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메인 스토리 / 23 심연의 울림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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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2 암류와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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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컴컴한 밀실 속에서 연푸른색 투영이 하나둘씩 떠올랐다.

의도적으로 희미하게 투영된 그들의 모습은 역사 퇴적에서 나온 유령처럼 무거운 어둠을 걸치고 있었다.

평소 그들은 권력을 손에 넣은 의원, 업계 거물, 사령부의 결정을 좌우지하는 참모로 활동했다.

하지만 이곳에 나타난 그들의 신분은 단 하나, 바로 쿠로노의 일원이었다.

시작하시죠. 언제나 그랬듯이 이번 암호화 통신은 2시간만 유지될 겁니다.

지난 이중합 탑 혼란에 의한 인명피해로 많은 직위가 공석이 됐는데, 의회는 이를 틈 타 자기 사람들을 배치하려 했고, 그중엔 구조체도 있어요.

이유가 충분한 데다 시민들의 지지율도 높아서 저희가 막기는 어려웠어요.

일부 하위직이긴 하지만, 예전처럼 지휘에서 집행에 이르는 완전한 집행 메커니즘이 힘들어졌다는 걸 의미해요.

쳇, "영웅 소대" 하나를 만드는 것도 모자라 이젠 구조체의 영향력을 더 확대하려는 속셈인가요?

괜찮아요. 배신자도 구조체니까요. 하산은 아직 흔들리고 있는 사람들을 달래, 배신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을 돌리려는 것뿐입니다.

그들을 너무 몰아붙이는 건 우리한테도 좋지 않아요. 하지만 이 "임시"가 "일상"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우리가 제어하는 지상 하부조직 중에서 연락이 회복된 조직은 32%에 불과하며, 대부분이 아딜레, 항로 연합과 같이 세력 범위 내에 있는 거점이에요. 그리고 다수의 소형 거점은 아직 연락이 회복되지 못했어요.

그리고 그 하부의 하부는 아직 통계 중이에요.

우리가 지상에 설치한 실험실은요?

중형 종합 실험실 4곳과 소형 생물 연구실 2곳이 "정화 구역" 내에 있는데, 발견되는 건 시간문제여서 폐기 명령을 내렸어요.

"정화 구역"에 있는 것 외에는 승격자가 파괴한 소형 의식 연구소를 뺀 모든 시설이 가동을 재개한 상태예요.

다만...

순간 말을 멈춘 투영4는 이곳이 도청할 염려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목소리를 낮췄다.

진화 연구소와 북아시아 생명 과학... 그러니까 겨울 요새 말이에요.

그 이름이 가진 무게 때문인지 모두가 침묵했고, 주위도 한 층 더 어두워진 것 같았다.

파견한 소대가 겨울 요새에 들어간 후 연락이 두절됐어요.

우리가 암암리 동원할 수 있는 사병도 이젠 한계에 다다랐어요. "오로라 부대"는 아직 조정 중이고, 더 이상 동원하게 되면, 의회에 꼬리를 밟히게 될 수도 있어요.

지난번 혼란으로 우리가 입은 피해가 너무 커요.

엄청난 규모의 사병을 거느리고 있다는 건, 쿠로노가 뒤에서 제멋대로 활동할 수 있는 요인 중 하나였다.

하지만 이중합 탑 영향하에 이 칼은 양날의 검으로 변했다.

그러자 무장 인원의 파견을 담당하는 쿠로노 고위층은 처음으로 역부족이 무엇인지 실감하게 됐다.

승격자가 점령했을까요?

소대의 파견 간격이 짧지 않기 때문에 그럴 가능성은 적다고 봐요. 우리가 파악한 승격자의 행동 패턴으로 봤을 때, 그들이 한곳에 오래 머물지는 않으니까요.

그리고 진입 전에도 이합 생물의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있어요.

겨울 요새 내부에 우리도 모르는 어떤 일이 일어난 것 같아요.

모두가 상석에 있는 사람을 바라보며, 그의 결단을 기다리고 있었다.

폐기 프로세스를 실행합시다.

그럼, 안에 있는 연구 데이터는 어떻게 하실 건가요? 거긴 [겨울 계획]의 핵심 연구소였잖아요.

기존 데이터는 각지에 분산된 처리 센터를 통해 복구할 순 있지만, 지난번 실험 데이터는 아직 받지 못했어요.

만약 그 데이터에...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상석에 앉은 사람이 손을 들어 말을 끊었다.

데이터는 했던 작업을 다시 반복하면 얻을 수 있지만, 그 일이 드러나는 건 용납할 수 없어요.

의회와 우리가 가지고 있던 겨울 계획에 대한 필요성은 이제 분기점에 서 있어요. 그들은 퍼니싱에 완벽하게 면역할 수 있는 특화 기체를 손에 넣었어요.

지구를 탈환하고 퍼니싱을 완전히 없애는 게 목적인 그들은 그걸로 충분해요.

하지만 우리에겐 과정 중에 얻게 되는 부산물에 지나지 않죠. 우리의 최종 목적은 승격 네트워크의 힘을 우리 손에 넣는 것입니다.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짧은 협력 관계는 "유쾌"했지만 근본적인 목적이 다르니, 우리와 의회의 "허니문"도 끝날 때가 됐어요.

우리와 의회의 충돌은 언젠가 폭발할 수밖에 없어요. 아직 손발이 맞는 건 서로의 약점을 잡지 못했기 때문이죠.

알겠어요. 제가 준비할 테니 시간을 좀 주세요.

서둘러요. 변화하고 있는 시대에 굼뜬 사람은 수레바퀴에 깔려 죽을 수밖에 없어요.

다음은 "신비한 사람"이 보내온 정보인데, 관심이 가실 것 같아서 가져와 봤어요.

이 정보는 계속 주시하시던 그레이 레이븐 소대에 관한 건데, 잘 이용한다면 하산 의장이나 다른 이들한테 치명적인 일격을 날릴 수 있을 거예요.

엄숙한 청년의 목소리

기체 성능을 최적화할 수 있는 공간이 이렇게나 크다니, 몇 번을 실험해도 믿기지 않아.

여긴 어디지...

여성 연구원

카프란 주임님, 실험 대상의 의식의 바다가 불안정한데, 실험을 종료할까요?

실험 대상은... 누구지?

카프란

실험을 종료하고 [자장가] 프로그램을 작동시켜. 이번에 수집한 데이터는 겨울 요새에 제출했어?

겨울 요새... 겨울...

그 단어는 뾰족한 가시처럼 의식의 깊숙한 곳을 찔렀고, 어느새 눈앞이 피처럼 붉게 물들여졌다.

여성 연구원

데이터는 업로드됐어요. [자장가] 프로그램을 실행할게요.

평온한 전자 펄스가 의식 깊숙한 곳의 통증을 덜어줌과 동시에 사고력도 조금씩 흐려져 갔다.

여기서 자면 안 되는데...

어떻게든 정신을 차리려고 할 때, 희미한 붉은빛이 그녀의 시선을 사로잡았고, 그녀는 손을 뻗었다.

여성 연구원

목표물 체내에 퍼니싱 반응이 생겼어요!

카프란

말도 안 돼. 여긴 분명... 역원 장치 때문이야!

청년의 목소리는 평온함을 잃었다.

카프란

0호 대책을 실행해!

케이블과 기기에 구속돼 있던 승격자가 눈을 떴다.

루시아

……

2:00 AM 014호 보육 구역.

방금 그건?

루시아는 방금 뇌리에 스친 화면을 떠올리려 했다. 하지만 방금 전까지만 해도 또렷했던 기억이 지금은 안개 뒤에 숨은 것처럼 떠올리기 어려웠다.

늘 함께 지내는 사람이 이런 이상을 눈치채지 못할 리가 없었다.

지휘관님, 늦은 시간인데 어서 휴식하러 가셔야죠.

루시아는 다가오는 사람을 보며 말을 이어갔다.

리브가 알면 또 걱정하겠네요.

곤란해하는 지휘관의 모습에 루시아는 웃었다.

……

지휘관의 관심 어린 눈길을 의식한 루시아는 숨기지 않고 이실직고했다.

네. 실은 본 적이 없던 기억이 떠오르고 존재하지 않는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이런 느낌은 마치...

취서체 사건 때, 075호 도시의 지하에서 알파한테 의식 잠복했던 느낌과 비슷해요.

루시아는 진지하게 생각하다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그때의 영향으로 후유증이 생겼지만, 과학 이사회의 도움을 받아 회복됐어요. 그리고 시간이 나름 오래 지났기 때문에 다시 재발할 소지는 낮다고 봐요.

게다가 이번엔 조금 달라요.

예전에 잠복 영향으로 봤던 영상들은 모호했지만, 그중 일정은 기억할 수 있었어요.

하지만 방금 전에는 딴생각을 한다고 인지는 했지만, 기억을 떠올리려고 하면 기억이 나질 않았어요.

예전 느낌이 너무 모호해서 저도 확신할 순 없지만, 적어도 오늘부터 시작한 건 아니에요.

네.

의식의 바다 심층 연결을 통해 루시아가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감정이 느껴졌다.

믿음 그리고... 불안.

순간적으로 놀란 루시아의 의식의 바다에 잔잔한 신호가 전해졌다.

대원을 잘 알고 있고, 아시모프의 호출로 기체 조정도 여러 번 경험했기 때문에 전문 기기가 없더라도 간단한 검사는 할 수 있었다.

의식의 바다는 언제나 그렇듯이 잔잔했다. 숨겨진 암초도 없었고, 소용돌이치는 파도도 없었다.

위험 요소가 있는지 꼼꼼히 체크한 후 연결을 종료했다.

지휘관은 루시아한테 자신의 판단을 알려주었다.

기체의 각 데이터도 이상 없어요.

방금 지휘관이 심층 연결을 했을 때, 루시아 자신도 기체의 자체 검사를 끝낸 것 같았다.

예전 이중합 탑 전투 때의 마인드 표식 오염으로 인한 영향인 걸까?

아니면 요즘에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바람에 피로가 쌓여서 그런 걸까?

전역 직전의 구조체들한테서 이런 현상이 자주 나타난대요.

루시아의 갑작스러운 말에 지휘관은 생각을 멈췄다.

저도 이제 전역해서 후방 훈련소에서 구조체 교관이 될 때가 온 걸까요?

훈련소의 구조체 교관한테서 들은 거예요. 물론 그게 수업을 피하고자 말한 핑계라는 걸 뒤늦게 알게 됐지만요.

네. 그냥 농담이었어요.

루시아는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지휘관님. 걱정하지 마세요. 이런 상황은 사소한 문제일 뿐이에요.

그렇게 고민하는 표정을 짓지 않으셔도 돼요.

루시아는 말없이 미소를 지으며 지휘관을 바라봤다.

네.

2:15 AM 014호 보육 구역 밖 10km 떨어진 지점.

차가운 바람이 손바닥을 스치며 허상의 온도를 가져갔다. 알파는 주먹을 꽉 쥐었지만, 아무것도 잡지 못했다.

이런 상황이 갈수록 잦아지고 있어.

처음엔 산발적이고 희미한 목소리였지만, 나중엔 시각 모듈에서도 간헐적인 화면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제는 기체의 다른 감지 모듈들도 교란 받을 정도가 됐다.

이건 그 루시아의...

알파도 이 교란을 막으려고 시도해봤지만, 교란이 조금씩 더 심해지더니 교란을 막을 수 있는 수단들도 하나둘씩 무력화되기 시작했다.

막을 수 없다면 역으로 이용할 수밖에.

흐릿한 화면 속에서 필요한 정보를 필터하고, 간접적으로 상대방의 움직임을 판단해 앞으로의 행동에서 용이하게 사용할 생각이었다.

짙은 붉은색의 그림자가 폐허를 누비며 보육 구역으로 향했다.

갑자기 발걸음을 멈춘 알파는 달빛이 닿지 않는 그늘을 향해 소리쳤다.

나와!

???

이런 상태에서도 이 정도의 감지력을 유지하다니, 역시 대행자의 자질을 갖춘 분이군요.

안타깝게도 전 걸을 수 있는 다리가 없어요. 그러니 이대로 거리를 유지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알파의 시선이 머문 곳에서 단아한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알파는 이 목소리의 제안을 무시한 채 앞으로 걸어갔다.

그러자 발밑에 작은 플레이어가 보였다.

???

어휴, 이런 추한 모습으로 당신 앞에 나타나게 되어 진심으로 사과드려요.

원하는 게 뭐지?

???

그냥 당신에게 성의를 보이고 싶을 뿐이에요.

내 앞에 직접 나타나지도 않는 게 네 성의인가?

???

D12구역에 수송기 한 대가 곧 착륙할 예정인데, 당신에게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해요.

내 목적을 알아?

???

상대방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성의는 의미가 없으니까요.

당신에겐 시설이 갖춰진 보육 구역보다 방어가 약한 수송기가 더 적합한 사냥감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어떠세요? 성의 표시로 충분할까요?

……

알파는 더 이상 대꾸하지 않고 몸을 돌렸다.

???

우린 다시 만나게 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