의식을 잠식하듯 혼란스러운 사고가 의식을 채웠다.

지휘관은 마치 다시 075호 도시의 지하로 돌아가 서 있는 것 같았고, 순간의 시간마저 무한대로 확장했다.

이 기나긴 순간에 갇힌 지휘관은 혼란스러운 생각과 정서 속에서 가장 뚜렷한 존재를 포착했다.

그건 적대심이었다.

시야는 거짓된 적색으로 물들었고, 배에서 찌르는 듯한 고통이 전해졌다. 그러자 차가우면서도 뜨거워지는 모순된 감각이 느껴졌다.

피와 순환액이 서로의 손에서 칼날을 타고 땅에 뚝뚝 떨어졌다.

순간적인 본능으로 급소를 피한 뒤, 손으로 태도를 잡아서 최악의 상황을 피했다.

하지만 지휘관은 홀로 구조체의 공격을 피하기 어려웠다.

루시아는 한 손으로 칼자루를, 다른 한 손은 지휘관처럼 칼날을 쥐고 있었다.

모순, 공포, 혐오, 증오, 죄책감... 루시아의 얼굴엔 수많은 표정이 보였다. 그 모습은 마치 악귀가 그녀의 몸을 빼앗으려는 것 같았다.

혼돈의 늪을 밟으면서, 눈사태처럼 미끄러져 내려가려는 감정을 필사적으로 산 중턱까지 끌어올렸다. 그런 뒤, 혼란스러운 의식의 바다를 안정시키면서, 배에 박힌 태도를 천천히 뽑았다.

지휘관님!

상처에서 피가 쏟아져 나왔다.

예전엔 들어보지 못했던 비통한 외침이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