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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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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26 아이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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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의 건랜스에서 불빛이 점멸했다.

그녀는 촛불 아래서 계속 앞으로 나아갔고, 그녀는 그림자 속에서 걸음을 멈추고 지켜봤다.

……

처음에는 그저 호기심이었다.

방랑자는 계속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발걸음을 멈추고, 하나의 이야기를 뒤돌아보려 했다.

그녀는 낯선 소녀가 자신이 걸어온 흔적을 걸을 때, 어떤 반응을 보일지 기대하고 있었다.

그뿐이었다.

그저 그녀한테서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그녀는 자기 가슴에 손을 얹었다. 원래 심장이었던 곳에서 무언가가 살짝 뜨거워지고 있는 것 같았다.

항상 그녀의 뇌리에 맴돌던 그림자가 그녀의 뒤에 섰다.

곧, 그녀들은... 그녀는 "피날레"를 맞이하게 될 거야.

맞아. 난 그녀를 끝까지 지켜볼 거야.

그게 다야?

응.

넌... 그녀의 이야기 속 일부가 되고 싶지 않아?

난...

난 이름 없는 방랑자일 뿐, 누구의 이야기에도 등장해선 안 돼.

난 그 이름이 의미하는 모든 걸 잃어버렸어.

하지만 넌 아직 찾는 걸 포기하지 않았어.

그녀처럼 말이야. 아니야?

……

그것이 환상일지라도, 단지... 찌르면 톡 터지는 과거의 환영이라도...

네 마음속엔 아직도 무언가가 남아 있잖아.

그럼, 망설이지 마.

언젠가 넌 네가 돌아가야 할 장소를 되찾게 될 거야.

가.

마음속 그림자가 그녀를 가볍게 밀었다.

네가 가고 싶은 곳으로 가.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해.

칼바람이 어두운 공간을 찢자, 너덜너덜해진 로봇에 빛이 드리워졌다.

그레이 레이븐 소대와 아이리스 월블러 소대는 오랜 전투 끝에 그것들의 포위망을 드디어 돌파했다.

저와 지휘관님이 길을 열어 줄 테니, 아이라와 시카는 계속 따라가세요!

음...

시카의 체력도 한계에 다다른 것 같았다. 하루 종일 힘든 전투를 겪고도 지금까지 버틴 건 기적이라 할 수 있었다.

전 여기서 [player name] 선배님을 도울게요. 아이라. 마지막은... 아이라에게 부탁할게요.

시카는 자신이 무리하게 앞으로 갔을 경우, 짐만 될 뿐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 때문에 마음속으론 가고 싶어도 이를 악물고 참을 수밖에 없었다.

칼날과 총알 세례로 뒤에서 덮쳐오는 로봇을 막아냈다. 이 추격전은 라스트 스퍼트에 접어들었고, 바통은 아이라의 손에 넘어갔다.

응!

모두의 기대를 짊어진 아이라는 많은 장애물을 뚫고, 풍차 탑과 연결된 마지막 로비로 달려갔다.

또 만났네요. 아이라.

하지만 등 뒤 그림자에서 누군가가 나오면서 아이라의 길을 막아섰다.

세르반테스는 아이라를 향해 천천히 인사했다. 그 우아한 태도 아래엔 오랜 세월 동안 쌓인 어둠이 숨어 있었다.

전에 아이라가 언급했던 것에 대해 아직 할 말이 있다고 생각해요.

난 급한 일이 있어서, 토론은 나중에 하는 걸로.

아니요. 당신은 그녀를 쫓아가면 안 돼요. 그녀는 자기 스스로 선택했어요. 그리고 이건 제가 원하는 것이기도 해요.

선택? 그게 무슨 말이야?

그녀는 아이라의 대원이지만, 아이라는 그녀의 본질을 조금도 모르는군요.

아이라, 당신은 결말이 성공이 아니더라도 끝까지 할 거라고 말했었죠.

그럼, 지금은 어때요?

당신은 그녀를 모르고, 따라잡을 수도 없어요. 결국 아무것도 얻지 못하게 되겠죠. 그래도 임무 보고에 방금과 같이 미사여구를 나열할 건가요?

아무것도 하지 못했지만, 이 모든 것에 의미가 있다고 할 건가요?

당신이 방해하지 않았다면, 우린 진작에 그녀를 따라잡았다고.

하지만 이 세상에는 "만약"이라는 게 없죠.

실패자는 실패자일 뿐, 아무도 그가 "달성했어야 하는 업적"엔 관심 없어요.

그저 제 개인적인 바람이에요. 어쩌면 제가 한 모든 것들은 선생님까지 "실패자"로 남게 하고 싶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르죠.

세르반테스는 자조적인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들었다.

제가 당신의 상대가 될게요. 아이라. 갑작스러운 추가 공연이지만, "이야기"는 슬슬 마지막 단계에 다다르고 있어요.

왜 이러는 거지?

당신이 저한테 했던 그 말 때문에 난 당신이 어떻게 자신의 이념을 증명할지... 또는 자신의 실패를 어떻게 마주할지 확인하고 싶어요.

이 세계에 있어서 우린 먼지이자 언젠가 썩어버릴 나사에 불과해요. 승리라는 결과를 남길 수 없다면, 우리의 추억은 흙에 스며든 오물이고, 치욕의 조각일 뿐이에요.

오물이라 해도 대지의 양분이 될 수 있어. 그게 바로 의미거든.

그렇다면 따라가는 것을 포기하고, 가소로운 후회를 하며 오물로 남으세요.

온 힘을 다해 발버둥 치고 남은 흔적이야말로 양분이 될 수 있는 오물이야. 그리고 시도도 안 하고 포기하는 건 내 스타일이 아니라고.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난 꼭 그곳에 다다를 거야.

이제 시간이 없네요.

그렇다면 뛰어가겠어!

세르반테스는 다시 미소를 지었다. 고개를 숙인 그는 자신의 그림자가 천천히 돌아가는 풍차와 합류되면서 겹치는 걸 봤다.

세르반테스는 자신의 집념이 일찍이 왜곡됐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더 나은 선택지를 찾지 못했다. 어쩌면 로봇에겐 선택지가 없고, 선택되는 일밖에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자유"와 "각성"을 얻은 후, 먼지로 뒤덮인 모든 것들이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고, 그가 답을 찾도록 부추겼다.

마지막은 "제멋대로"할 수 있게 해주세요.

이 "이야기"속에서 제가 하고 싶은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그의 등 뒤에서 로봇 조각상들이 쏟아져 나왔다. 전시관의 건설자인 세르반테스는 로봇들을 제어할 권한을 일부 가지고 있었다.

그렇다면 당신도 알고 있겠네. 결말이 되기 전까진 누구도 "주인공"의 전진을 막을 수 없다는 걸 말이야!

시간이 조금 더 걸려도 괜찮아.

???

그럴 필요 없어요.

어디선가 낮은 천둥소리가 들려왔다.

우아한 멜로디와 정전기로 휘감아 오르는 먼지 속에서 찬란한 번개 빛이 여러 로봇 조각상을 관통한 후 멈췄다.

망토를 쓴 구조체가 세르반테스 앞에 섰다.

???

"임시 추가 공연"이라면, 주인공도 조력자가 추가되는 게 맞겠죠.

제가 그녀의 "동료" 역할을 맡으려고 하는데, 괜찮죠?

세르반테스

관객이면 관객답게 조용히 지켜보는 게 예의인 거 같은데요.

당신은 이곳에 등장할 이유가 없어요.

???

모든 행동에 "이유"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세르반테스

……

???

지금의 당신처럼 말이에요.

단지 일시적인 충동이자,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본능을 따르는 것일 뿐이에요.

이유도, 입장도, 다른 사소한 일도 고려할 필요가 없어요.

전 그냥 순수하게 "그녀를 도와주고" 싶을 뿐이에요.

아이라

당신은...

그녀의 뒷모습을 보고 있는 아이라는 익숙한 목소리를 듣게 되자, 마음속에서 오랫동안 기대했던 가능성이 스쳐 지나갔다.

???

지금은 그걸 말할 때가 아니에요. 당신에겐 목표가 있잖아요.

폭풍 속에서 자신을 잃지 마세요. 이건 당신과 저 자신에게 하는 조언이에요.

아이라

하지만 아직 확인하고 싶은 게 많아.

???

저도 아직 모르는 게 많아요.

당신이 가야 할 곳으로 어서 가세요.

아이라

알겠어.

반드시 널 찾으러 올게!

그러니 내가 돌아오기 전에 가면 안 돼!

다그치는 소리에 아이라는 뒷모습을 향해 마지막 말을 남기고 어둠 속을 향해 달려갔다.