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메인 스토리 / 22 집필회몽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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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27 무지개별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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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에 잊힌 맹수가 깨어난 듯 풍차 탑 정상을 향하는 승강기는 묵직한 진동 속에서 천천히 올라갔다.

승강기가 상승함에 따라 채광성이 뛰어난 친환경 유리 커튼 월이 도시의 야경을 완벽하게 보여줬다. 과거 관광객들이 컨스텔레이션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적이었던 거 같았다.

커튼 월에 천천히 다가간 아이라는 이 낯선 도시... 그리고 낯선 하늘을 주시했다.

비가 오려나 보네.

지상의 불빛으로 볼 수 있는 하늘의 답답한 회색 구름은 가장 단순한 색으로 가장 장엄한 경치를 그려내고 있었다. 도시 전체가 흐느끼는 것만 같았다.

아이라는 이런 경치를 몇 번 봤었다. 그건 아이라가 그림 그리기에 흥미를 느끼기 전의 일이었다.

비가 오려나 보네.

그림 도구를 안은 채, 교육 센터 밖의 회색 하늘을 멍하니 바라보던 어린 아이라는 누군가가 그녀의 통통한 볼을 가볍게 찌르는 걸 알아차리지 못했다.

아이라, 왜 그래? 기운이 없어 보이네.

메이카 선생님... 언제쯤이면 날이 맑아질까요?

정보 단말기의 통지를 봐볼까... 행정원 자료에 따르면, 오늘은 하루 종일 비 내리는 날씨를 시뮬레이션하는 것 같아.

공중 정원 안엔 물의 순환 과정이 실제론 없었지만, 지구 환경을 어느 정도 시뮬레이션하기 위해서 인공 천막 내부에 다양한 날씨를 재현하는 날씨 제어 시스템이 탑재돼 있었다.

그래요? 힝... 오늘도 스케치 숙제는 못하겠네요.

어? 예전에 내가 과외로 내준 숙제 말이니?

메이카 선생님은 아이라의 그림책을 넘겨봤다. 여전히 잘 그리고 있었고, 어린아이치고는 아주 훌륭한 솜씨였다.

음... 애들이랑 전에 <맑은 하늘의 에덴>을 그려서 가장 예쁜 햇빛 아래의 공중 정원을 기록하기로 했었거든요... 그런데, 요 며칠은 계속 비 오는 날만 이어지네요.

"어머, 이런 주제를 어린아이가 생각해 내다니... 아마도 아이라의 아이디어였겠지."라고 생각한 메이카는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선생님은 분명 4인 1조로 함께 그리라고 했었는데? 다른 애는...

음...

아이라가 머뭇거리자, 메이카는 자기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아! 아니에요. 그렇지 않아요. 전 괴롭힘을 당한 게 아니라...

재빨리 웃으면서 설명하는 아이라의 눈은 앞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무래도 그들이 아이라의 친구인 것 같았다.

친구들은 아이라가... 그림을 잘 그리니까 도움 같은 건 필요 없다고, 오히려 방해만 될 거라면서... 그래서...

그럼, 아이라는 어떻게 생각해?

음... 딱히 틀린 말도 아니고, 저도 그림 그리는 게 싫지는 않아요.

아이라는 여전히 웃고 있었지만, 오른손은 무의식적으로 물감이 묻지 않은 붓을 들고는 그림책에 가볍게 그림을 그렸다.

아이라는 참으로 착한 아이구나... 라고 할 줄 알았니?

아이라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던 메이카가 갑자기 딱밤을 때리자, 아이라는 당황했다.

어!?

아이라가 당황한 눈빛으로 메이카 선생님을 쳐다봤다. 하지만 선생님은 말없이 몸을 숙인 뒤 아이라 곁에 앉았다.

선생님이 한 가지 물어볼게. 홀로 이 숙제를 완성한다면, 아이라는 정말로 기쁠까?

아이라는 살짝 머뭇거리더니 이내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전 모두가 기뻤으면 좋겠어요. 제가 혼자서 숙제를 끝내서 모두가 편해질 수 있다면...

하지만 지금의 아이라는 숙제를 끝내지 못하잖아?

아이라는 빈 도화지를 보며 입을 다물었다. 자신의 상상만으로도 좋은 그림을 그릴 수 있겠지만, 아이라는 "좋은 그림"보다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

그리고 이런 건 전혀 즐겁지 않았다. 아이라는 모두와 함께 즐겁게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

같이 어울리고 싶다면 용감하게 네 생각을 표현하는 게 좋아.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신경 쓰지 말고. 인간은 서로를 이해할 수 없어. 네가 먼저 자기 생각을 표현하지 않는 한 말이야.

유명한 예술가들을 보렴. 모두 자기중심적인 사람들이었잖니.

그건 선생님의 편견이라고 생각해요.

그들 중 말주변이 없는 사람도 있을지 몰라. 하지만 그들도 이 세계의 소리를 듣고 있고, 그들이 생활하는 세계와 소통하고 있어.

손에 든 붓은 입이고 칠하는 색깔은 그들의 말이야. 그들은 그들의 방식으로 이 세계에 자기 생각을 표현하고 있단다.

그리고 내 생각에 아이라는 사람들 사이에 있는 게 더 어울려. 동료들의 목소리를 듣고, 모두를 네 친구로 만든다면 분명 네 그림에도 힘이 될 거야.

아이라는 아리송해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아들었으면 얼른 가렴! 숙제 제출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

황급히 그림 도구와 화판을 들고, 원래 있던 팀으로 돌아간 아이라는 다른 팀원들과 재잘재잘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메이카는 아이라가 자신의 생각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을지 걱정했지만, 곧 괜한 걱정이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맑은 날은 천막의 구름 모양이 달랐었어!", "응, 난 생체공학 새가 날아가는 걸 봤어.", "땅에 있는 웅덩이가 빛을 반사해서 눈이 부셨지만 아름다웠어!"

친구들은 자신의 기억을 더듬으며, 너나 나나 할 것 없이 아이디어를 말했다. 그리고 말하는 사람에서 듣는 사람이 된 아이라는 친구들의 아이디어를 흥미롭게 기록하며, 그것들을 생동감 넘치는 선과 색으로 만들어 냈다.

하늘은 여전히 흐렸지만 상관없었다. 메이카는 굳이 보지 않아도 아이라가 친구들과 함께 창작한 작품에 매우 아름다운 맑은 하늘이 그려져 있을 거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아이라는 승강기의 속도가 느려지는 걸 느낄 수 있었고, 곧 정상에 도착하여 그녀가 찾는 이를 만날 수 있다는 것도 짐작할 수 있었다.

아이라는 붓을 잡듯 건랜스를 꽉 쥐었다.

그리고 모든 생각을 떨쳐버리고 눈앞의 일에 집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